오늘도 만나 뵙게 되어 반가워요👋
이번 주는 하루도 빠짐없이 꾸리꾸리 애매모호 똥빛하늘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하늘마저도 봄에게 무심한데 편집짱 또한 업무 철이라 시간에 쫓기며 바싹바싹 말라간 채 일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곳에서는 푸릇푸릇 생기가 도는 여행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화는 특히나 엄마 혹은 아빠와 단둘이서 배낭여행을 가본 이에게 이마를 탁! 무릎을 탁! 칠만한 솔직담백한 이야기로 넘쳐나, 현재 제 이마가 남아나질 않았습니다-🤦♀️
지금 바로 4월의 여행자, 홍예림 여행자의 세 번째 이야기로 가보자고요~!
그녀의 여행 이야기들을 모아, 지금 바로 move or action!
열한 번째 여행자의 여행 스타일은 무엇일까? |
여행 레벨도 여행 베테랑, Lv.4 (38개국) |
여행 타입 자유로운 방랑자, ANL |
여행 스타일 저는 휴양지를 사랑해요. 하지만 오지의 세계가 너무 궁금해요. 겁이 많지만,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 무모한 겁쟁이같은 여행자입니다. |
➰ 나의 여행 타입과 레벨도는 무엇일까? https://travel-type-test.webflow.i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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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하기만 해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최애 여행지와 달리, 개인적으로 특별한 여정이 있죠. 예림님만의 특별했던 여행지 혹은 동행자가 있었을까요?
38개국을 지나면서 가장 특별했던 여정은 엄마와 함께한 50일간의 아프리카 여행이었어요. 이 여행이 엄마랑와의 첫 여행은 아니였지만, 엄마와 배낭여행과 장기여행을 해본 적이 없어 이전 여행들과 결이 전혀 달랐었거든요. 작년, 퇴사 후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엄마와 함께 출국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잠시 쉬다가 동남아, 미국, 중남미, 유럽, 그리고 또다시 잠시 한국, 마지막으로 인도+네팔로 1년간의 세계여행을 마치었는데요. 이 세계여행의 첫 시작을 바로 50일간의 아프리카를 엄마와 시작하게 되어 의미가 더 깊은 것 같아요. 엄마와 이집트를 시작으로, 케냐 / 잠비아 / 짐바브웨 / 마다가스카르 / 남아공을 함께 하였어요.
인터뷰를 하며 가족끼리 휴양 여행을 떠나시는 여행자들은 꽤 보았지만, 엄마와 단둘이 배낭여행을 하신 여행자님은 처음이라 어땠을지 너무 궁금해요! 편집장또한, 엄마와 배낭을 꽤나 다녀 이제는 둘도 없는 여행메이트이지만, 친구, 애인과 다른 어려움이 존재하죠. 예림님은 어머님과의 어떠한 갈등을 겪었고 해결하셨나요?
저는 [핸드폰 스트랩] 때문에 많이 툭닥거렸어요. 아프리카가 치안이 좋지 않아 여행 내내 안전하게 다니려고 긴장을 많이 하고 다녔었어요. 더불어 엄마가 저보다 여리여리하신 편이라 더욱 걱정되더라고요. '내가 엄마를 지켜야지!!' 이런 생각으로 다녔었어요. 이렇게 긴장을 한껏한 저와 달리 엄마는 오지 여행지가 처음이다 보니 사소한 것에 대한 염려가 없으셨어요. 특히나, 사진을 찍을 때마다 스트랩을 안하고 다니셔서 제가 되려 잔소리를 많이 했었던 기억이 나요.(웃음)
그리고 아프리카 여행이 관광인프라가 좋지 않은 편이잖아요. 동행을 구하는 것도 남미에 비하면 어려운 편인데, 혼자서 버스, 숙소를 다 알아보고 엄마도 챙겨야 하니 체력적으로 힘들 때가 있었어요. 더불어 장기여행의 초반이라 경비에 대한 강박이 있었는데, 엄마를 최대한 배려하기 위해 기차 타려던 거 비행기 타게 되고, 호스텔에 지낼 거 돈 조금 더 내서 더 좋은 숙소에 머물 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때론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생색이 나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미숙했던 것 같아요. 치안만 보장이 되었으면 저도 조금 여유로운 마음을 가졌을 텐데 말이죠. 이런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엄마의 태도에 정말 많이 배우게 되었어요.
부모님과 단둘이서 여행을 하였다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 같아요. 저 또한 그러하였고요! 여행자님도 대단하시고, 어머님도 너무 대단하신 것 같아요. 오지여행이 처음이신 어머님이었지만, 오히려 어머님 삶의 기나긴 지혜를 볼 수 있었던 이번 여행에서는 어떠한 배움이 있었나요?
그전까지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제가 나름 무던한 편이라고 생각하였어요. 인프라가 부족해도 그러려니 하고 생각보다 환경에도 잘 적응한다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엄마의 행동을 보고,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어요. 교통편도, 거리도 빡센 극한의 상황이 오면 나도 모르게 저만 생각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지 못하였었어요. 기본으로 10시간 이상의 장거리 이동이 잦으니 '생존' 그자체잖아요. 그러함에도 엄마는 늘 난 불편해도 괜찮으니 아이 혹은 몸이 불편한 분들에게 양보하라고 항상 말씀해 주었어요. 여행에서 받는 환대를 반대로 엄마가 현지 아이들에게 몸소 보여주신 것이죠. 장거리 이동 때마다 엄마도 힘들 텐데 항상 사람들을 먼저 챙기셨어요. 먹을 거 있으면 나눠 먹고, 우리가 조금 불편한 게 있으면 감수하면 되는 것이고!
극한의 상황이 올수록 양보와 배려가 정말 쉬운 일이 아닌데 너무나 멋있으신 어른이십니다. 저 또한 배워가요! 엄마와 50일간의 여정 중 유난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엄마와 아프리카 여행을 하면서 주로 호텔에 묵었었어요. 이집트 여행의 아스완의 누비안 마을에서는 마음에 쏙 드는 숙소가 있어서 호텔이 아닌 호스텔로 갔을 때였어요. 당시 이집트가 여름이어서 체감온도가 46도였어요. 그래서인지 숙소에 가니 여행객들이 한 명도 없고 엄마랑 저 둘이더라고요. 너~~무 더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와중에 숙소의 에어컨까지 고장이 난 거예요.
'그래, 찬물에 샤워라도 하자!' 싶어 물을 트니 김이 나는 뜨거운 물만 콸콸 나오더라고요.
이곳 숙소 사장님을 통해서 하려고 했던 액티비티도 더워서 못하고 엄마랑 저랑 두 볼이 시빨개진 채로 숙소 한가운데서 대자로 뻗어 가만히 있던 게 기억이 나요. 잊지 못할 더위와 고생이어서 지금도 엄마랑 종종 이때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웃음)
더위의 추억이 동심을 떠올리게 해주네요.(웃음) 동행과 여행을 나아가면 본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곤 하죠. 특히나, 가족은 평생을 함께 붙어있다 보니 그 면이 더 두드려지게 된 것 같아요. '나'에게서 혹은 '엄마'에게서 새로 보게된 모습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여행을 하며 엄마의 용기를 볼 수 있었어요. 엄마가 피곤하실 때마다 저 혼자 뽈뽈뽈 돌아다녔는데, 반대로 제가 피곤해서 숙소로 누워있을 때였어요. 엄마가 갑자기 이 이른 아침에 저에게 선전포고하는 거예요.
”나 혼자 나가볼게!!!!”
”잠깐 엄마, 핸드폰도 없이 괜찮겠어...?!”
살짝쿵 걱정이 됐지만, 숙소 앞이기도 하고 이러한 경험도 추억이지 않을까 해서 조심히 잘 갔다 오라고 하였어요. 그렇게 몇십분 뒤.... 엄마가 너무 신나게 들어오셨어요.
”나 시장에서 아줌마랑 친해졌어!!!!!”
엄마가 영어를 한마디도 못 하시는데 숙소 앞 채소를 파는 아주머니랑 친해져서 같이 파를 까주었다는 거예요. 엄마가 너무 행복해하고 신나 하시는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더불어 엄마가 아프리카 여행을 통해 용기를 많이 가지셔서 한국에 돌아와서는 아빠랑 남미 여행 가고싶다고 하셨어요. 이외에도 엄마가 친구분들에게 딸이랑 여행 갔다고 하며 좋아하실 때마다 정말 잘갔다 왔구나라는 생각이 매번 들어요.(웃음)
아프리카는 다시 한번 더 가게 되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아프리카 여행은 여러모로 새로운 경험이었지만, 아쉬움도 남는 여행이었거든요. 오로지 홀로 이끄는 오지 여행의 처음이자, 엄마와 배낭여행의 처음. 긴장을 유독한 탓에 마음 놓고 아프리카를 즐기지 못했던 것, 빡센 여행으로 인해 여행동안 지쳐서 더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것...
이제 어엿 40개국을 돌아다니며 여행 경험치도 많이 쌓였고 첫 어려움도 다 경험했으니 치안에 대한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을 것만 같아요. 아프리카를 다시 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다시 가게 된다면 이전 저의 모습과 다른, 스스로 성장한 모습을 그곳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도시를 여러 번 오면서 이 도시는 거의 변한 게 없어요. 저만 변해요.
대학을 졸업한 '배낭여행자'였다가
'신인 소설가' 였다가
또 어느새 '중년 남성'이 되었다가
자기만 변하니까. 내 변화를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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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예림 여행자의 이야기는 다음주에도 이어집니다 :)
[다음편. 여행 라이프 밸런스, 앞으로도 계속될 여정을 위하여]
3월, 인도와 네팔 여행을 끝으로 1년 간의 세계일주를 마치며,
이제 다시 간호사의 삶으로.
"하고 싶은 게 늘 많은 사람이라 현생에 있어서는 완급조절(밸런스)을 잘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여행에서만큼은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여행을 쫓으며 여행 라이프 밸런스를 맞추어 사는 게 신기하기도 한 것 같아요."
당장은 아니어도, 곧 다시 떠날 곳은 어디로 발걸음을 향할까요?
그리고 1년간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얻은 깨달음, 평생 남을 추억들은 무엇이었을까요?
다음주 홍예림 여행자의 마지막 여행기가 펼쳐집니다 :>
*[홍예림] 여행자의 INSTA 👉 @yer._.im_u
*뉴스레터에 사용되는 사진의 저작권은 인터뷰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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