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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제 : 동의하지 않은 녹음은 왜 지탄을 받는가?
2022년 1월, 김건희 여사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의 통화 내용이 공개됐다. 사담이었지만 파장은 컸다. 김 여사는 자신의 인격권과 사생활이 침해됐다며 소송을 냈고 기자 측은 배상금 1000만 원을 물게 됐다. 하지만 판결과는 별개로 통화 녹음과 공개라는 탈법행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동의 없는 통화 녹음 처벌법을 발의했다. 공익을 위한 언론인의 탈법행위는 과연 용인될 수 있는지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언론인의 탈법행위는 울며 겨자먹기다. 탈법행위는 다른 수단을 통해 합법성을 가지는 행위다. 이른바 법망을 피해 가는 행위다. 적법한 행위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언론인은 공익 목적의 보도로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적법 행위만으로는 공익 보도를 위한 취재가 쉽지 않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당사자 간의 통화 녹음은 탈법 및 위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녹음의 공개는 탈법 및 위법행위다. 하지만 이는 당사자가 부인해버리면 끝나는 사안에서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한다. 이를 이용한 기사가 녹음의 공개라는 탈법행위에 해당하지만 공익 보도를 위해서는 필요하다.
탈법행위가 용인되지 않아 공익 보도가 이뤄질 수 없다면 국민의 알 권리 또한 충족될 수 없다. 보도를 통한 사회의 자정 작용도 발생하지 않는다. 지난 2016년 발생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도 언론인의 탈법행위가 동반됐기에 세상에 드러날 수 있었다. 기자의 최순실 태블릿 PC 입수가 결정적이었다. 개인 정보가 들어있는 전자기기를 불법적으로 입수해 세상에 공개한 것 자체가 탈법행위고 더 나아가서는 위법행위다. 하지만 이런 행위가 없었다면 최순실의 만행은 세상에 드러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가치에 정확히 부합하는 만큼 공익 보도를 위한 탈법행위는 필요하다.
탈법행위 자체를 옳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언론인의 공익 보도를 위한 탈법행위는 용인돼야 한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언론의 자유와 충돌하곤 한다. 대법원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해 ‘공공의 이해와 대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이 아닌 한, 사생활은 비밀로서 보호되어야 한다’고 해석한다. 취재원의 사생활은 언론인의 탈법행위에 가장 많이 거론된다. 취재원의 사생활은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가치다. 하지만 공공의 이해와 대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안으로 공익 보도가 필요하다면 탈법행위는 필요하다. 살인, 신변 위협, 협박과 같이 비인격적인 위법행위가 아니라면, 통화 녹음 및 전자기기 입수를 증거로 활용한 기사 작성과 같은 탈법행위는 용인되어야 한다.
자신도 모르게 대화나 통화가 녹음되고 전자기기가 불법적으로 누군가에게 입수된다면 당사자로서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한진 일가 사건 등 갑질 문제나 직장내 괴롭힘, 성범죄 및 성범죄 무고 등 다양한 사건에서 녹음을 증거로 피해자들이 억울함을 벗은 사례가 적지 않다. 공익 보도를 위한 탈법행위에 정확한 사실관계의 확인이 동반된다면 탈법행위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고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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