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진담] 언론고시 뿌시는 커리어블 수강생 [43]

2023.10.15 | 조회 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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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제 : 언론에서 자살 대신 '극단적 선택'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논하시오

하인리히의 법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같은 원인으로 여러 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징후가 반드시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큰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작은 문제들이 쌓이듯이 자살도 당사자의 충동적인 선택에 의한 결과가 아니다. 그렇기에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은 매우 구시대적이다. 자살을 다룬 보도에서는 ‘자살’이라는 단어를 숨겼지만, 자살을 피하기 위한 단어가 오히려 이를 부추긴다.

‘극단적 선택’이라는 말은 이미 ‘자살’과 동의어나 다름없다. 정부와 관련 기관이 ‘자살’ 사용 자제를 오랫동안 권고했지만, 본래 취지와는 달리 대중들은 이제 극단적 선택을 자살로 받아들인다. 예일대 나종호 교수에 의하면 "어떤 연구"도 완곡한 용어 사용이 자살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이나 독일 등에서는 언론 보도 시 자살을 자살로 일컫는다. 이처럼 의미 없는 동어 반복은 자살을 터부시하고 외면하려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모습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단어 자체에 선택의 의미를 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에 따라 대중들은 자살을 또 다른 대안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우리나라에서 자살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화된 데에는 이러한 단어 사용이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살을 망자의 선택으로 치부하는 것은 유가족들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이미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서 힘든 유가족들에게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난하는 셈이다. 죽음의 원인을 고인과 유가족에게 돌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자살을 예방하는 것도 아니고, 자살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언론에서 자살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록밴드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 자살 보도가 좋은 사례다. 당시 미국 언론은 커트 코베인이 약물 중독과 심한 정신질환이 있었는데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해 사망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그래서 전설적인 가수였음에도 모방 자살로 인한 사망이 미미했다. 이처럼 자살을 특종화하지 않고 고인과 유가족을 배려하면서 보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암 환자에게 ‘투병’이라고 말하지만, 정신질환을 앓다 떠나간 사람들에게는 ‘선택’이라고 표현한다. 즉,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는 자살을 외면하려는 자세가 반영된 신조어다. 누군가의 기나긴 싸움을 극단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상황의 단면만을 비추는 것과 같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자살을 자살로 불러 ‘전 세계 자살률 1위’라는 슬픈 타이틀을 직면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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