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월요일마다 콘텐츠 비즈니스에 관한 이야기를 들고 오는 왈라비입니다.
모두들 추석 연휴는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희 집은 이제 따로 방문하는 곳이 없어서, 집에서 뒹굴거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제 뉴스레터를 구독해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두 개의 레터에 걸쳐서 제가 도전한 '넷플연가 모임장' 이야기를 풀어드린 적이 있었어요. 지난 금요일에 4회차 모임, 총 3개월간의 대장정이 끝을 맺었답니다. 오늘은 모임을 기획하고 만든 시작부터 끝맺음까지 전체 과정에 걸쳐서 느낀 바를 말씀드리려고 해요.
커뮤니티는 소규모 비즈니스에 있어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어요. 그러나 생각만 하는 것과 실제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오늘 레터를 잘 읽으시면 커뮤니티 빌딩의 중요성과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서 알고 대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시작할게요!
커뮤니티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다
이번 모임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커뮤니티 비즈니스란 결국 '사람'간의 관계를 매개로 만들어가는 사업이라는 점이었어요. 모든 비즈니스는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은 고객과 나 사이에 특정한 '상품'이 존재합니다. 그것은 화장품같은 실물이 될수도 있고, 강의같은 서비스가 될 수도 있지요. 바꿔 얘기하면 나와 고객의 관계는 중간에 위치한 상품의 질만 좋다면, 충분히 잘 유지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하지만 초기 커뮤니티는 다릅니다. 사람을 모아서 활동하는 것 자체가 상품이 되기 때문에 기획자는 반드시 고객이자 모임원을 대면해야 하죠. 때문에 모임 기획력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상대하는 스킬, 커뮤니케이션, 한 명 한 명 중요한 사람으로 느껴지게끔 만드는 휴먼터치같은 정성적인 부분을 부단히 신경쓰셔야 합니다.
커뮤니티장과 모임원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모임원끼리의 케미에 대해서도 늘 주의를 기울이고 계셔야 해요. 어떤 사람이 모일 지 모른다는 것은 멋진 설렘의 장치로 기능하기도 하지만 리스크가 되기도 합니다. 서로의 상성이 맞지 않아 기분이 나빠지기도 하고 대화를 하다보면 예민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를 민감하게 지켜보면서 적절하게 끊어낼 줄 알아야 해요.
때로는 무례하게 상대방의 말을 자르고 끼어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친목이다보니 이성관계에서 문제가 생길 확률도 있지요. 커뮤니티장은 모든 상황에서 일차적인 기준점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커뮤니티의 물을 흐리는 사람이 있다면 엄격하게 끊어낼 필요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고 해야 할까요.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첫 모임을 가졌을 때, 굉장히 긴장했었습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데다, 서로 어색해 하는 모습 때문에 저 혼자 대화를 이끌어나가기가 진땀날 정도로 힘들었거든요. 나중에 모임원들이 얘기해준 사실인데, 제가 긴장한 것이 눈에 보였다고 합니다. 부끄러웠어요. 물론 그런 모습을 귀엽게 봐주시고 도와주는 분들도 있겠지만, 또 어떤 분들은 실망의 요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긴장해도 긴장한 티를 내지 않는 것이 프로의 자세라고 하죠. 때로는 내 감정을 솔직하게 공유하기 보다는 적절하게 숨길 줄 아는 것도 필요하겠다고 느꼈습니다.
'고객과 친구 사이'에서 적절한 줄타기가 필요하다
친목을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고객이 곧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애매한 지점들이 많이 생깁니다. 고객이지만 고객처럼 대할 수 없고, 그렇지만 비즈니스기에 마냥 친구처럼 대할 수도 없죠. 뛰어난 커뮤니티 운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영역에서 균형을 잘 잡아가는 연습을 하셔야 합니다.
제 모임은 '친구'에 가까운 모습으로 운영했었어요. 사람을 상대하는 모임인데 선을 그어버리면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술이나 음식같은 것도 대접했고 4회차 모임 이외에 번개 등 오프라인 모임을 주최하면서 사실 수익적으로는 얻은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금전적으로 얻어가려는 목적보다는 사람을 만나 모임을 꾸려가는 경험을 해보자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어려움도 생겼어요. '영화와 대화' 라는 제 모임 서비스의 본질은 제쳐두고 '술에 대한 불만'이나 '친목에 대한 아쉬움' 을 제기하며 분위기를 흐리는 분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죠. 제 모임에서 술을 대접할 의무는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저를 친근하게 생각해 주신 것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너무 친구처럼 느끼게 한 탓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꿈꾸는 분들이라면 큰 비전으로 가지고 모임을 바라봐야 합니다. 모임 하나하나에 마음을 쓰는 것은 분명 필요하지만 그러다보면 반드시 번아웃이 찾아오게 됩니다. 최선을 다하되, 서비스의 질이 유지된다면 본인 에너지 이상의 무언가를 투입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너는 고객, 나는 판매자 라는 마인드로 접근해서도 곤란해요. '사람의 마음을 사는 비즈니스' 라는 특수성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만나서 대화를 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줘야 친근감을 느끼는데, 딱딱하고 사무적인 태도로 접근한다면 가까이 다가올 사람을 없을 거예요.
아니, 이래도 저래도 안된다고 하면 어쩌라는 말이냐구요? 역시 최고의 방법은 직접 해보는 것이겠죠. 적절하게 선을 타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이것은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영역이에요. 모든 비즈니스가 그렇듯 커뮤니티 빌딩 역시 장기적인 싸움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도전해보시고 제가 한 말이 어떤 것이었는지 느껴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참여율에 연연하지 마라
넷플연가가 설정한 제 모임의 가격은 18만원 수준이었어요. 4번의 모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저렴하다고만은 할 수 없었죠. 그럼에도, 1회차를 제외한 매 모임에 3분의1 가까운 불참자가 항상 발생했어요. 물론 다들 직장이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바쁠 수도 있었겠지만 모임을 내리 세 번 연속해 빠진다든지 하는 경우는 제 상식선에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 포인트였습니다.
"이 비용을 지불해놓고 안온다니, 내 모임에 뭔가 문제가 있는건가?"
싶었던 적도 있었어요.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시작하려는 여러분도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겁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틀린 게 아니에요. 그냥 사람은 꾸준하지 않습니다. 20:80 의 법칙은 여기서도 통용됩니다. 열심히 참여하며 모임의 분위기를 이끄는 소수의 20% 분들이 존재해요. 나머지 80%의 다시 20%정도는 모임을 리드하기까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따라오며 본인이 낸 비용을 충실히 회수하고 싶어하는 분들입니다. 나머지 분들은 참여하고 싶을 때 참여하지만, 오기 싫으면 또 쉽게 포기하는 분들이에요.
따라서 이제 막 커뮤니티 빌딩을 도전하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고려하셔야 하는 부분은 상위 40%의 고객을 만족시킬 프로그램을 만든다 입니다. 그들이 만족하면 꾸준히 참여할 것이고, 커뮤니티는 잘 굴러갈 수 있을 거예요. 반대로 20-30% 정도의 참여자들은 어떤 기획을 하더라도 참여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상하게 생각하실 것 없어요. 그냥, 그런 것이죠.
커뮤니티는 강력한 세일즈 도구가 된다
사실 저는 넷플연가 모임을 론칭하면서 첫 술에 배부르지 말자고 다짐했었습니다. 그야말로 첫 도전이었고, 시행착오가 많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이번엔 해보면서 배워보자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어요.
가장 인상이었던 점은 아무래도 커뮤니티 서비스 기획자로서 저를 지지해주는 고객이 생겼다는 점이겠죠. 그저 제가 좋아하는 SF영화를 가지고 모임을 만들었을 뿐인데, 결제를 하고, 참가를 하고, 이런 모임을 만들어주어서 너무 감사하다는 피드백까지 주시는 참여자들을 보면서 신기함과 놀라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객들이 바라봐주는 나' 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제가 가진 강점이 무엇인지 깨닫는 계기도 되었어요. 대화의 흐름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능력, 영화의 주제를 통해 각자 삶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말하는 사람들이 편안한 감정을 가질 수 있게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할 줄 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점이었죠. 이런 강점을 실제 고객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몇몇 분들은 제가 넷플연가에서 또 다른 모임을 론칭한다면 또 참여하고 싶다는 말까지 해주셨어요. 장기적으로는 특정 플랫폼을 이용할 필요 없이 독자적으로 해 보라는 조언도 건네셨습니다. 하나하나가 감사한 말들이었어요. 사람을 마주하는 일이었기에 힘든 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서로간에 유대가 형성된 이후에는 오히려 강력한 브랜딩&세일즈 도구가 되는 것이 바로 커뮤니티라는 점을 절감했습니다.
마치며
저는 1인 비즈니스의 성패는 '강력한 커뮤니티의 형성 여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규모가 작을수록 더더욱이요. 형태는 다를 수 있겠지만, 내 상품을 이용해주는 사람들을 모아 직접 만나고, 교류하고, 피드백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된다면 비즈니스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이 여정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꾸준히 저만의 커뮤니티 빌딩을 시도할 생각입니다. 또 커뮤니티에 관심있는 분들이 있다면 작은 규모라도 저처럼 꼭 시도해보시길 권해드려요! 생각만 하는 것과는 또다른 세계가 열릴 겁니다. 항상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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