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전략

찐팬은 답을 알고 있다. 구독자와의 만남으로 얻은 인사이트

8년 장수 팟캐스트 <퇴근길씨네마>를 리브랜딩하며 고민한 것들

2024.07.29 | 조회 4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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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Writers

디지털 글쓰기를 통한 SNS 오디언스 구축, 콘텐츠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안녕하세요 감사한 구독자님! 월요일마다 콘텐츠 크리에이팅에 대해 이야기하는 왈라비입니다. 지난 한 주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내향적인 속성을 가진 저인지라 하루정도의 휴식은 꼭 필요한데, 저번주는 눈코뜰 새 없이 바빴어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거든요. 바로 제가 만드는 영화 팟캐스트 콘텐츠 <퇴근길씨네마> 구독자 분들과의 오프라인 미팅 행사였습니다. 오늘은 자칭 '찐팬'이라고 하시는 여섯 명의 감사한 분들과 이야기하며 얻은 콘텐츠 방향성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드릴게요.


콘텐츠 마켓 핏(Contents Market Fit)을 찾는 여정

<퇴근길씨네마>는 2017년에 시작해, 벌써 8년차에 들어선 장수 팟캐스트입니다. 그동안 멤버교체도 있었고 휴지기도 있었지만, 다행히 꾸준히 콘텐츠를 제작해 왔습니다. 덕분에 구독자 합산 6000명을 보유하고 매 클립이 1만건 정도의 청취가 발생하는 수준이 되었어요. 요즘같은 시대에 '오디오 ONLY' 콘텐츠로서는 쉽지 않은 성취죠.

그런 퇴씨가 이제 큰 개편을 앞두고 있어요. 콘텐츠 제목을 포함한 브랜딩 전반을 갈아엎는 대 수술이에요. 뿐만 아니라 채널도 새로 개설해 구독자 0명에서 새로 시작할 계획입니다. 퇴씨를 계승하지만, 이전 시대의 콘텐츠와는 선을 긋고 완전히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한 어려운 결정이었어요.


네이밍 : 우리는 '어떤 소비자'에게 소구하고 싶은가

현재 퇴씨를 이끌고 있는 멤버들은 30대 초중반의 남녀 네 명이에요. 연초부터 콘텐츠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다가, 현재 퇴근길씨네마는 우리가 어필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제목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가장 큰 시발점은 '코로나'였습니다.

퇴근길 / 씨네마 두 단어가 모두 코로나를 거치면서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거든요. '퇴근길'은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잠재 청취자들을 '직장인'에 한정짓는 단어였어요. 이제 더이상 9-6에 얽매인 전통적인 직장 개념에 머물러 있지 않는 시대라는 점도 중요했습니다. 장기적으로 더 젊고 유행에 민감한 오디언스에게도 관심 받기를 원했어요.

'씨네마' 라는 단어는 또 어떤가요. 코로나는 영화관에 앉아 불특정 다수와 함께 같은 영화를 관람하는 세태를 완전히 뒤바꿔놓았어요. 수많은 전통 영화사들이 무너지고 영화관에서 볼만 한 대작들이 사라졌습니다. 반대급부로 OTT기업을 위시로 해 해당 플랫폼에서만 관람할 수 있는 모바일 디바이스 기반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생산되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을 '씨네마' 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죠. 

무엇이 씨네마인지 구분지을 수도 없고, 구분지어서도 안되는 시대에 단어로 우리 콘텐츠의 한계를 규정지을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영화만이 아닌 드라마, 예능같은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리뷰하고 있기도 했고요.

핵심은, 두 단어 모두 현재 콘텐츠 시장의 트렌드를 대변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콘텐츠&콘셉트 : 우리를 어떻게 브랜딩할 것인가

팟캐스트를 계속해 오며 느낀 건, 이제 더이상 '오디오ONLY'를 고집할 수는 없겠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팟캐스트 시장이 매우 작고, 그 큰 미국의 팟캐스터마저도 이제 영상콘텐츠를 함께 발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생충> 같은 메가 히트작이 함께하던 팟캐스트 전성기에는 한 클립당 6만건 이상의 청취수가 발생한 적도 있었으니 퇴씨의 콘텐츠파워 자체도 떨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었죠.

이제 우리를 잠재 오디언스에게 노출시키기 위해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콘텐츠를 확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제 영상콘텐츠를 함께 발행할 예정이에요. 최근 우리나라에도 팟캐스트와 인터뷰성 영상콘텐츠를 혼합한 형태의 채널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토스에서 운영하는 취향, 문화, 경제 콘텐츠 <머니그라피> , EO PLANET에서 운영하고 기업가 정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EO> , 좀 더 범위를 소규모로 좁혀본다면 '나다운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요즘것들의사생활> 등이 있어요. 이 세 채널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 세련되고 유려한 브랜드 디자인
  •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인터뷰 콘텐츠
  • 영상을 기본으로 한 팟캐스트형 콘텐츠

 

장기적으로 <퇴근길씨네마>의 후속작 역시 이런 브랜드가 되기를 목표하고 있어요. 그 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리기 위해 이름을 바꾸고, 로고도 젊고 세련된 느낌으로 수정하는 것이죠.

더불어 기존 멤버들이 사용하던 닉네임도 버리고 실명으로 활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닉네임보다는 실명이 더 현업 전문가로서 포지셔닝하는 데에 신뢰감을 준다는 정성적인 판단이었어요. 각각의 멤버가 영화 제작, 드라마 제작, 음악 평론, 방송 예능채널운영 이라는 메이저가 있음에도 또아, 소피, 정평, 왈라비라는 다소 가벼운 닉네임에 갇혀 있는 느낌을 없애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만나실 새로운 제 콘텐츠는 영화, 드라마, TV, 음악계 현업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업계 청년들이, 다양한 장르의 영상 콘텐츠에 대해 리뷰하는 세련된 브랜드가 될 거예요.


찐팬 구독자에게서 얻은 콘텐츠 인사이트

이렇게 퇴씨의 리브랜딩을 앞두고 8년간 우리 콘텐츠를 들어준 구독자님들을 초청해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자는 것이 이번 행사의 기획의도였습니다. 신청 후 사정상 참여하지 못한 몇 분을 제외하고 총 여섯 분이 참석해 주셨어요. 

소중한 구독자님들과 함께
소중한 구독자님들과 함께

모여주신 분들은 저희를 보며 정말 신기해하셨어요. 하지만 오히려 제가 더 신기했습니다.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던 구독자 분들이 실제로 나타났으니까요. 팟캐스트 플랫폼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40대 연령층 뿐만 아니라, 30대 초반 심지어는 19살 고등학생까지 찐팬으로 참여한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제가 만든 콘텐츠를 왜 들으시는지, 어떤 강점이 있는지,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피드백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한 번 깊어진 팬은 영원히 간다. 단, 콘텐츠가 굳건하다는 가정 하에

모여주신 여섯 분은 기본적으로 5년 이상 퇴씨를 들어주신 분들이었어요. 수많은 변화에도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주신 분들이지만 이런 말씀도 하시더라고요.

 

"콘텐츠를 사랑하고 아끼는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정을 준 멤버가 빠진다거나 교체되는 경우예요.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생각이 많아지는 지점이었습니다. 사실 퇴씨의 청취율이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도 멤버쉽이 흔들리고 업로드 주기가 불규칙해지던 때부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현재 멤버들의 자리를 지키고, 꾸준히 콘텐츠를 발행해서 구독자와의 약속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신뢰를 얻기는 어려워도 깨지는 건 순식간이니까요.


'이 콘텐츠만의 무언가'가 있어야 청중이 모인다

콘텐츠의 미래와 수익모델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어요. 수많은 콘텐츠들이 채 몇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이유는 대다수가 콘텐츠 제작 비용도 벌어들이지 못하는 수익구조 때문입니다. '조회수 광고 수익이 있지 않냐'고 하시지만 실제 광고수익은 유의미한 수준까지 도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는 영상과 오디오 모두 해당하는 말입니다. 

때문에 크리에이터는 콘텐츠의 지속성을 위해 별개의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저 역시 이런 부분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민되는 부분은 언제나 '죄책감의 장벽' 이에요. 소중한 구독자분들께 돈을 받고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가, 이런 류의 고민인거죠. 그러나 구독자분들이 오히려 먼저 수익모델에 대한 당위성을 제시해주셨어요. 

 

"팬 입장에서는 콘텐츠가 끝나지 않기만을 바라요. 그러기 위해서 오히려 제작자들이 돈을 적극적으로 버시길 원해요. 그래야 콘텐츠에도 투자할 수 있고 퀄리티도 높아질테니까요."

 

조목조목 맞는 말이었습니다. 

우리가 아닌 구독자를 위해 돈을 벌어라. 생각해보지 못한 개념이었습니다. 멋진 상품을 만들어 구독자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대신 그에 맞는 보상을 받아 콘텐츠에 재투자해 더 멋진 퀄리티를 느끼게 해준다! 앞으로 저희 팀이 생각해야 할 핵심 개념이 아닐까요.

덧붙여 이런 말씀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수익모델이 무엇이든간에 '여기서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 가 느껴져야 해요. 소비자는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건데, 어디서든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사고 싶지는 않거든요. <퇴씨> 팀만이 줄 수 있는 무언가가 중요해요." 

 

우리 콘텐츠를 오랜 기간 들어주시는 분들의 조언이라 더 와닿았습니다. 론칭 이후로도 깊이 고민해봐야겠습니다.

 


 

마치며 : 찐팬은 사소함과 소소함을 원한다

오랜 기간 TV라는 레거시 미디어 업계에서 일해서 그런지 몰라도 저는 콘텐츠 기획이란 거창하고 치밀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해왔어요. 그러나 이번에 구독자들을 만나 대화하면서 그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생각보다 우리의 팬들은 사소함과 소소함을 궁금해더라고요. 이어폰 너머 크리에이터의 일상생활을 보내는 모습, 출근하는 것, 평소에 하는 생각들 같은 것 말이죠.

민망함에 몸둘 바를 모르겠으면서도 본질은 '연결과 소통' 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콘텐츠로 연결된 소비자는 점점 더 개인적이고 세분화된 소통을 원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8월초가 되면 <퇴근길씨네마>는 새로운 브랜드로 재탄생합니다. 또 어떤 여정이 펼쳐질지 기대되네요. 앞으로도 이뤄갈 콘텐츠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꾸준히 공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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