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제 아버지는 연구원이셨습니다.
전기마저 원활히 공급되지 않는 가난한 시골 동네에서 태어나, 매일 밤 호롱불을 켜고 잠을 깨기 위해 찬물에 발을 담가가며 공부했다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를 종종 제게 들려주시곤 했어요. 그렇게 자수성가했지만, 제 기억 속 아버지는 '새벽에 나가 새벽에 들어오는' 사람이었습니다.
너무나 바쁜 업무에 대학원까지 병행하면서 아버지는 점점 지쳐갔나봅니다. 언젠가부터 등이 아프다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졌어요. 어린 저는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말기 암이었습니다. 저는 고작 중학교 2학년이었죠.
아들 대학교 가는 것은 보겠다며 5년을 투병했어요. 저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걷는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제가 스무살 되던 해, 아버지는 돌아가셨습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일이 전부인 삶, 직장에 매여 사는 자부심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를 깨닫게 된 날이요.
그래서 저는 인생의 최고 가치를 '가정', 그리고 '일에 삶을 바치지 않는 시스템' 으로 설정했어요. 그리고 끊임없이 직장이 없어도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본격적으로 돌입하고 있습니다. 또 제 가치관과 같은 결을 가진 분들을 돕고 싶어졌어요.
스토리는 청중을 몰입하게 합니다
오늘은 아주 개인적이고 내밀한 제 이야기로 레터를 열어봤어요. 어떠셨나요?
글 몇 자로 인생을 펼쳐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왈라비라는 인격체가 어떤 삶을 추구하는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앞으로의 인생항로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쉽게 와닿았을 거예요.
그 이유는 서두에 제시한 것이 제가 가진 고유한 '스토리'였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나를 브랜딩하는 데에 스토리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씀드리려 해요. 오늘 이야기는 킨드라 홀이 쓰고 윌북에서 출판한 책 <스토리의 과학> 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상상'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상상은 이뤄지지 않은 무언가에 맞닿아 있기에 현재보다는 미래를 이야기하지요. 집단적으로 미래의 어느 한 점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들고, 어마어마한 동기부여를 주는 것이 스토리의 힘입니다.
전투 중 산을 넘느라 지칠대로 지친 병사들에게 '저 봉우리만 넘어가면 달콤한 과일이 기다리고 있다'며 상상력을 자극해 결국엔 산을 넘는 데에 성공한 나폴레옹의 이야기는 유명하죠. 우리가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존재였다면 국가나 법 체계, 종교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만큼 스토리는 청중을 모으고 신뢰감을 주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저는 스토리가 없어요
전략적인 SNS 사용에 대해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관심은 많은데 반응이 비슷합니다.
바로 '자신은 가진 스토리가 없다'는 겁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그야말로 가만히 누워 있지 않는 이상, 누구에게나 스토리는 있습니다. 사실 저도 얼마 전까지 이런 생각에 휩싸여 있었어요.
"나는 너무 평범해서 사람들이 궁금해 할 이야기가 없어. 좀 더 극적인 서사가 있어야 관심을 가져줄텐데."
우리를 막는 장애물은 정말 스토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과소평가하는 것입니다.
청중의 주목을 끌 수 있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들려줄 가치가 없는 스토리라고 스스로 단정지어 버리죠.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이야기가 크든 작든 설득력만 가지고 있다면 청중은 충분히 우리의 스토리에 공감하고 위로받으며 나에 대한 신뢰를 키워갈 겁니다.
오프닝에서 이야기한 제 스토리도 비슷합니다.
아버지 이야기는 작년 출간한 저의 영화에세이 <당신의 세계는 안녕한가요>에 실었던 이야기입니다. <인터스텔라> 나온 꿈의 이야기와 아버지에게 인정받으려 애쓰는 등장인물과 저를 연결해 쓴 글이었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읽고 눈물을 흘렸다고 하신 분들도 계셨죠. 저 글 덕분에 모 잡지에 원고를 싣는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이렇게까지 써도 되는 걸까' 하는 의심을 했었는데, 이제는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확실히 내 이야기를 드러내는 건 남들이 가진 저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춰줍니다.
스토리의 강점
<혁명의 팡파르> <꿈과돈>을 집필한 니시노 아키히로는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저는 거기에 더해 '누구' 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소비자에게 스토리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이에요.
스토리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 주의를 끌어줍니다
- 그리고 설득을 가능하게 하죠
- 그것은 곧 나라는 브랜드의 신뢰를 올려줍니다
알고보면 우리는 정말 다양한 스토리에 둘러싸여 있어요. 거대한 기업의 창업가 스토리부터 소소한 상품의 상세페이지까지 말이죠. 처음 해당 상품이나 브랜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돌이켜 보세요. 이후에는 프로덕트나 서비스에 대한 설명과 이야기를 읽으며 점차 구매욕구를 키워갔을 겁니다. 결국에는 강력한 팬이 되어 해당 브랜드의 모든 것을 구매하는 경지까지 가는 겁니다.
규모는 다를지언정 '나'라는 상품을 판매하는 프로세스도 다르지 않습니다. 내가 가진 고유한 이야기를 잠재 청중들에게 풀어 그들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하고, 유용한 콘텐츠를 통해서 신뢰를 올리고,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보상을 받는다는 점에서 말이죠.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짜는 법
훌륭한 스토리는 네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해요.
- 분명한 캐릭터
- 진실한 감정
- 중요한 순간
- 구체적인 디테일
전략적으로 SNS 글쓰기를 임하는 입장에서 배울 점이 많아 보입니다.
먼저, 상품보단 캐릭터에 집중하세요. SNS를 홍보의 수단으로 쓰면서 그저 상품 사진만 올리고 우리 상품이 얼마나 훌륭한지 읊는 데에만 집중하지 마세요. 그 상품을 파는 나의 모습과 개성을 보여주는 것이죠. 대단한 캐릭터가 필요하지 않아요. 그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모습이면 됩니다.
그리고 캐릭터를 이용해 아주 작고 구체적인 상황에 집중하는 겁니다. 영화 <인사이드아웃>을 보셨다면 공감되실 거예요. 공감이란 감정에 집중할 때 이뤄집니다. 캐릭터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설명하고, 겪었던 상황을 최대한 생생하고 손에 닿을 듯이 묘사해 보세요. 추상적이거나 광범위하거나 고차원적이면 안됩니다. 아주 구체적인 순간과 물리적인 공간을 묘사해주세요.
디테일은 청중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상상력은 미래와 연관돼 있다고 말씀드렸죠. 이제 여러분이라는 브랜드와 함께했을 때의 미래를 그리게 될 거라는 말입니다. 그것이 긍정적일 것이라는 신뢰가 생기기만 한다면, 대중들은 여러분의 강력한 팬이 되어줄 거예요.
마무리하며
오늘은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대한 레터를 시작하면서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드려봤어요.
다시 한 번 강조드리고 싶어요.
실행을 망설이게 만드는 것은 다름아닌 '스스로에 대한 과소평가'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죠.
누구나 각자가 가진 우주가 있어요. 그리고 어딘가에 재미있게 즐겨줄 사람들이 있지요. SNS는 나의 우주를 펼칠 가장 좋은 무대입니다. 펼치고, 청중들의 주목을 모아보세요! 그리고 저와 함께 공부하시면서 비즈니스로 연결해 보세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릴 거라 믿고 있어요.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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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파롤
스토리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상기합니다. 내가 가진 이야기를 과소평가 하지 말고. 발굴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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