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편지를 씁니다. 이번 달은 수필도 픽션도 쓸 여력이 나지 않아서, 이유라도 적어 보내야겠다 싶어 오랜만에 사진을 골라봤어요. 그런데 요즘은 예쁘게 찍은 사진도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을 보며 제가 평소와는 좀 다르긴 하다는 것을 발견하네요.
최근 가정에도 예상치 못한 큰일이 생기기도 했고, 저도 하반기에 만들 책 작업을 몰아서 하며 체력과 감정이 소모되는 것을 잘 다루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죄송하고도 아쉽지만 [무구편지]를 이번 달은 차선의 방법으로 발송해 보기로 했답니다.
저의 글을 꾸준히 구독해 주시고, 반응해 주시고, 때론 비용도 지불해주시는 분들을 보며 저는 늘 의문이 있어요. 왜 내 글을 읽을까? 저를 응원해 주시는 것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을까? 내 글이 소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예전에는 회마다 피드백도 받곤 했는데, 요즘엔 그런 통로를 못 만들기도 하고, 저도 미처 그것까지 신경 쓸 만큼의 여력이 없어 따로 여쭤보진 못했지만 저는 늘 궁금하답니다. 제 글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 말이에요. 여력이 되신다면 꼭 저에게 말씀해 주시겠어요? 이메일로든, 이 글 하단에 댓글로든, 어떤 방법으로든 좋답니다. 저에게 큰 도움이 되어요!
이번 유월에 특히 저를 괴롭게 했던 하반기 출간 예정의 책 제목은 <알던 사람 이야기>입니다. 제 글을 꾸준히 읽어오셨던 분들은 어딘가 낯익으실 수 있는 제목이에요. 동일한 제목으로 브런치에서 일 년 정도 연재했었거든요. 몇 년 전에 썼던 글인데, 이번에 광주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책을 출간할 기회가 생겼어요. 이 글 묶음을 다시 꺼내서 이야기의 전체를 다시 다듬고 정리하고, 편집하며 아예 새로운 글을 쓰기도 하는 시간이었어요. 제목에서 미뤄보아 아실 수 있듯, 제가 알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저란 사람의 과거와 기억을 잔뜩 꺼내어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보니 더욱 체력과 감정의 소모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일단 탈고한 원고를 보니 마음이 뿌듯합니다. 가을에 무사히 잘 출간하여 또 소식을 전할게요.
살면서 문득, 지금 저의 삶을 보며 새삼스럽곤 해요. 지금의 저는 분명 그동안 살아온 제가 선택하고 결정한, 그리고 모두 다 알 수 없는 어떤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일 텐데, 이런 모습일 것이라고 상상해 본 적 없거든요. 그런데 이 모습이 지금의 저에게 꽤 만족스럽고, 상상보다 훨씬 좋다는 것이 제게 놀라움을 주곤 해요. 작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꾸준히 책을 내고, 사람들을 만나 가르치고 강연하는 일을 하다니. 심지어 결혼도 했다니. 수도권 아닌 곳에서 살고 있다니. 이 모든 게 오 년 전만 하더라도 전혀 생각 못 했던 일이란 게 믿어지시나요? 삶이란 건 생각보다 계획대로 되는 것이 없고, 그 사실이 참 멋진 부분이란 것을 항상 간과하며 살게 되는 것 같아요. 항상 저의 지금이 즐겁고 기쁘며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라도, 최대한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살고 싶어요. 제가 이미 가진 것들에 대한 감사와 만족을 누리며 살고 싶어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것이 참 가치 있는 일인 것을 아니까, 그렇게 살아가는 발걸음을 하나씩 떼어봅니다. 이런 저의 삶에 든든한 지지와 격려, 응원을 주시는 여러분께 감사해요.
요즘 본격적인 장마에 비가 무섭게 내리치는데, 다들 몸조심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 달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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