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니어분들 이직 상담을 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씀이 있습니다.
"더 늦으면 이직 못 하는 거 아니에요?"
지금 회사가 못 견디게 싫은 것도, 당장 나가야 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감정을 따라가보면 '이 회사에 더 있어도 될까'보다 '지금 아니면 영영 못 움직이는 게 아닐까'란 두려움이 대부분입니다.
차,부장의 이직의 시작점입니다.
불만이 아니라, '여기가 마지막이 아닐까'라는 두려움.
제가 뵙는 시니어의 폭은 넓습니다.
한 회사에서 인정받아 팀장까지 달았지만 정치 싸움에 밀려 난생처음 이직을 고민하시는 분. 반대로 구조조정 후 서류를 수십 군데 냈지만 면접 기회조차 받지 못하시는 분. 처한 상황은 정반대인데, 질문은 똑같습니다.
"제 나이 때문일까요? 제가 뭘 더 하면 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시니어 이직은 어렵습니다.
어려운 이유는 실력이 아니라 시장의 상황에 기인하기 때문입니다.
일정 점수만 넘기면 되는 시험이라면 실력과 노력이 좌우할 겁니다. 마치 국가고시 60점처럼요.
하지만 설령 99점을 받아도 자리가 없을 수 있는 것이 시니어 이직입니다.
실력이 아닌, 수요와 공급, 희소성이기에, 훨씬 가혹하게 작동하는 시장입니다.
내 커리어를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시장에 나왔는데 이전 연봉보다 훨씬 못한 처우를 제시받는다면,
어쩌면 커리어 1막에서의 쓰임은 다했는지도 모릅니다.
50대 중반에도 상승 이직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정말 드물지만요.
반대로 40대 후반, 아니 40대 초반에도 제1의 직업이 마감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력서, 면접의 부족도 일부 있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풀 수 없는 문제입니다.
아무도 답을 줄 수 없습니다.
*쉽게 답을 줄 수 있다? 네, 사기입니다.
시작부터 어두운 얘기를 드렸습니다. 사실 모르시는 내용도 아닐 겁니다.
그럼에도 말씀드리는 이유는, 오히려 어려움을 알아야 시도에 유연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유튜브에 자주 비유합니다.
영상 하나를 올릴 때마다
'이거 100만 조회수 터진다'
'이걸로 내 인생이 바뀐다'
고 접근했다면 저는 세 번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탁월함은 없지만 지속은 있습니다.
그리고 탁월함과 지속은 사실 맞닿아 있습니다.
그러면 시니어 이직,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요?
세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1. 탈락과 나를 동일시하지 마세요
20년 직장생활, 아무나 하는 것 아닙니다.
여러분이 버텨오신 그 시간은 결코 그냥 얻어진 게 아닙니다.
'직장은 전쟁터, 밖은 지옥'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건 난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직장생활도 아무나 못합니다. 누군가에겐 직장이 지옥일 수 있습니다.
탈락에는 정말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회사는 몇 개의 필터만으로 90% 이상의 후보자를 걸러냅니다.
아무리 훌륭한 이력서도 '조직 구성'이라는 필터 하나에 걸립니다.
그건 여러분의 역량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니 탈락과 나를 동일시하지 마세요.
그래야 '아웃당할 각오'를 하고 계속 타석에 설 수 있습니다.
탈락을 곧 나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이면, 타석에 서는 것 자체가 두려워집니다.
시도하지 않으면 확률은 0%입니다.
2. 처절히 실패할 각오로 하세요
시장에 내 쓰임이 있는지 없는지는, 서류를 넣다 보면 직감적으로 아시게 됩니다.
그럼에도 직장인의 삶을 이어갈지, 다른 길을 택할지 고민되신다면?
저는 후회 없이, 좀더 정확히는 후회가 남지 않게 지원해 보시라 말씀드립니다.
제가 처음 헤드헌터가 됐을 때, 3년간 최저임금을 버텼습니다.
현업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습니다.
이전 직장(삼성)은 아니어도 중견기업 정도는 쓰임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의지가 약해지고 생활이 힘들 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처절하게 실패하지 않고 돌아가면, 나는 평생 '투덜이'가 되겠구나.
- 새 직장에서도 전 직장과 비교하고,
- '헤드헌터를 더 했으면 어땠을까'란 미련을 두고,
마음이 떠있는데 나를 반겨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결론은 끝을 마주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원하는게 되던가, 처절히 실패하던가.
이직도 똑같습니다.
저라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빨리 해보겠습니다.
얻든가, 아니면 깨끗하게 버리기 위해서입니다.
어중간한 시도와 어중간한 미련이, 결국 가장 오래 나를 괴롭힙니다.
*그럼에도 이직에는 매몰되지 마세요.
이직에 필요한 노력은,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거절을 견디는 것입니다.
3. 지금의 질문을 소중히 하세요
설령 이번 이직에 성공하셔도, 지금 가지신 고민을 몇 년 뒤 다시 하게 되실 겁니다.
애석하게 그때는 아무 곳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직장은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규모의 프로젝트를 다룹니다.
그래서 공(功)과 책임이 희미해집니다.
큰 수주를 해도 내게 큰 이득이 오는 건 아니고,
실수를 해도 내가 그 책임을 오롯이 지지 않습니다.
수많은 사람의 분업 속에서 공과 책임이 희석됩니다.
하지만 홀로 섰을 땐, 그 공과 책임을 오롯이 혼자 지셔야 합니다.
직장에서 나와 어려움을 겪는 분이 많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큰 시도를 했다가, 큰 실패를 합니다.
퇴직금을 건 큰 시도를 하는데, 그쪽엔 이미 잔뼈 굵은 강자들이 있습니다.
직장에는 진입장벽이 있고, 그 것이 곧 전문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진입장벽이 없는 일은, 철저하게 적자생존의 법칙에 지배받습니다.
제 회사 동기가 식당을 한 적이 있습니다. 6개월간 무급으로 일하며 비법을 배웠습니다.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 아닙니다. 부모님은 식당을 열 개 넘게 운영하셨으며, 본인 건물에서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식당계에서는 은수저 정도는 되는 친구였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각 생태계엔 그들만의 생존 법칙과 강자가 있다는 것,
일반인이 시작해서 이길 수 있는 시장이 아니란 것.
자영업도, 헤드헌터도, 자본이나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습니다.
- 헤드헌터는 1년 이내 70%가 그만둡니다.
- 자영업자 중 순익 300을 넘는 사람은 보수적으로 봐도 30%를 넘지 못합니다.
제 수강생 중 대기업 팀장님이 계셨습니다.
외국계 임원으로 이직하신 분인데, 처음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이직도 중요하지만, 직장 다닐 때 목표 중 하나가 직장 밖에서 만원을 벌어보는 거에요."
회사에 있으면 그 일에 매몰되기 쉽습니다. 밥값은 하시되, 시선과 귀를 조금만 열어두세요.
지금 가지신 질문에 대한 답을, 일하시면서 한 번씩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시니어 이직은 어렵습니다.
탈락은 단지 실력 부족 때문이 아닙니다.
시장의 희소성과 구조 때문입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보다,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훨씬 큽니다.
그 어려움을 알아야, 무너지지 않고 계속 시도할 수 있습니다.
큰 실패를 피하려면 작은 시도와 실패를 쌓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지금 가지신 질문을 소중히 간직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지속하셔야 끝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 일을 얻든가, 깨끗이 버리든가.
그리고 설령 얻으셨더라도, 가지셨던 질문을 키워나가시길 추천드립니다.
이직은 결국 제자리를 찾는 여정입니다.
옳은 노력은 반드시 제자리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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