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책하며 마주하는 너의 우주

안녕하세요! 마포구비둘기🕊️입니다. 구독자님은 산책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음악을 들으며 하는 산책을 좋아해요. 요즘은 날도 선선해져서인지 자꾸만 밖에서 걷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여름에는 더위로부터 생존을 위해 다음 행선지로 발걸음을 서둘러야 하기 때문에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는 반면 가을은 다르죠. 선선해진 바람을 느끼며 차분한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에 충분한 계절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짧아진 가을때문인지 이런 시간을 갖기가 쉽지는 않지만 기회가 생겼을 때 실컷 누려보려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산책에 관한 일화를 소개드리려 합니다. 근데 이제 산책에 어울리는 노래를 곁들인...

🎼 회상 - 산울림

“누군가 옆에 있다고 느꼈을 때 나는 알아버렸네

이미 그대 떠난 후라는 걸 나는 혼자 걷고 있던 거지”

음악을 들으며 걷는 것을 좋아한다. 귀에 들리는 박자에 맞춰 까딱 거리며 걷는 것이 은근 재미있다.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걷다 보면, 음악이 나고 내가 음악인듯 자아도취의 지경에 빠진다. 중학교 때 처음 mp3를 산 이후 생긴 취미이니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긴 취미다. 특히 고3 시절 야간 자율 학습을 마친 후 40여분 하교 길 보행은 지옥같았던 입시를 겨우 버티게 해준 취미생활이었다. 타인이 볼 때는 엉거주춤 하는 모양새가 꽤나 우스울지 모르겠지만 타인을 그닥 신경쓰지 않는 성격 덕에 10년 넘게 이 취미를 유지 중이다. 

문제는 MP3를 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힙합에 빠졌다는 것이다. 빠른 호흡의 힙합 박자에 맞춰 발걸음을 내딛다 보니 걸음도 덩달아 빨라졌다. 게다가 십 수년을 그렇게 걸어 왔으니 다리는 이미 빠른 걸음에 적응했다. 짧은 다리임에도 긴 다리를 보유한 친구들보다 앞에서 걷고 있을 때도 많다. 최근 보폭 테스트를 정식으로 받아 봤는데평균 성인 남성보다 최소 3단계는 빠른 걸음을 갖고 있었다.

빠른 걸음 덕에 웃지 못할(?) 일화도 있다. 생애 첫 소개팅이었다. 반주 곁들인 식사를 마친 후 한강 둔치를 산책 중이었다. 별 생각없이 얘기를 나누며 걸었다. 산책이 끝날 쯤 그녀에게서 들려온 말. “원래 걸음이 이렇게 빨라?” 그 말을 들은 후 그녀의 모습을 보니 삐질삐질 나오는 땀과 함께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결국 생애 첫소개팅은 좋은 유산소 운동으로 마무리됐다. 이후부터는 누군가와 함께 걸을때는 상대와 보폭을 맞추려 애쓰고 있다. 지금은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을 그녀에게 사과를 전한다.

🎤 어색한 로맨스(Feat. 전제덕) - 어반자카파

누군가와 함께 오래 걷기 위해서는 느린 사람의 속도에 맞춰야 함을 새삼 깨닫게 됐다. 내가 빨리 걸을 수 있다고 해서 앞서 나가면 그것은 동행이 아니라 혼자 걷는 것일 뿐이다. 결국 대부분은 빠른 사람이 느린 사람을 기다려야 한다. 자기 갈 길만 가는 빠른 사람을 향한 느린 사람의 원성은 덤이다.

그럴 바에는 느리더라도 충분히 풍경을 즐기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함께 걷는 것이 더 좋게 느껴진다. 천천히 함께 걸었을 때에만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우주도 있다. 함께 걸으며 눈을 마주치거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들을 때 비로소 보이는 그 사람의 우주다. 그렇게 마주한 우주들이 차곡차곡 쌓여 더 다양한 나의 우주를 만든다.

어차피 빠른 사람과 느린 사람이 함께 살아야 한다면 서로의 우주를 받아 들여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우주를 가진 개인들이 이룬 사회를 막연히 꿈꿔본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Feat. 김필) - 이루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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