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재공지 근데 이제 가을에 생각나는 음악을 곁들인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마포구비둘기🕊️입니다! 오늘 집 앞 도로의 가로수에 울긋불긋하게 물든 단풍을 보며 한동안 시선을 빼앗겼는데요. 짧은 가을이 지나기 전에 단풍도 마음껏 보고 가을을 즐길 날이 하루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독자님은 가을을 잘 즐기시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저는 사색의 여유도 느끼지 못하는 정신 없는 한 주를 보냈습니다. 물리적인 여유보다는 심적인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그런데 사색은 물리적인 여유보다도 심적인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한 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한 주 에세이는 쉬어가려고 해요🥲 다만 아주 쉬게 되면 스스로도 뉴스레터의 동력을 잃을 것 같아 이번 주는 제가 가을마다 만지작 거리는 노래들을 소개드릴까 합니다.

🎼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 이문세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

잊지 않으리 내가 사랑한 얘기"

저는 더웠던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고 그렇게 가을이 오면 이 노래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실제로 이 노래를 어느 가을 날 버스에서 처음 들었는데 그 때 받은 충격과 창밖의 풍경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특히 가로수 그늘 밑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아름답고 그 세상에서 내가 사랑한 얘기를 잊지 않겠다는 내용의 후렴구 가사에 꽂혔었는데요. 내가 사랑한 한 사람을 단순히 그리워하는 것을 넘어서 그 사람을 사랑했던 풋풋한 '나의 어린시절'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담긴 곡이라고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그래서인지 20대 후반에 처음 들었던 이 노래는 10대 시절의 저를 떠올리게 하고 30대 초반에 듣고 있으면 20대를 떠올리게 합니다.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에 문세 형님의 표현력이 짙게 묻은 제 인생곡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리메이크 버전이 있지만 원곡의 감성을 따라가는 곡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 낙엽 엔딩 - 장범준

“그대는 모르겠지만 이 몸은 낙엽이 되어

시들지 않는 꽃잎이 되어 오늘도 너를 찾아요”

<벚꽃 엔딩>에 가려져 장범준을 봄에만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참 쓸쓸한 음악이 잘 어울리는 음색의 보컬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그널의 OST로 쓰인 '회상'에서도 잘 보여 줬듯이 말이죠. 비슷한 느낌으로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통기타 하나만 들고 커버한 영상이 있으니 찾아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장범준 커리어에서 어떤 곡이 가장 좋은지 묻는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낙엽엔딩>을 꼽습니다.

장범준은 "자취방에서 소주 한 병 마시며 튜닝 풀린 통기타로 노래 부르면서 연주하면 슬퍼서 눈물이 날 노래"라고 직접 소개했는데요. 특히 노래 후반부에 기타 솔로 이후에 감정을 터뜨리는 구간을 듣고 있으면 앞에서 참아오던 울음이 취기에 더이상 참아지지 않고 터져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가을 고독과 참 잘 어울리는 노래라고 생각이 듭니다. 다만 이 노래를 을씨년스러운 가을 날씨에 완벽히 혼자인 자취방에서 혼자 듣게 된다면 가을 고독에 깊게 빠질 수 있으니 그 점은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 낙서 - 해서웨이

“차갑게 날이 서는 우리 우리의 목소리

서로의 문장에 베이다 고개를 돌리고”

그런 노래들이 있습니다. 무엇 하나 버릴 수 없는 곡들.. 제게는 이 곡이 그렇습니다.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미니멀하게 구성한 것 같으면서도 빈틈이 없을 정도로 빽빽한 사운드에 귀호강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곡입니다.

점점 식어가면서 상처만 남게 되는 연인들의 모습을 그린 시적인 가사로 잘 표현했는데요. 특히 서로의 문장에 베이다 고개를 돌린다는 표현이 말을 해도 상처만 될 것을 알고 단념하는 연인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런 가사들을 담백하게 풀어내면서 쓸쓸한 느낌이 배가 됩니다.

이 곡을 합정의 프리즘홀 공연장에서 처음 들었는데 듣는 내내 감탄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날 해서웨이의 공연 앞 뒤로 많은 신나는 곡들이 있었지만 공연이 끝나고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바로 이의 <낙서>였습니다. 곡을 들을 때마다 공연장에서 직접 들었다는 사실이 뿌듯해지네요.(네. 자랑 맞습니다🤭)

🎼 Ride - SOLE(쏠)

“어디야 girl let's ride a bike come on

날씨 좋은데 한강으로 모여”

가을은 쌀쌀한 바람 속에 따뜻한 햇살이 참 매력적인 계절입니다. 마치 쌀쌀 맞으면서도 알고보면 따뜻한 츤데레한 매력이 있달까요?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가을의 쓸쓸함이 싫지 않은 이유같습니다.

<Ride>는 쏠의 데뷔 EP에 수록된 곡인데요. 미니멀한 사운드 위에 그루브한 쏠의 보컬이 매력적인 곡입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면서도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가을에 흘리는 땀 한 방울을 흘리고 싶게 만드는 곡입니다. 그래서 이 곡을 들으면 따릉이를 타고 한강 라이딩에 나서고 싶은 욕구를 자극합니다.

앞 선 곡들때문에 가을의 쓸쓸하고 외로운 점만 떠올리게 한 것 같아 분위기도 전환할 겸 이 곡을 가져와 봤습니다. 위 영상은 제가 쏠을 처음 알게 된 공연이었는데 현장에서도 라이브를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네. 또 자랑하려고 한 문장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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