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은 돌고 돌고 돌아 바다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마포구비둘기🕊️입니다. 6월의 햇살이 부쩍 따가워진 걸 보니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게 느껴지네요. 그래도 올해는 봄이 남겨준 서늘한 바람 덕분에 지난해보다 덜 지치는 여름의 시작이네요!

사실 저는 여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게 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바다죠. 그 중에서도 왁자지껄한 바다가 아닌 조용한 바다가 주는 위안을 좋아합니다. 파도 소리와 갈매기의 울음 소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바다의 소리와 함께 바람을 맞으면 마음 속에 얹혀 있던 무언가가 스르르 풀리는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이번 뉴스레터는 여름하면 생각나는 저의 바다를 여러분들께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하나는 과거의 바다고 다른 하나는 미래의 바다랍니다. 물론 음악을 곁들어서 말이죠!

🍹Pina Colada(feat.Owell Mood&OLNL) - Paloalto

여행에 대해 어떤 로망이 있는지 묻는다면 내 답은 정해져 있는 편이다. 조용한 휴양지 해변에서 썬배드 위에 한가하게 누워 있는 것이다. 물론 상큼 달달한 소다류의 음료도 필수다. 그 꿈을 아직 이루지는 못했지만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잠시나마 풍경이 펼쳐지는 기분이다.

‘Summer Grooves’라는 앨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팔로알토가 작정하고 만든 여름 앨범이다. 그 중에서 가장 내 여행 로망과 잘 어울리는 곡이 바로 <피나 콜라다>다. 힘을 뺀 듯 하면서도 톡톡 튀는 청량감을 선사하는 비트로 많은 생각 없이도 들을 수 있으면서도 팔로알토의 심플한 듯 하면서도 단단한 래핑으로 탄탄한 음악을 완성시켰다.

🧊COCO BOTTLE - PENOMECO

음악으로 청량감을 더 느껴보고 싶다면 페노메코의 <COCO BOTTLE>도 추천한다. 톡톡 튀는 비트와 페노메코의 ‘Pop’, ‘Click’, ‘칙칙’ 등 의도된 의성어 가사들이 콜라의 청량감을 효율적으로 표현해낸 곡이다.

언젠가 보낼 여름 휴가를 떠올리며 이 곡들을 틀어 본다. 썬배드 위에 누워 피나콜라다와 콜라를 옆에 두고 한가하게 쉬고 있을 나를 상상하며..

🏡 파도 - 해서웨이

대천은 여름 휴양의 성지인 대천 해수욕장으로 유명하지만 내게는 도시 외곽 작은 항구인 오천항의 불빛들이 먼저 그려진다. 대천 해수욕장의 존재감이 내게 크지 않은 이유는 어릴적 단골 피서지 덕분일 것이다.

여름이 되면 밤마다 일주일에 서너번 씩 꼭  가족들과 함께 찾던 공터가 있다. 이제는 나보다 작을 마티즈에 싣고 온 접이식 킥보드를 타고 땀방울을 식히는 것이 내 어릴적 여름을 맞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킥보드를 타고 바닷 바람을 가르고 있으면 저 멀리 오천항이 불빛을 내뿜고 있었다. 하나 둘 나이를 먹으며 공터를 찾는 횟수는 줄어들었고 이제는 더이상 찾지 않지만 오천항의 불빛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해서웨이는 이 곡에서 차분한 세션과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로 세상과 꼭 맞서 싸워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읊조린다. ‘몰아치듯 밀려오는 파도 아래로 마치 미끄러지듯이’ 그저 흘러가도 된다고. 노래를 듣고 조용한 파도 소리와 함께 여름 밤 오천항이 내뿜는 불빛들이 문득 생각났다. 몰아치듯 밀려오고 있는 파도를 온 몸으로 맞서고 있는 내게 조용히 되돌아온 걸지도 모르겠다. 그 여름 날 마티즈보다 키가 작았던 나처럼 잠시 쉬어 가도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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