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커피 한 잔 값으로 보는 VC 사용설명서” 시리즈에서는 투자유치 시에 가급적 피해야할 유의사항들을 알아보았는데요, 이번 시리즈에서는 반대로 가장 이상적인 IR을 위해 지향해야하는 모범답안들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100억 밸류 이전에는 이 시리즈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을 지키지 않아도 큰 상관은 없습니다. 단, 100억 가치 이상의 투자를 생각하시는 대표님이라면 이 가이드를 따르면서 투자유치를 시도하시면 가장 좋은 결과가 있으실 것으로 자신합니다. 물론, 모든 내용을 다 수행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가이드에 나온 모범답안 함께 적용했을 때 시너지 효과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적용하시는 것을 강력 추천드립니다.
마찬가지로 1편은 무료, 2,3편은 유료로 공개드릴 예정입니다.
0. 투자유치는 모멘텀(관성)이다.
데카콘(10조 가치 비상장 기업)에 등극한 실리콘밸리 ‘볼트’의 창업자가 한 말이지만, 정말 공감합니다. 투자유치를 진행해보신 대표님이라면 초기에 굉장히 많은 관심이 몰리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이 시들해지며 투자가 이루어지지않거나 처음에 정말 힘들다가 어느순간 하나의 VC가 텀싯을 주면서 급물살을 탄 것처럼 라운드가 마무리되는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이처럼, 펀딩은 VC들이 대표님의 회사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의 관성이 핵심입니다.
스타트업에 대한 VC들의 긍정적 인식을 파도처럼 쌓아올릴 수 있는가? 인식의 파도가 고점에 위치했을 때를 놓치지 않고 투자를 받을 수 있는가?로 스타트업 IR의 성패가 갈립니다. 기업이 충분한 모멘텀을 쌓아올렸을 때 투자를 받는다면 가장 좋은 조건들 사이에서 골라받을 수 있게됩니다.
인식을 쌓아올리는 빌드업 작업을 얼마나 잘하는지에 따라 VC 업계 전체를 뒤흔드는 쓰나미 같은 파도가 될 수도 있고, 조용히 마무리되는 라운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투자금의 규모나 인지도에 큰 욕심이 없으시다면 파도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지만, 1) 관성을 쌓을 것과 2) 고점에서 도장을 찍을 것 이 두가지는 성공적인 펀딩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이런 인식의 관성은 기업의 가치에 대한 시그널과 경쟁심을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시그널이란 스타트업의 불투명한 가치에 대한 대략적인 짐작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정보들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VC에게도 스타트업의 가치를 정확히 점칠 방법은 없습니다. 이에 따라, 투자사의 기업에 대한 평가는 소문, 유명인의 추천, 인기도 등 사업의 본질과 벗어난 다양한 요소들의 영향을 받습니다.
긍정적인 시그널이 많을수록 스타트업의 매력도는 올라가보이고, 스타트업의 한정된 투자유치액을 두고 경쟁해야하는 VC가 많아보일수록 투자가 마무리되는 속도나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가 상승하게 되는 것이죠.
이 때 제일 중요한 일은 긍정적인 시그널을 모두가 볼 수 있게하는 것과 부정적인 시그널은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많은 VC가 기업의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고, 이 시그널을 모두가 본다는 것을 알게될 경우 경쟁이 붙을 확률이 높아지죠. 반대로 부정적인 시그널이 보이면 경쟁도 생기지 않고 투자유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도 어렵습니다.
즉, 창업자들은 긍정적인 시그널을 생산하며 동시에 부정적인 시그널은 피해야합니다. 기업과 상황마다 다양한 변수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부정 시그널을 방지하며 긍정적인 시그널을 퍼뜨리는데 유리한 모범 답안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모범 답안 1. 유리잔을 숟가락으로 두드려라
가끔 영화에서 건배사를 하기 전 주인공이 유리잔을 숟가락으로 두드려 모두의 관심을 끄는 장면을 본 적 있으신가요? 마찬가지로 가장 이상적인 IR은 VC의 관심을 회사에 집중시키는 과정부터 시작합니다. 그렇지만 회사에 이목을 집중시킴으로써 투자자와 만날 기회를 얻는 것이 목적은 아닙니다.
(1) Why?
VC들의 이목을 끄는 이 1단계는 벤처투자 시장에 대표님의 스타트업에 대한 부정적 시그널링에 대한 리스크는 전혀 없이 오로지 긍정적인 시그널만을 퍼뜨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특수성은 당사에 대한 정보를 VC가 전혀 갖지 못한 상태이기에 존재합니다. VC들과 본격적으로 상호작용하기 시작한 뒤에는 회사에 대한 정보가 전달되고, 이 과정에서 부정적인 정보나 각 투자사의 반응(ex.미팅 후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등)이 VC들에게 대표님의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습니다. 반면에, 1:1로 만나기 전 다수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목을 끌 때 만큼은 상호작용이 아닌 일방적인 소통이 이루어집니다.
그 과정에서 대표님은 원하는 메시지를 원하는 때에 원하는 형식으로 전달하실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틈을 주지 않을 상태에서 회사의 이미지 구축에 유리한 메시지만을 최대한 많은 VC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한 뒤 투자유치를 시작하면, 1) VC 업계에서 당사에 대한 수요가 이미 발생한 상태로 시작할 수 있고 2) 당사의 어필을 모두가 알고있다는 인식이 생깁니다. 2)의 경우 VC사이에서 빠르게 대표님의 회사에 투자하지 않으면 경쟁이 치열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어넣기에 좋습니다. 누군가 파티에서 유리잔을 두드리면 단순히 두드린 당사자 뿐 아니라 함께 그쪽을 쳐다본 수많은 다른 관객 (다른 VC)들에게도 눈길이 가듯 말입니다.
이 전 시리즈에서 투자유치 이전에 VC를 미리 만나지 말 것과 더불어 만나더라도 자료 없이 만나시라는 말씀을 드린 이유가 이런 정보의 격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Hype (열기)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이전에 관심이 있어 직접 찾은 기업이 만나주지 않다 갑자기 다른 모든 투자자가 그 기업의 우수함에 대해 알게된다면 투자자로써 조급해지고 몸이 달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때가 그 VC에게 접근해야하는 순간입니다.
(2) What
VC업계의 주목을 끌기 위해서는 두가지의 준비물이 필요합니다.
먼저, 키 (key) 이벤트가 필요합니다. 마일스톤의 달성, 기술적 우위를 증명하는 대회 우승, 프로덕트의 데모 런칭, 성공적인 유저유입, 유명한 클라이언트의 편입 등 활용할 수 있는 이벤트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주목을 끌기에 충분한 키 이벤트인지는 간단한 테스트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님의 사업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 자랑했을 때 이를 듣고 놀라는지 주변인을 대상으로 실험해보세요. 놀란다면 충분히 키 이벤트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키 이벤트는 회사의 고객, 인재, 기술 셋 중 하나에 특별한 면이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합니다. 예를 들어 제품 런칭을 키 이벤트로 활용하신다면, 단순히 런칭했다는 사실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말도 안되는 기술력 또는 성능을 가진 제품을 런칭해 데모가 사방에 화제가 되거나 유저가 매우 빠른 속도로 들어왔다는 사실이 동반돼야합니다. 창업 대회 우승과 같은 사실도 고객, 인재, 기술 세가지 요소의 특출난 점을 강조하지 못하기 때문에 키 이벤트로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래의 서브 이벤트로 활용할 수는 있습니다.
하나면 충분하지만 키 이벤트가 여러개라면 펀딩이 정말 편해질 확률이 높습니다.
둘째, 서브 (sub) 이벤트가 필요합니다. 서브 이벤트는 키 이벤트와 달리 특정한 우위를 증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누가봐도 회사에 대해 긍정적인 소식이라면 서브 이벤트의 기준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모호성이 없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키 이벤트로는 부족한 창업대회 우승도 모호할 여지없이 긍정적인 소식이기 때문에 서브 이벤트에 해당합니다. 똑같이 키 이벤트로 부족했던 제품 런칭의 경우는 그 자체로는 결과가 동반되지 않는 중립적인 소식이기 때문에 서브 이벤트로 활용하기도 부족합니다. 서브 이벤트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할 때는 스타트업의 이력서를 작성한다고 상상하시고 이력서에 들어갈만한 스펙인지 생각해보면 알기 쉽습니다.
다음 아티클에서는 키 이벤트와 서브 이벤트를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부터 다루겠습니다.
다음이야기
모범답안 1-(3) How
모법답안 2. 유명인을 잡아라
모범답안 3. 강한 소개로 만나라
모범답안 4. 미팅을 몰아서 잡아라
모범답안 5.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약속을 요구하라
모범답안 6. 텀시트는 일단 받는 것이다
모범답안 7. 성과의 흐름을 관리하라
의견을 남겨주세요
다정한토깽
이번 편 개인적으로 진짜 알짜배기 내용이네요!! 3편까지의 모든 부분이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D
최상위 스타트업 전용 공략집
알짜 내용 앞으로도 열심히 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
mint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최상위 스타트업 전용 공략집
안녕하세요 민트님, 제가 이 글에서 다루는 '회사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방법'은 저희가 직접 투자를 유치중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말씀드린 키 이벤트와 서브 이벤트를 업계에 대단한 일인것처럼 소문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자연스레 투자자들의 연락을 먼저 받게 됩니다. 정확한 실행방법은 다음 아티클(https://maily.so/mystartup/posts/90b8ae94)에 자세히 나와있습니다. A랑 Pre-A의 타이밍과 관련해서는 어느쪽이되었든 가능하면 내년 안에 투자를 무조건 확충해주세요. 자세한 내용은 "이번 벤처 투자시장의 겨울을 나는 법" (https://maily.so/mystartup/posts/91fe5328) 참고 부탁드립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