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로 봄비
온형근
봄비 내린 고단한 밤들은 산불을 재웠다.
건조하여 흙먼지 풀풀 날리던 원림
아직 잎이 나지 않은 푸른숲 꾀꼬리 길은
봄비에 파인 가는 굴착의 물길 끊이지 않는다.
산길의 속살은 백골이었다가 잿빛이더니
실루엣으로 갈아입고 힐끔댄다.
그토록 보고 싶어 안절하더니
어쩌지 못하던 하루 지나고서야
봄비에 쓸린 단단한 속살처럼 괜찮다 괜찮아
버드나무 연못가로 뿜어내는 연둣빛
빗물 따라 겨우내 쌓인 산비탈 유기물로
물가는 희뿌옇고 탁하게 떠다니는 떡진 꽃길
씻겨 내리는 일이 한결같이 가벼웠었나
벚꽃 나들이 호숫가 인기척으로 몸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