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쓸었을까
온형근
나뭇잎 그냥 떨어지지 않더라
여름 태풍 때 몰려다니다 남은 비바람
숲 능선 움푹 팬 늘씬한 능선에 붙잡혀
숨 고르며 한 점의 바람도 입김도 삭아
다시는 회복되지 않을 듯 누웠더니
가을 선선한 바람 촉발하는 기미에 합류
미처 털지 못한 숲을 온전히 거둔다.
산길은 층층 쌓인 낙엽으로 발에 치이고
사라진 길의 평면은 시끄럽게 파헤쳐 분간 어려운데
며칠 새 환하게 맨얼굴 드러낸 오솔길은
고른 치열로 긁어 댄 빗자루 자국으로
완이재에서 산목재까지 누구였을까
보이지 않는 시간에 누가 쓸었을까
활짝 열린 숲으로 내려다보는 호수 편안하다.
-2022.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