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석실洞天石室
온형근
달이 휘영청 소나무숲 좁은 길을 천천히 흐른다.
산새 잠든 길을 부스럭 두루 노닐던
속 깊은 탄식 달그림자 흔들릴 때마다 메아리쳐
뜨거워진 심장 곱게 다독이며 추스려 언덕을 오른다.
개울 건너 황토 바닥으로 환해진 오솔길로 고개 내민
깊은 눈동자처럼 고혹적인 이끼 덮인 바위로
늦은 밤 갈 곳을 내치고 석실로 다가선다.
아득한 옛적에 놓인 희황교羲皇橋 넘나들며
티없이 맑은 돌우물의 찻물을 밤새도록 길어
정좌한 차바위 찻물에 낙서재樂書齋 일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