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 안개 숲길
온형근
슬픈 언약처럼 떨어지련다. 너와 내가 산중에서 독립을 아룄듯이
주룩주룩 비 내리는 숙취의 새벽을
추적추적 실어 나르는 따뜻한 밥집으로
목젖까지 온기 채워지는 기적의 목메임으로
꺼억 꺽 울먹울먹 터지며 환해지는 하늘을
측은지심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러려고 유난히 새가 찾아오고 꽃이 앞다투어 피었나 보다. 올봄이
숲정원으로 미음완보微吟緩步하는 동안 늦봄은 연초록에서 성록으로
고원 길에서의 벅찼던 호흡
우산으로 가려주려 했으나 너무 미안했다.
성큼성큼 흥얼흥얼 느리게 걷다 보면
어느새 잉태된 늦봄은 새소리와 잎새에 맞서
또 다른 봄이라 우기며 비 맞고 서 있겠지
우산으로 못 가린 등이 눅눅하게 젖어들 때
안개 자욱한 숲길로 한 번에 사라지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