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 호수
온형근
산중에서 저만치 물러 나오면 저수지 제방
먼 풍경으로 금계국 샛노랗다.
검은등뻐꾸기의 고음방가 풍기문란은
밤 새우느라 젖은 날개를 털어 내는 일
뻐꾸기 소리에 어치도 혼입되어 속상한지
제 소리 확인하느라 계속 뻐꾹거렸다.
임천에 호수 하나쯤 걸쳐야 구곡팔경도 면목 서는 법
국수나무 고갯길 임도 지나야 확 트이는 호수
꾀꼬리 하도 곱게 경연에 들어 뽑아내길래
멈춰 서서 상수리나무 꼭대기를 청해 들으려면
금새 페이드 아웃으로 적멸에 든다.
꼭꼭 걸어 잠근 오솔길 만큼의 폭에 귀인 들듯
안개 걷히고 빠끔이 내민 터진 숲 사이로
울지 않네 목소리의 습기를 가다듬는데
청설모 세 마리 타악 연주할만한 굵기의
아름드리 소나무 껍질 틈새를 두들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