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해가 머무는 부여를 찾았다. 신동엽 생가를 찾아 마루에 앉는다. 정남향 일백구십삼도의 각도가 주는 의미를 온몸으로 느낀다. 커피 마시자는 카페의 유혹을 뿌리친다. 고요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발자국 소리마저 지우며 걷는다. 적멸의 깊이가 나를 감싼다.
저 멀리 백마강이 스친다. 고란사와 왕흥사지의 천년 울림이 맴돈다. 볼록렌즈처럼 태양빛을 집광한다. 이마와 무릎으로 스며드는 따스한 기운이 온몸을 돈다. 이엉 얹은 담장의 그늘은 짧다. 그늘이 길어져 생가 마루를 찾아올 때까지 는 아직 한참 멀었다.
햇살이 온몸을 풀어헤친다. 잠시 시선을 자유롭게 흩뜨린다. 바람에 실려 오는 우주의 너울을 탄다. 금성산의 숨결이 왕포천을 거쳐 내 안으로 스민다. 청량한 숨결이 온몸을 적신다.
시의 풍경을 거닐다 - 신동엽 명상록
(온형근, 시인::한국정원문화콘텐츠연구소[茶敦])
『월간::조경헤리티지』은 한국정원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당대의 삶에서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습니다. 다양한 접근 방법으로 짧은 단상과 긴 글을 포함하여 발행합니다.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설계 언어를 창발創發합니다. 진행하면서 더 나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생산하면서 주체적, 자주적, 독자적인 방향을 구축합니다.
"한국정원문화콘텐츠연구소는 '방달초예반발(放達超睿反撥)'의 정신을 지향합니다." 매임 없는 활달한 시선으로 전통의 경관을 응시하며, 보편적 슬기를 뛰어넘는 통찰로 그 속에 담긴 옛사람의 마음을 읽어냅니다. 나아가 고착된 현실의 언어를 거슬러, 오늘날의 현대적 언어로 우리 정원의 미학을 다시 다스리고 되살리는 평론 작업을 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