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풍경을 거닐다

신동엽 명상록

詩境.015

2025.01.30 | 조회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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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敦온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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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원문화를 당대의 삶으로 벅차고 가슴 설레이며 살아 숨쉬게 하는 일

신동엽 명상

온형근

 

 

 

한겨울 따스한 온기에 휩쓸리려면 부여 신동엽 생가 마루에 걸터앉아라   


정확하게 일백구십삼도 남향을 가늠하려거든   

점심 먹고 카페 손사레치며 갸우뚱거리지 말고   

무심한 듯 슬그머니 기척 없이 터덜터덜 걸어 와   

적멸의 고요 먼 곳의 울림이 몸으로 감싸고돌 때   

백마강 고란사 너머 왕흥사지의 소근대는 속삭임이 지척이다.   


한참을 볼록렌즈에 수렴하듯 태양에 데워지는 몸을    

지긋이 눈 내려깔고 단정하게 내 안을 살피면   

빛살 모아진 이마와 무릎이 뜨거워져 타들어 갈 듯   

고르게 분산시켜 온기를 순환하여 휘돌게 한다.   

이엉 올린 담장의 그늘이 다가오려면 한참이다.   


남향의 햇살이 타올라 살갖에 스며들 때는    

눈을 뜨고 시선을  싱숭생숭 흩뜨리거나   

바람 자락에 실려 들락대는 우주의 너울에 올라탄다.   

금성산에서 왕포천에 버무렸다 흘러들어오는   

이윽고 숙성되어 청량해지는 숨결을 담는다.

 

시작 메모 겨울 해가 머무는 부여를 찾았다. 신동엽 생가를 찾아 마루에 앉는다. 정남향 일백구십삼도의 각도가 주는 의미를 온몸으로 느낀다. 커피 마시자는 카페의 유혹을 뿌리친다. 고요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발자국 소리마저 지우며 걷는다. 적멸의 깊이가 나를 감싼다. 저 멀리 백마강이 스친다. 고란사와 왕흥사지의 천년 울림이 맴돈다. 볼록렌즈처럼 태양빛을 집광한다. 이마와 무릎으로 스며드는 따스한 기운이 온몸을 돈다. 이엉 얹은 담장의 그늘은 짧다. 그늘이 길어져 생가 마루를 찾아올 때까지 는 아직 한참 멀었다. 햇살이 온몸을 풀어헤친다. 잠시 시선을 자유롭게 흩뜨린다. 바람에 실려 오는 우주의 너울을 탄다. 금성산의 숨결이 왕포천을 거쳐 내 안으로 스민다. 청량한 숨결이 온몸을 적신다.
시의 풍경을 거닐다 - 신동엽 명상록
시의 풍경을 거닐다 - 신동엽 명상록

(온형근, 시인::한국정원문화콘텐츠연구소[茶敦])

『월간::조경헤리티지』은 한국정원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당대의 삶에서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습니다. 다양한 접근 방법으로 짧은 단상과 긴 글을 포함하여 발행합니다.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설계 언어를 창발創發합니다. 진행하면서 더 나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생산하면서 주체적, 자주적, 독자적인 방향을 구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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