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명상
온형근
한겨울 따스한 온기에 휩쓸리려면 부여 신동엽 생가 마루에 걸터앉아라
정확하게 일백구십삼도 남향을 가늠하려거든
점심 먹고 카페 손사레치며 갸우뚱거리지 말고
무심한 듯 슬그머니 기척 없이 터덜터덜 걸어 와
적멸의 고요 먼 곳의 울림이 몸으로 감싸고돌 때
백마강 고란사 너머 왕흥사지의 소근대는 속삭임이 지척이다.
한참을 볼록렌즈에 수렴하듯 태양에 데워지는 몸을
지긋이 눈 내려깔고 단정하게 내 안을 살피면
빛살 모아진 이마와 무릎이 뜨거워져 타들어 갈 듯
고르게 분산시켜 온기를 순환하여 휘돌게 한다.
이엉 올린 담장의 그늘이 다가오려면 한참이다.
남향의 햇살이 타올라 살갖에 스며들 때는
눈을 뜨고 시선을 싱숭생숭 흩뜨리거나
바람 자락에 실려 들락대는 우주의 너울에 올라탄다.
금성산에서 왕포천에 버무렸다 흘러들어오는
이윽고 숙성되어 청량해지는 숨결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