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숨

상수리나무 엽서

나무詩.012 - 상수리나무

2025.01.30 | 조회 76 |
from.
茶敦온형근
월간 조경헤리티지의 프로필 이미지

월간 조경헤리티지

한국정원문화를 당대의 삶으로 벅차고 가슴 설레이며 살아 숨쉬게 하는 일

상수리나무 엽서

온형근

 

 

 

백마강 부소산 절벽

꼭대기,

강 건너 멀리 청마산을 돋움하여

안개 걷힌 가을 하늘 깊다 했더니

상수리나무 지는 잎 바람 거슬러

서걱대며 끝 모를 비상

부딪칠 때마다 들려오는 화음

경사진 산하로 사각사각

쉼 없는 방언 날리며 사부작댄다

 

상수리나무 엽서는 잎새에 빼곡

긴 강줄기에 그림자 남기지 않고

바람길에서 벗어나 하직 인사

낙엽 굴리며 뭉친 무리에서

바스락 소리로 입체를 이룬다.

꼬리 길게 이어진 금강 줄기로

속절없이 흐르는 강물을 닮아

오가며 기쁨이고 소멸이었다.

 

시작 메모 가을날, 부소산 절벽 위에 서서 백마강을 바라본다. 내 마음은 허공을 떠돈다. 저 멀리 청마산이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깊어가는 가을 하늘은 시간의 깊이를 보여준다.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상수리나무 낙엽의 춤사위이다. 바람을 거스르는 낙엽의 움직임의 역동성을 본다. 작은 편지처럼, 각자의 이야기를 품은 채 공중을 날아다닌다. 서걱거리는 소리는 교향악처럼 들린다. 낙엽이 만들어내는 입체의 움직임은 군무 같다. 때로는 흩어지고, 때로는 뭉치면서 리듬을 만든다. 강물 위로 떨어지는 낙엽을 본다. 삶은 순환이다. 떨어지는 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소멸 또한 기쁨이 될 수 있다. 삶이 곧 그러하다는 통찰에 이른다. 상수리나무 낙엽 하나하나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계절의 변화를 넘어, 존재의 본질적인 모습을 담는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는 작은 생명체의 속삭임이다. 시가 되어 내 안에서 울린다. 자연의 풍경이 삶과 죽음, 순환과 영속성으로 이어진다. 백마강의 유구한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명의 춤사위를 만난다.
온전한 숨 - 상수리나무 엽서
온전한 숨 - 상수리나무 엽서

(온형근, 시인::한국정원문화콘텐츠연구소[茶敦])

『월간::조경헤리티지』은 한국정원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당대의 삶에서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습니다. 다양한 접근 방법으로 짧은 단상과 긴 글을 포함하여 발행합니다.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설계 언어를 창발創發합니다. 진행하면서 더 나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생산하면서 주체적, 자주적, 독자적인 방향을 구축합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월간 조경헤리티지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다른 뉴스레터

© 2025 월간 조경헤리티지

한국정원문화를 당대의 삶으로 벅차고 가슴 설레이며 살아 숨쉬게 하는 일

뉴스레터 문의namuwa@gmail.com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뉴스레터 광고 문의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