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리나무 엽서
온형근
백마강 부소산 절벽
꼭대기,
강 건너 멀리 청마산을 돋움하여
안개 걷힌 가을 하늘 깊다 했더니
상수리나무 지는 잎 바람 거슬러
서걱대며 끝 모를 비상
부딪칠 때마다 들려오는 화음
경사진 산하로 사각사각
쉼 없는 방언 날리며 사부작댄다
상수리나무 엽서는 잎새에 빼곡
긴 강줄기에 그림자 남기지 않고
바람길에서 벗어나 하직 인사
낙엽 굴리며 뭉친 무리에서
바스락 소리로 입체를 이룬다.
꼬리 길게 이어진 금강 줄기로
속절없이 흐르는 강물을 닮아
오가며 기쁨이고 소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