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동 원림 미학

새날은 가지 않은 길

조원동 원림 미학.026

2025.01.30 | 조회 56 |
from.
茶敦온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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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조경헤리티지

한국정원문화를 당대의 삶으로 벅차고 가슴 설레이며 살아 숨쉬게 하는 일

새날은 가지 않은 길

온형근

 

 

해가 바뀌어 붙잡고 있는 울화통을 내친다.

삼십만 평의 원림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새해 첫날 책 읽고 뉴스 끊으니 산사가 이렇겠다 싶어 대견하다.

세 시간 십여 킬로미터를 소요하니 환희 몽실몽실 피어난다.

 

이제 한해의 이틀을 보냈으니 헤아릴 수 없는

창창한 많은 날들로 폐부 깊숙이 맑고 고요한

몇 갑자의 내공에서 뿜는 기운이 온몸을 활보한다.

 

그날 저녁이었다. 

과메기가 영일만에서 몸 풀고 있기에 구색 맞추다

혼술은 뉴스를 소환하고 울화는 분노와 섞여

석탄주는 담백하게 목 간질이며 애석하고 또 서운했다.

 

밤을 꼬박 세웠으나 눈만 충혈되었을 뿐 

되돌릴 수 없는 어제의 기시감으로 남자의 무력감에 풀 죽는다.

빗장을 걸어 채우고 일찌감치 와선에 든다.

 

첫 날과 둘째 날의 작위로 백 퍼센트 실행이었으나 셋째 날의 부작위로 오십 퍼센트 급락이니

 

남은 날 부지기수라 우쭐대지 말고

오늘 하루를 양명한 햇살에 부끄럽지 않도록

협착 심해져 쪼그려 앉아 쉬는 원림에서 서약한다.

새해라는 방점보다는 날마다 첫날이고 첫날은 언제나 새날이라로 새긴다.

 

시작 메모 새해 첫 아침부터 마음을 다잡았다. 응어리를 풀어내듯 삼십만 평 원림을 소요한다. 뉴스와 번다함을 끊는다. 책과 고요로 채워진다. 마치 산사의 평온함이 이런 게 아닌가 싶다. 세 시간 십여 킬로미터의 시간 속에서 환희가 피어오른다. 맑은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와 내공의 기운으로 변모한다. 항상 저녁이 문제다. 과메기의 유혹에 막걸리 격을 맞춘다. 서서히 뉴스가 소환되면서 다시 울화가 치민다. 석탄주의 쓴맛이 혀끝을 스친다. 애석하고 서운하다. 밤새 뒤척이다 무력감에 잠긴다. 아무것도 해 낼 수 없는 남자의 상실이 짙어진다. 새해의 결심이 참 쉽게 무너진다. 원림을 거닐면서 협착으로 아픈 쪼그려 앉는 행위를 자주 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서약의 판을 짠다. 새해라는 특별함보다 매일이 새날이라는 깨달음이다. 양명한 햇살 아래 부끄럽지 않은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새날이라고 새긴다.
조원동 원림 미학 - 새날은 가지 않은 길
조원동 원림 미학 - 새날은 가지 않은 길

(온형근, 시인::한국정원문화콘텐츠연구소[茶敦])

『월간::조경헤리티지』은 한국정원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당대의 삶에서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습니다. 다양한 접근 방법으로 짧은 단상과 긴 글을 포함하여 발행합니다.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설계 언어를 창발創發합니다. 진행하면서 더 나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생산하면서 주체적, 자주적, 독자적인 방향을 구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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