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지선원을 걷는다. 심한 협착으로 걷는 게 이방인처럼 낯설다. 그럼에도 지선원을 걷는 일은 원림을 소요하는 여유로운 울림을 준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몇 컷의 사진 봉사도 한다. 국립고궁박물관 입구에서 마주하는 원통문은 딴 세상으로 이끄는 손짓이다. 문을 통과하면 곡절 회랑이 이어진다. 프레임마다 생의 곡절이 접혔다 펴지는 순간을 포착한다.
연못에 비친 울긋불긋한 잉어들의 춤사위가 생동감으로 다가온다. 아이들은 물고기밥을 던지며 신난다. 수양버들이 수면 위로 늘어진 모습은 평온의 풍경으로 이어진다. 육곡교를 건너며 벽교서수사 정자에 놓인 세 개의 탁자가 마치 인생의 섬처럼 여겨진다.
꽃놀이를 나선 황혼의 노년은 정겹다. 쿠키와 다관이 만들어내는 정물의 풍경이 이방인의 긴장을 풀어놓는다. 차를 거듭 채우는 목마른 회고에 잠긴다. 유상곡수의 계류를 따라 걸으며 난정집서의 돌판에 새겨진 글씨를 마주한다. 왕희지의 천하제일 행서라는 필체가 단정하다.
송풍각에 올라 원림을 두루 살핀다. 왕희지의 필법을 떠올린다. 유상곡수의 시를 마음속으로 긋는다. 협착의 고통이 세필지 연못처럼 짙다. 세상에 남긴 아픈 상처로 굽은 서법 한 줄기를 갈긴다. 지선원의 고요 속에서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적 영감에 휘감긴다.
지선원을 미음완보로 걷는다.
(온형근, 시인::한국정원문화콘텐츠연구소[茶敦])
『월간::조경헤리티지』은 한국정원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당대의 삶에서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습니다. 다양한 접근 방법으로 짧은 단상과 긴 글을 포함하여 발행합니다.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설계 언어를 창발創發합니다. 진행하면서 더 나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생산하면서 주체적, 자주적, 독자적인 방향을 구축합니다.
"한국정원문화콘텐츠연구소는 '방달초예반발(放達超睿反撥)'의 정신을 지향합니다." 매임 없는 활달한 시선으로 전통의 경관을 응시하며, 보편적 슬기를 뛰어넘는 통찰로 그 속에 담긴 옛사람의 마음을 읽어냅니다. 나아가 고착된 현실의 언어를 거슬러, 오늘날의 현대적 언어로 우리 정원의 미학을 다시 다스리고 되살리는 평론 작업을 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