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원(至善遠) 곡절 회랑
온형근
지선원 입구 매달린 시선으로 등장 인물 계속 바뀌고
몇 번 사진 찍어달라는 젊은이들에게 이끌려
봉사하듯 낯모르게 주어진 상황을 힐끔댄다.
가운데가 비어 둥근 원을 건너는 원통문으로
한 번 들면 생의 곡절도 접혔다 펴진다.
용이 머무는 연못에도 울긋불긋 비단 잉어 용솟아
아이의 고사리 손에서 던져지는 물과 세상의 경계
평온하다는 말은 푸른 물에 늘어진 수양버들
수면을 가로질러 육곡교로 아름다움을 노닐면
정자 바닥에 세 개의 섬처럼 놓인 탁자는
둘러 앉은 인생마다 꽃놀이 나선 정겨운 황혼
꽃바구니 헤쳐 풀어놓으니 쿠키와 다관이 정물이다.
섬세한 긴장 세포 후두둑 풀어 놓기에 최적인
목마른 회고, 박물관 기념 머그컵을 거듭 채운다.
유상곡수 검정 방수 부직포 계류를 따라
난정 앞 난정집서를 돌판에 새겼기에
새긴만큼의 공력을 나눠 사진에 담는다.
미려한 글씨가 제대로 꿈틀댄다.
왕희지의 글씨일까 거위와 오리의 목놀림일까
그에게 지선이란 떨어진 동료를 기다리는
목 길게 뺀 초월 말고는 없었을까
송풍각에 올라 지선원 원림을 두루 살필 때
거위에 반해 도덕경을 써주었다는 그 필법으로
눈썰미 되살려 유상곡수 시 한 편 긋는다.
주거니 받거니 벌주로 대취할 수 없는 협착의 고통은
앉거나 서나 묵직한 사연 풀어 세필지 연못 검었으니
세상에 남긴 아픈 상처로 굽은 서법 한 줄기 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