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55, 시간의 흐름 속 우리

💃🏻🐆,🌎::그 노래, 늙어가는 시간

2023.06.26 | 조회 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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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밋

동갑내기 30대의 좌충우돌 각자도생 일주일 취재기

💃🏻🐆 멋장이미식가 Kelly, 🌎 미라클 지구,

🤎 그리고 당신, 구독자


🌎_어느 일요일 오전

2주 전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가는 길에 친구 차를 얻어탔는데 내가 최근에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가 나왔다. 나와 친구는 이 노래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에 대해 대화했다. 친구는 그 전 앨범을 인터넷 게시판에서 추천하는 글을 보고 가수에 대해 알게 되어 앨범을 듣기 시작했고 그 노래가 새로 나왔을 때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했다고 했다. 나는 그 노래가 틱톡에서 BGM으로 유명해져 이례적인 추세로 미국 빌보드 차트에 들었다는 소식을 트위터에서 보고 듣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번에 확실히 느낀 것이, 우리는 더 이상 서로를 통해 새로운 것을 접하거나 배우지 않고 이미 다른 경로를 통해 알게 된 것을 서로 만났을 때 확인하고 있었다. 그래. 인터넷, 스마트폰. 친구들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이렇게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인터넷을 많이 하지 않았다. 젊은 사람들, 어린 학생들 연령대에서도 인터넷 커뮤니티나 온라인 게임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70대도 핸드폰으로 유튜브에서 영상을 시청하고 어린이들은 소꿉놀이를 하면서 라방 흉내를 낸다. 돈 벌어서 월세, 보험료, 세금을 내게 된 30대의 우리들은 어 너도 인스타에서 그거 봤어? 나도 봤어! 정도의 대화를 하고.

가끔 떠올린다. 학교 끝나고 혹은 휴일에 우리 집이나 학교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친구의 집에 놀러가고, 친구 집에 있는 음악 CD나 데스크탑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노래를 틀고, 가끔 인터넷 메신저 접속시간이 겹치면 추천하고 싶은 노래의 MP3 파일을 전송해주고, 길에서 나오는 노래를 함께 흥얼거렸지.


💃🏻🐆_내 안에 시간이 쌓였을 때

인사동에 갔어요. 12시가 되기 전, 인사동은 노인의 세계였습니다. 내 안에 시간이 쌓일수록 나는 책임져야 하는 것이 늘어만 갑니다. 노인의 세계는 그런 무수한 나의 공간이었습니다. 어린아이, 청소년을 거쳐 성인으로 분류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지금의 저는 성인이란 독립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떨까요? 시야를 넓히며 여유로워져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늙음은? 내게 시간이 쌓여가는 것이 아닐까요. 늙는다는 건 시야가 넓어지며, 여유로워지고, 그래서 보다 넉넉한 존재가 되어가는 것이고 그걸 지향합니다. 이런 존재로 내 안에 시간을 쌓아 나가려면 독립적인 존재가 먼저 되어야 하는 거겠죠. 넓은 시야는 다음을 예측하게 만들고 여유는 포용력을, 혹은 타인에 대한 이해로 기능합니다. 호봉제처럼 시간이 쌓이고 나이가 차면 생기는 걸까요? 아닐 겁니다. 내가 무엇을 경험하고 어떻게 이해하며, 무엇을 배우느냐가 중요한 거 아닐까 추측합니다.

제 나이는 30, 중반에서 후반으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집도 차도 없고 연애도 결혼도 부재합니다. 경력, 학력, 나이, 그 외 재주나 자격사항으로 봤을 때 커리어 면에서도 시장가치가 낮습니다. 시장가치에 기초해서 생각할 때 직업 안정성도 불안한데 자산이 없는 건 말해 뭐하겠어요. 제가 가진 건 아직 사용할 수 있는 몸과 이해하고 기다려 주시는 부모님, 그리고 부모님의 강아지 뿐입니다. 시간이 쌓이고 있으니 늙는 건 명확하지만 시야가 넓어졌다기에는 체력이 부족하고 에너지가 낮아졌습니다. 여유가 있다기에는 늘 조급해 생각하고 일하라는 이야기를, 일의 목적을 생각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독립했다기에는 경제적으로 기대고 있죠. 업무적으로는 일부 체념해버렸다가 일의 목적과 여파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능을 되살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동료와 서로 도와가며 일하기, 범주 나누어 일하기가 아직 어렵습니다. 어느 면으로나 저는 시간의 누적과 무관하게 어른이 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저는 왜 이렇게 어리석은 시간을 쌓아온 걸까요? 자아성찰을 해봤답니다. 한국인 특징인지 모르겠지만, 단점 찾기는 비교적 수월한 편이죠. 추측해보자면, 똥인지 된장인지 직접 찍어 먹어 봐야만 깨달아 왔습니다. 항상 겁이 엄청 많고요. 충동적이고 그런 저 자신을 알아 자신감이 없다 보니 늘 조급합니다. 그럼 제가 어른이 되기 위해 필요한 건 대체 뭘까요? 우선, 모든 관계로부터 독립해야 합니다. 가족, 회사, 동료 등. 더불어 제가 하는 일, 하려고 하는 일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고민하고 계속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회고해야 합니다. 어떻게 회고하죠? 제가 생각하는 회고의 목적은 감사한 일 되새기기, 내가 한 일의 이후에 대해 인지하기, 진척도 측정하기, 조급해하지 않도록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명확히 확인해 불안감을 조절하기예요. 저는 노션을 사용하니까 노션 기준으로 생각하면, 일의 영향, 의미, 목적을 적고 목적은 달성해야 하는 일과 진척도 표기를 하면 어떨까요.

일의 영향

일의 의미

일의 목적

- 달성해야 하는 일

- 진척도

칸반 형태로 만들어 오늘 한 일을 완료한 일/개선점/감사한 일/불안하고 힘든 부분을 기재합니다. 이 과정을 거쳐 제가 되고 싶은 늙은 상태는 어른이자 성인인 노인, 늘 마음을 열어두는 다정하고 건강한 어른입니다.

이 글을 읽어 주신 당신, 감사합니다. 당신은 어떤 노인이 되고 싶으신가요?


✒ 이달의 편집자 💃🏻🐆

좋은 아침입니다. 더위에 적응하기 위해서 기력도 많이 떨어지고, 그래서 많은 소리가 소음으로 들리는 시기입니다. 이번주도 건강한 한 주 보내고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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