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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알바 잔혹사
새벽 알바를 결국 그만두었다. 이유는 뭐, 결론적으로는 몸이 너무 안 좋아져서지. 안 좋을 땐 본업 포함 주5일 60시간에 임박하도록 일에 매달려 있어야 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이 일에 대해서 레터에 얼마나 자세히 썼는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애초 6개월 전 이 일을 시작했을 때도 내 건강 제외 모든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거기에 내 건강이 천천히 하지만 계속 악화 일로를 걷고 있으니. 급여는 최저에 근무 시간은 길어서 그걸로 급여가 많은 척을 하고, 그런 급여가 당연하다는 듯 굴 수 있는 단순노동이나 은근히 숙지해야 하는 것이 많고 내용이 꽤 까다로우며, 근로 시간이 긴 데 비해 휴게시간은 단 5분도 보장이 안 되고 환경과 속도를 생각하면 다소 가혹한 강도인데, 그 단순한 업무의 양과 내용마저도 변동이 너무 심하고, 6개월 일한 끝에 내가 손대는 부분이라면 웬만한 것에는 능통해졌으나 그로 인해 일이 수월해지지도 급여가 오르지도 않는다. 진짜 사무직 데스크 업무 외에 알바도 여러 가지 해봤으나 이렇게까지 빡센 일은 별로 없었다. 이런 생각도 했다. '다음에 이런 단순노동 알바를 하게 되면 경력 단절 여성이 모이는 곳 말고 남자들 많이 쓰는 데로 가야 꿀이겠다' 동료들에게는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차라리 공장이면 휴게시간 칼같이 맞춰준다."
애초 투잡을 생각하게 된 것은 바깥으로 나돌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이것은 레터에 썼었지만, 친구의 소개로 소규모 의류 도매업체에서 피팅 컷의 모델을 하게 되었다. 장기화된 재택 끝에 맛본 사회의 맛은 좀 충격적이었고, 나는 바깥 활동을 조금은 하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황을 경고하는 메시지도 근로소득을 더 늘리는 선택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그 후로 계속, 독서 모임이나 학원 수업 따위가 꺼려졌다면 차라리 봉사활동이라도 하는 게 나을 걸 그랬나 싶다. 사실 처음 구했던 건 평일 새벽이 아닌 주말 알바였다. 5시간 정도의 짧은 미니잡이었는데 수습으로 한 주, 그러니까 단 이틀 나간 후에 사업이 접혔다. 진짜로 폐업을 했다. 앞서 말했듯 알바 꽤 해봤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확실히 웬만해선 겪기 어려운 일이겠지. 사실 면접을 보고 일을 배우면서도 묘한 순간이 있었다. 시급에 비해 할 일이 없어서 좋을 거라는 말을 면접관도 일 가르치는 선배도 하는 거다. 나야 제로부터 일을 배워야 하는 입장이라지만 이 자식들 사업을 키울 생각이 있는 건가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볍되 잘 먹히는 아이디어로 사업을 띄운 후 빠르게 대기업에 팔아먹고 뜰 생각, 엑싯의 야망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긴 그 잠깐을 봤는데 내가 뭘 알겠나. 실전에서 실수할까 봐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알바 선배나 귀찮게 굴고 있었다.
그 충격에서 못 벗어나다가 주말이 아닌 새벽 알바를 잡게 된 거였다. 허탈한 마음에 근무 시간과 시급이 비슷한 일자리에 닥치는 대로 지원해 보던 중 우연히 시작하게 된 이번 알바는, 월-토 주 6일 매일 새벽 2시간씩 일하는 자리였다. 힘쓰는 일, 통화만 한 채용담당자는 무리 없을 거라며 출근시켰는데, 가보니 내가 일할 자리는 나 빼고 다들 남자. 동료들-일하는 동안 자주 바뀐-이 상대적으로 완력이 약한 나를 계속 배려해 주는 게 조금 걸렸지만 사실… 봐주는 이 없어도 다 할만했다. 괜히 채용담당자가 나를 그냥 붙여준 게 아니었다. 완력이 좀 부족하면 남들 한 번 왔다 갔다 할 때 두 번 왔다 갔다 하면 그만이고 나는 그만큼 몸이 가벼워서 재빠르니 그렇게 할 수도 있었다. 나만 여자라서 사적인 얘기는 별로 안해도 되는 점이 오히려 좋기도 했다. 일에 매뉴얼과 정해진 루틴이 있어 2시간 안에 모든 일이 마무리되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었다. 협동, 정해진 업무시간 안에 모든 것이 마무리되는 상쾌함. 혼자 컴퓨터만 바라보고 인간과는 메일로만 소통하는 본업에서는 흔히 느낄 수 없는 성취감이었다. 그러나 내가 코로나에 걸리고… 하, 격리 환자 속출로 내가 맡은 자리 말고도 전체적으로 업무가 꼬인 이야기는 정말 눈물 없이는 할 수 없으니 그만두자. 나는 경증이었고 고집을 부려 복귀했으나 근력과 면역력이 현저히 저하된 몸을 느껴 결국 2주 정도 후 그만두게 되었다.
그러나 개가 똥을 끊지… 한번 외유의 맛을 본 나는 그로부터 한 달 반쯤 지난 시점에 당근마켓을 보다가 우연히 집 바로 앞에서 딱 비는 시간대에 사람을 구하는 단순노동 구인 글을 보고 말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했는데, 위에 쓴 대로 의외로 너무나도 빡세고 정신없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기계 안 쓰고 새로 컴퓨터 프로그램 배울 필요 없는 단순노동직이라면 여자들을 주로 구하는 곳은 가지 마시길. 남자 쓰는 업무와 여자 쓰는 업무 칼같이 구분하는 곳도 여자들은 쉴 틈 없이 일개미처럼 일하고 남자들만 규정에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농땡이 타임 가지는 곳이 쌔고 쌨으므로 주의하시라.
사실 길게 한 일만 썼고 사이사이 짧게 했던 알바도 있는데… 그 이야기와 함께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고찰은 시간 관계상(지면은 관계없다) 다음 호에서 계속하겠다.
💃🏻🐆_지난 시간에 대한 요약 보고
레인부츠를 새로 샀습니다. 베갯잇과 침대 패드도 새로 샀어요. 헬스 PT는 여전히 재미가 없어서 고민이고 일은 밀리고 있습니다. 일이란 건 너무 신기해서, 글처럼 내 상태가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내가 다급하거나 서두르면 실수나 완성도 부족이라는 결과가 돌아오고 불안하고 예민한 상태라면 쉽게 충돌하고 시야가 좁아집니다. 늘 일의 목적을 생각하고 수행하는 연습을 하고 잘 자고 잘 먹으며 근육량을 늘리려고 PT를 끊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일을 잘하고 싶어요. 내 동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 자리가 비는데, 이 프로젝트에 손이 비는데 좋은 사람 좀 소개시켜줘, 라고 요청받았을 때 제가 떠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일을 조금이라도 더 해야하기 때문에 매일 야근을 하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잘하고 싶기 때문에 손에서 놓지 못하고, 놓을 수 있는 타이밍이 와도 스스로 아쉬워 쉬지 못했습니다. 그랬습니다. 야근하지 않은 날을 손으로 꼽아야 했습니다.
알아차리셨나요? 야근은 과거형입니다. 최근에는 일이 쌓여가는 걸 어떻게 조절해야 좋을지, 야근하지 않기 위한 방법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야근할 시간이 없습니다. 연애 중이라서요. 놀라울 정도로 자주 보고 그런데도 늘 아쉬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연애를 하면서 제 자신 안에 있는 낯선 모습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저는 스스로 무척 예민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는데 현재 연애 관계에서는 대부분 차분한 상태입니다. 예상 외로 타격 받지 않는 부분이 있는 반면 반대로 타격을 입기도 합니다. 행복하고 편안해 쇠가 자석에 끌려가듯 달려가고 있어 이제 일상과 일에 대해 고민할 때입니다. 연애 이야기를 더 하고 싶지만, 이 글은 요약 보고 후 리스타트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늘 목적에 대해 생각하는 훈련을 하고 있는 바, 연애 이야기는 다음 레터로 미룰게요. 안녕히.
✒ 이달의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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