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ㅁㄹㄷㅅ ㅂㅌㄹ 호..?!

여러분의 일요일 아침 루틴은 무엇인가요?
저와 동년배(...)이신 구독자라면, 일요일 아침하면 아직도 디즈니 만화동산을 먼저 떠올리실 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얼마 전부터 '#방구석1열 본방 사수'를 일요일 오전 루틴으로 만들었습니다. 영화를 '열심히' 다루는 TV 매체가 얼마 없기도 하고, 변영주 감독님(❣️)과 영화 전문 AI 주성철 기자님의 티키타카가 있는 #방구석1열을 좋아하거든요. 지난 144회는,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활동하고 있는 배우 김윤진님 특집으로 꾸려졌습니다. 

저는 김윤진 배우 특집이라고 해서, <세븐 데이즈>는 확실히 나올 것 같고.. 다른 한 작품은 <쉬리>나 <하모니> 아니겠나~ 생각했는데 (저한테만)의외로 <국제시장>이 나오더라고요. 저는 사실.. <국제시장>을 아직 안 봤습니다. 대신 <국제시장>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는데요..

때는 바야흐로 2016년, 제가 당시 다니고 있던 회사에 휴직계를 던지고.. 쉥겐조약이 허락하는 한 가장 긴 90일을 여행하겠다는 포부를 실현하고 있던 어느 가을-겨울이었읍니다. 곳은 포르투갈 리스본이었습니다. 리스본에 가기 직전에는 포르투갈의 포르투라는 도시에 있었는데, 저는 포르투에서 호스텔의 모르는 친구들과 함께 나가는 밤 나들이 그러니까 'pub crawl'의 재미에 푹 빠진 상태였어요.

역시 리스본이 포르토보다 큰 도시라서 그런지.. 펍 크롤 규모도 크더라고요(?). 펍 크롤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대략 하룻밤에 2-3개의 바, 1-2개의 클럽(근데 그네들의 바와 클럽의 분류 기준 아직도 잘 모르겠슴 아시는 분 댓글 달아주세요)을 돌아다니는 건데요, 그 날도 바 몇 군데를 가고, 다음 클럽으로 이동하는 중이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옆에 같이 걷게 된 남자애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걔는 호주에서 일을 하고 있고 지금 휴가를 왔다고 하더라고요. 전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자기가 얼마 전에 호주에서 한국 영화를 봤는데 너무 좋았다 눈물을 펑~펑 흘렸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너무 흥미로워서, 아니 어쩌다(?) 한국 영화를 본 거냐, 무슨 영화를 봤냐니까 한국인 친구가 같이 보자고 해서 영화관에서 봤고, 제목은 기억이 안 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더 궁금해지잖아요.. 그래서 내용을 대충 설명해봐라 했더니 주인공이 남자인데 아주 꼬마 시절에서 시작해서 노인이 될 때까지의 이야기다, 어릴 때 동생이랑 헤어졌고, 이 남자는 돈을 벌기 위해 독일에도 가고 베트남에도 가는데.. 응..? 설마..?

기사를 찾아보니 실제로 언론을 통해 공개된 건 2017년 1월이더라고요.

하지만 뭐.. 한국 영화를 오래 보았고, 업계에도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알음알음 다 알던 이야기였잖아요. 아니.. <국제시장>.. 정권 코드 맞춘.. 국뽕 영화.. 라고만.. 생각.. 했는데.. 호주에서 이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린 외국인이 있다니, 그리고 그 얘기를 눈 앞에서 들으니까 뭔가 아득해지더라고요. 일단 저는 영어에 서툴렀기 때문에 야 근데 그거 프로파간다 무비야 라고 다듬어지지 않고 직설적인.. 표현을 내뱉어 버렸고 그 애와 저는 다음 클럽부터는 어색하게 거리를 두게 되었습니다.

암튼 오래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어요. 저도 모르게 <국제시장> 같은 영화는 '한국인이어야만' 이 이야기에 감동할 수 있고, (미묘한 '국뽕'의 느낌을 알아챌 수 있고,) 한국 근현대사의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이어야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나봐요. 지금 와서 생각하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당시의 저에게는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이야기가 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다루어야 하는지.. 같은 걸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경험이었달까요.

아무튼! 저는 그런 깨달음이 있은 이후에도 <국제시장>은 보지 않은 채였고! 그래서 방구석 1열 김윤진 배우 특집으로 <국제시장>의 겉을 핥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시작부의 흥남부두 철수 작전 장면에서, 그 배의 이름이 나오는거에요. 메러디스 빅토리 호. 빅토리 호?

원래는 2020년 여름에 개봉 예정이었던 블록버스터 영화. 한국 최초의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 순제작비가 240억 가량 들었고 넷플릭스가 310억에 인수했고. 카카오페이지도 투자에 참여한. 텐트폴 영화. 영화 한 편으로 끝나지 않고 웹툰 등 다양한 2차 사업화를 노린다는. 바로 그 영화의 제목이 <승리호> 잖아요! 아니 이거 진짜 연관이 있음? 나만 몰랐음? 아니면 그냥 나 소설 쓰는 중임? (이것도 정확히 아시는 분 댓글 부탁..)

뭐.. <승리호>야 이미 수많은 분들이 이미 보고, 각자의 감상을 남겨주신 영화니 굳이 긴 감상은 남기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늘의 뉴스레터 제목이 <승리호> 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다만 저는 왠지 자꾸 <반도>랑 비교를 하게 되더라고요. <반도>보다 좋다 나쁘다, 이렇게요. 같은 텐트폴이고, 코로나 시국 이후에 공개됐고,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도 노렸고, 한 편의 영화로 끝나지 않는 '세계관'안의 이야기고.. 그런 공통점들 때문일까 싶은데요.

그리고 미국의 한 영화제작사가 <승리호>의 할리우드 버전 리메이크를 추진 중이라는 뉴스도, 저에게는 <부산행>의 리메이크를 떠올리게 하더라고요. <승리호>의 K-감정들, 귀여운 꽃님이의 향후 학업 성취에 대한 걱정, 업동이의 화투짝 놀음, <부산행>의 '부산'이 갖는 지역적 의미 같은 것은 어떻게 리메이크 될까요? 꼭 필요한 걸까요? 1인치 자막의 한계 넘으라고.. 넘기로 한 것 아니었나요? 아무튼. 아직 <승리호> 안 보셨다면, 이번 주말에 슬쩍 한 번 보세요. 까도 보고 까고, 좋아도 보고 좋아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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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레어 #2. <페어웰> 퀴즈의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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