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마음건강 베이직

구독자님에게도 벗어나고 싶은 나쁜 습관이 있나요?

7월 10일 :: 열다섯번째

2024.07.10 | 조회 6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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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열

장재열의 오프먼트

나를 위한 일상 속 잠시 멈춤, 월간 마음건강 매거진

이번주의 편지


 

"장재열의 나쁜습관 탈출기"

한 달 만에 배달의민족 최고 랭킹을 달성 해버린 나...
한 달 만에 배달의민족 최고 랭킹을 달성 해버린 나...

저에게는 아주 해로운 습관 하나가 있어요. 밤늦은 시간. 배달음식을 혼자 폭식하는 것이에요. 2021년에 처음 생겨서 최근까지 꽤 오래 저를 괴롭혔지요. 가끔 한 두 번이라면 ‘그래. 최근 스트레스가 많았으니까’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지만, 배민 주문 목록에 이틀에 한 번꼴로 폭식의 흔적이 남은 걸 보니 현타가 오더군요.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감정적 데미지는 물론이고, 위궤양이나 혈액순환 장애 등 신체적으로도 두드러지는 문제가 속출하기 시작할 때쯤, 경각심을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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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진짜 안돼. 큰일 날 것 같아.
  이 습관에서 벗어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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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를 갉아먹던 폭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제가, 완전히 그 습관에서 OFF 하게 된 눈물겨운(?) 과정들을 상세히 공개할까 합니다. 이 “나쁜 습관 탈출기”가 여러분에게도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적용시켜볼 수 있는 작은 힌트가 되길 바라면서 본격적인 이야기, 시작할게요.

 

1. 나쁜 습관은 불행한 시기가 남긴 흔적이었다.

폭식 습관이 생기게 된 시기는 2021년, 제 인생 최대의 암흑기였어요. 다들 인생에서 한 번쯤 그런 때가 있지요? 나쁜 일은 다 몰려서 오는 시기 말이에요. 코로나 블루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담 업무량, 암 투병 중인 엄마의 간병, 외도 후 다시 받아달라고 집 앞에 찾아와 용서를 비는 전 연인... 정말 최악의 시기였어요.

매일 밤 그 모든 쓰나미가 지나고 조용해지는 건 12시가 훌쩍 넘어서였어요.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기도 미안해질 시간, 내가 할 수 있는 건 넷플릭스를 켜놓고 폭식과 반주를 하다가 배부르고 알딸딸한 그 느낌으로 스르륵 잠드는 것. 그것뿐이었어요. 문제는 그 시기들이 다 지나고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은 뒤에도 습관이 계속 남아있었다는 겁니다. 스트레스 상황 + 늦은 밤이라는 조건이 성립되면 폭식 습관이 발동했어요. 무의식중에 ‘각인’이 된 것이지요. 이 습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뭘 해야 할까?

저는 저의 하루 행동 패턴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2. 생활 공간이 나쁜 습관을 부추기고 있었다.

곰곰이 살펴보니 행동 패턴은 곧 ‘공간’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는 평소에는 TV를 최대한 안 보려고 안방이나 거실 대신 시청각실을 따로 만들어 두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밤마다 이 방으로 가서 안락의자에 파묻히면서 폭식이 더 잦아졌다는 걸 깨달았지요. 안방에 TV가 있다면, 제 성격상 침대 위에 음식을 흘리기 싫어서라도 안 먹을 텐데, 시청각실 안락의자와 사이드 테이블은 ‘먹으면서 늘어지기’ 딱 좋은 공간구성이었던 거예요. 그 날로 안락의자를 당근에 팔아버리고 TV를 안방으로 가져왔습니다. 차라리 보다가 잠들자. 먹는 것만은 막아보자.

한동안은 그 방법이 제법 잘 먹혔어요. 그러나...


 

3. 나쁜 습관의 트리거를 찾아, 원천봉쇄하기

며칠이 지나자 조금씩 ‘안방에서 야식 먹기’에 관대해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 오늘은 저녁을 못 먹었으니까, 이건 폭식이 아니야” “침대 밑에 방바닥에 앉아서 먹자”라는 식으로 합리화를 시작하다가, 결국 다시 폭식의 습관이 스멀스멀 반복되는 걸 느꼈어요. 저는 좌절했습니다. ‘나는 안되는 건가? 위궤양으로 그렇게 고생을 했으면서, 그리고 의자까지 다 내다 버릴 정도로 각오를 다졌으면서도 며칠을 못 가는 건가? 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때, 불현듯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나는 바깥으로 사러 나가지는 않는다는 점, 오직 쿠팡이츠나 배달의민족 앱만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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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배달앱 자체를 사용할 수 없으면 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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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저는 스마트 스토어를 뒤져서 핸드폰 강제 잠금 앱을 발견했습니다. 무슨 짓을 해도 열리지 않는 앱. 한두 개의 앱을 잠그는 게 아니라, 아예 스마트폰을 원천봉쇄하는 앱을 발견했지요. 그리고 폭식의 습관이 원천 차단됨과 동시에, 저는 생각지 못한 또 다른 강력한 OFF의 효과들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쉴 때, 일할 때, 심지어 사람을 만날 때도 틈틈이 폰을 잠가보았거든요? 그런데 그 과정을 통해서 내 일상의 질이 엄청나게 상승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가히 나비효과라고 불릴 만큼 저의 일상은 달라졌답니다. 무척 긍정적인 방향으로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위해서, 다음 레터에서는 이 '핸드폰 잠금앱'이 불러온 나비효과에 대해서는 다루어 보겠습니다. 스마트폰 중독, 도파민 중독이신 분들이라면 다음주 레터, 놓치지 마세요!


 

이번주의 추천

:: 두아 리파 Dua Lipa - "New Rules"

이 곡은 몇 년 전 '전 남자친구 잊는 법'으로 인기를 끌었던 노래인데요. 가사를 자세히 들어보면 전 남자친구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행동을 멈추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나쁜 습관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어요.  가사 속의 'He'를 구독자님이 가진 '나쁜 습관'으로 바꿔서 생각하며 노래를 들어보면 재미있을 거예요:)


 

 

지난주 off 레터 답변을 공유합니다

지난주에는 인상깊게 본 넷플릭스 콘텐츠를 추천 받았어요. 각자의 취향과 생각이 묻어나는 추천 내용을 공유해드려요:)

@유연함_ 인사이드 아웃 두번째 이야기를 영화로 보고, 인사이드 아웃 첫번째 이야기 애니메이션을 유치원생, 초1 자매들과 함께 봤습니다. 기쁨 뿐만 아니라 슬픔도 꼭 필요한 감정이라는 걸 알려주네요.. 슬픔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 표현하는 연습하는 중입니다. 너무 오랫동안 억누르고 참고만 와서 40대에 사춘기가 찾아오는 느낌을 받는 요즘입니다. off 레터 통해 많은 위안 얻습니다. @Amalfi_ ‘조용한 희망‘ 이라는 작품을 감명깊게 봤어요. 아이를 데리고 폭력적인 남편을 떠나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사회적인 제도, 개인의 홀로서기 (여성혼자 아이를 키울때) 에 대해 많은걸 생각하게 했던거같아요. @미끄럼틀_ 넷플릭스 콘텐츠를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자극적인 내용들이 전 싫더라구요. 자극적인 영상매체 보다는 자극이 적고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라디오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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