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편지
20대와 30대를 살아오면서 제가 외모에 대해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는 이거였어요.
“담배 안 피우실 것 같이 생기셨는데...?”
담배 한 대만 피고 올게요. 라고 하며 자리를 뜨면, 사람들은 열에 아홉은 그렇게 말하곤 했어요. 저는 그러셨냐고 머쓱하게 웃으며 자리를 떴지요. 사실 엄청난 골초였거든요. 삼수생 시절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해서 39살까지 적은 날엔 하루 한 갑, 평균적으로는 하루 두 갑 정도가 기본이었답니다. 술은 먹지 않아도 담배만큼은 멈출 수가 없었어요. 해롭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닌데, 금연을 시도했다가도 계속 실패하는 걸 깨닫고는 ‘난 안되는구나’ 생각하고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었어요. 냄새나 줄여보자는 생각으로 전자담배로 바꾼 이후에는 ‘냄새도 많이 안 나는 데 뭘’이라며 더 느슨해져서 두 갑 반까지 치솟았던 저의 흡연 역사는 39살 겨울에서야 처음 멈추었지요. 위암에 근접할 정도로 심각한 위궤양 진단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20년 가까이 피워오던 담배를 끊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자꾸 손이 가곤 했지요. 담배 냄새를 극도로 싫어했던 당시 연인이 매일매일 금연 날짜를 카운트해 주며 도와줄 땐 그나마 잘해 나갔는데, 그 친구와 헤어진 직후에는 이별 스트레스와 지켜보는 사람이 없다는 느슨함이 겹쳐 다시 담배에 손을 대는 날이 조금씩 늘어났어요. “나는 역시 안되는 건가보다”라고 체념할 때쯤, 친구가 말하더군요. “금연 보조제 약을 복용하면 확실히 끊어진대. 근처 내과를 가서 처방받아 보지?”
내과 선생님은 6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수다쟁이 아주머니 선생님이셨어요. 우리 아들도 금연을 시도했었다며 TMI를 한참 말씀하셨죠. ‘병원 잘못 찾아왔다. 그냥 약만 주시면 되는데…. 나 바쁜데….’라고 생각하며 후다닥 짐을 정리하려는 찰나,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혹시 약치료하는 와중에 실수로 한 대 피워도 괜찮아요.”
“네? 괜찮다고요?”
담배는 한 번에 딱 끊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온 저에게, 선생님의 말씀은 불필요한 조언처럼 들렸습니다. 오히려 나를 느슨하게 만들 수도 있는 생각이 들었지요. 하지만 뒤이어 설명해 주시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는 생각이 바뀌었어요.
" 재열씨, 혹시 한 대 피우게 되더라도 실패한 거로 생각하는 사람들은요. 거기서 금연 치료를 멈추지만요, 그냥 실수했네? 하고 내일 또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게 제일 중요하거든요. 될 때까지 하면 결국 언젠가 달성하게 되는 셈이란 말이에요. 오늘 실패했다고 거기에 너무 감정 쓰지 말아라, 그냥 내일 또 해라. 이 말이에요. 그러면 당연하게 비흡연자는 결국 되시는 일인 거예요.
무조건 장재열씨는 비흡연자가 될 건데, 시기가 조금 늦어질 수도 있고, 그게 빨라질 수도 있고 그런 거다 이 말이에요. 그렇게 생각하시잖아? 백발백중 성공해요. 조바심을 전혀 낼 필요가 없다는 거지. 무조건 될 것이기 때문에"
그 말씀을 듣고 저는 담배를 피우는 날을 달력에 보라색으로 표시하기 시작했어요. 그러고는 다른 관점으로 보기 시작했지요. 이번 달에는 이렇게나 많이 실패했다는 것이 아니라, 충동적인 흡연 횟수가 줄었네? 그리고 그 간격도 많이 늘어났네? 점차 나는 비흡연에 가까워지고 있네? 결국 언젠가 되긴 되겠네? 라고요. 실제로 1년여가 지난 지금. 저는 거의 완전한 비흡연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중간중간 흡연할 때마다 그것을 실패하고 생각하고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무조건 될 것인데, 달성하는 시기가 조금 길어졌구나. 어쨌든 나는 무조건 되긴 될 거야. 라고 생각을 하면서 무력감을 느끼지 않게 된 게 가장 컸어요.
수다쟁이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요즘은 담배 피울 때가 아니라, 일상에서도 자주 떠올립니다. 지난 12월 7일, 탄핵안이 부결되어 많은 이들이 황망해하던 여의도 한복판에서도, 자꾸만 단것을 먹어서 볼록해진 배를 마주하는 욕실에서도, ‘이 사람이라면 진짜 내 인연 아닐까?’ 기대했던 썸이 허망하게 끝나 연기처럼 흩어져버려도 생각합니다. 모든 것은 순리대로 될 것이지만, 단지 생각보다 조금 오래 걸리는구나.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제 자리를 찾겠지. 오늘 뜻대로 되지 않은 이 순간을 붙잡고 살아가지 않습니다.
이렇게 달라진 시선으로 살아낼 2025년이 저는 퍽 기대가 됩니다. 원하던 목표가 이루어지면 충분히 기뻐할 것이고,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반드시 될 건데, 올해는 아니었나 보다”라는 마음으로 다음 해를 기대할 겁니다. 지금, 혹시 실패의 경험 때문에 다시 시작하기를 주저하는 분이 계신다면, 제가 당신에게 수다쟁이 선생님이 되어드리고 싶어요.
“분명히 되실 건데, 조금 오래 걸리시는 거야.
조바심을 낼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거지,
반드시 되시긴 할 거기 때문에.”
이번주의 추천
::베란다 프로젝트(김동률 X 이상순) - 기필코
이상순씨와 김동률씨가 함께 그룹을 결성했었다는 사실 아셨나요? 베란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당시, 숨겨진 명곡을 참 많이 발매했었는데요. 기필코 라는 노래를 켜 놓고 다시 한번 오늘의 뉴스레터를 읽어보세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와 닿을 겁니다. 새로운 한 해, 다짐과 응원을 스스로에게 불어넣을 수 있는 가장 최적의 곡이랍니다.
brand story
장재열의 월간 마음건강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레터는 매거진, 워크숍, 컨설팅을 통해 스스로 온전히 멈출 수 있는 마음의 자생력을 기르는 브랜드 오프먼트 offment의 뉴스레터입니다. 뉴스레터에 소개된 다양한 가치를 다양한 매개체로 개발하고, 전달합니다. 더 많은 정보, 문의 사항은 아래 홈페이지를 방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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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하는 프로도
문득 어딘가 댓글에서 본 '멈추지 않으면 언젠간 도착할 거야' 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오늘 하루도 이만큼 잘했네 싶은 부분이 분명 있을 텐데, 완벽하게 해내지 못한 것 같은 기분에 포기를 선택하려 들기도 해요. 혹 그럴 때면 저의 수다쟁이 선생님이 되어주세요 ㅎㅎ 오늘 레터로 다시 찾아올게요😀
월간 마음건강 by 오프먼트
맞아요. 멈추지 않으면 언젠가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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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월간 마음건강 by 오프먼트
맞아요 언젠가 반드시 될 것인데, 시기가 조금 나중에 되는구나! 생각해요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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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오늘 글을 정말 공감하며 읽었어요. 재작년에 상담을 받을 때 상담 선생님과 습관 만들기로 설정한게 하루에 하나씩 책상 위의 무언가 버리기였어요. 이런 습관이 익숙해지려면 '버리기' 보다는 그 조건을 붙이는 것이 좋다고 하셔서 '퇴근 후 집에와서 겉 옷을 벗고 바로 버리기'로 했는데 한 3일 했을까요 너무 피곤해서 그냥 방바닥에 누워버린거에요 그리고 아차! 싶었어요. 망했네? 그 다음날부터 생각나도 그냥 안했어요. 어차피 실패한거였으니까요. 나중에 선생님과 이 이야기를 하니 선생님이 우리가 만드려고 하는건 연속 몇일 성공! 이런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쌓여가는 나와의 약속이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내가 본질을 잃고 그 결과에만 매달려있었구나 라는걸 그때 깨달았어요. 제가 하려던건 연속 몇일 성공 이런게 아니라 습관을 만드는 거였는데 말이에요. 하나씩 버리기는 올해 1월 1일부터 다시 시작했는데 초반에 며칠은 잘 하다가 며칠 빼먹고를 반복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오늘부터 다시 시작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하고있어요. 작심삼일이면 뭐 어떤가요. 작심삼일을 열번 반복하면 무려 한달인걸요!
월간 마음건강 by 오프먼트
맞아요! 작심삼일이 쌓여 인생이 되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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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댄서
최근 면접을말아먹고 나서 속상하고 자존감이 떨어지더라고요. 지금의 내 완벽한 시기가 아닐수도있는데도 말이죠. 그런저에게 위로가 되는 글이었네요. 그리고 금주하고있는데 막걸리가 너무 마시고싶었는데 이제는 역으로 생각해보려고여. 전보다는 덜마시네. 잘하고있네. 라고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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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누나
오늘 추천곡도 재열작가님의 이야기와 찰떡이네요! 기필코 해내고 말꺼야~~~!!!😁😀😊😆 저는 끝~!이라는 말에 절대로~! 다시는~! 이란 의미가 부여돼서 강박이 생기더라고요 근데 어떤 것이든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한다는 건 매일매일 꼭! 반드시! 해야하는게 아니고 잠시 멈추더라도 이어가는면 되는거라고 하잖아요 전에 재열작가님도 이런 얘기를 해주셨던걸로 기억해요 그걸 듣고 마음에 새기고 강박에서 벗어나려고 여전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에요^^ 올해는 어떤 걸 줄이면서 좀 더 좋은 사람이 될지 생각하는 하루 보내겠습니다 감기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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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캔두잇
베란다 프로젝트 앨범은 정말 '명반'이에요. 학창시절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꾸준히 듣는 음악인데 역시 ! 수다쟁이 의사 선생님 말씀은 지혜와 통찰이 가득담긴 조언이네요. 메모 메모 :) 그나저나 작가님 올해는 단 음식 조금 덜 드시고 홀쭉해진 배를 마주하는 날이 점차 늘어나길 기도할게요^^ 파이팅 파이팅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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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와 재열작가님 말씀은 읽으면서 힐링될 때가 참 많은데요. 오늘은 특히나 마음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 들었어요. 제가 요즘 자주 생각하는게 같은 상황이 생기더라도 결국 내가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리 보인다는 것입니다. 괜히 럭키비키 밈이 유행한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는 조금은 불행해보이는 일이 생기더라도 그 안에서의 강점과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면 그냥 마음이 편안해져요. 금연도 그렇고 우리가 인생에서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 항상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인데 그 실수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것 같아요. 이래서 사람은 책도 많이 읽고 다른 사람과 대화도 해봐야하는 건가봐요ㅎㅎ 덕분에 깨달음을 많이 얻습니다. 그리고 귀중한 깨달음을 모두에게 공유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늘 찰떡같은 노래 추천도 감사합니다. 음악과 함께 레터를 읽으며 댓글 쓰는 이 시간이 너무 귀중하고 소중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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