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편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여러분들도 모두 한 번쯤은 들어본 속담일 겁니다. 저는 관계가 힘들 때마다 늘 이 속담이 머릿속에 떠올랐어요. 오랫동안 이 속담 속의 ‘사람 속’이란 건 타인의 마음속이라고 생각했죠. 늘 상대방의 진의를 알 수 없어서, 나는 상대가 좋은데 상대는 나를 좋아하는지 알 수 없어서, 비즈니스 파트너로 협력하기 위해 만났지만 저 사람이 언제 내 뒤통수를 때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타인에 대한 불안은 늘 저를 두 배, 세 배로 걱정 많은 사람으로 만들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싶어 하고, 왜 이렇게 불안해하는 걸까. 나는 도대체 왜 그럴까. 어쩌면 결국 내가 왜 그런지 모른다는 건, ‘한 길 사람 속’에서 가장 잘 모르고 있는 사람은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2023년 5월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매일 아침, 하루에 딱 한 줄의 문장으로 저에 대해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들이 많이 아시는 ‘존재 소개’라는 글쓰기죠. 책에서도, 칼럼에서도, 유튜브나 강연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해왔던 방식이죠. 그런데 오늘은 이 글쓰기를 설명하거나 권하기보다는, 그냥 제가 써온 것들을 그대로 보여드리려고 하는 데요. 권하고 추천하는 것보다,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결국 제가 한 걸 보여드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얼마 전 유튜브 〈뇌부자들〉의 진행자이자 정신의학 전문의이기도 하고, 제게는 절친한 형이기도 한 김지용 선생님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쌤, 사람 의지는 정말 왜 이렇게 약할까요?”
“애당초 사람이니까 약한 거죠.”
“그쵸?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죠?”
두 사람의 결론은 단순했습니다. 우리가 핸드폰을 그만 봐야지, 유튜브를 적게 봐야지 결심해도 늘 의지가 무너지는 건 당연하다는 거죠. 실리콘밸리에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학자들이 모여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핸드폰을 더 오래 붙잡고, 유튜브에서 떠나지 않게 만들지를 연구하는데, 그 엄청난 집단지성을 우리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이기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의지를 믿고 실패하고 자책하는 패턴에서 벗어나, 습관을 최대한 작고 단순하게 만들고, 직접 해보면서 “아, 이건 진짜 효과가 있네”를 몸으로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제가 매일 아침 써온 이 ‘존재 소개’는 미니멀함으로 치면 거의 끝판왕에 가까운 습관이잖아요. 하루에 딱 한 줄이니까요. 그렇지만 3년이 지나면서 제 메모장에는 어느새 600여 개의 문장이 쌓였고, 연인에게도, 친구에게도, 가족에게도 이 방식을 권하며 함께 해보았습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알고 있던 저 사람은 사실 굉장히 일부였구나”라는 걸 아주 직관적으로 느끼게 되더라고요. ‘나는 이미 저 사람을 안다, 잘 안다’라는 오만에서 벗어나 ‘나는 저 사람을 잘 몰랐구나’를 느끼는 순간, 관계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을 위해 제 것을 먼저 꺼내 보려고 합니다. 나도 몰랐던 나, 나도 몰랐던, 가깝다고 생각했던 사람. 그 모든 거리감의 한 겹을 벗겨내고 조금 더 진솔하게 가까워지기 위해, 제가 저 자신과 가까워지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기꺼이 제 기록부터 보여드리려 합니다.
아마 제 칼럼이나 책을 오래 봐오신 분들조차도 이걸 보시면 “어? 장재열 작가, 이런 스타일이었어?” 하고 느끼는 부분이 꽤 많을 겁니다. 600개 보시면 분량에 압도되실까 봐 200개로 추렸어요. 아마 흥미로우실 겁니다. 뒤로 갈수록 점점 제가 저 자신을 알고, 이해하게 되면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게 한 눈으로도 보이거든요. 이제 거두절미하고, 바로 시작해 볼까요?
장재열의 존재소개
1. 나는 선언하면 쪽팔리기 싫어서 꼭 지키는 사람이다.
2. 나는 아이디어가 많은 대신 금세 까먹는 사람이다.
3. 나는 불안해지면 미신에 매달리는 사람이다.
4. 나는 타인에게 조언하며 나도 깨닫는 사람이다.
5. 나는 일과가 안 끝나면 잠이 안 오는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사람이다.
6. 나는 누가 예고 없이 쑥 다가오면 두려운 사람이다.
7. 나는 하얗고 깨끗한 공간에 집착해서 고생을 사서 하는 사람이다.
8. 나는 공상을 좋아하지만 현실성을 따지면서 공상하는 사람이다.
9. 나는 행복의 기준을 낮추려 노력하는 사람이다.
10. 나는 남들 챙기다가 내 걸 잊어버리는 사람이다.
11. 나는 시작이 어렵지만, 한번 시작하면 브레이크 거는 게 더 어려운 사람이다.
12. 나는 멈춤을 연습 중인 사람이다.
13. 나는 지난밤에 꾼 꿈들에 민감한 사람이다.
14. 나는 계획에서 실행으로 가는 과정이 길어질수록 불안해지는 사람이다.
15. 나는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려는 사람이다.
16. 나는 시간,장소,일자가 명확한 약속을 스케줄처럼 느끼는 사람이다.
17. 나는 7시간 수면을 사수하려는 사람이다.
18. 나는 초반 일정을 날리면 하루가 와르르인 사람이다.
19. 나는 화나서 욕을 하면 사람들이 도리어 재미있어하는 사람이다. (그게 더 열 받는다.)
20. 나는 동시에 여러 생각이 겹치면 하나에 집중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21. 나는 에너지를 한 방에 다 쓰고 골골대는 사람이다.
22. 나는 신체 변화에 점점 민감해지는 사람이다.
23. 나는 기분이 너무 좋거나 너무 나쁘면 단걸 찾는 사람이다.
24. 나는 해야 할 일을 몰아서 하고 남은 시간에 빈둥거리는 걸 즐기는 사람이다.
25. 나는 행복의 역치가 높아서, 낮추고 싶은 사람이다.
26. 나는 아침 루틴을 끝내고 잠깐 낮잠 잘 때 행복한 사람이다.
27. 나는 말문이 막히면 말이 더 많아지는 사람이다.
28. 나는 너무 미리 걱정하는 사람이다.
29. 나는 여름을 사랑하지만 여름 더위에 약한 사람이다.
30. 나는 짜증이 몇 번 쌓이면 확 폭발하는 사람이다.
31. 나는 빗소리를 들으면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사람이다.
32. 나는 대화의 텐션을 일정하게 맞추려는 사람이다.
33. 나는 수면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사람이다.
34. 나는 결심할 때 중간이 없는 사람이다.
35. 나는 타인의 ‘존재소개’에 영감을 받는 사람이다.
36. 나는 사회자의 본능에 충실한 사람이다.
37. 나는 챙김이 필요한 사람이다.
38. 나는 새로 빨아놓은 이불의 향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39. 나는 장문의 DM을 받으면 난감해하는 사람이다.
40. 나는 화를 잘 안 내지만 꼭지가 돌면 엄청난 사람이다.
41. 나는 공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다.
42. 나는 인생의 속도를 재정비하는 사람이다.
43. 나는 차가워진 공기가 반가운 사람이다.
44. 나는 양날의 검 같은 사람이다.
45. 나는 자정 전에 자고 안 자고의 차이가 큰 사람이다.
46. 나는 컨디션 관리에 사활을 거는 사람이다.
47. 나는 스트레스 상태를 꿈으로 알아차리는 사람이다.
48. 나는 삶의 중요도를 재설정하는 중인 사람이다.
49. 나는 인구밀도 낮은 곳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다.
50. 나는 행복의 총량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다.
51. 나는 음악을 끄고 생각에 귀 기울이려는 사람이다.
52. 나는 봤던 걸 다시 보는 게 편안해진 사람이다.
53. 나는 공간 변화가 주는 영향을 실험하는 사람이다.
54. 나는 바다를 봐야 뻥 뚫리는 사람이다.
55. 나는 목청이 튼튼한 사람이다.
56. 나는 바빴던 날일수록 TV를 보는 사람이다.
57. 나는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일도 있음을 배우는 사람이다.
58. 나는 ‘이런 나’를 자책하기보다 데리고 사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이다.
59. 나는 긍정해석을 연습 중인 사람이다.
60. 나는 날씨에 따른 텐션 변화가 줄어든 사람이다.
61. 나는 강아지 배를 만지면 안정되는 사람이다.
62. 나는 사람들과 대화하며 생각 정리하는 사람이다.
63. 나는 잠드는 것보다 깨는 것이 더 힘든 사람이다.
64. 나는 자원이 많음에도 활용을 잘 안 하는 사람이다.
65. 나는 완벽하지 않은 것의 감사함을 연습하는 사람이다.
66. 나는 미래가 불안한 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려는 사람이다.
67. 나는 말해야 생각정리가 잘 되는 사람이다.
68. 나는 ‘잘 잤다!’라고 외치기 시작한 사람이다.
69. 나는 어제의 감정을 오늘로 끌고 오지 않으려는 사람이다.
70. 나는 이불 정리의 영향을 받는 사람이다.
71. 나는 계획이 틀어지면 짜증이 나는 사람이다.
72. 나는 변수에 익숙해진 사람이다.
73. 나는 스스로를 ‘청개구리 같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74. 나는 산 넘어 산을 넘고 있는 사람이다.
75. 나는 한 해를 돌아보는 사람이다.
76. 나는 코로 계절 변화를 느끼는 사람이다.
77. 나는 함박눈이 좋은 사람이다.
78. 나는 날짜 경계의 영향을 덜 받는 사람이다.
79. 나는 설명이 길어지는 사람이다.
80. 나는 부담이 커지면 잠깐 도망가고 싶은 사람이다.
81. 나는 힘든 일 앞에서 WHY를 생각하는 사람이다.
82. 나는 롤러코스터처럼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83. 나는 그릇이 조금 커진 사람이다.
84. 나는 따뜻한 사람이 주변에 많은 사람이다.
85. 나는 마음 바쁨을 경계하는 사람이다.
86. 나는 새로운 기회가 생겨나는 사람이다.
87. 나는 계획을 조금씩 내려놓고 있는 사람이다.
88. 나는 문제가 생기면 해결될 때까지 다른 일을 못 하는 사람이다.
89. 나는 채광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다.
90. 나는 생각이 다른 사람과 대화하며 넓어지는 사람이다.
91. 나는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극명한 사람이다.
92. 나는 마음의 결을 다듬는 중인 사람이다.
93. 나는 밤샘의 여파가 점점 길어지는 사람이다.
94. 나는 외향적인 모임 사이에서 에너지를 아껴야 하는 사람이다.
95. 나는 글이 더 편한 순간이 많은 사람이다.
96. 나는 확실히 J이긴 한 사람이다.
97. 나는 새소리에 회복되는 사람이다.
98. 나는 일할 때 로딩이 오래 걸리는 사람이다.
99. 나는 걱정을 줄여나가는 사람이다.
100. 나는 ‘OFF’가 필요한 사람이다.
101. 나는 체력관리 난이도가 높은 사람이다.
102. 나는 바쁠 때 버티기가 어려운 사람이다.
103. 나는 사람에 따라 기가 빨리는 정도가 다른 사람이다.
104. 나는 인연을 맺으면 기본 10년 가는 사람이다.
105. 나는 아직 저평가 우량주인 사람이다.
106. 나는 바쁘면 실수를 꼭 하나 하는 사람이다.
107. 나는 사소한 초대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108. 나는 사람은 화학적 생물임을 느끼는 사람이다.
109. 나는 집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다.
110. 나는 내 집에서 자야 피로가 풀리는 사람이다.
111. 나는 과로 상태를 자주 겪는 사람이다.
112. 나는 자정 전에 자고 싶은 사람이다.
113. 나는 습관의 관성이 무서운 사람이다.
114. 나는 먼 미래 생각이 줄어든 사람이다.
115. 나는 감정이 요동치는 게 싫은 사람이다.
116. 나는 감정 속도가 조급했음을 깨달은 사람이다.
117. 나는 어떻게든 되겠지 마인드가 생긴 사람이다.
118. 나는 대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119. 나는 느긋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다.
120. 나는 엉뚱한 상상을 자주 하는 사람이다.
121. 나는 특별한 일상성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122. 나는 첫 단추가 잘못 꿰지면 와르르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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