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의 편지
"휴식을 거부한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오늘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저는 초기 히트작 중 하나인 <더 크라운>이라는 작품을 아주 좋아하는데요. 영국 엘리자베스 2세의 일대기를 다룬 시즌제 드라마입니다. 여왕 외에도 아들 찰스 왕세자(현 찰스 3세), 여동생 마거릿 공주 등 여왕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했던 다른 왕실 구성원의 심리묘사까지 탁월하게 그려낸 점이, 심리를 연구하는 제 직업에는 큰 흥미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큰 감명을 받은 장면은요. 제가 태어나지도 않았던 1970년대, 마거릿 대처 총리의 재임 시절을 다루는 시즌 4입니다. 마거릿 대처에 대해서는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다? 닉네임이 철의 여인이다. 굉장히 기가 센 사람이었다.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요. 드라마를 보면 엄청난 워커홀릭입니다. 그녀와 관련된 아주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시즌4 2화에 나옵니다.
전통적으로 영국 총리는 영국 왕실의 여름휴가에 한 번씩 초청을 받아서 함께 보내는 경험을 한대요. 대처 총리도 취임 후 첫 휴가를 왕실에서 함께 보냈지요. 참석자들이 다 함께 사냥 등 야외 활동을 나간 자리에서, 혼자만 옷을 갈아입겠다며 몰래 들어와서 급한 결재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 대처 총리. 그 모습을 본 여왕의 여동생 마거릿 공주가 묻습니다.
마거릿 공주 : “오늘이 공휴일인 건 알고 계시는 거죠?”
하지만 워커홀릭인 대처 총리는 당연한 듯 말하지요.
대처 총리 : “네 국가 정세가 지금 같은 시기에는 휴가를 즐기기 어려워서요.”
마거릿 공주 : “하지만 국가 정세는 전에도 그랬고, 틀림없이 또 그럴 거예요. 경험이 쌓이다 보면 알게 되죠. 때로는 휴식을 취하는 게 가장 현명한 처사라는걸.”
대처 총리 : “전 휴식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전혀 즐겁지 않죠.”
총리의 얼굴을 한참 빤히 쳐다보던 공주는 딱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나갑니다.
마거릿 공주 : “그보다 중요한 걸 얻을지도 몰라요. 관점(perspective)”
입헌군주제가 아닌 우리나라에선 잘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왕은 평생 근무하고, 총리는 3~4년에 한 번씩 바뀝니다. 공주의 입장에서는 대처 총리가 7번째 만난 총리였고, 모든 총리는 “지금 사안이 너무 시급해서”라고 말해왔다는 거지요. 하지만 그 시급한 사안 중에도 모든 총리가 대처처럼 몰래 궁으로 들어와 결재할 정도로 쉴 틈 없이 살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마거릿 공주는 당장의 결재 서류를 바라보기보다, 오히려 쉬고 생각을 전환하는 순간에 위기의 국면을 타개할 해결책이 떠오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넌지시 건넨 거지요.
마거릿 공주의 조언이 무색하게도, 몇 년 뒤 마거릿 총리는 ‘대화의 여지가 없다.’ ‘다른 관점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평과 함께 자신이 속한 당에서도 지지 표를 받지 못한 채 실각하게 됩니다. 결국 공주가 말했던 대처 총리에게 진짜 중요한 것, “관점”을 갖는 데에는 마지막까지 실패한 것이 아닐지 생각됩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눈앞에 너무 많은 생각거리가 쌓여있을 때. 당장 먹어야 할 밥, 챙겨야 할 잠도 미룬 채, 아주 기본적인 것들도 미룬 채 ‘끝장을 볼 때까지’ 골몰하게 되지는 않나요?
하지만 생각해 볼 지점입니다. 마거릿 공주와 마거릿 대처, 두 마거릿의 일을 바라보는 관점 중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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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세 번, 여백을 위한 '휴식 알람'
매일 바쁜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고 싶은 순간을 필요로 합니다. 저번 주 레터에서 여쭤봤던 여러분의 '하루의 여백'에 대한 답변 중 오늘은 @바다토끼님의 이야기를 공유하려고 해요. 바다토끼님은 하루 중 세 번—오후 12시, 3시, 6시에 휴식 알람을 맞춰 둔다고 해요.
'휴식'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이 알람이 울리면 잠시 일상의 소음은 멈추고, 고요와 평화의 순간이 찾아와요. 스트레칭을 하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잠깐 서성이며 보내는 이 짧은 시간이 정신을 맑게 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해 줍니다.
'해야 할 일'을 위한 알람 대신 '휴식을 위한' 알람을 설정해 보세요. 이 간단한 변화가 바쁜 일상 속에서 짧지만 달콤한 여유를 선사하며, 여러분의 하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지난 off 레터 답변
지난 주 질문은 "당신의 하루에는 몇분 정도의 여백이 있나요? 주로 어느 시간대 인가요?" 였습니다. off레터 구독자 분들의 답변을 공유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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