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ing#6 | A.T 필드가 뚫렸다!!!

고창일의 육아일기 『기타팝파』#2

2021.05.04 | 조회 1.3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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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링Oiling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드는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Oiling 입니다. 프로듀서 단편선과 아티스트 천용성, 전복들, 전유동, 후하, 보일, 소음발광, 선과영이 함께 읽고 씁니다.

편집인의 말

🐮옛날 사람

어릴 때 좋아하던 음반이 있습니다. 원더버드의 1집 《The Story Of A Lazy Bird》.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발매 되었습니다. 타이틀 곡은 〈옛날 사람〉이라는 노래였습니다. "술을 마시면 언제나 생각이 나는 옛날 사람"으로 시작하는 노래를 13세 천용성은 매일 같이 부르곤 했습니다.

어느새 저는 삼십대 중반이 되었습니다. 1999년의 원더버드 멤버들보다 형이 되었죠. 노래는 전처럼 자주 부르진 않지만 "술을 마시면 언제나 생각이 나는 옛날 사람"은 많아졌습니다. 제가 그런 사람이 되기도 했고요. 이번 주 창일 씨의 원고를 받고 반갑고 웃겼습니다. "언제적 A.T필드야. 진짜 옛날 사람이네"

오소리웍스의 평균 연령은 꽤 높습니다. 천용성이 YB에 속할 정도로 높죠. 위로 넷, 이환희, 고창일, 지고, 단편선이 있고, 아래로 넷, 성진영, 천용성, 전유동, 보일이 있습니다. 며칠 전 단편선 씨가 자기는 진영이랑 친구인데 왜 OB냐고 볼멘 소리를 하더군요. 그도 한낱 ―어리고 싶을 때만 년도를 따지는― 빠른 년생이었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이주의 코너는 🐚고창일의 육아일기 『기타팝파』입니다. 담이와 팡이가 건강하게 자라길 바랍니다. 용성이 삼촌과 같이 아빠 흉을 보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삼촌, 아빠가 자꾸 아빠 노래를 부르게 해요"라든지, "삼촌, 아빠가 자꾸 옛날 만화 얘기만 해서 미치겠어요" 같은 말을 하면서요.

🐮천용성


전복들 고창일의 육아일기 『기타팝파』

🐚#2 A.T 필드가 뚫렸다

그거 아세요? 갓난아기들 몸 주변에는 강려크한 A.T 필드*가 흐르고 있고 이것이 아이를 지켜주고 있다는 걸. (지난달 과학동아인지 ‘테드 창’인지 모를 글을 써놓고 보니 정체성의 혼란이 옵니다.) 아기들은 엄마의 면역력을 갖고 세상으로 나오기 때문에 약 200일간은 건강한 성인과 다름없는 면역 상태로 살아가게 되죠. 하지만 A.T필드*가 언제나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편집자 주 :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시리즈에 등장하는 방어막의 일종.)

A.T 필드를 사이에 두고 대치 중인 에반게리온 초호기와 제3사도 사키엘 
A.T 필드를 사이에 두고 대치 중인 에반게리온 초호기와 제3사도 사키엘 

둘째 담이가 태어나고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던 어느 날, 담이에게 열이 난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팠던 팡이도 100일까지는 엄마-면역-A.T 필드의 성능이 확실했는데 30일 짜리가 열이 난다니. 어마어마한 사도*놈이 담이 몸에 침투했다는 얘기였죠. 해열제를 두 번이나 먹여도 열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의사 선생님 반응도 심각했습니다. 결국은 새벽에 대학병원을 찾았습니다. (*편집자 주 : 에반게리온 시리즈에 등장하는 괴생명체. )

생후 30일이 지나지 않은 고열의 신생아는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합니다. 아내와 교대해가며 옹알이도 못 하는 갓난아이의 곁을 지켰습니다. 병명은 요로감염. 신장, 방광, 요도 등으로 세균이 침투하여 염증을 유발하는 병입니다. 신생아에게는 치명적인 질병 중 하나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밥을 참 잘 먹었다는 것이죠. 제겐 밥만 잘 먹으면 결국은 낫는다는 경험칙이 ― 그래서 저는 누군가의 안부를 물을 때면 항상 밥 먹었냐고 묻습니다. 먹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 있거든요. 손가락만 한 링겔 바늘을 꽂고 내내 독한 항생제를 맞아가며 힘들어했지만 그래도 밥은 참 잘 먹었습니다. 얼매나 기특던지. 

병실에서 담이에게 얘기했습니다. “낫기만 나아라. 얼른 낫고 얼른 커서 아빠랑 캐치볼도 하고 같이 놀자. 느그 누나야는 아빠 노래 이제 별로 안 좋아하는데 너는 크면 아빠 노래 좀 불러줄 거냐? 아빠랑 기타도 치고 합주도 하자. 동네 공원에서 연도 날리자.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하나씩 빨며 집으로 돌아오자. 아빠는 월드콘을 좋아한다. 느 엄마한테 늦었다고 등짝도 한대씩 맞고 시원한 물에 등목도 같이하자. 아빠는 니가 왼손잡이면 꼭 야구를 시켜볼 생각이다. 물론 오른손잡이라도 시켜볼 생각이다. 기타는 왼손으로 치면 불편하긴 하지만 간지는 날것이야.” 

열 번도 넘게 했던 입원실의 병간호였지만 이번은 좀 달랐습니다. 사실 제 A.T 필드도 깨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아이 사이에 유산이 있었습니다. “아이의 심장이 뛰지 않습니다.” 건조한 사실로만 이어진 문장을 들었을 때가 기억났습니다. 스스로 뺨따구를 씨게 때렸습니다. 나는 아빠고 아빠다워야 한다. 제 나약함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이들은 강건했습니다. 일주일의 입원을 마치고 건강하게 돌아왔습니다. 다시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죠. 아이들은 아프면서 커가니까요.

거짓말같이 큰 병을 이겨내고 온 담이가 너무 기특합니다. 아빠, 엄마 없이도 어린이집을 씩씩하게 다녀오던 팡이도 너무 대견합니다. 사람에게 A.T 필드는 무엇일까요? 세상의 사악한 것들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방패는 무엇일까요? 손주들 일이라면 새벽같이 달려오시는 부모님도, 친조카 일인 마냥 함께 걱정해주는 친구들도 모두 저의 A.T 필드 입니다. 내밀어 준 손을 잡고 체온을 느낄 때마다 저도 조금씩 단단해져 갑니다. 누구보다도 강한 사람이던 우리 부모님들도 사실은 저같은 과정이 있었겠지요? 저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수 있겠죠? 밴드도 가족도 그렇게 조금씩 강해지고 있습니다. 제 곁에서 뚫리지 않는 A. T 필드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창일


[이주의 추천곡] Mat Kearney - Anywhere With You

🔥특보🔥

🐚전복들 [전복코믹스] EP 대발매💥

대구의 기타팝 아나키스트 🐚전복들의 EP [전복코믹스]가 지난 5월 2일 음원으로, 5월 3일 CD로 정식 발매되었다. 타이틀 컷은 '꽃병 속 꽃은 뿌리가 없다'. 🐚전복들이 그간 추구해오던 심플하고 직선적인 기타팝의 노선을 이어가고 있는 곡이다.

이전 작업들과 두드러지게 달라진 것은 베이시스트이자 코러스를 맡고 있는 박은아의 활약. 옛 대학가요제의 참가곡들을 연상시키는 맑은 코러스 덕에 보다 풍성한 사운드의 🐚전복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전복들은 EP 발매를 기념, 5월에는 서울과 대구, 6월에는 부산에서 각지의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단편선 특파원


📺오소리뉴스📺

🐮천용성 @yongsung000

[공연] 5/21(금) 아이다호

🐚전복들 @cosmic_abalone

[공연] 5/8(토) 카페언플러그드, 전유동 X 전복들 발매 기념 쇼케이스 《전전쇼》

[공연] 5/15(토) 클럽 헤비, 전복들 X 전유동 발매 기념 쇼케이스 《전전쇼》

🐤전유동 @jeonyoodong

[공연] 5/8(토) 카페언플러그드, 전유동 X 전복들 발매 기념 쇼케이스 《전전쇼》

[공연] 5/15(토) 클럽 헤비, 전복들 X 전유동 발매 기념 쇼케이스 《전전쇼》

[공연] 5/20(목) 두물머리, 딴딴회관 X 전유동

[공연] 5/29(토) 대구 대화의 장, 전유동&복다진

😙후하 @hoohaa.seoul

[음반] 5/12(수) EP 《Spring》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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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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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민아

    0
    almost 3 years 전

    팡이 담이 아프지 말고 무럭무럭 자라라 이모가 기도할게!! 아빠 노래도 가끔씩 불러주고~ ㅋㅋㅋㅋㅋㅋ

    ㄴ 답글 (1)
  • numjoara

    0
    almost 3 years 전

    늙었나봐요 눈물나 주책이야..🤧 사실, 너와 함께라면 어디든 좋다고 해주는 존재 자체가 가장 강력한 방어막!!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겨냥한 오일링이었다면 아주 기냥 대성공!! 아 엄마 보고싶다 아 조카 보고싶다😢

    ㄴ 답글 (1)
  • 대구자전거동호회

    0
    almost 3 years 전

    전복들 전신 우주전복 친구들이랑 만나면 원더버드 노래를 부르곤 했습니다. 윤철신을 외치며 ㅠ 어쨌건 우린 모두 옛날사람이니까 ㅋ 이번주도 고생 많으셨어유 편집장님!!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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