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ing#77 | 펑크는 그런 음악이니까

전유동이 만난 새들 『전유동만새』 #9, 강동수의 음반 수집기 『나의 인디유산 답사기』 #8

2022.10.04 | 조회 7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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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링Oiling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드는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Oiling 입니다. 프로듀서 단편선과 아티스트 천용성, 전복들, 전유동, 후하, 보일, 소음발광, 선과영이 함께 읽고 씁니다.


발행인의 말

🍔발행인의 안 은밀한 취미생활

천용성 편집인에게 짧은 메세지가 왔습니다. 편집인의 말은 한주 쉴게요. 어떤 일 때문일까 궁금하긴 했지만 그냥 따로 더 묻진 않았습니다. 한주 쉰다면 한주 쉴 이유가 있어서겠지. 그리고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서 오늘은 간만에 제가 바통을 넘겨받았다는 것.

근래에 음악 틀 일이 많았습니다. 8월 도모도모 무도회부터 시작해 9월에는 무대륙에서, 10월에는 인천 영종도의 페스티벌 륙에서. 그 중 반수 이상이 직접 기획한 것들이라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아예 SOICHI YAMAMOTO라는 DJ 네임도 새로 짓고 반쯤은 진심으로 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이 SOICHI YAMAMOTO라는 이름이 류이치 사카모토의 패러디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름을 다시 만들어야하나 고민하는 중.)

컨셉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8월의 도모도모무도회는 동네에서 오며가며 친한 기획자들(DMZ 피스트레인의 이수정, 영기획의 하박국, 튜나레이블의 김호진 등)이 모여 서로 좋아하는 음악들을 들려주는 파티였고요. 9월의 무대륙에서 열린 음악가의 음악살롱은 음악가들이 돌아가면서 DJ를 맡아 매주 토요일마다 음악과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시간이었죠. 10월의 페스티벌 륙은 인천을 축으로 활동하는 뮤지션들이 영종도에 모여 하루종일 난장 피우는 날이었고.

전반적인 룩이 다르니 선곡도 달랐습니다. 부끄러운 탓에 전체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진 않고 싶지만 각각의 회차를 상징하는 트랙은 다음과 같음. 8월 도모도모 무도회가 Brigitte Bardot와 Laurent Vergez의 Vous Ma Lady라면, 9월 음악가의 음악살롱은 정경화 선생님이 연주한 크라이슬러의 Liebesleid. 마지막 페스티벌 륙에서는 Damaso Perez Prado의 Mambo No.8. 같은 라틴 계통의 음악들. '놀자'라는 메시지를 잔뜩 담아 준비한 것은 마지막 회차에서만이고, 앞의 두 번은 조금 더 '음감회' 같은 바이브로 준비를 했었죠. 보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음감회 같은 것을 두 번 해보니까 이렇게 준비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파티음악 위주로 페스티벌 륙에서의 셋으로 준비했달까.

(페스티벌 륙의 이모저모는 인스타그램 오소리웍스 계정의 스토리에 모두 담아두었다.)

이전에도 간혹 음악을 틀 일이 있긴 했지만 조금은 다른 기분입니다. 새로운 장난감을 얻게 된 것 같은 단순한 기쁨이 있달까요. 저만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도모도모무도회가 끝난 이후로 같이 준비한 호진은 DJing을 위한 작은 장비들을 구매했습니다. 통영에서도 한 번 파티를 하자는 말이 오고가고 있어요. (주: 김호진은 통영과 서울을 오고가며 일한다.) 저도 페스티벌 륙 준비하면서 (더 잘하기 위해서) 조금 더 공부해볼까, 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기왕 놀거면 제대로 잘 놀아야지라는 생각 때문일텐데, 또 조금 더 들어가보면 '이렇게까지 투자를 해서 놀아야하나'라며 약간의 현타가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노는데 진심을 다 하는 건 중요하죠. 음악을 하는 이유라는 것도, 차 떼고 포 떼고 멋진 말 같은 거 다 치워버리면 남는 것은 결국 잘 놀고 싶다는 그런 원초적 마음 때문은 아닐까 싶어서. 새로운 취미가 늘어난 것 같은 기분이라 좋습니다.

(페스티벌 륙을 끝내고선 이틀 째 골골거리고 있는데, 때문에 '이제는 정말 운동을 해야겠어'라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 또한 잘 놀고 싶어서는 아닐지.)

그래서 오늘의 새삼스런 질문은, 여러분들은 잘 놀고 계십니까? 그런 것들을 묻고 싶어졌다는 거죠. 아래 죽 보니까 일단 소음발광의 동수와 전유동은 나름 잘 놀고 있는 거 같은데 말이죠.

🍔단편선 발행인


소음발광 강동수의 음반 수집기 『나의 인디유산 답사기』 #8

⚡펑크는 그런 음악이니까

2021년부터 로컬 인디 씬이 부흥하는 것처럼 여기저기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에 걸맞게 유명 영상 컨텐츠 및 페스티벌 등 큼직한 이벤트에서 부산/대구 음악가들이 출연하기도 했다. 수도권 중심의 음악 시장에서 드디어 로컬이 빛을 발하는가 싶었다. 그러나 특정 밴드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갈 뿐이었다. 맥 빠지는 일이다.

그런 와중에도 로컬 씬의 음악가들은 지지 않겠다는 듯 야심을 가득 담은 앨범을 만들고서 현재와 이 순간의 소중함, 각자의 꿈에 한걸음씩 다가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플라스틱 키즈의 정규 1집 <Shining Blues> 또한 그렇다.

플라스틱 키즈는 2012년 결성, 2015년 EP <Dancing With The Moon>을 발매한 이후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다. 분명 정규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리는 들리는데, 몇 년이 지나도 아무런 결과물도 보이지 않았고 공연장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대부분의 로컬 밴드들이 그랬던 것처럼 플라스틱 키즈도 반짝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다. 그로부터 7년이 흘러 대구의 공연장 꼬뮨에서 그들이 라이브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몇 년만에 나타난 그들은 새로운 기타리스트와 함께 이전보다 훨씬 격렬하면서 춤추기 좋은 펑크 음악을 하고 있었다. 여전히 맥빠지는 일 투성이인 이 씬 안에서 플라스틱 키즈는 엉망진창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들의 음악이 영원히 남기를 바라고 있다. 결성 10년 만에 첫 정규를 발매하고 사람이 없는 공연장에서 꿋꿋하게 노래를 하며 춤을 추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10년에 걸쳐 발매된 플라스틱 키즈의 <Sunshine Blues>는 일본의 멜로딕 펑크와 슈게이징/포스트 락의 멋진 점들을 한 곳으로 모은 11곡의 노래들이 담겨있다.

어쩌면 이 음반은 10년의 결실에 비해 큰 성과를 내지 못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이 태양과도 같은 앨범이 누군가에게 한줄기 빛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빛으로 인해 과거의 슬픔과 후회를 뒤로한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춤을 추는 사람들이 생길거라 믿는다. 펑크는 그런 음악이니까.

⚡강동수


[동수의 추천곡] 플라스틱키즈 - 달끝

전유동이 만난 새들, 『전유동만새』 #9

🐤모바일에서 만난 새들

오늘은 새들과의 만남을 미리 가져보는 도감 어플들을 준비했다. 가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반가운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준비 없이 만나면 더욱 반갑다. 하지만 새와 나의 만남은 혼자만 반갑기 때문에 새들을 먼저 알아보는 준비를 한다. 산을 가거나 공원에 가거나 호수나 강을 가게 되면 서식지에 따라 어떤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지 예상해보고 계절에 따른 철새들을 생각해본다.

첫 번째 어플은 “한국의 새”이다. LG상록재단에서 만들었다. 나는 Pro 버전을 사용 중이다. 한국에 서식하는 새들과 거쳐 가는 철새들과 길 잃은 새까지 등록이 되어있고 세밀화와 생태 사진까지 볼 수 있다. 몇몇 새들은 “새이야기” 탭에서 해당 새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읽을 수 있다. “특징” 탭에서는 학술분류와 도래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유사종을 비교해 준다. 처음 새들을 살펴보는 분들이라면 겨울 깃, 여름 깃 등 상세 정보를 모두 확인하실 필요 없고 새들을 훑어보면서 마음에 드는 새를 찾아보고 이름 정도만 기억해두어도 좋다. 그리고 자주 보는 새들의 이름을 알아두면 일상에 작은 행복을 준다. 자주 보지만 이름을 모르는 새가 있다면 사진을 찍어 공유해주시면 이름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화질구지는 패스

오일링을 쓰다 보니 구글 앱스토어에서 “한국의 새” 어플이 사라졌음을 알게 되었다. 애석하다. LG상록재단은 “한국의 새”를 책으로도 발간하였으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구매를 권장한다. 국내 조류 도감 중 최다종이 수록되어있고 도감치고 저렴하다. 내가 가진 책은 영어로 된 2차 개정증보판이고 팬분이 선물해주셨다.(감사합니다)

두 번째 어플은 멀린(Merlin Bird ID by Cornell Lab) 이다. 무료 어플 중 가장 강력한 기능들을 가지고 있다. 큰 특징으로는 국가별 패키지가 존재한다. 패키지를 설치하고 “새 둘러보기”에서 위치와 날짜를 오늘로 표시하면 현재 내 위치에서 볼 수 있는 조류들이 정렬되어 나온다. 기본적인 “동정하기“ 기능은 장소와 날짜, 크기, 색깔과 새의 행동을 선택하면 나열된 목록 속에서 새를 찾을 수 있다.

새들의 노랫소리도 시각화하여 들어볼 수 있다.
새들의 노랫소리도 시각화하여 들어볼 수 있다.

사진으로 동정해주는 기능이 있다. 언제든 사진을 찍어두면 나중에 어떤 새인지 알아볼 수 있다. 이름을 아는 새도 이렇게 정확하게 동정이 되는지 시험해보다 보면 시간이 빨리 간다. 사진으로 동정하기 기능은 지금까지 정확도가 높다.

인천 자유공원 인근에서 발견한 검은이마직박구리와 모교에서 찍은 후투티
인천 자유공원 인근에서 발견한 검은이마직박구리와 모교에서 찍은 후투티

이렇게 사진으로 동정한 종들은 관찰종 목록으로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소리로 동정하기 기능도 있지만 사용해보니 아직 개선이 아주 필요해 보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설명이 한글화가 되어있지 않은 것이 흠이다.

관찰기록을 저장하면 축하도 해준다.
관찰기록을 저장하면 축하도 해준다.

새 이야기를 하면 나만 신난 것 같은 느낌을 쉽게 지울 수 없는데 작은 호기심이라도 한 번 알지 못했던 새들을 보고 주위를 둘러보는 계기가 되면 참 좋겠다. 마지막으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참새의 위용을 보여주며 마친다.

🐤전유동


[유동의 추천곡] 박소은 - 너는 나의 문학

📺오소리뉴스📺

🐮천용성 @000yongsung

[공연] 10. 8(토)-10. 9(일), 13:00, 연미정(강화), '평화로 떠난 싱어송라이터'

[공연] 10. 10(월), 14:00, 복합문화공간 에무, '떼창콘서트 : 천용성 편'

소음발광 @soumbalgwang_official

[공연] 10. 10(월), 왓챠홀, '로토X주나 웨딩펑크'

[공연] 10. 15(토), 난지 한강 공원, 'Us Earth 페스티벌'

🪐선과영 @boktea @haha_hangun

[공연] 10. 9(일), 16:00, 벨로주 홍대, '《밤과낮》 쇼케이스'

[공연] 10. 26(수), 19:30, 인천생활문화센터 이음마당, '선과영 : 삶과 음악 토크콘서트'

🍔단편선 @danpyunsun

[공연] 10. 22(토), 카페 언플러그드, '언플러그드 10주년 페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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