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말
🐮 샤워란 무엇인가
이건 지난 73호 '원정이는 깔끔해'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인데요. 저도 샤워를 자주 합니다. 이 닦듯 하루 세 번 정해 놓고 하지는 않지만 할 기회가 있으면 언제나 하는 편입니다. 한 번 할 때 길게 하기도 합니다. 한국인의 평균 샤워 시간 같은 것은 잘 알지 못합니다만, "왜 그렇게 오래 씻어?"라는 말을 여러 사람한테 여러 번 들어봤으니까요.
하지만, 도대체 샤워란 무엇입니까? 알 수 없습니다. 완전 탈의, 이것이 샤워의 조건임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입니다. 상의 탈의=등목. 완전 탈의=샤워. 하지만 전신의 땀을 물로 씻어내는 작업을 샤워로 봐야 할 것인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저는 머리도 감고 비누칠도 하는 샤워는 하루에 딱 한 번만 합니다. 하지만 전신-땀-씻기는 땀이 날 때마다 합니다. 여름에는 하루에 대여섯번 정도 하고요.
물론 저도 왕년에는 한 샤워했지요. 한 겨울에도 서너번씩. 그땐 모든 과정에 샤워가 있었습니다. 손 씻어야 한다 👉 차라리 샤워를 하지. 발을 씻어야 한다 👉 차라리 샤워를 하지. 밥을 먹어야 한다 👉 차라리 샤워를 하지. 책을 읽어야 한다 👉 차라리 샤워를 하지. 근데 언제부턴가 여기저기가 따갑고 가렵기 시작해서 타협을 보았습니다. 비누칠은 하루에 한번. 여름에도 로션을 듬뿍 바르는 것으로요.
하지만 샤워를 할 때마다 속옷을 갈아입는다 거나 샤워가 불가능 할 때 속옷이나 양말을 갈아 입(신)지는 않습니다. 이쪽은 원정-은아와 조금 다르죠. 속옷은 철저하게 24시간을 지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오늘은 12시간 밖에 입지 않았다면 내일 12시간을 더 입습니다. 양말도 그렇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신었나―물론 24시간씩 신지는 않습니다―를 따지는 편이죠.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좀 더 디테일한 규칙들이 있긴 한데요. 알기 싫은 것을 이미 너무 많이 알아버리셨을 테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천용성
전복들이 키우는 이야기 『기타팝파』 #16
🌻『야구팀 감독입니다만』 #2 : 팀원 구함
개편하자마자 싱글 발매 글 쓰느라 흐름이 좀 끊겼네요. 본격 야구 수필 『야구팀갑독입니다만』입니다. 아, 아, 팀원을 구하고 있습니다. 아, 아, 오해하시면 안 되어요. 전복들 인력 구성은 꽤 안정적이고 탄탄한 편입니다. 지난 7년간 운영한 저희 야구팀 얘기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여전히 팀원을 구하고 있습니다. 밴드도 야구팀에서도 함께하는 사람을 찾는 일이란 거의 모든 것이기도 하고 가장 어려운 일 같기도 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2015년, 대학교 선배와 야구팀을 만들었습니다. 직장인 5~6년 차도 되었겠다 그쯤 되면 취미 생활 하나씩은 하기 마련이기도 하고 그나마 대구권에 취업해있는 지인들 친구들이 꽤 있어서 팀원 모으기는 꽤 순조로웠습니다. 제 친동생까지 포함해 20여명으로 시작했던 이 야구팀은 하지만 창단 한 해 만에 지나 1/4이 나가고 또 그다음 해에 1/3이 나가고. 야구란 도통 왜 오래 하질 못하는 걸까요. 입단했던 친구 중 7년 동안 24명 즉 연평균 네명 정도가 들어오고 나갔습니다. 저와 단장 형님의 인덕이 모자란 것도, 첫 승리를 창단 2년만에 한 것도 그 이유일 수 있지만 다른 팀들도 저희와 딱히 사정이 다르지는 않더군요. 많이 나가고 많이 들어오고 한대요. 그걸 잘 유지하는 게 감독과 단장의 능력이라 하고요.
지피지기. 저는 감독을 잘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나간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물어봤습니다. 우리 팀을 나갔던 이유는 무엇이냐? "감독이 마음에 안 들어서"라는 직답을 해준 대학 동기 녀석은 동시에 잔소리쟁이 동료였던 저까지 디스하더군요. 아무튼 결론은 야구보다는 야구 외적인 요소가 더 많았습니다. 결혼과 육아가 50%가 넘어갑니다. 특히 저희 팀의 주 연령대가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이다 보니 결혼하고 집안 스케줄을 소화하는 신혼의 유부들과 출산 전후로 빠지는 아이 아빠들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친구 반, 할 수 있을 줄 알고 리그비 내고 새 유니폼과 장비 빼입고 써먹도 못하고 다시 떠난 친구 반에반, 그리고 나머지가 저나 대학 알 동기 땡땡군 정도입니다. 공통으로 보살 반려인과 함께 사는 이가 아니고서는 복귀가 참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믿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거라, 돌아 왔을때 비빌 언덕이 되어주리라 다짐해봅니다. 전복들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원정이 처럼요.
이별에 슬퍼만 할 순 없습니다. 일단은 뎁스 차트를 짭니다. 포지션별로 선수 분포를 펼쳐놓으면 퇴단으로 인해 전력 누수가 가장 큰 포지션이 빈 포지션이 어디인지 한 눈에 보입니다. 전력 분석이 끝나면 영업을 시작합니다. 올해 2세 출산인 2명과 타지역으로 직장의 이직 등으로 총 4명이 팀을 떠났습니다. 팀원들에게 지인 중에 야구에 관심있는 사람. 기존팀에서 나오거나 해체한팀은 없는지, 과거 함께 했지만 잠시 팀을 떠나있는 친구들에게도 안부 겸사 연락을 돌립니다. 이 과정에서 멤버가 다 찾아지면 참 다행이지만 올해는 실패였습니다.
2단계는 커뮤니티 입니다. 새로 들어온 친구 중 두 명은 20세. 올해 대학에 들어온 친구들이었습니다. 기존의 야구 커뮤니티가 아닌 당근마켓으로 영입을 시도한 덕분에 생긴 아웃풋으로 내년에도 당근을 활용해 선수를 더 뽑아 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아. 이와 관련 재밌는 일이 생겼습니다. 팀 내 최고령 회원인 승철이 형의 아들분이 요번에 영입한 스무살 친구들 나이가 같은데. 지난 경기 수다를 떨며 놀리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은 알고 보니 이 친구들 실제로 군대 간 승철이 형 친아들과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고교 동창 친구들이었습니다. 세상은 정말 작고 연결되어있구나! 또 한 번 느꼈습니다. 승철이 형은 잔소리쟁이 아빠처럼 새로 영입된 친구들을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기대커나 희망하지 않았던 방향일 순 있지만 어찌어찌 팀은 또 한해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커뮤니티 모집 글에는 꼰 없는 산듯한 운영을 보여주겠다 공약했지만 올해도 분위기를 보면 썩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토요일 가족여행 때문에 올해 처음 경기를 가지 못한 날이었고, 단톡에다 “경기 우에 되갑미까 조 캐스터” 라고 올린 글에 한시간쯤 뒤에 “행님 톡 왔을때 우리 이미 콜드 당하고(콜드패 점수차가 크면 선수 보호 차원에서 경기를 조기종료시키는 아마추어 로컬 룰) 짜장면 먹고 있었을 시간인데예 ㅋㅋㅋㅋ “ 하는 톡을 남겼습니다. 끈적끈적한 추억들이 현재 진행령으로 쌓여갑니다.
날이 추워졌습니다. 글을 쓰는 중에 2022년 프로야구의 정규리그가 막을 내렸습니다. 올 시즌까지만 뛰겠다던 이대호 선수(저와 동갑입니다. 82년생)는 결국 최고의 커리어를 보냈지만 한국시리즈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고 야구선수 생활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제 오승환, 추신수 선수 정도가 남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친구들보다 오래 야구와 음악을 할 수 있을까요? 내년에도 여전히 야구랑 음악팀을 유지하고 있을까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그만둘 때까지 새로운 친구를 찾고, 또 떠나보냄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을 겁니다. 유지만 해도 참 다행인 일에 딱 하나 더 욕심을 부린다면 함께하는 시간 동안 추억을 많이 만드는 일. 밴드와 야구팀은 늘 끝을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향해 매번 다시 달려갑니다. 그렇게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낭만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좋아하나 봐요.
🐚전복들 🌻고창일
🐶『전복코믹스』 #3 : 새식구를 소개합니다
🐚전복들 🐶이원정
🔥단신🔥
10월 초순의 오소리 소식들
특파원이 특보를 쓰고자 했으나 🪐선과영 발매 이후 남은 하반기 발매작이 너무 많아 개박살 나서 단신만 싣는 슬픔을 전하며
여러분 소음발광 새 싱글 나온 거 다들 아시쥬
소음발광 라이브가 요새 어마어마하다는
선과영은 서브 타이틀 밤과낮의 뮤직비디오가 나왔는데 인디영화계의 라이징 스타 정하담 선생님이 출연을 했고요
전유동 선생님이 뭘 준비하고 있는 거 같은데
인디씬에는 범오소리계라는 용어가 있는데 오소리에서 음반을 내거나 같이 활동하진 않지만 매우 근거리에 있는 뮤지션들을 칭하는 용어로서 생각해보니 2019년 오소리웍스 창립 당시 인천의 포크 컴필레이션 시리즈를 함께 만들었던 이권형 선생님이 얼마 전 3집 가수가 되었는데
왠지 싱글 발매 기념 파티 같은 걸 못해서 슥 넘어가는 것 같지만 후하는 퍼플 하와이안 셔츠를 발매했고요
천용성은 강화도에서 만난 생각들을 통해 Paz라는 곡을 썼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편선은 올해 개인 음반 내기를 포기하고 여러 선생님들을 잘 보좌해 좋은 음반을 만드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었다는데
그런데 올해 오소리웍스 이어엔드 파티 할까요 말까요
(참여민주주의)
이상 혼란한 단신 이었 읍니다 ,,
🍔단편선 특파원
📺오소리뉴스📺
🐚전복들 @cosmicabalone
[공연] 10. 15(토), 18:40, 꼬뮨(대구), '오터스 페스트'
🐤전유동 @jeonyoodong
[공연] 10. 16(일), 13:20, 갯골생태공원(시흥), '다시 돌아온 갯꿀원정대'
[공연] 10. 29(토), 11:00, 도토리숲(음성), '생극에서 북극까지'
⚡소음발광 @soumbalgwang_official
[공연] 10. 15(토), 난지 한강 공원, 'Us Earth 페스티벌'
🪐선과영 @boktea @haha_hangun
[공연] 10. 26(수), 19:30, 인천생활문화센터 이음마당, '선과영 : 삶과 음악 토크콘서트'
🍔단편선 @danpyunsun
[공연] 10. 22(토), 카페 언플러그드, '언플러그드 10주년 페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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