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의 말
🍔 다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서
오일링 15호는 상반기 결산이었다. 멤버들 각자의 상반기에 대해 각자가 썼다. 나름 특집인 탓에 발행인의 말로 시작을 열었다. 지면을 빌려 나는 작업 끝난 다음 밀려오는 공허함에 대해 토로했다. 그게 죽는 소리처럼 들렸나 보다. 다음 호인 오일링 16호에선 🐮용성이 편집인의 말을 빌려 프로듀서도, 멤버들도 다들 "아이고, 죽겠다"는 바이브라며 툭 치고 갔다. 그냥 툭 치는 것임에도 서간이라 재미있는 점이 있다. 서간 사이의 시차, 그리고 활자로 타이핑된 텍스트가 주는 약간의 격이랄까, 그런 것이 있다. 문득 주고 받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15호의 결산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하고 있다"고 썼다. 어떤날을 며칠 들어서일까. 미끄러지지 않았고 마음도 맑아졌다. 마음 맑아지니 당장의 할 일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는 때가 되었으니, 동료들과 다음 스텝에 대해 의논하기. 그런데 의논을 하기에 앞서 먼저 해야하는 게 있다. 바로 안부 묻기. 그래서 근 2~3주 간은 주로 안부를 묻는데 집중을 한 것 같다. 안부를 물으며, 우리들의 지금과 다음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것(을 시도해보는 것).
안부를 물으며 요새 만들고 있는 것들,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공유해보니 웃음이 났다. 다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서.
🐮용성은 음반 작업 끝내곤 정말 아무 것도 안 하고 쉬려고 했는데 자잘하게 계속 일이 있어 아직 제대로 쉬지 못한 것 같다며 허허 웃었다. 🐚전복들의 창일은 새로 내야하는 곡의 편곡이 마음처럼 쉽게 풀리지 않아 쩔쩔매면서도 화상채팅 끝날 쯤에는 이번 주에는 결정을 해보겠습니다, 호기롭게 말했다. 😙후하는 한 곡의 데모를 매우 정성들여 만들고선 둥지(작업실 이름)에 모여 서로 또 덕담만 하다가 다음 앨범 이야기 나오니 아직 이것밖에 안 해서 ,,, 이제 만들어야 ,,, 라는 바이브. 이제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보일은 언제나처럼 안절부절 못하면서 마음만 급한 와중, 성실의 아이콘 🐤전유동은 이번에는 악보집을 낸다면서 본인곡을 타브로 모두 그리고 있질 않나.
다들 처음 보았던 모습 그대로야. 제멋대로군. 그런 마음이었달까.
어쨌건 조금씩 하반기의 윤곽도 잡혀가고 있고요, 2021년 상반기 같이 말도 안 되는 스케쥴은 아닐 것 같아 내심 다행스러움. 어느새 20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오일링, 오늘은 😙후하의 차례입니다. 이환희는 그래서 산에 올랐을까요? 안 올랐을까요?
🍔단편선 발행인
성진영 특선, 제철 일상 만화 『오마카세』 #4
😙후하 🐶성진영
이환희의 산악 어드벤처 『산은 산이요 물은 셀프로다』 #4
🤓 운명이 이끄는 산
코로나 다시 기승이다. 밖은 너무 덥다. 37도. 산을 오르기로 한 결심을 지키지 못할까 걱정이다. 매번 준비만 하고 있으니 독자들을 볼 면목이 없다.
진영이의 아버지는 등산 마니아다. 진영이네 일식당 ‘길○’에 들어가면 산 사진으로 벽이 가득차 있다. 그 중 눈에 들어오는 사진이 하나 있었다. 바로 포천 지장산에 있는 환희봉. 내 이름과 같은 봉이라니. “아,여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명이 나를 이끄는 것만 같았다.
진영이 아버지께 이것 저것 여쭤 보고 싶었지만 부끄러운 마음에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다음에는 꼭 용기를 내봐야지. 맨입으로는 좀 그러니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해야겠다. 진정한 산악인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니! 너무나 설렌다. 존경심이 솟아 오른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다시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코로나가 심하고 날씨가 더워도 환희봉은 가고 싶다. 아니 꼭 갈 것이다.
물론 아직 한 걸음도 떼진 않았다.
😙후하 🤓이환희
지고의 느닷없는 소식 『캥거루 통신』 #4
🦦 빌리 엘리어트
직장 대표는 전직 뮤지션, 팀장들은 모두 전·현직 뮤지션이다. 우리 부서엔 나를 포함해 네 명이 있다. 하우스-일렉트로닉 DJ 팀장과, 재즈 보컬리스트 매니저, 레게와 블랙뮤직 사이 어디쯤에 있는 밴드에서 기타와 보컬을 하는 선배, 그리고―얼마전 알바에서 정규직으로 신분상승한―나까지.
음악인 넷이 모여서 만드는 건 음악이 아니다. 손에는 기타 대신 니트릴 장갑. 머리에는―지미 헨드릭스 풍의―빨간 두건 대신 위생모. 빤짝이 의상 대신 위생 가운을 입고서 햄과 소시지, 그 외의 정말 많은 종류의 가공육을 상품으로 변환한다. 재고, 썰고, 담고, 포장하고, 분류하고.
일터엔 세상 모든 음악이 흐른다. 고즈넉한 절간에서 들으면 좋을 일렉트로닉부터, “목표는 오직 섹스다!“라고 외치는 듯한 하우스까지. 바흐부터 슈만, 쇼팽, 라흐마니노프까지. 헨드릭스부터 크림, 롤링스톤즈, 쿠루앙빈까지. 브라질에서 프랑스, 이탈리아까지. 쉬는 시간에는 창작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다 불이 꺼지면 다시―속주를 하듯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입을 앙 다물고―포장에 몰입한다.
스무 살 때 봤던 영화 〈빌리 엘리어트〉가 생각난다. 평생을 광부로 살아온 아버지, 현실에 순응하고 광부가 된 무뚝뚝한 빌리의 형. 빌리가 발레를 하기 위해 런던으로 가는 버스에 오를 때, 형은 다른 광부 아저씨들과 뒤엉켜 깊은 지하로 내려간다. 요즘 나는, 빌리인 것도, 빌리의 형인 것도 같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짧은 순간에도 몇 번씩, 빌리의 내면을 느끼고 형의 현실을 받아들인다. 뭐 그저 그런 기분 같은 거다.
😙후하 🦦지고
🌊수필🌊
⚡소음발광 온스테이지 출연 특보를 쓰려 했으나
이번 오일링의 특보는 당연히 ⚡소음발광의 온스테이지 출연 소식이지, 라는 마음으로 특보 페이지를 열었다.
(⚡소음발광은 부산의 포스트 펑크 / 하드코어 밴드다. 오는 가을, 오소리웍스를 통해 새로운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음반 프로듀서는 부산의 인디록 아이콘 세이수미의 기타리스트 병규 씨.)
한참 글을 적은 다음 비디오를 임베딩하기 위해 유튜브를 열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소음발광의 온스테이지 출연은 이미 지지난주였다는 사실을.
그렇다면 지난 오일링의 특보는 무엇이었을까? 정답은 🐮천용성, 타종교 숭배해. 물론 🐮용성이 타종교숭배를 이유로 BBS 불교방송에서 팽당한 것은 귀여운 소식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특보거리를 놓쳐버리다니, 언론인으로서의 자괴감이 몰려왔다.
그러나 날짜를 보던 나는 한 가지를 더 알아버렸다.
오일링 이번 호 특별부록을 안 만들었다는 사실을 ,,,
*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주 제공되는 오일링 특별부록은 행정 오류로 인해 부득이하게 쉬어갑니다.
(이래도 되는 걸까.)
(안 되는 게 어딨어.)
(힘내.)
(어)
🍔단편선 수필가
📺오소리뉴스📺
* COVID-19 확산 및 거리두기 단계 상향에 따라 모든 공연이 취소 및 연기 되었습니다.
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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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
(+1공감) 만화 제 얘기인줄ㅋㅋㅋ 돈 굳었다 생각하면 갑자기 없던 인심도 생겨나고 평소같으면 고민할것도 그냥 사버리죠ㅎㅎ 어느새 보면 다른데로 다 새나가서 오히려 더 쓸때도 많아요^^;; 저는 거기다 추가로 몇백원 몇천원은 엄청 아끼면서 큰단위의 돈은 지르는 이상한 습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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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기라
많은 분들의 수고덕분에 빵빵웃고 즐기다 갑니다♡ 감사하고 수고많으셨습니다 댓글로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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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갤러거
오일링 구독합니다. 재밌게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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