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ing#17 | Englishman In New York

천용성의 심층 인터뷰 『겉핥기』 #4

2021.07.20 | 조회 1.48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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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링Oiling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드는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Oiling 입니다. 프로듀서 단편선과 아티스트 천용성, 전복들, 전유동, 후하, 보일, 소음발광, 선과영이 함께 읽고 씁니다.

발행인의 말

🍔너무 많은 기대 없이, 그러나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아닌

오일링의 통상적인 발행과정은 다음과 같다.

1) 순서는 다음과 같다. 🐤전유동 👉 🐚고창일 👉 🐮천용성 👉 😙후하. 

2) 발행일이 곧 다음 주 원고의 마감일이기도 하다. 즉, 매주 화요일이 발행일이자 마감일이다.

3) 물론 마감일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늦어도 주말 전에는 모두 수급된다. 원고 수급이 끝나면 🐮용성이 편집을 시작한다. (생각해보니 편집장인지 편집인인지 아직 용어의 통일을 이루어내지 못한 것 같다.)

4) 통상 일요일 쯤 편집이 끝난다. 대개는 일요일 오후쯤 🐮용성이 발행인이자 본지의 유일한 기자인 🍔단편선에게 기사 작성을 포함한 검토를 요청한다.

5) 월요일 쯤 완성, 🐮용성이 발행 예약을 건다.

6) 화요일 오전 10시, 메일링 전달 완료.

보시다시피 상당히 규격화 되어있다. 규격화 되어있다는 점이 좋다. 적당한 규격화는 윤택함을 가져다주고, 규격 안에서의 자유도를 높여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로만 발행하려 했다면 일주일에 한 번 발행 같은 건 꿈도 못 꿨을 것이다.

패턴이 있기 때문에 진행상황을 체크하기도 좋다. 대략 주말 쯤 메일리에 접속해보면 그 주의 원고가 어느 정도 정리되어 있기 마련이다. 이번 주도 토요일 쯤 체크하러 들어갔다. 이번 주가 🐮용성 차례였나, 어디 보자,,, ??? 뭐여 🐮천용성이 🐮천용성을 겉핥았네,,, ???

본인이 본인을 겉핥다니, 허를 찔린 느낌이었다. 찾아보니 🐮용성의 가장 최근의 겉핥기가 연재된 12호에선 발행인의 말을 통해 신나게 🐮용성을 비난했다. 인터뷰가 너무 길다느니, 마음대로 편집인의 말을 생략한다느니 뭐니.

그런데 오늘 겉핥기를 보고선, 조금 좋은 의미에서의 허탈감이랄까, 하하 어차피 마음대로 하는 건대 뭐,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 까짓 거 뭐. 어쨌건 규격에는 맞잖아.

본인을 해버리면 다음 편엔 도대체 뭘 하려고. 🐮용성의 다음 인터뷰가 기대되기도 하고, 별로 기대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 너무 많이 기대하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것 같기도 해서. 어쨌건 오일링은 재미로 하는 거니까, 앞으로도 재미로 했으면 좋겠다. 너무 많은 기대 없이, 그러나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아닌, 지금 이대로.

🍔단편선 발행인


천용성의 심층 인터뷰 『겉핥기』 #4

🐮 천용성, "ISTJ, Sting, Englishman In New York"

🐮천용성은 2019년 《김일성이 죽던 해》를 제작·발표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다. 80~90년대 한국 가요와 인디팝·록의 주로 영향을 받은 담담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프로듀서 단편선, 베이시스트 정수민 등과의 협업을 주축으로 다양한 활동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정규 2집 《수몰》을 발표하였다. 제17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음반/노래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인터뷰는 양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했다. 셀프 인터뷰는―'박상원의 아름다운 TV 얼굴'처럼―고루한 인상을 줄 수 있으니까 특별히 인터뷰’어’를 섭외했다. 첫 인터뷰’이’이기도 했던 😺해파. 쇼케이스가 끝난 토요일, 넌지시 의사를 물었고 며칠 뒤 확답을 받았다. 업무는 다음과 같이 나누었다. 질문과 진행은 😺해파가, 녹음 및 정리는 🐮용성이. (*스스로를 3인칭으로 부르는 것에 너무 신경쓰지는 마세요.)

카페엔 식물과 강아지가 많았다. 스피커에선 로파이 힙합이 흘러나왔다. 며칠 전 장난스레 한 말― “음료는 원래 인터뷰어가 사는 거예요”―대로 커피를 얻어먹었다.

😺해파   웬일로 커피를 드세요?
🐮용성   지금 시간에 먹는 건 괜찮은 것 같아요. 요즘 시간대별로 테스트를 해보고 있어요.
😺해파   늦게 먹으면 잠을 못 자요? 두근두근?
🐮용성   잠은 확실히 못 자고, 두근두근도 있는 것 같아요. 몇 번 더 실험을 해봐야 알 것 같아요.
😺해파   몸이 예민한 편이에요?
🐮용성   몸이 예민하냐구요? (웃음) 뭔가 이상한 질문이다. 카페인에는 예민한 것 같아요. 불규칙하게 먹으면 그때 좀 더 반응하는 것 같고. (😺해파의 타투를 가리키며) 아니 근데, 원래 그런 그림이 있었어요? 
😺해파   아, 이거 최근에 했어요. 한 달 됐어요, 한 달.
🐮용성   한달이나 됐는데 왜 이제야 봤지.
😺해파   소매가 긴 반팔을 입고 다녀서. 아팠어요.
🐮용성   열심히 사는 것 같아서 보기 좋네요. 뭐 하나씩 해가는 게 보기가 좋다.
😺해파   이번에는 색칠까지 했어요. 검은색으로 찌르고, 파란색 찌르고, 노란색 찌르고 해서. 훨씬 아프더라고요.
🐮용성   뭔가 종교적인 느낌이 있네요.
😺해파   (웃음) 어떤 종교요?
🐮용성   (웃음) 조금 혼합된 느낌인데.
😺해파   이거 할 때 여기도 했어요. 여기도 진짜 아팠어요.
🐮용성   아니, 내 인터뷰인데 왜 본인 얘기를 자꾸. (웃음) 발에 신경이 많아서 아프대요. 저 지난 주에 발에 있는 사마귀 뗐는데 마취 주사 놓을 때 아파서 소리 질렀어요.
😺해파   (웃음) 타투 하는데 자꾸 발이, 제 의지와 상관없이, 움찔움찔. “죄송합니다” 이러고.
🐮용성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해파 〈당신께〉 가사 中)

인터뷰의 시작은 MBTI로. 천용성이 MBTI를 한 번도 안 해봤다는 이야기를 들은 해파가 숙제를 내줬다.

Q1. MBTI

😺해파   MBTI 뭐 나왔어요?
🐮용성   (웃음) ISTJ*
😺해파   근데 저 사실 MBTI 잘 몰라요.
🐮용성   뭐야.
😺해파   그냥 궁금했어.
🐮용성   본인은 뭐예요?
😺해파   저도 이번에 다시 해봤는데 똑같은 게 나왔어요, INFP. 용성님 쇼케이스 뒷풀이 때 얘기 하는 거 들어보니까 INFP가 많더라고요.
🐮용성   (웃음) 다 예술병자들이야. INFP랑 ISTJ랑 잘 어울린대요. ENFP랑도. 다진 씨가 INFP랬고 수민 씨는 INFP랑 ENFP를 왔다 갔다 한댔어.
😺해파   MBTI를 어떻게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용성   아니 뭘 그런 걸 하고 그래요. (웃음) 그때 인터뷰(링크) 할 때도 말했지만 뭘 정하고 그런 걸 별로 안 좋아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버릴까 봐 무서운 것도 있고. 설명을 딱 봤는데, 진짜 내 얘기 같을까 봐. 그게 맞는 순간 나는 그냥 1/16 이 되는 거잖아요.
😺해파   궁금하지 않아요?
🐮용성   아뇨. 저에 대해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아요. 이 정도면 충분해요. 
😺해파   (웃음)ISTJ가 권력형이네?
🐮용성   (웃음)봐봐. 이런 게 무섭다니까. 또 “장교출신이라 그런가” 할 꺼잖아요.
😺해파   점이나 타로 이런 것도 별로 안 좋아해요?
🐮용성   안 좋아한다기보다는 뭐랄까. 저 초등학교 6학년 때 넷츠고 타로카드 동호회 정팅에서 분란 일으켜서 강퇴 당한 적 있어요.
😺해파   타로의 신빙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해서?
🐮용성   그런 건 아니었고 그냥, 초딩 같이 굴어서(웃음) 아무튼, 제가 직접 점 같은 걸 보거나 하지는 않아요. 남들이 본다 그럴 때 생년월일 불러주는 정도? 저 아침 7시에 태어났어요.
😺해파   저도 별로. 진짜 재미로 하는 거지. 거기서 파생된 밈들도 많잖아요. ‘ISTJ가 ○○ 한다면?’, ‘MBTI별 연애’ 그런 것들도 못 견디겠어요.*
🐮용성   점, 타로 이런 것도 누가 어떤 정도로 믿고, 어떤 느낌으로 하냐에 따라서 입장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여기 실을 수는 없는 얘긴데.

(실을 수 없는 얘기를 잔뜩했다.) 

🐮용성   저는 ‘도를 아십니까’에 되게 관대한 편이에요.
😺해파   왜요? 얘기 들어줘요, 그럼?
🐮용성   네, 얘기 들어주고. 근데 얘기를 듣다보면 끝에 가선 보통 제사 같은 걸 드려야 한다고 하거든요. 그때 돈 없다고 그러면 뭐라도 좀 사달라고 그래요. 그래서 커피도 사주고, 롤케익도 사주고 그랬어요. 롤케익은 청계천 쪽에서 사줬어요. 근데 요새는 저한테 말을 잘 안 걸더라고요. 인상이 바뀌었나 봐요.
😺해파   더 이상 호의적인 분위기를 뿜지 않나 보다.
🐮용성   옛날에는 더 근심 많은 표정을 하고 있었을 수도 있고. “저 녀석을 노려야겠다” 싶은 그런 표정. 요즘은 말을 안 거니까 그건 그것대로 아쉽네요. 인기가 떨어진 기분이다. 그쪽에서라도 인기 있으면 좋을 텐데.
😺해파   저는 행복과 불행이 양 끝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배웠거든요. 요즘 수도꼭지 처럼 왼쪽에 뜨거운 물, 오른쪽에 찬물이 있어서 비율을 조정하는 식이 아니고. 구식 수도꼭지처럼, 뜨거운 물, 차가운 물 노브가 따로 있어서 둘 다 100% 틀 수도 있고, 50%, 70% 이렇게 틀 수도 있고. 기쁘면서 슬플 수도 있다. 근데 MBTI는 이렇게 양 끝에 있잖아요.  한쪽엔 I, 한쪽엔 E. 또 한쪽엔 N, 한쪽엔 S. 그런 게 좀 의문이다. 
🐮용성   의문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사기니까!
😺해파   맞아, 사기야!
🐮용성   대국민사기극이다. 세계7대자연경관 투표 같은 거다. INFP?
😺해파   INFP, ISTJ
🐮용성   근데 설명 읽어보면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
😺해파   (웃음)권력형?
🐮용성   (웃음)아니, 왜 권력형에 꽂혀 가지구.
😺해파   유명인 누가 있어요?
🐮용성   (웃음)스팅?
😺해파   (웃음)나는 비욕Björk. 그리고 반지의 제왕 쓴 사람.
🐮용성   톨킨?
😺해파   네. 저 궁금한거 쭉쭉 물어볼게요.
🐮용성   (웃음)뭘 쭉쭉 물어 봐요.
😺해파   (웃음)쭉쭉 물어 볼게요.
🐮용성   (웃음)네, 쭉쭉 물어 보세요.

Björk and Sting
Björk and Sting

*인터뷰가 있던 주 목요일, 멜론스테이션에서 방영되는 라디오 ‘인디스웨이’(진행 : 강아솔, 정민재) 녹음을 했습니다. 녹음 전 짧은 설문을 했는데 MBTI를 묻더군요. 당당하게 적어냈습니다.

*전에는 MBTI 밈을 무시하곤 했는데 이제는 무시할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오늘도 우연히 본 페이지에서 한참 동안 ISTJ를 찾았어요. 촤르륵 스크롤을 내려가면서.

Q2. 아이디

😺해파   내역서 앞에 보면 메일 주소가 나오잖아요. deepbluenote@naver.com. 언제 만든 아이디예요?
🐮용성   (웃음) 2010년쯤이었던 것 같은데, 잠깐, 첫 메일을 찾아보면 되니까.*
😺해파   왜 ‘deepbluenote’예요?
🐮용성   부끄럽다. 그때 화성학 책을 잠깐 봤었는데 블루스 스케일 중에 블루노트란 게 있잖아요.
😺해파   (웃음) 거기다가 ‘딥’을 붙인 거예요?
🐮용성   더 깊은 파랑이면 좋겠다, 해서(웃음) 근데 막상 블루스에는 별 관심이 없다.
😺해파   지금도 좋아해요, 그 아이디?
🐮용성   막 좋아해서 쓰는 건 아니에요. 정한 다음에는 별 생각 없이 쓰는 것 같아요. 대학교 졸업하면서 뭔가를 리부트하려는 느낌 같은 게 있었어요. 비슷한 시기에 핸드폰 번호도 바꿨었고. 이전의 나와 단절되고 싶은 마음 같은 게 있었어요. 그리고 예전에 쓰던 아이디는 조금 유치한 그런 거였어서. 어릴 때 만나던 친구 이름 들어가 있고. 좋아하는 사람이 단편선이다. 그러면 ‘dpslove@hanmail.net’ 이런 느낌으로. 근데 지금도 어디 가입하려고 하는데 같은 아이디 있다거나 글자 수 제한이 있다거나 하면 가끔 옛날 거로 써요. 옛날 아이디로부터 완전 단절하는 것도 어려운 것 같아요. 분명 처음 가는 사이트인데 아이디가 있대. 그래서 검색해보면 ‘dpslove’ 이런 거 나오고.
😺해파   뮤지션으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좀 더 공식적인 계정을 만들어야겠다, 하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업무 메일을 따로 ‘official.yongsungchun@gmail.com’ 이렇게 해서.
🐮용성   (웃음)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 여러 개 있으면 헷갈리니까. 아이디나 메일 주소 정하는 게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외국 사람들 보면 그냥 이름 쓰는 경우도 많잖아요. 대학원 다닐 때 보니까, 학자들은 대부분 이름으로 된 이메일을 쓰더라고요. 저도 그런 식으로 바꿔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메일에 이름을 넣는 게 왠지 꺼려져서 안 했어요.
😺해파   저는 예전에 자원봉사 하는데, “근영 씨는 주소가 이게 뭐예요? 좀 프로페셔널 하게 바꿔요” 이런 얘기를 들어서. 이름으로 새 메일을 만들었던 적이 있어요.
🐮용성   (웃음) 그리고 업무 메일을 따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연락이 오거나 하지 않으니까. 저 자체가 생활인과 음악인으로서의 자아가 분리가 별로 안 되어있잖아요. 내역서에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다 하고. 엄격하게 말하면 분리가 안 되어 있다기보다는, 생활인으로서의 자아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결론은, 생각이 별로 없다. 😺해파 씨는 왜 나눴어요?
😺해파   저는 예명 만들고 난 다음에 아이디를 팠던 것 같아요.
🐮용성   (웃음) 사실 모든 질문은 자신을 향하는 질문이기도 한데. 저 머리 길 때 조카가 “삼촌 머리 왜 길러요?” 하고 물으면 “너는 왜 안 기르냐?” “왜 안 잘라요?” 그러면 “너는 왜 자르냐?” 
😺해파   저는 문근영으로 활동하기 싫어서 예명을 만들고, 메일을 만들고.
🐮용성   오늘 마침 〈혼잣말〉 들으려고 문근영을 검색했는데 의외로 동명이인이 없더라고요. 네이버에서 검색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음원사이트에서 검색하기에 나쁜 이름은 아닌 것 같아요. 2인자가 될 수는 있다.*
😺해파   (웃음) 근데 포털이나 소셜은 다 더럽혀져(?) 있어서.
🐮용성   저는 ‘시옷과 바람’도 붙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시옷과, 안 띄고, 바람으로. 거기를 띄우면 ‘시옷과’도 검색이 되고 ‘바람’도 검색이 되니까.
😺해파   그것도 좋다. 근데 포기. 띄는 거 포기.
🐮용성   어? 그럼 붙일 거예요?
😺해파   아, 붙이는 거 포기. 너무 귀찮으니까.
🐮용성   그러니까, 이제 다 일일이 수정하려면.

*첫 메일은 2010년 2월 28일 발송했습니다. 매우 신경이 날카로운 때였어요. 졸업논문을 보내 달라는 친구에게 보낸 답장이었습니다. 06학번 동기 중에서 4년을 내리 다니고 졸업한 것은 저뿐이라, 논문을 쓴 사람도 저밖에 없었어요. 학부 졸업논문 제목은 “2000년대 학생운동의 구도와 쟁점” 입니다.

*〈혼잣말〉을 들으려면 ‘해파’로 검색해야 합니다. 최근에 바꿨다고 하네요. 문근영이 해파가 되는 과정은 오일링 3호 「제 꿈이 뭐냐고요? 5집 가수!」를 참고하세요. 

Q3. 싸이월드

😺해파   싸이월드 다시 오픈하면 들어가 볼 거예요?
🐮용성   가장 최근에 했던 싸이월드는 싸이월드 없어진다고 할 때 백업을 해두었어요. 근데 그전에 했던 싸이월드, 진짜 많은 내용이 있고 부끄러운 싸이월드는 예전에 계정째로 지웠어서 복구가 안 될 거예요. 어릴 때는 그런 걸 쉽게 지워버리곤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깝다.
😺해파   그러니까, 저도 아까워요. 
🐮용성   싸이월드에는 그런 걸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수신인을 특정하지 않지만
😺해파   아우. 일기를 많이 썼구만.
🐮용성   누군가 보면 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한 힌트를 한두 개씩 흘려가면서
😺해파   뜨끔하게 되는
🐮용성   그런 게 많았던 것 같아요. 근데 그런 거를 시간 지나서 다시 보면 내가 누구한테 쓴 건지 기억 안 날 때도 있더라고요.
😺해파   배경음악 기억나는 거 있어요?
🐮용성   선물 했던 건 기억이 나는데 제 꺼는 기억이 잘 안 나요. 〈바람이 분다〉랑 박정현 노래 선물했던 건 기억 나요.* 싸이월드 열심히 안 했어요. 들어가는 사람 것만 들어가고. 열심히 했어요? 
😺해파   열심히 할 때가 있었죠. 
🐮용성   저도 질문을 많이 해야겠어요. 예전 인터뷰를 보완해야 하니까. 티움에서 공연한 것도 말 안 해줬었고.
😺해파   어떻게 네 시간 안에 모든 걸 말합니까.
🐮용성   맞아요. 틈틈히 보충해서 후속 인터뷰를 내야겠다.
😺해파   저는 대학생 때 한번 죽겠다고 결심을 해서 페이스북을 다 지웠어요. 그때 지운 사진이나 글 중에 아까운 게 조금 있어요.
🐮용성   저도 2009년, 2010년 이후의 것들은 남아 있는데 그 전에 거는 안 남아 있어요. 대학교 때 과제 했던 거 보관 못한 것도 아쉽고. USB에 담아두었었는데 바이러스가 걸렸거든요. 치료하면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고치지 않고 그냥 버려버렸어요. 용량이 적은 거여서 마침 바꾸려 했었거든요. 그때는, 과제 다 했으니까 갖고 있어서 뭐하냐 하는 생각으로 버렸는데. 아까워요. 그 때 무슨 생각하고 있었는지 가끔 궁금할 때가 있어요. 근데 막상 일기 같은 거를 쓰는 타입은 아니었어요. 항상 학교 가서 맞았어요.
😺해파   일기 안 써서? 초등학교 때?
🐮용성   네. 일기 안 쓰면 때렸는데, 맨날 맞고 끝냈어요. 우리 엄마아빠도 아들의 학교생활이라든지, 생활지도에 별로 관심이 별로 없었고. 초등학교 때는 숙제란 걸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냥 맨날 맞았어요. 일기도 숙제도 중학교 때부터 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 시점부터 스스로 시작한 게 굉장히 많아요. 중학교 때는 일기 검사 안 하잖아요? 근데 그때부터 갑자기 쓰기 시작해서, ‘일기나라’라는 사이트가 있었는데 거기에 열심히 썼었고. 근데 어느 날 다 지워버렸어요. 애정 문제 비슷한 것 때문인데. 그것도 아깝다.

*박정현 6집 《Come To Where I Am》에 수록된 〈달아요〉를 후배에게 선물한 적 있습니다. 박정현 6집에서 가장 좋아했던 곡은 〈The Other Side〉. “신발은 Jimmy Choo”하는 부분을 특히 좋아했습니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는 지금은 멀어진 중학교 동창에게 선물했습니다. 제 싸이월드 배경음악 중 생각나는 것은 ‘천상지희 The Grace’의 〈한번 더 OK?〉. 확실치는 않지만 윤상의 〈사랑이란〉도 있었을 겁니다. 다른 것들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윤상 - 사랑이란

 

Q4. 글쓰기에 대해

😺해파   (내역서를 가리키며) 이런 글들은 쓰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만 쓰는 거예요?
🐮용성   의무감으로 쓸 때도 있어요. 책을 내야 하니까. 책을 내려면 어느 정도 분량도 있어야 하니까. 형식에 맞춰 쓸 때도 있어요. 곡 설명 같은 거는, 실은 모든 곡을 설명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렇지만 어느 곡만 빠져있으면 모양새가 이상하니까. 다 쓰죠.
😺해파   (웃음)욕하는 거는 우러나와서 쓴 거잖아요.
🐮용성   (웃음)그런 거는 좀 다른 종류의 의무감이 있는 거죠. 책임감이라고 해야 하나. 나만 알고 있으면 안 된다 하는 느낌으로. 일종의, 비평을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활동하는 공간에 대한 비평. 누군가 그런 말을 하기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들 딱히 안 하니까, 내가 한다. 학교 다닐 때도 그런 게 있었어요. 나다 싶으면 하는. 예를 들면 수업 끝에 질문 있냐고 물어봤는데, 누군가 꼭 질문을 하나 해야 끝날 것 같을 때 있잖아요. 그럴 때는 손을 들었어요. 근데 한편으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 마음 같은 것도 있고. 그냥 모른 척하면서 살고 싶고.
😺해파   음악계의 관행에 코멘트를 하잖아요. 온스테이지나 플로, 이런 것도 뒷자리에서나 욕하지 공식적으로 뮤지션의 입장에서 뭔가를 쓰는 사람은 없잖아요. 책으로 만들면서까지
🐮용성   누군가 그런 말을 하고 있는데 보이지 않는 걸 수도 있고, 아니면 예전에는 그런 걸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바뀌지 않아서 다들 포기한 걸 수도 있고. 우리가 잘 모르는 걸 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아요.* 아니면 온스테이지나 플로 출연자 중에 그런 말을 하고 싶던 사람은 없던 걸 수도 있고. 우리들 사이에서 온스테이지가 갖는 의미 같은 게 있잖아요. 온스테이지 나가면 뭔가 된 것 같잖아. 그런데 그렇게 ‘되어 가는’ 사람들은 더 조심할 수도 있는 거니까. 코 빠뜨리지 않게. 나가지 못한 사람들은 말할 것이 없고. 저도 쓰면서 부담 같은 게 있어요. 이를테면 끝 쪽에 「인디중산층」이라는 글이 있는데, 동아일보 임희윤 기자의 기사에 대한 비평이거든요. 근데 써 놓고 이제 조마조마 한 거죠. 조용히 있으면 될 거 괜한 말을 한 것은 아닌가. 틀린 말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사람들은 자신의 산물에 대한 비평-비판을 자기 자신에 대한 비평-비판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으니까. 저도 거기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고. 근데 토요일 쇼케이스 때 공연 전에 인터뷰 했잖아요. 동아일보 임희윤 기자랑 한 건데. 처음에 단편선 씨한테 인터뷰 섭외 왔다는 얘기 전해 듣고 둘이서 서로 “읽었나?” “읽었을까?” 이러고. “에이, 읽으면 어때, 못할 말한 것도 아닌데” 이런 얘기 하고 그랬거든요. 비평 말고 정보 제공의 차원에서 쓰는 것들도 있어요. 예를 들면 「종합소득세 신고」 같은 경우. 우리는 서로가 얼마 버는지 잘 모르잖아요. 통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얼마 버는 것을 안다고 해도 출처를 명확하게 안 구분해놓으니까. 예를 들어서 행사를 해서 천만 원 번 거랑, 음원-음반으로 천만 원 번 거랑, 공연으로 천만 원 번 거랑은 같은 천만 원이래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정보 같은 게 없으니까. 실제로 예전에 논문 쓰려고 했을 때도, 자료가 없어서 애먹었던 게 있고. 그런 정보들은 새로 시작하는 음악가들이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는 데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예를 들어서 천용성이 무슨 행사에 얼마 받았대, 어디에 출연했는데 거기는 돈 안 준대, 라는 것이 공개되면은 하나의 기준으로 삼을 수가 있잖아요. 얘는 2집까지 냈고, 상 탔어, 근데 얼마야. 그럼 나는 이 정도 받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식으로. 우리끼리도 너무 공유가 안 되어 있으니까. 아쉬운 게 있죠.
😺해파   순수하게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쓰는 것도 있고?
🐮용성   (웃음) 네, 순수하게 쓰고 싶을 때도 있고. 곡 설명 같은 경우는 자세함의 정도를 맞춰야 해서 조금 어려운 게 있었어요. 예를 들어서 〈식물원〉은 곡의 전후를 자세하게 쓰고 싶지 않았거든요. 만약에 〈식물원〉을 자세하게 썼다면, “○○○ ○○○○ ○○.” 이렇게 시작했을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쓰지 않기로 했으니까, 자세함의 정도를 조금 낮추기로 했으니까, 다른 곡들도 거기에 맞춰서 쓴 거죠. 그래서 곡 설명 자체는, 1집 때보다 좀 덜 구체적이에요. 
😺해파   글을 쓰는 주기는 어떻게 됐어요? 일주일에 두 개, 세 개 이런 식으로? 
🐮용성   그때 그때 다른데, 내키면 하루에 세네 개도 쓰고, 안 내키면 한 달에 하나도 안 쓸 때도 있고. 전에 제가 《일간 이슬아 수필집》 읽고 글 쓰고 싶어졌다고 말했잖아요. 그런 식으로 가끔 가끔 ‘글을 써야겠다’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는데 그때는 열심히 쓰죠. 원래는 좀 더 일기 같은 글들이 많았는데 그런 글들은 많이 빠졌어요. 음악이랑 전혀 상관없는 그런 얘기들 있잖아요. “오늘은 일어나서 ○○ 했다.” 그리고, 3월, 4월은 많이 슬펐어서 글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때는 거의 모든 걸 중단했던 것 같아요. 유튜브 찍어 올리던 것도 멈췄고. 근데 노래 녹음을 해야 해서 괴로웠고.
😺해파   《관찰자의 숲》 라이너 노트는 어때요? 저는 좀 어렵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용성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와닿지 않아서 그렇게 느꼈을 것 같아요. 단어나 문장을 어렵게 쓰지는 않으니까. 저도 많이 아쉬워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고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마무리 지었어요. 여러가지 입장이 섞여 있으니까 그런 글이 나온 것 같아요. 오소리웍스의 창립멤버(?)로서의 입장이 있고, 한편으로는 동갑내기 음악가의 입장이 있고, 음악 애호가로서의 입장이 있고, 문화연구를 공부한 초보 평론가로서의 입장이 있고 하니까. 하나의 입장을 정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하고 거기 사이를 오가며 무엇인가를 하려다가 산으로 간 느낌이 있어요. 무조건 칭찬을 하면 안 된다는 그런 생각도 있었고. 찬사가 계속되면 맹목적으로 보이고, 추천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니까. 그래서 제가 전에 말했었잖아요. 저는 시옷과 바람이나, 해파, 정혁 둘의 라이너 노트는 쓰지 못할 거라고. 둘에 대해선 객관성을 조금 잃어버렸으니까. 남들이 그렇게 볼 테니까.
😺해파   오소리웍스에서 나오는 다른 음반 라이너 노트를 또 쓸 것 같아요?
🐮용성   안 쓰지 않을까요. 별 의미가 없기도 하고. 아, 그리고 라이너노트에, 시옷과 바람 얘기도 넣어야 하니까, 어려워진 것도 있다.
😺해파   (웃음)그걸 왜 넣으려고 해요. 모든 곳에 욱여넣을 필요가 없잖아요.
🐮용성   (웃음)저한테는 중요해요. AKMU는 장식이다.
😺해파   우리도 그렇게 우겨 넣어지고 싶지는 않아요.
🐮용성   맥락과 아주 상관없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아무튼 그래서 글이 어렵게 느껴졌을 거예요. 애매해요. 그래서 아쉽고. 근데 딱히 그것보다 잘 쓸 수 있을까?
😺해파   오소리웍스에서 나온 음반 중에 천용성 제외 제일 좋아하는 음악은?
🐮용성   “○○○○○○○○○○○○” (*글자수를 알 수 없게 처리했습니다.)

(밝힐 수 없는 이야기를 잔뜩 했다.)

😺해파   소설은 언제 썼어요?
🐮용성   대학교 2·3학년 때쯤부터 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해파   등단할 생각이 있었어요? 취미로 썼어요, 진지하게 썼어요?
🐮용성   음악하는 거랑 비슷한 마음으로 썼어요. 응모하는 것도, 유재하 지원하는 것이랑 비슷한 마음으로 응모했고. 유재하 지원할 때 “난 가수가 될 거야” 이런 마음 지원하는 게 아니라 “썼는데, 한번 내볼까?” “되면 좋고, 아님 말고” 그런 느낌으로 내잖아요. 소설도 그런 식으로 냈었죠. 전역 직후까지도 좀 썼던 것 같아요. 녹음실 다닐 때도 써보려고 했던 기억이 나요. 
😺해파   몇 편을 썼어요?
🐮용성   장편을 하나 써보려 했고 나머지는 다 단편이었어요. 문학상에 단편 응모하려면 보통 원고지 70매를 넘어야 하는데, 그만큼 쓴 건 별로 없었어요. 한두 개 정도? 제목 붙인 것 기준으로 하면 예닐곱 개 정도 될 것 같아요. 설정만 있거나, 시작했다가 마무리를 못 짓거나, 마무리 지었는데 70매가 안 되거나 하는 것들도 많고.
😺해파   주로 어떤 이야기에요?
🐮용성   대중없는 것 같아요. 가족 이야기도 있고, 사랑 이야기도 있고, 성장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해파   가사랑은 테마가 좀 달라요?
🐮용성   어렵다. 문학비평 보면은, 예를 들어 ‘공지영론’ 그러면 공지영 소설 여러 개를 읽고 공지영을 관통하는 어떤 개념이나 주제, 테마 같은 것을 찾아서 쭉 서술을 하잖아요. 근데 저는 제가 썼던 것에 대해 그런 식의 비평을 시도해본 적이 없어요. 〈사골〉도 같은 제목의 소설이 있었는데 어떤 내용이냐면...
😺해파   (웃음)
🐮용성   ...얘기를 할까 말까랑, 어느 정도로 자세하게 얘기해줄까 고민하고 있어요. 「사골」 말고 「야구공 귀신」이라는 소설도 있었다. 대학교 3학년 때쯤에 친구들이랑 야구를 하고 놀았어요. 근데 운동장에서 공을 던지다 보면 공이 하나씩 사라지는 거예요. 분명히 저기 떨어지는 걸 봤는데, 찾으러 가면 공이 없어. 그래서 ‘야구공 귀신이라도 있나’ 하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거기서 출발한 소설이 있었어요.
😺해파   귀신이 볼보이에요?
🐮용성   (웃음) 아뇨. 「사골」은 연애 얘기인데.

(실어서 좋을 것 없는 이야기를 잔뜩 했다.)

*저는 이랑 씨를 존경합니다. 이랑 씨는 2019년 페이 없는 인터뷰를 거절 하며 인터뷰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자신이 받고 싶은 금액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요. 저는 이랑 씨의 뜻에 동의하지만 인터뷰를 차마 거절하진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지푸라기도 아쉬운 나는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속이며 부당한 관습의 부역자가 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천용성 - 사골

 

Q5. 좋아하는 것들

😺해파   (웃음) 딴 질문, 좋아하는 음식?
🐮용성   만두를 좋아하는데, 만두를 먹으면 트름이 많이 나와서. 트름을 해도 괜찮을 때.  
😺해파   혼자 있을 때?
🐮용성   뭐 그럴 때나. 그런 것 전혀 상관없는 친구들이랑 있을 때. 일부러 더 크게 “꺼억” 하고 괜히 욕 한번 주고받고, 웃고 끝내는 그런 패턴이 가능할 때. 사람들하고 같이 만두를 먹으면, 먹고 헤어지면 상관 없는데 먹고 나서
😺해파   차 한 잔 할까?
🐮용성   우리 그냥 헤어지긴 아쉬우니까 차 한잔 할까.
😺해파   (웃음) 푸악, 이렇게.
🐮용성   그리고 만두 트름은 냄새가 확실 해서 트름을 했다는 걸 누구나 알게 되니까 좀, 조심해야 한다. 또 여러 가지 있는데, 쓴 나물, 나물 종류 좋아해요. 안 먹는 건 오이, 굴. 나 뭐 좋아해요?
😺해파   텐동? 그때 같이 텐동 먹고 텐동 많이 먹은 적 있잖아요. 
🐮용성   텐동 많이 안 먹었어요. 그 때 둘이랑 두 번 먹은 게 다예요. 그 후로 한 번도.
😺해파   (웃음) 뭐야, 말로만 매니아였네. 
🐮용성   매니아라고 한 적 없는데, 너무 억울하다. (웃음) 둘이 안 먹어주니까 그런 거잖아요.
😺해파   면 이런 거 좋아해요?
🐮용성   주면 잘 먹는데, 면 일반을 막 좋아한다는 느낌은 없는 것 같아요.
😺해파   좋아하는 장소 있어요? 
🐮용성   (웃음)서울 보태닉 파크?
😺해파   (웃음)진짜?
🐮용성   좋아하는 장소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기 보다는 좋아하는 특징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사람 없는 데를 일단 좋아해요. 사람 많은 데 가면 너무 힘들어. 사람 많은 걸 보는 것 자체가 좀 힘들어서. 그래서 영화관도 항상 사람 없을 시간, 심야라든가, 딴 사람들 다 일할 시간에만 찾아가고. 부득이하게 친구나 누구 일정에 맞춰서 가게 되면은 사람 없는 영화관을 찾아가고 그래요. 그래서 예전에 학교 근처에 살 때도 용산CGV보다는 전자상가 쪽에 있는 랜드시네마, 지금은 롯데시데마로 바뀌었는데 거기를 많이 갔었어요. 근데 장소든 음식이든, 무엇이든, ‘좋아한다’라는 태그를 달아 놓는 경우가 잘 없는 것 같아요.
😺해파   왜 그런 것 같아요? 강렬한 무엇인가를 주는 게 없어서?
🐮용성   감흥이 실제로 좀 없는 편이기도 하고. 다이나믹이 크지 않달까. 마음에 컴프레서가 걸려 있는 느낌. 음식이든 공간이든, 그것 자체보다는 그때 같이 있던 사람들이나 그 기억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게 왜 신기한 건지 잘 모르겠는데, 〈대설주의보〉가 나왔을 때, ‘맛이 없었던 팥빙수’를 기억하고 그걸 노래로 만든다는 거에 관심 가졌던 사람들이 있어요. 근데, 그게 저한테는 되게 당연한 거라서. 맛은 결국 다 까먹는데, “맛없다” 하면서 낄낄대고 그랬던 거는 안 까먹으니까. 맛없는 거 먹으면 화내는 사람들 있잖아요. 근데 저는, 맛이 애매하게 없으면 좀 그렇지만 기가 막히게 맛이 없으면 또 즐거운 것 같아요. 하지만! 잘 모르겠다. 애착이라는 게 다닐 때는 모르는 것 같아요. 저의 애착은.
😺해파   돌이켜봤을 때?
🐮용성   돌이켜봤을 때, 아니면 끝났을 때. 이를 테면은, 난 이제 머쉬룸 레코딩 스튜디오에 대한 어떤 감정이 있어요. 근데 그게 막상 거기서 녹음하고 그럴 땐 “아, 난 여기 너무 좋아” 그런 느낌은 없었어요. 근데 이제 녹음이 다 끝난 지금, 거기를 생각하면 어떤 마음이 있는 거죠. 머쉬룸이 좋다, 안 좋다, 이런 문제가 아니고. 예전에 다녔던 녹음실도, 압구정 근처를 가거나 아니면 신사, 가로수길 근처만 가도 생각이 나요. “나 예전에 이쪽에서 일 했었는데” 하고. 군복무 했던 곳도, 몇 달 전에 대학 동기가 별 보러 가자고 해서 연천에 당포성이라는 데를 갔었는데 가는 길에 저 일했던 데를 지나쳤거든요. 그때도 “아, 나 여기서 일했었는데” 그런 생각을 했고. 그런 식으로 애착은 있는데, 근데 거기를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그거는 대답하기 어렵다. 좋다, 싫다로 기억하기보다는 감정이 있는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으로 구분하는 것 같아요.
😺해파   저는 어렸을 때만 좋아하는 장소가 있었던 것 같아요. 좋아하는 가게도 되게 많았는데 교환학생 갔다 오고 나니까 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사라지고. 그리고 저는 어릴 때 광화문 그런 데가 되게 좋았거든요? 큰 상업 건물 있고, 도시적이고. 광화문에서 명동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어다니는 거를 좋아했어요. 대학 다닐 때 학교에서 버스 타면 금방이어서 많이 다녔어요.
🐮용성   서울 사람인데도 그런 도시적인 것에 감흥이 있다는 게 신기한 것 같아요. 저는 서울 사람들은 그런 것을 다 당연하게 생각하는 줄 알았어요. 저는 시골에서 자랐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높은 빌딩 보면 신기해서 이렇게 고개 들어서 쳐다보거든요. 고개 들면 자연스레 입이 벌어지잖아요. 근데, 대학교 때 친구랑 같이 걷고 있었는데, 대구에서 온 친구였거든요. 제가 그렇게 빌딩을 계속 쳐다보니까 쪽팔리니까 그러지 좀 말라고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속으로 좀 상처받고. “빌딩을 올려다보는 건 부끄러운 일이구나” 이런 생각도 하고. 지금도 빌딩 쳐다볼 때면 그때 혼났던 게 기억이 납니다. 근데 지금은 그게 뭐 그렇게 쪽팔릴 일인가 싶어서, 오히려 더 열심히 보죠. 아, 지난 주말에 가평에 갔다 왔는데, 논과 강, 산이 있는데, 그거 보면서 좋았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아, 논 보고 싶다” 그러면서 논을 보러 가지는 않지만 
😺해파   (웃음) 그치.
🐮용성   서울에도 산이 있기야 있지만 산 주변의 풍광이 다르잖아요. 보통은 바로 밑에 아파트가 있고. 논도 찾기 힘들고. 논 오랜만에 보니까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저는 어릴 때 논 보고 자랐거든요. 집에서 농사를 짓거나 한 건 아닌데, 학교 오갈 때 버스를 타면 양옆에 논이 쫙 있었어요. 철 따라 거름 냄새도 나고, 색도 변하고. 파밭이랑 인삼밭도 있고. 2집에 안 실린 곡 중에 〈파〉라는 노래가 있는데. 그것도 파밭 생각하면서 썼어요. 라이너 노트 써주신 신현준 씨가 저한테 그런 말도 했었는데, 서울 사람의 음악이 아니라고.* 진짜 그런가 모르겠네요. 논 좋아해요?
😺해파   (웃음) 본지 오래되어서 어떻게 느끼는지 기억이 안 나요. 가평에 가면 좋을 것 같아요. 
🐮용성   논 좋은 것 같아요. 어린왕자 보면, 여우가 그런 말 하잖아요. 밀밭을 볼 때 마다 너를 생각할 거라고. 그런 느낌 뭔지 알 것도 같아.
😺해파   저는 점점 더 한 지역에 매몰되는 것 같아요. 정혁이 일하는 카페*도 방이점만 가보고 개포점은 안 가봤어요. 거기 가면은 내가 너무 불안할 것 같은 거예요. 내가 안정감을 느끼는 지역에서 벗어난 곳이니까. 자칫하면 잘못될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그리고 개포는 가기 어렵잖아요. 환승도 세 번 해야 하고. 저는 갈아타는 게 너무 싫어서. 환승 없이 삼십 정거장은 갈 수 있는데, 세 번 환승하고 열다섯 정거장 가라 그러면 가기 싫어요. 
🐮용성   저는 😺해파 씨도 왔다 간 줄 알고 속으로 “우와, 진짜 진취적인 사람이다. 어떻게 여길 왔다 갔지.” “대단한 우정이다.” 이런 생각했는데. 속으로 막 존경하기 시작한 참이었는데. (웃음)
😺해파   어떻게 거길 갈 생각을 했어요. 
🐮용성   한번 가보기는 해야될 것 같은데, 이때 아니면 또 언제 갈까 싶기도 해서.
😺해파   맛있던가요?
🐮용성   정혁 씨가 타준 커피 못 먹었어요. 제가 너무 일찍 가서 정혁 씨가 없었어요. “저 정혁 이 친구인데요, 정혁이 올 때까지 기다릴게요” 이러기도 좀 부끄러우니까 그냥 시켰죠. (웃음) 그리고 또 우리가 친구가 맞기는 한데, 사람들은 보통 친구라 하면 동갑내기 친구를 떠올리니까, 주문받는 분 입장에서는 웬 아저씨가 와서 정혁이 친구라 하면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아는 사람인데요” 이것도 이상하고. 선배도 아니고. 뭐라 말하기가 곤란하다. 동료? (웃음) 근데 거기는 매봉역에서 걸어서 가는 것도 좋겠더라고요. 가는 길에 양재천이 있는데, 주변에 건물이 많긴 하지만, 거기만 딱 보면 가평 느낌이 있어요. (웃음)
😺해파   너무 깜짝 놀랐어요. 갑자기 거기 뿅 있는 걸 보고.
🐮용성   (웃음) 뭘 또 뿅이에요.
😺해파   (웃음) 뿅이죠. 저는 정혁이가 차 태워주면 갈까, 말까. 
🐮용성   좋아하는 음식 생각났어요.
😺해파   뭐예요?
🐮용성   막국수
😺해파   아, 막국수. 막국수 맛있지.
🐮용성   근데 막국수도 같은 이름인데
😺해파   지역별로 무슨 식이 있잖아요.
🐮용성   동네마다 편차가 커 가지고.
😺해파   어디 껄 좋아합니까?
🐮용성   여주에 천서리라는 동네가 있는데 거기 막국수 집이 한 열 몇 개가 있어요. 거기 중에 봉진막국수라는 곳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데도 생각났어요. 저는 누구랑 같이 갔던 데를 다시 가요. 조금 궁상맞긴 한데. (웃음) 가서 막 추억하는 건 아니고. 우리 오늘 여기 왔잖아요. 나중에 카페 가고 싶을 때 아마 여기를 다시 올 거예요. 즐거웠던 기억이 있는 곳이니까. 저는 연남쌀롱도 종종 가는데, 친한 친구랑 거기서 자주 봤거든요. 연남동 근처에서 시간이 남으면, 좀 거리가 있어도 연남쌀롱까지 가요.

*이어진 대화에서 신현준 씨는, 얼마전 다녀온 이천을 보며 자신이 자랐던 60~70년대의 서울 변두리를 떠올렸다고 말해주었다. 《김일성이 죽던 해》는 뉴트로든 레트로든, 과거의 한국가요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을 듣곤 했었는데―과거를 복각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던―나는 항상 의아했었다. 이제야 드는 생각은, 87년에 태어난 나는 수십 년 뒤쳐진 지방에서, 67년생처럼 자라났던 것은 아닐까. English Man in New York처럼, 87년에 태어난 67년 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좁은 나라에서 ‘비동시성의 동시성’ 같은 말을 하는 것은 좀 웃기지만.

*정혁 씨의 카페 이야기는 오일링 7호 「음악이 저를 찾아왔어요」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Sting - Englishman In New York

 

Q6. 어린 시절

😺해파   어렸을 때 꿈이 뭐예요?
🐮용성   초등학교 오륙학년 때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어했어요. 친한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랑 “우리 같이 게임회사 차리자” 그런 얘기 했었어요. 친구가 허 씨였어요. 그래서 회사 이름은 H&C로 하기로. 근데 그 친구는 지금, 연락은 안 한지 꽤 됐는데, 의사가 됐고.
😺해파   중고등학교 때는요?
🐮용성   그때는 딱히 직업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중학교 때 졸업앨범에 들어갈 장래희망을 써내라고 해서 ‘현모양처’라고 썼더니 담임선생님이 ‘회사원’으로 바꿔서 상처 받은 적이 있다.
😺해파   대학은 어떻게 가게 됐어요?
🐮용성   진학여부를 고민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진학을 안 하는 친구도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인문계 고등학교였으니까, 좋든 안 좋든 대부분 대학을 갔고. 저 때만 해도 대안교육, 대안학교 이런 게 지금 보다는 덜 대중적일 때고. 중간에 고등학교를 그만두려고 했던 적이 있는데 집에서 반대해서 그만두지를 못 했어요. 그것도 중졸이면 충분하다거나, 아니면 대학을 안 가겠다 하는 건 아니었고, 학교 안 가고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던 거예요. 아무튼 대학은 수능 보고, 수학 점수 반영 안 하는 학교 골라서 갔어요. 공부를 늦게 시작해서, 수학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애초에 포기 했어요. 과는 문과대학 안에서 골라야 했는데, 사회학과랑 철학과 중에 고민하다가 사회학과로. 성공회대 갈까도 생각을 했었는데. 그때 가나다군이 어떻게 되어 있었나 기억이 안 나네요. 대안학교 나오거나, 성공회대 가거나, 둘 다 했으면 완벽한 좌파가수의 커리어를 가질 수 있었는데. (웃음)
😺해파   (웃음) 그러게. 노래 한 곡 가지고 바로 우파가수 소리는 안 들었겠네요. 고등학교 때 밴드부 했었어요?
🐮용성   네
😺해파   그때 화가 많이 났었어요?
🐮용성   (웃음) 이 얘기는 또 어디에 써 놨지. “엇, 어떻게 알았지?” 싶은데 알고 보면 다 내가 써 놓은 얘기야. 애들이 연습을 안 해서 화가 많이 났죠.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가 별로 없었고. 열의의 문제가 있고, 취향의 문제가 있고. 
😺해파   무슨 노래가 하고 싶었어요? 
🐮용성   하기 싫은 게 있었던 거죠. 플라워가 하기 싫었고. 윤도현 밴드까지는 괜찮았던 것 같아요. 그때 주변에서는 〈박하사탕〉 같은 거 많이 할 때였는데. 〈잊을게〉 같은 것도 있었고. 근데 보통 외국 것들 하고 싶었어요. 애들은 외국곡 별로 안 좋아했고. 타협해서 했던 게 니클백Nickelback 같은 거였던 것 같고. 〈How You Remind me〉 같은. 근데 말했던 곡들이 다, 열의 까지도 필요 없고, 하기로 하고, 카피만 해오면 되는 정도의 노래인데, 그런 것도 안 해오고 하니까. 그런 게 싫었죠.
😺해파   저는 버즈. 버즈가 하기 싫어서 많이 싸웠어요.
🐮용성   저 고등학교 3학년 때 1학년 후배들이 들어왔는데, 같이 밥 먹다가 “너 뭐 좋아해?”하고 물었더니 버즈라고 답해가지고 가지고. “으으윽” 이러고. 
😺해파   주로 보컬이 그런 걸 좋아해.
🐮용성   학교 밴드는 클럽활동 부서이기도 하니까, 학년별로 딱 정원 4명이나 5명 이렇게 있던 게 아니고 파트별로 두어 명씩 있었어요. 그래서 보컬도 두 명이었고. 한 명은 취향이 나쁘지 않았는데 다른 한명은 R&B 좋아하고. 걔는 학교 축제 때도 따로 나가서 휘성 〈With Me〉 이런 거 부르고 그랬는데. 밴드로 할 때는 타협했던 게 〈뭐야 이건〉 그런 거고. 근데 〈뭐야 이건〉이 언제적 노래인데 그걸. 열의 없는 거는 일화가 있는데, 베이스 치는 놈이 자기 베이스가 없었어요. 누구 거를 맨날 빌려서 왔어. 뭐 카피해오라고 하면 항상 대는 핑계가 이번 주는 베이스가 없대. 그래서 베이스 좀 사라고 맨날 얘기했더니 돈이 없대요. 근데 어느 날 나이키 에어맥스, 그때도 한 15만 원은 했던 거를 신고 학교에 온 거예요. 그때 쫌 화가 많이 났고, 그 때부터 걔한테 그런 쪽으로는 아무말 안 했던 것 같아요. 친하게 지내긴 했는데, 그런 쪽으론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실제로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걔네들한테는 밴드가 우선 순위의 뒤쪽에 있는 게 싫었던 것 같고.
😺해파   그 때는 기타 뭐 썼어요? 
🐮용성   첫 기타는 콜트 비바골드 2, 그 다음에는 스윙에서 나온 레스폴 카피도 썼었고, 나중에는 52 텔레캐스터 썼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기타 치는 것보다 기타 자체에 더 관심이 많았던 때라, 맨날 집에서 기타 구경하고. 뮬 들어가서 기타 보고. 
😺해파   펜더는 어떻게 샀어요?
🐮용성   엄마를 잘 구워 삶아서 생일선물로. 근데 손가락이 펜더가 아니라서 별로 대단한 건 치지도 못하고. 나중에 돈 없어서 팔았어요. 팔아서 필요한 돈 쓰고 중고로 스트라토캐스터 샀어요. 그것도 다시 팔고 지금은 없고. 이펙터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DS-1 같은 거 쓰다가, 처음으로 샀던 게 보스 GT-5. 돈 모아서 형 줬더니 형이 중고로 사다줬어요. 나중에 졸업할 때쯤에는 POD 썼던 것 같아요.

Nickelback - How You Remind Me

 

Q7. 악기와 장비들

😺해파   장비에 관심 많아요?
🐮용성   네, 관심 많아요. 저의 부족함을 메꾸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죠. 
😺해파   근데 앨범 만들 때 그 장비들이 쓰이지는 않잖아요.
🐮용성   요새는 공연 때 쓸 것들을 주로 구입하는 것 같아요. 기타 픽업을 많이 바꿔봤고, 마이크도 고민이 많고. 노래를 작게 부르니까 마이크를 가깝게 대는 편인데, 그렇게 하면 근접효과가 발생하니까. 안그래도 평소 목소리가 낮은데 베이스가 더 부스트 되는 문제가 있고. 입 모양 같은 것도, 어떤 발음에서 어떤 소리가 나고 하는 문제들. 그런 상황과 문제들을 생각하면서 마이크를 선택하려 하고 있어요. 홈스튜디오를 꾸린다는 느낌의 장비구입은 거의 관뒀어요. 결국 머쉬룸 가서 녹음할 꺼고 집에서는 데모만 만들면 되니까. 예전에 혼자 할 때는 좋은 스피커, 좋은 마이크 이런 것들을 구입하려고 노력을 했었는데, 안 좋은 방에서 좋은 장비를 써 봐야 별 의미가 없다는 것도 깨달았고. 사실 집에서 할 때 제일 중요한 건, 차음. 밖에 차 소리 안 들어가고, 냉장고 소리, 에어컨 소리 안 들어가게 하는 것 아닐까 하는데. 우리집은 안 된다. (웃음)
😺해파   옆에서 보기에 그런 게 대단해보이더라고요. 계속 사고 파는 게 너무 피곤할 것 같은데. 
🐮용성   나의 킷을 만들고 싶은 거예요. 이것, 이것 딱 챙겨서 공연 가면 된다, 하는 느낌의. 요새는 거의 정리 된 것 같아요. 최선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제일 덜 아쉬운 느낌에서. 전에는 기타 소리를 섞어 쓰려고 이렇게 큰 2채널 짜리 프리앰프를 들고 다니기도 했는데, 공연의 형태랑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관뒀어요. 우리는, 꽂고 바로 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간편함이 있어야 하잖아요. 맨날 충분히 시간 갖고 리허설 할 수 있는 단독공연을 하는 게 아니고, 누구 뒤에 하고 누구 앞에 하고 비켜줘야 하고 그러니까. 블렌딩을 하겠다고 하면 변수가 너무 많아지니까 소리 잡기도 어렵고. 장비 무게도 꽤나 무겁고. 차가 있으면 모르겠는데.
😺해파   앞으로는 어떻게 다닐 계획이에요?
🐮용성   사일런트 기타 들고 다니려고요. 언제 어디서나 비슷하고 괜찮은 퀄리티의 소리가 나는 것 같아요. 셔브 카포랑.
😺해파   마이크는요?
🐮용성   마이크는 갖고 다니긴 할 거에요. 근데 테스트를 좀 더 해보고 싶은데 할 데가 마땅치 않네요. 이번 쇼케이스 때는 인이어를 썼잖아요. 제 앞에 모니터스피커가 없었으니까 별 문제가 없었는데, 모니터 스피커 쓰는 상황에서도 하울링 없이 그 마이크를 쓸 수 있을까, 실험을 해보고 싶어요. 근데 그런 공연장에서 노래 할 일이 잘 없으니까 테스트도 어렵다.
😺해파   중고거래 하는 게 피곤 하지는 않아요?
🐮용성   피곤하긴 한데. 해야 하니까. 근데 킷 꾸리는 일은 거의 끝났어요. 포기.
😺해파   진상을 만난 적은 없어요?
🐮용성   딱히 없는 것 같아요. 가끔 예의 없는 사람이나 그런 사람들이 있기는 한데, 대뜸 값을 깎는다거나, 터무니 없이 깎는다거나. 연락 주기로 해놓고 아무 말 없다거나. 근데 진상이라고 하기는 살짝 애매하고. 근데, 중고거래를 많이 하다보면 그런 생각을 하죠. “한국의 공교육은 실패했어” 같은. 예의가 없다, 하는 느낌의 사람이 많고. 중고거래 할 때의 불만은, 꼭 외제차 타고 오는 사람들이 깎으려고 한다는 것. 그런 거 깎은 돈 모아서 외제차 산다는 결론을 내리긴 했는데. 마음에 안 든다. 차도 없는 나한테서 5,000원을 깎을라고 그러니까.
😺해파   가끔은 안 팔리는 것도 있잖아요.
🐮용성   네, 맞아요. 근데 어쩔 수 없으니까. 나중에 명기로 주목 받고 값 올랐으면 좋겠다. 내역서에 물건 판 얘기가 많이 있잖아요. 근데 엄마가 어디서 그걸 보고 전화가 온 거예요. 기타 잘 갖고 있냐고. 돈 없어도 기타 팔지 말라고. 세컨 핸드가 되는 순간, 값이 확 떨어지잖아요. 엄마는 그게 너무 아까우니까. 어차피 나중에 다시 사는데. (웃음)
😺해파   책도 많이 정리하셨잖아요. 그런 게 앨범 내는데 도움이 됐어요?
🐮용성   가계부 쓰듯 정확히 기록을 안 해 두니까 총 얼마를 벌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거의 다 알라딘에서 파는 거니까 찾으려면 찾을 수 있는데. 어쨌든 지금 버티고 있는 거 보면 도움이 된 것 아닐까요. 근데 책파는 거는 돈을 벌기 위한 것도 있지만, 좀 더 미니멀해지고 싶은 욕구랑도 관련이 있는 것 같고. 과거의 나랑 단절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 같고.
😺해파   앨범 지출은 가계부처럼 적어 놓았어요?
🐮용성   네. 적을 수 있는 건 최대한 적었어요. 근데 자잘해서 못 적는 것들도 있으니까. 완전히 정확하지는 않아요. 카드로 결제한 거는 문자에 남아 있으니까 나중에 보면서 정리할 수 있는데, 현금으로 소액 결제한 것들은 누락되는 경우도 있고, 그리고 단편선 씨가 밥 같은 걸 사는 경우도 꽤 있거든요. “오늘은 내가 살께” 이러면서. 근데 그것도 실은 다 제작비니까. 이번에 뒷풀이 때도 단편선 씨가 꽤 많이 냈고. 아무튼 그래서 지금까지 지출 총액은 3,500만원 조금 넘어요.
😺해파   대단하다. 그 중에 밥값 같은 건 얼마나 차지해요? 
🐮용성   의외로 별로 안들었어요. 차 마신 거랑 밥 먹은 거 다 합쳐도 백만 원 안 될 거예요. 저도 그게 꽤 많이 나갈 줄 알았는데, 의외로 비중이 적더라고요. 딴 데서 너무 많이 써서 그런가.

*기타는 네 대를 갖고 있다. 마틴 D-18S, 엄태창 150호, 야마하 SLG-200N, 멕시코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마틴 D-18S에는 L.R.Baggs M80픽업, 엄태창 150호에는 L.R.Baggs Anthem SL 픽업이 장착되어 있다. 건반은 롤랜드 RD-300NX. 데모를 만들 때는 PC에서 프로툴을 사용한다. PC는 2014년에 맞춘 제품. CPU는 인텔 제온 E3. 스피커는 IK멀티미디어에서 나온 iLoud Micro Monitor를 사용하고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RME Fireface Pro FS를 사용한다. 마이크는 노이만 KMS104. 헤드폰은 오디오테크니카 ATH R70X(오픈형), M70X(밀폐형), 인이어 이어폰 역시 오디오 테크니카 E70.

Q8. 《수몰》에 대해

😺해파   2집은 큰 프로젝트니까 성공해야 된다는 말을 했잖아요. 기준을 세워둔 게 있어요?
🐮용성   아뇨, 구체적으로 기준을 세워두지는 않았어요. 제작비 회수하면 성공 아닐까요? 
😺해파   똔똔?
🐮용성   네. 들어 간 게 많아서 결국은 빵원이지만, 그래도 완전 대성공이잖아요. 매출 3,500만원이면. 우리 주변에 그런 사람 잘 없으니까.
😺해파   경제적인 의미 말고 다른 의미의 성공은 생각 안 해봤어요? 명반 리스트에 오른다거나, 파급력이 커지고, 인지도가 오르고 그런 종류의 성공.
🐮용성   별로 생각 안 해본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은 사실, 급하지가 않으니까. 명반리스트에 안 올라도 잘 살 수 있는데, 똔똔 안 되면 큰일 나잖아요. 제일 갈급한 성공이 똔똔. 그리고 그게 많은 것을 말해주니까. 이번에 씨디 천 장 찍었는데 천 장 다 팔아도 똔똔은 안 되거든요. 그래도 어쨌든 천 장이 팔린다면, 천 명이 씨디를 갖고 있다는 거니까, 파급력이나 인지도도 자연스럽게 올라가 있지 않을까요. 똔똔이라는 게 의외로 많은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웃음)
😺해파   단편선 씨에게 바라는 것들이 달라지거나 한 게 있어요?
🐮용성   정확히 1집 때랑 같은 것을 바랐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대로 다 해라. 오히려 1집 때는 예산이 적어서 하고 싶어도 못한 게 있었을 텐데, 이번에는 그런 것 없이 최대한 할 수 있게 돈을 꿔오려고 했고. 근데 실제로 하는 일은 미묘하게 달라졌어요. 1집 때는 제가 했던 일인데 2집 때는 단편선 씨가 한 일도 많고. 음악적인 부분이 아니라 제작적인 측면에서. 하지만 하는 일이 적어졌다고, 그 에너지를 아껴서 노래나 제 할 일에 쏟을 수 있던 것은 딱히 아니었고. 오히려 하는 일이 적어진 만큼 내 음반이랑 멀어진 것 같은 느낌이 좀 더 들었죠. 오너쉽(?) 같은 것도 살짝 약해졌고. (웃음) 1집 때도 단편선 씨랑 같이 만든 거라고 항상 말하고 다녔지만, 이번에는 좀 더 그런 느낌이 더 강해진 것 같아요. 나랑 단편선은 2인조 팀이고, 이건 팀의 음반이다, 하는.
😺해파   1집 때 단편선 씨한테 연락을 했을 때, 이 사람이라면 이렇게 만들어줄 것이다 하고 예상한 게 있었어요? 음악적으로 이런 것을 해주겠다, 하고.
🐮용성   구체적인 모습은 없었어요. 대신 ‘단편선은 이걸 완성할 수 있다’는 확신은 있었어요.
😺해파   작사, 작곡만 하고 그 후에는 단편선 씨가 작업하는 방식으로 했어요?
🐮용성   네. 코드, 멜로디, 가사. 기본적인 악기 구성이 담긴 데모를 보내고. 그 뒤에는 단편선 씨가. 제 데모 들어본적 있잖아요. (웃음) 단편선 씨가 편곡을 하면서 중간 중간 들려주면 저는 “좋다”, “아쉽다”, “다 좋은데 거긴 좀 그렇다” 같은 식의 피드백을 주고. 근데 대부분 좋으니까 뭐 딱히 할말은 없고. 편곡을 대략적으로 완성하고 구체적인 파트들을 만들 때도 의견교환을 하고. 이를테면 중학생 기타 솔로를 넣는다고 하면, 단편선 씨가 시연을 하고 저는 “아니야”, “아니야”, “그런 느낌이랑 비슷한데 살짝 부족하다”, “록 아저씨 같다” 이런 식으로 평을 하면서 고르고. 코러스 라인 같은 것도 짜고. 1집 때는 단편선 씨가 시퀀싱을 안 했는데 2집 때는 노트북 사고 직접 시퀀싱을 하니까, 좀 더 편해진 것도 있어요.
😺해파   저는 다른 사람이랑 협업을 많이 안 해봐서, 내가 가늠할 수 없는 연주가 내 음악에 들어가는 게 어떤 느낌인지 잘 상상이 안 가거든요.
🐮용성   저는 그게, 딱히 내 음악이라고 생각을 안 하니까. 내 음악에 무엇이 입혀진다, 하는 느낌이 없는 것 같아요. 같이 하는 거다. 나는 내 역할을 하는 거고. 단편선은 단편선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제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못 하는 거면 맡겼을 때 성에 안 차는 부분들이 있겠지만, 곡 쓸 때 내가 하지 않은 부분들은 모두 단편선 씨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거니까.
😺해파   마음에 들어요?
🐮용성   마음에 듭니다. 근데 역시나 춤을 춘다던가, 소리를 지른다거나 하는 식의 큰 감흥은. 애초에 그런 성격이 아니다 보니까. 단편선 씨는 편곡 잘 되면 “해냈어” 이렇게 소리도 지르고, “대작을 만든 것 같다” 이런 얘기도 하고 그러는데.
😺해파   천용성 작업 이외에 음악적인 취향도 맞는 편인 것 같아요?
🐮용성   그거는 아니에요. 일단 단편선 씨가 저보다 많이 듣고 다양하게 듣고. 그리고 단편선 씨는 음악-일반을 사랑하는 느낌이 있어서. 저는 음악-일반을 사랑하지는 않거든요. 좋아하는 음악만 좋아해요. 제가 싫어하는 음악인데 단편선 씨가 좋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멈포드 앤 썬즈 Momford&Sons 싫다고 말했더니 단편선 씨는 그게 왜 싫으냐고 그러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듣는 취향은 좀 다른 것 같고.
😺해파   단편선 씨가 없는 음반도 생각해본 적 있어요?
🐮용성   네. 지금 하는 것처럼, 팝이나 록, 포크에 기반을 둔 그런 음악들을 하면 단편선 씨랑 자연스럽게 할 것 같고. 전에도 말했듯이, 단편선 씨보다 제가 바라는 것을 잘 찾아내는 사람을 만나지를 못했으니까. 근데 만약에 장르가 극적으로 바뀌어서, 재즈를 한다든지, 판소리를 한다든지 하면 다른 사람이랑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전에도 단편선 씨한테 판소리 해볼까 고민 중이라는 말을 했던 적이 있는데.
😺해파   혼자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용성   혼자 못 하는데 뭘 해요 (웃음)
😺해파   (웃음) 
🐮용성   저는, 제가 혼자 못 한다는 걸 아니까. 그리고 항상 말했지만 혼자 할 때도 결국엔 누가 필요해요. 실제 작업에 참여는 안 하더라도 의견을 교환할 그런 사람. 너무 애써서 외로울 필요도 없으니까.
😺해파   소박하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해봐야겠다, 하는 느낌? 처음에는 인적 네트워크가 없잖아요.
🐮용성   그렇게 해볼까도 했었는데, 안 돼서 결국은 단편선 씨를 찾아 갔던 거니까. 단순히 능력 문제일 수도 있는데. 제가 만약에 정밀아 씨 같은 재능을 갖고 있었다면 혼자서도 해봤을 것 같아요. 근데 저는 그런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새해의 포크’ 때 보고 정밀아 씨 보고 놀랐던 게
😺해파   말해주세요.
🐮용성   정밀아 씨 1·2집 들어보면, 그때는 3집이 안 나왔을 때니까, 편성이나 편곡이 다채롭거나 하지는 않잖아요. 라이브에서 그런 곡들을 연달아서 쭉 하면 자칫 지루한 느낌을 줄 수 있는데, 정밀아 씨는 지루하다는 느낌 하나 없이, 공연을 끌고 가더라고요. 그게 엄청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제 음반은 1집도 그렇고, 2집도 그렇고 말이 좋아서 장르가 다양한 거지 사실 잡다하잖아요. 저한테 정밀아 씨 같은 능력이, 비슷한 편성의 노래를 지루함 없이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부러 다양하게 쓰는 거거든요.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주자, 하는 마음으로. 근데 결국 공연은 혼자 다니까 괴롭죠. 강제로 소박해지까. 아무튼 정밀아씨 보고 굉장히 놀랬었어요. 노래 뿐만 아니라 공연 진행도 엄청 잘 하고. 관객 조련도 잘 하고. 자기 시간을 잘 끌고 가는 게 되게 존경스러웠던 것 같아요. 그런 종류의 노련함은, 사실 성격을 따라가는 거기도 하니까, 아무리 노래 잘 하고 경력이 쌓인다고 해도 없는 사람에게는 없는 건데.
😺해파   그리고 또, 노래하는 것 너무 즐겁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했다면서요.
🐮용성   맞아요. 그때도 충격 받고. “아, 다른 사람들은 이런 마음으로 노래 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해파   다진 씨는 어떻게 함께 하게 됐어요?
🐮용성   일단은, 다진 씨가 하고 싶어했어요. 유동씨 쇼케이스 때부터 저한테 “용성님, 2집 건반 누가 쳐요?” 물어 보고. 그래서 저는 “단편선 씨한테 물어보세요” 이렇게 도망가고. 근데 어느 날 단편선 씨가 “용성, 다진이랑 하자” 이래서 알겠다고 했죠.
😺해파   1집 때는 다른 분들이 했잖아요.
🐮용성   그때는 일단, 천용성과 복다진이 서로 알기 전이에요. 유동 씨가 오소리웍스랑 하게 되면서 다진 씨가 범오소리계(?)로 편입 된 거니까. 1집 때는 가희 씨가 〈사기꾼〉, 〈딴 생각〉, 〈울면서 빌었지〉를 쳤고. 악어들의 지완 씨가 〈대설주의보〉랑 〈김일성이 죽던 해〉를 쳤어요. 가희 씨는 친구의 친구였어요. 같은 대학에서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한. 지완 씨는 요새 영화음악이랑, 무용음악 하고 있어요. 프로듀서가 왜 다진 씨를 선택했는지 이유는 묻지 않았는데, 제 생각으로는, 일단 《관찰자의 숲》 작업하면서 다진 씨에게 만족했던 부분이 있었을 거고, 다진 씨 《꿈의 소곡집》 들으며 만족했던 부분도 있었을 거고. 지완 씨는 블루스나 록에 특화된 느낌이 있는데 다진 씨는 좀 더 다양한 장르를 다룰 수 있는 느낌이기도 하고. 서로 얘기도 많이 해봤을 거고. 여러가지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던 것 아닐까요. 다진 씨가 이번 음반에 기여한 게 많아요.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세션비도 제일 많이 주려고 했는데 본인이 거절해서. 전에도 말했지만 함께할 사람 섭외 할때는 실력만큼이나 소통이 중요하니까. 얘기가 잘 통해야 하고, 디렉션을 잘 이해해야 하고. 그리고 그 소통은 제가 직접하는 게 아니고 프로듀서가 하니까, 프로듀서가 선택하는 게 맞는 것 같고. 저는 보리차 보컬을 섭외할 때만 조금 의견을 보탰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려고 했거든요. 누가 들어도 딱인 것 같은 사람. 못 부를 수가 없는 사람. 연락만 하면 되는 사람. 근데 그런 게 뭔가 쉬운 선택처럼 느껴져서 다 퇴짜를 놓고, “그럼 영화 쪽으로 가자”
😺해파   앨범 제목을 수록곡 중에서만 고르는 이유가 있어요?
🐮용성   아뇨. 그런 것 없고. 그냥 수록곡 중에 하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실제로 그게 자연스러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해파   《김일성이 죽던 해》는 단편선 씨가 민 거예요?
🐮용성   그거는 제가 밀었어요. 단편선 씨는 처음에 좀 꺼려했었고. 제가 계속 말하니까 “역시 그것 밖에 없는 것인가” 하는 느낌으로 OK. 수몰도 그랬었고. 맘에 들었으면 바로 OK했을 텐데 계속 친구들한테 괜찮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단편선 씨도 음반 밖에서 가져오려 했던 건 아니고, 단편선 씨가 밀었던 건 ‘식물원’. 근데 식물원은 검색이 잘 안 된다는 문제가 있어서. (웃음) 
😺해파   어떤 이유로 고른 거예요?
🐮용성   하나씩 빼가면서 고른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전역을  앞두고〉는 군대 얘기니까 좀 그렇고, 〈딴생각〉은 좀 심심하고. 그러다가 〈김일성이 죽던 해〉 하면 “음, 느낌 있군.”  음반을 관통하고 아우르는 정서의 노래인 것도 중요하고. 1집 같은 경우는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는 평을 많이 들었잖아요. 그러니까 결과적이지만, 음반하고 잘 어울리는 제목을 지은 것 같아요. 해파 1집 제목은 노래에서 따온 제목은 아니잖아요. 《○○○○○》는 동명의 곡이 없잖아요.
😺해파   그래서 제가 〈○○○○○〉라는 노래를 써야 되나? 그랬더니 정혁이가 그러면 멋이 없어진다고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용성   제 감각에는 동명의 노래가 있는 게 이상하지는 않아요. 근데 음반 제목과 같은 제목의 노래를 굳이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다른 음반들 찾아보면, 김뜻돌 《꿈에서 걸려온 전화》에는 〈꿈에서 걸려온 전화〉가 있다. 정밀아, 《청파소나타》에는 〈청파소나타〉가 없다. 김사월, 《로맨스》에는 〈로맨스〉가 있다. 《수잔》에는 〈수잔〉이 있다. 《헤븐》에도 〈헤븐〉이 있다...
😺해파   롤러코스터의 《일상다반사》에는 〈일상다반사〉가 있다. 《Roller Coaster》에는 〈Roller Coaster〉가 없다. 《Absolute》에는 〈Absolute〉라는 인트로가 있다. 《Sunsick》에 〈Sunsick〉이 있다. 《Triangle》에는 〈Triangle〉이 있다.
🐮용성   조빔 좋아하잖아요. 조빔 《wave》에도 〈wave〉있죠?
😺해파   그치. 근데 사후에 만드는 것은 좀 멋이 없다. 
🐮용성   굳이 만들 필요는 없다. 근데 한번 만들어봐요. 의외로 괜찮을 수 있잖아요.
😺해파   다른 것도 완성 못한 게 많아요.
🐮용성   그래도. 다른 것 못했어도, 새로 시작한 것 완성할 수도 있으니까. 되게 힘들지 않으면 해보는 것도. 의외로 괜찮을 수 있으니까.
😺해파   해보고 원래 있어서 한 것인 척
🐮용성   그런 척은 안 해도 되고.
😺해파   굳이 물어보지도 않겠지.
🐮용성   (웃음) 에이, 우리, 또 그런 패배주의적인 사고 하지말고 진취적으로. 
😺해파   (웃음) 알겠습니다.
🐮용성   애초에 ‘○○○○○’라는 말에 끌렸으니까 그걸 제목으로 쓰겠다고 한 거잖아요. 그렇게 끌리는 표현에서 시작해서 좋은 노래가 나오는 경우가 있으니까. 의외로 괜찮은 곡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해파   좋은 얘기네요.
🐮용성    《○○○○○》 좋은 것 같아요. 

*수록곡 중에서 제목을 고르는 감각은 음반보다는 책에서 배운 것 같다. 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에는 「일의 기쁨과 슬픔」이 수록 되어 있고,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에는 「쇼코의 미소」가 수록 되어 있으며, 김금희의 『너무 한낮의 연애』에 「너무 한낮의 연애」가 수록 되어 있는 것처럼.

Q9. 노래의 괴로움

😺해파   노래가 좀 늘었어요?
🐮용성   잘 모르겠어요. 우리끼리는 우스갯소리로, 가장 밑바닥에서 시작했으니까 느는 방향으로 밖에 갈 수 없다고 하기는 하는데. 노래 실력이 나아졌는지 판단하기가 어려운 게, 그날 그날의 노래 퀄리티는 현장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 노래를 잘 했을 때, 내 실력이 늘은 건지, 그 공연장이 음향이 좋고 모니터가 잘 된 건지 모르겠어요. 주식처럼, 가까이서 보면 끊임없이 등락을 하지만 조금 멀리서 보면 우상향의 그래프를 그려야 하는데, 그거를 확실히 모르겠어요. 아시겠지만, 공연장에서 노래하다보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을 때도 많잖아요. 멈출 수 없으니까 부르긴 부르는데.
😺해파   저희 코러스도 그렇게 했어요. 밖에서 어떻게 들릴지 전혀 가늠이 안 되고. 저희 것만 들으면서 “맞겠지?” 하면서 했어요. “이상하게 나가면 어떡하지?”하는 걱정도 하고.
🐮용성   내 목소리라도 들리면 좋은데, 내 목소리도 안 들릴 때 많잖아요.
😺해파   (웃음) 우리 합주할 때 그랬는데. 모니터가 전혀 안 돼서. 그때 정혁이랑 저랑 먼저 갔잖아요? 엘리베이터 기다리면서, “스피커 가까이 앉은 사람들이 우리 쓰레기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하고.
🐮용성   (웃음) 잘했어요. 가창력은 그래서, 잘 모르겠다. 그리고 제 노래가 제가 부르기에 쉽지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부를거라고 정해두고 쓰는 게 아니니까. 누군가는 부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쓰는 거죠. 근데 막상 내가 부르게 되면, 어렵다. 제가 목소리가 낮은 편인데, 낮은 음을 낼 때 호흡이 더 빨리 빠지니까. 숨찰 때도 많고.
😺해파   부를 때 제일 긴장 되거나 그런 노래 있어요? “또 삐끗하면 어떡하지?” 그런 노래.
🐮용성   중학생이 제일 어려워요. 중학생은 이번에 부를 때 삑사리도 났었고.
😺해파   못 들었는데.
🐮용성   일요일 공연 때 삑사리가 두 번 있었는데, 한번은 중학생이고 한 번은 기억이 안 나요. 토요일 때는 없었고.
😺해파   “것들은~” 거기요?
🐮용성   거기 말고 “같은 반이 되어”할 때. 음이 뛸 때 목 안에 뭔가가 잘 바뀌어야 되는데, 그게 잘 안 돼서.
😺해파   (웃음) 요들송 할 때처럼. “같은 반이”
🐮용성   맞아요. 요들송 하는 것처럼. 중학생은 박자 맞추는 것도 어려우니까. 중학생이 진짜 멋있는 노래인데 그거를 내가 잘 불러주고 싶은데, 못 해서 미안한 마음 같은 것이 있어요. 특히 인집 씨한테. 중학생 할 때마다, 인집씨가 저 따라서 딸려오는 느낌 같은 게 있어요. 제가 인집 씨에 맞춰서 가야 되는데, 내가 먼저 시작해버리니까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그런 게 막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해파   “어떡해” 이런 건 안 부담스러운가보네요?
🐮용성   그거는, 그냥 그렇게 불러야지 뭐 어쩌겠어요(웃음)
😺해파   노래하는 거 여전히 괴로워요?
🐮용성   네
😺해파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용성   그냥, 스스로 못 한다고 생각 하는 걸 해야 하는 게. 근영 씨도 노래하라면 하지만 춤 공연을 하라 그러면 괴롭지 않겠어요? 
😺해파   (웃음)그 정도예요? 자기 목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거예요? 
🐮용성   제 목소리 듣는 거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없어요. 그냥 못하는 걸 해야한다는 것. 잘하는 걸 보여주고 싶은데. 잘하는 건 또 보여줄 수가 없지.
😺해파   책이 더 팔렸으면 좋겠다?
🐮용성   노래 실력보다는 글쓰기 실력이 낫죠. 글쓰기로 따지면 대한민국 1% 안에 들 수도 있는데, A4용지 한 장을 비문 없이 쓸 줄 아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노래는 아무 노래방에 가도 저보다 잘 부르는 사람들이 수두룩하잖아요.
😺해파   근데 천용성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용성   그렇기는 한데. 그건 우리만 알잖아요. (웃음)
😺해파   그러면 앨범 낼 때 수록곡 전체를 남한테 맡기지 않은 이유는 뭐예요?
🐮용성   프로듀서의 결정. 다 맡기자 그랬으면 다 맡겼을 거예요. 저는 제가 하나도 안 불러도 상관 없어요.
😺해파   그러면 음악을 하는데 어떤 데서 즐거움을 느끼고 어떤 데 의의를 둬요? 너무 인터뷰어 같았어요?(웃음)
🐮용성   (웃음) 아뇨, 좋아요. 그냥 무언가를 완성시키는 것 자체가 좋은 것 같아요.
😺해파   프로젝트를 완성시키는 것 자체가?
🐮용성   공작하는 느낌으로. 곡 하나 완성 하고. 앨범 완성하고. 원래 어릴 때부터 만들기를 좋아했어요. 요즘도, 목공 같은 것 하고 싶고. 근데 배우기 시작하면 너무 본격적으로 할까 봐 손을 안 대고 있는 것도 있어요. 돈 안 되기는 그것도 매한가지인 것 같아서. 돈 안되는 일만 골라서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해파   공연 하는 즐거움, 끝나고 후련함 같은 건 없어요?
🐮용성   후련함을 느끼기는 하는데. 괴로움이 더 커요. 후련함을 느끼기 위해서 괴롭고 싶지는 않고. 근데 이번 쇼케이스는 그렇게 긴장하지 않고 했던 것 같아요. 아무튼, 노래는 힘들다. 시옷과 바람이 다 해주면 좋겠다.
😺해파   글은 어떻게 해야 잘 쓸 수 있어요? 타고나야 된다고 생각하세요?
🐮용성   아뇨, 전혀. 하면 되죠. 근데 해파 씨는 글을 못 쓴다는 게, 쓴 글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고, 글 쓰는 행위 자체를 안 좋아하는 거잖아요. 쓰면 정말 잘 쓸 것 같은데.
😺해파   글 쓸 때 괴로움이 너무 너무 커요.
🐮용성   저 노래할 때 괴로움이랑 비슷한 것 아닐까요?
😺해파   진짜? 저는 어렸을 때 논술학원을 다닌 게 그 괴로움의 시작 아닌가, 생각해요. 그래서 글 쓰는 걸 문제 푸는 거랑 비슷한 걸로 여기게 된 것 같아요. 괴로워요. 편지든, 산문이든.
🐮용성   편지가 제일 어려워요. 편지가 제일.
😺해파   편지 어려워요?
🐮용성   편지 어렵죠.
😺해파   위로 잘해요?
🐮용성   진짜 못 해요.
😺해파   (웃음)
🐮용성   제가 위로라고 해줄 수 있는 건 같이 옆에서 있어주는 것 밖에 없어요. 손 잡아주고,
😺해파   “아이고” 이렇게
🐮용성   그런 것도 잘 못해요. 그냥 같이. 안아 주고. 그게 위로가 된다면. 근데 제가 남의 위로를 잘 안 바라는 편이라서 그런지, 어떻게 해줘야 좋은지 잘 모르겠어요.
😺해파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용성   너무 잘하고 싶어요. 위로 잘하는 사람 되고 싶어. 위로 학원 있으면 다닐 거야.
😺해파   위로 학원 있으면 위로하는 게 괴롭게 될 텐데.
🐮용성   위로 자격증이랑 거절 자격증 따서.
😺해파   거절을 잘하고 싶어요 위로를 잘 하고 싶어요?
🐮용성   위로. 거절은 어떻게든 하면 하니까. 진짜 필요할 땐 어떻게든 할 수 있는데 위로는 진짜 필요할 때도 못 하겠을 때도 있으니까.
😺해파   맞아. 나도 진짜 위로 잘 하고 싶다. 위로 잘 하는 사람 알아요?
🐮용성   모르겠어요. 저도 위로 안 받아 봐서 누가 위로 잘 하는지 몰라. 
😺해파   (웃음)
🐮용성   저는 괴롭거나 무슨 일 있을 때 그냥 혼자 있거든요.
😺해파   주변에 위로를 잘 하는 사람 알면 좀 배울 것 같은데, 생각해봐도 위로를 잘 하는 사람이 없다.
🐮용성   저는 힘들 때 누구를 찾지를 않아요. 힘들 때 누구를 찾아야, 찾아서 술을 먹든 얘기를 하든 그런 식으로 위로를 받든 말든 하는 건데.
😺해파   그냥 혼자 가만히 있어요?
🐮용성   네, 가만히 있다가 자고. 가끔, 어떻게 하면 위로를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죠.
😺해파   근데 뭔가를 하면, 흉내내는 것 같고 막.
🐮용성   맞아. 근데 한편으로는 흉내라도 잘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하고. 그런 문제도 있잖아요. 얘가 힘들고 괴롭다는데 공감이 안 될 때도 있고. 공감은 되는 데도 못할 수도 있고 여러가지 상황이 있는데.
😺해파   전혀 해줄 수 있는 말이 떠오르지 않고.
🐮용성   그러니까, 이렇게 말해도 저렇게 말해도 도움도 안되고 기분도 나쁠 것 같은 상황.
😺해파   저도 친구가 힘들다고 하길래 “이렇게 해봐”, “저렇게 해봐” 이랬더니 자기는 그런 거 말고 공감해줬으면 좋겠다고. 근데 제가 힘들 때 친구가 위로를 하면은, 저는 하나도 도움이 안 되고. 와닿지가 않고 겉핥기 같은. 사람마다 맞춤으로 해야 되니까 어렵다.
🐮용성   저는 그래서 그냥, 같이 있어주는 거로. 그거로 위로가 되는지 모르겠지만.
😺해파   그거는 또 그 사람이 불러줘야 같이 있어주니까.
🐮용성   그렇긴 하죠. 누가 같이 있어 달라고 연락했는데 진짜 같이 있기만 하면 웃기겠다.  부른 사람도 “같이 있어 줘” 이랬지만 진짜 있기만 할 줄은 몰랐을 텐데. “어, 좀 뭐 좀 해야 되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 들테고.
😺해파   동물이나 그렇게 같이 있어주는 거로 위로가 되지.
🐮용성   동물은 되는데 나는 왜 안 될까. 나도 털을 쓰고.
😺해파   동물처럼 굴지 않은 과거가 있어서 안 되죠.
🐮용성   동물처럼 이렇게 똥 싸고
😺해파   마킹하고
🐮용성   일거리를 만드는 거야. 슬플 틈이 없게. 어지럽히고 높은 데 올라가고 화장대 쓰윽 이렇게.
😺해파   최악이다. 슬픔에서 정신이 팔리도록
🐮용성   슬픔은 그렇게 잊는 거야. 강아지처럼 올라 타서 괴롭히고.
😺해파   강아지 위로 받고 싶어요, 오랜만에. 자기 주인한테만 해주는. 자기가 어쩔 줄 모르면서 눈물 핥아주는 그런 거 있잖아요. 저 중학교 때까지 강아지 키웠었는데 걔가 막 그랬었거든요. 그래서 괜히 막 우는 척 하고.
🐮용성   나쁜 사람이네.
😺해파   갑자기 막 와서 쩔쩔매면서 핥아줬다가 어쨌다가, 어쩔 줄 몰라하는. 고양이는 뭐.
🐮용성   고양이는. 고양이도 하긴 한다던대 그런 걸.
😺해파   진짜 있어주는 거는 가끔 하는 것 같아요. 그냥 괜히 옆에 와서 살 맞대고 앉아 있는 그런 거. 위로가 되죠. 근데 슬퍼 보인다고 해서 뭔가 자기가 더 액션을 하고 그런 게 없어요, 고양이는.
🐮용성   저 옛날에 강아지 키웠었어요. 군대 있을 때. 마당 있는 집에서 살았었거든요. 마당 있으니까 개 키우고 싶은 거예요. 그 때 친구네 집 개가 마침 새끼를 낳았다고 해서 데리구 와서 키웠었는데. 전역할 때 부대에 있던 아저씨한테 주고 왔어요.
😺해파   이름이 뭐였어요?
🐮용성   크리미
😺해파   (웃음)
🐮용성   누런 강아지였는데, 처음에 데리고 올 때 과자상자에 담아왔어요. 근데 과자가 크리미라는 과자였어요. 잘 못 해줘서 미안해요. 제 인생의 가장 후회 하는 일 중 하나예요. 계속 마음에 걸려요. 잘해줬어야 되는데. 개를 풀어 놓고 길렀어요. 그러다 보니까 얘가 제 맘대로 안 크는 거예요. 통제도 안 되고.
😺해파   교육이 안 되고?
🐮용성   네, 그런. 저는 얘가 사료 먹었으면 좋겠는데, 부대에 있고 풀어놓으니까 맨날 잔반통 있는데 가서 떨어진 거 주워 먹고 있고. 근데 묶어 놓기도 싫었어요. 뛰어 다니는 게 보기 좋으니까. 근데 제가 밥 주는 사람도 아니고, 케어해주는 사람도 아니게 되니까 서로 관계가.
😺해파   그럼 삼시세끼를 잔반을 먹었어요?
🐮용성   잔반 먹는 것도 제보 받은 거예요 (웃음) 저도 걔가 어디서 뭘 주어 먹고 다니는지 정확히 몰랐어요. 아무튼, 잔반도 먹고, 부대에 있는 다른 간부들이 귀엽다고 간식 주고, 뭐 주고, 뭐 주고 하니까는. 뭔가 나랑은 동거인처럼 되고. 관계 형성이 잘 안 됐어요.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 텐데. 아무리 개가 낮에 그렇게 돌아다녀도 밤에 집 들어오면, 잘 놀아주고 산책도 하고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저는 개한테 삐져있었어요.
😺해파   (웃음) 인간이 개한테 삐져있으면 어떡해요.
🐮용성   (웃음) 그러니까. 내가 불러도 안 오고. 간식 잘 주는 아저씨한테 가고. 그 아저씨가 결국에 데려갔는데, 그 아저씨가 귀여워 해줬으니까 잘 됐죠 뭐. 저는 소심하게  “저기 가서 놀아” 그러고. 큰 개도 아니고 어린 개한테. 너무 한심했다.

Q10. 쇼케이스 이후

😺해파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돼요?
🐮용성   잘 모르겠어요. 일단 조금 쉬고. 8월부터는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뭔가 자잘하게 일이 계속 생기니까, 공연 아닌 공연도 잡히고, 푹 쉬었다는 느낌이 잘 없어서. 막상 8월 되면 “9월부터 할래” 이럴 수도 있고  
😺해파   음악 말고 다른 일 할 거예요?
🐮용성   뭐든. 음반 나오기 직전에는 그런 얘기 했었잖아요. 학원에서 통계를 배운 다음에 취업을 해볼까, 하고. 그거는 잠시 보류했고. 음악 공부도 하려고 생각중이고. 연주자들이랑 좀 더 편하게 소통하고 싶어서.  
😺해파   어디서 배울 거예요?
🐮용성   유튜브? 돈이 없으니까 (웃음) 혼자 공부하다가 모르는 거 생기면 수민 씨나 다진 씨 만났을 때 조금씩 물어보고 (웃음) 뭐가 됐든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나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좀 더 배우고, 보고, 듣고 해야 하지 않을까. 미술관 같은 데도 좀 다녀볼까 생각도 들고. 저만 빼고 다 다니는 것 같더라고요. 
😺해파   저는 미술관 가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넓고, 정리 되어 있는, 일상에 없는 그런 공간이라서.
🐮용성   근데 또 송충이가 솔잎을 먹어야지 평생 안 보다가 이제부터 본다고 뭐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해파   논문은 아예 안 쓸 거예요? 아니면 여지가 있어요?
🐮용성   원래는 안 쓰려고 했어요. 논문은 이제 끝이다. 근데 요새 갑자기 다시 쓸까 생각하고 있어요. 옛날보다 쉽게 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봐야 석사지만, 학위가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언제까지 음악 만들지도 알 수 없고, 언제까지 관심 받을지도 모르니까, 먹고 살 수 있는 가능성을 늘려 놓는 게 나쁘지는 않겠다 싶어요. 근데 교수님한테 찾아가면 욕 먹을 것 같아서 그게 가장 무섭다. 찾아 뵙기 조금 민망하기도 하고. 대학원은 어쨌든 연구자를 길러내는 곳인데, 뭔가 의도가 불순해졌으니까.
😺해파   우울하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용성   요즘은 괜찮은 것 같아요. 생각보다. 3, 4월에 많이 우울했고 그 이후로는 나아졌으니까, 지금은 기분 그래프에 꼭대기 쯤에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좀 있으면 내려가겠지만. 보통은 계절 바뀔 때마다 우울한데, 이번 여름은 자연스럽게 온 것 같아요. 
😺해파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하다 보면 우울하지 않아요?
🐮용성   그런 생각을 너무 오래 했으니까, 이제는 답 없는 것에 익숙해졌고. 전역하고 거의 10년간 답이 없는 상태로 살았잖아요. 녹음실 때도 그랬고, 대학원 때도 그랬고. 대학원도 사실 들어갈 때는 ‘연구자’가 되니, ‘학자’가 되니. 좀 더 포부 있는 사람들은, 실제로 입 밖으로 소리 내고 다니지는 않지만  ‘교수’되는 상상도 하는데, 조금 다니다 보면 알게 되죠. 그래서 중간에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사람도 많고. 저는 대학원도 늦게 들어갔으니까, 되게 조급한 마음이 있었거든요. 끝나고 뭐할까 그런 생각도 하고. 근데 교수님한테 얘기했더니, 열심히 하면 된대요. 맞는 말이긴 하니까 “그렇구나” 하고 있었죠. 저는 저희 교수님을 좋아해서, 무슨 말이든 다 곧이 곧대로 듣는 편이거든요. 근데 그 얘기를 또 다른 동료들한테 하니까, “니네 교수님은 서울대 나왔으니까 그런 말 할 수 있는 거지” 이러고 (웃음) 생각해보니까 그 말도 맞아. 아무튼, 이제는 우울하기도 좀 그렇달까. 요즘 우울은 전망과는 상관없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좀 더 맥락 없이.
😺해파   답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해요, 그럼? 그냥 그렇구나?
🐮용성   원래, 몇 달 전에 저한테 물어봤을 때는 2집 끝나면 은퇴할 거라고 했었잖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우울의 끄트머리에 있을 때였는데, 은퇴는 언제나 생각을 하고 있죠. 여러 요건 중에 하나라도 충족이 되면 음악을 할 것 같은데, 내 음악에 대한 확신을 갖거나, 내 음악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거나, 이걸로 생계를 유지하거나, 아니면 내 안에 노래가 정말 샘솟거나. 근데 딱히 하나도 충족 못 시킬 것 같고. “죽을까?” 이런 생각도 되게 가볍고 캐주얼하게 자주 해요. 녹취록 만드는 알바를 종종 하는데, 그런 알바 같은 거 끝내고 시간이 딱 남잖아요. 오늘 하기로 한 일은 다 했을 때. 그러면 속으로 “이제 뭐하지?” “죽을까?” 이런 식으로 자문자답을 자주 해요. “배고프다” “밥 먹자” 이런 느낌이랑 비슷한데. 근데 이제는 늙어서 그런 걸 진지하게 실행하거나 할 기력이 없다는 걸 알죠. 그래서 캐주얼해진 걸 수도 있고. 결국은, 그냥. 자자. 자고 나면 괜찮다.
😺해파   내가 40이 넘으면, 50이 넘으면. 
🐮용성   그런 생각은 하죠. 그때 해파 인터뷰 할 때도 이야기 했었잖아요. 낙원상가 앞에 있는 할아버지들 보면서 들었던 생각 같은 것들.
😺해파   어떻게 끝이 나요, 그런 생각하면?
🐮용성   구체적으로 그릴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너무 막연해서 생각이 거기까지 닿지 않는 것 같아요. 이를 테면, 좀 더 평균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은 생애주기에 맞춰서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몇 살에 퇴직하고. 노후를 어떻게 보내고. 자녀가 있고 동반자가 있는 사람들은 또 거기에 맞춰서 애들 대학 보내고, 뭐 그런 식으로. 근데 우리는 그런 종류의  예측이 어렵잖아요. 국민연금도 없고. 사십, 오십 먹고 음악하는 내 모습은 당연히 그릴 수 없고. 사오십에 노래하는 거야 말로,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에 비추어 봤을 때, 가장 비현실적인 일이잖아요. 그런 그림은 떠올릴 수 있어요. 엄마 아빠를 케어하는, 할아버지·할머니를 케어하는 할아버지 천용성. 엄마가 가끔 그런 얘기하거든요. 집에서 제 결혼 포기했다고 말했나요? “너는 그냥 결혼하지 말고 엄마 늙으면 엄마나 데리고 살아라. 요양원에 넣지 말고” 이런 얘기. 그래서 가끔 이미지 트레이닝 같은 걸 해요. 가끔, 조카들한테 돈 없다고 무시당하는 상상도 하고. 둘째는 모르는데 큰 애는 이제 알죠. 삼촌이 하는 일이 돈 버는 일과 영 관련이 없다는 걸. 둘째는 이번에 저한테 오더니, “삼촌, 이무진 새 노래는 TV에 나오는데 왜 삼촌 거는 안 나와요?” 그러고. 근데 얼마 안 남았어요. 전에도 말했지만 이제 저는 20살 보다 50살이 가깝고. 학주 씨 보면 내년에 마흔이라고 놀리고 호진 씨 보면 마흔이라고 놀리고 그러는데 아까 말한 것 처럼, 모든 질문은 자신을 향하는 질문인 것처럼, 모든 놀림은 실은 나를 향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 저는 제가 마흔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무척 신경 쓰고 있는 걸 수도 있고.
😺해파   쉬면서 어떤 것들 했어요?
🐮용성   만화책도 보고 책도 보고 재미없는 영화도 보고. 근데 아직 쇼케이스 끝난지 10일 밖에 안 됐고, 인터뷰도 계속 있고 그래서 막 쉰 느낌은 없어요. 끝나자마자 오일링 특집도 해야 했고. 그리고 식도염 때문에 눕지를 못하니까 더 그런 것 같아요. 원래는 누워서, 자는둥 마는둥 잤다가. 책을 읽는둥 마는둥 읽다가. 이래야지 정말로 쓸모 없어진 기분이 들고  좋은데. 요새는 뭘 해도 앉아 있어야 되니까는 진정으로 쓸모 없어지지 못하는 기분이에요. 생산성이 너무 높다.
😺해파   만화책은 어떤 것 보고 있어요?
🐮용성   순정만화라고 해야 하나. 원피스 이런 류도 아니고. 학원폭력물도 아니고. 어릴 때 친구들이 보던 건데 나는 안 본 그런 만화를 찾아 보고 있어요. 전복들 때문에 생각나서 『홍차왕자』도 읽어보려고 샀고. 『서양골동양과자점』 이런 것도 보다 말았었는데 뒤에 마저 볼까 생각하고 있고. 순정을 좀 충전하고 싶다. 『언덕길의 아폴론』도 읽었고, 『노다메 칸타빌레』도 읽어보려고 하고 있고. 근데 둘은 음악만화라, 쉴 때도 굳이 음악만화를 고르는 건 뭔가, 직업병 같은 느낌이 있네요. 『우리들이 있었다』라는 만화도 샀어요.
😺해파   좋네요.
🐮용성   (웃음) 뭘 좋아요. 추천해줄 만화 있어요?
😺해파   없어요. 저 만화 잘 몰라 가지고. 집에 딱 하나 있는 게 천계영의 『오디션』 
🐮용성   오디션을 보며 음악가의 꿈을 키웠군요? 누구 좋아해요? 국철, 류미끼, 장달봉, 황보래용.
😺해파   황보래용이었죠. 황보래용 안경, 끝이 뾰족하게 올라간 거 너무 사고 싶어서 코스프레 제품 파는 데에 이런 안경 제작할 수 있냐고 문의도 넣고 그랬어요.  
🐮용성   이제는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해파   (웃음)근데 요새는 안 쓰고 싶어서.
🐮용성   이제는 사람들이 황보래용 누군지 모르잖아요. 옛날에는 그 안경쓰면 황보래용이다, 이랬는데. 이제는 쓰고 나서 “나 황보래용 안경 썼어” 그래도 황보래용이 누구냐고. 예전에 015B 정석원 씨가 프로듀싱한 이가희라는 가수가 있었는데 그 분 곡 중에 오빠는 황보래용이라는 노래가 있었는데.
😺해파   들어본 것 같아요. 아무튼 황보래용 좋아했죠. 저는 초등학교 친구 중에 만화를 그리는 애가 있었어요. 그래서 걔 따라서 만화를 봤어요. 저 혼자 보지는 않고. 그 취향을 물려받았달까.
🐮용성   다들 그렇죠, 뭐.
😺해파   만화 잡지 이런 거 보고. 《파티》, 이런 거 구독하고. “《밍크》는 너무 상업적이야”이렇게 친구 말 따라 하고. 어릴 때는 그런 친구가 부러웠어요. ‘얘는 지금도 그림 그리고 커서도 그림 그리겠구나.’ 저는 그런 게 뚜렷이 없었으니까. 그런 게 부러웠어요.
🐮용성   그 친구는 그래서 만화가가 됐어요?
😺해파   만화가는 아닌데, 일러스트레이터인걸로 알아요. 학교도 만화 관련 전공을 하고. 외길, 외길 걷는 사람들이 부러웠어요.
🐮용성   지금도 부러워요?
😺해파   지금은 안 부러워요. 지금은 그 사람들의 힘듦이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아요. 이것 밖에 할 게 없으니까 이걸 한다, 하는 마음도 알 것 같아요.
🐮용성   저는 어릴 때 말하는 “하고 싶다”에 대한 의문 같은 게 있어요. 커서도 자기 마음을 모르지만, 어린 애들도 자기 마음을 잘 모르니까. 너무 어릴 때 “나는 만화를 좋아해” 이렇게 스스로 생각하는 순간, 뭔가 다른 쪽으로의 경로가 차단 되는, 아니면 스스로 차단하는 경우 같은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해파   (웃음) 그래서 미대 나온 음악가들이 이렇게 많은가
🐮용성   (웃음) 그런가 봐요.
😺해파   공포영화 보세요?
🐮용성   진짜 못 봐요. 랑종 보게요?
😺해파   제가 물어 볼라 그랬어요. 최근에 봤던 것 중에 재미있던 것 있었어요?
🐮용성   저는 재미 없는 영화만 골라 보는 편이라. 가장 최근에 본 거는 크루엘라.
😺해파   나도 어제 봤는데. 재미 없었어요?
🐮용성   저랑 호흡이 안 맞더라고요.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부분이 길고, 길게 갔으면 하는 부분은 짧고 그래서 집중이 잘 안 됐어요. 재미 있을 줄 알고 고른 건데. 근데 옷 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해파   맞아요. 엠마 스톤이랑 엠마 톰슨 얼굴도 재밌고. 노래도 좋고. 개가 안 죽어서 좋았어요. 저는 개나 그런 거 죽는 영화 못 보거든요. 그래서 개 영화, 개가 주인공인 영화 못 보겠어요.
🐮용성   개 죽으니까?
😺해파   많이들. 요즘에는 그렇게 안 만드는 것 같은데.
🐮용성   ‘크루엘라’ 보고. ‘킬러의 보디가드 2’.
😺해파   그거 다 영화관 가서 봤다는 거예요?
🐮용성   네. 킬러의 보디가드는 진짜 재미없었어요.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그냥 나갈까, 몇 번 고민했는데 재미없는 영화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견뎌냈습니다. 마스터링 끝나고, 릴리즈 되기 전에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2’랑 ‘분노의 질주’도 봤고.
😺해파   되게 많이 봤다. 영화관에 올라 와 있는 영화를 많이 보셨네요?
🐮용성   영화관에서 봐야, 좀 더 집중할 수 있달까. 재미 없는 영화는 영화관에서 안 보면 중간에 꺼버리게 되기 때문에. 영화관에서 그걸 견뎌내는 고행을 하는 재미가, 쓸모 없는데 시간을 쓰는 재미가 있어요. “진짜 못 만들었다” 낄낄대는 재미도 있고. 분노의 질주는 차를 타고 우주에 가요. 그래서 좀 참신하게 기가 막혔다.
😺해파   놀이기구 잘 타세요?
🐮용성   한번도 잘 탔던 적이 없었어요. 갈수록 못 타겠어요. 예전보다 높은 데가 더 무서워졌어요. 잘 타요, 놀이기구?
😺해파   못 타요.
🐮용성   (웃음) 저는 그 나이 때는 잘 탔어요.
😺해파   (웃음) 웃기고 있네.
🐮용성   (웃음) 저 배고파요. 밥 먹으러 갈까요? 다른 건 밥 먹으면서 얘기해줄게요.

근처 시장에서 떡볶이를 먹었다. 카페 통창 너머 보이던 곳. 떡볶이+튀김 범벅과 짜파게티를 주문했다. 해파는 범벅에 떡이 다섯개 밖에 없다고 불평하더니 떡볶이를 하나 더 주문했다. 밥 먹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실릴 이야기는 이미 충분했고, 녹음도 하지 않았으니까 애써 기억을 되살리진 않았다. 

해파는 『겉핥기』의 취지와 방향을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겉핥기#1에서 밝혔듯 나는 쓸모 없고 사소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고, 해파는 그런 것들을 물어봐줬다. 이해받는 기분이 들어 기분이 무척 좋았다. 의외로 해파는,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인터뷰에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천용성


🔥특보🔥

🐮천용성, 타종교 숭배해

사회학과 출신이자 유물론자임을 자처, 평소 종교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피력해오던 인디 리처드 도킨스 🐮천용성이 실은 "타종교"를 숭배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공분을 사고 있다. 2집 《수몰》 방송 심의를 넣었다가 수록곡 〈어떡해〉의 가사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 BBS 불교방송이 추적, 추격을 거듭해 알아낸 사실.

〈어떡해〉 외에도 문제가 되는 곡들은 많다. 〈설〉과 〈Dr.Ahn〉 역시 상당수의 방송국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욕설, "여호와의 증인", "나이키" 같은 류의 가사가 문제가 된 것. 그런데 눈 여겨볼 것은, 개신교 계열의 방송인 CBS와 원불교 계열의 원음방송에선 오히려 모두 적격판정을 받은 것. 천주교 계열의 평화방송에서도 〈설〉을 제외하곤 모두 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게 정말 우연일까? 실은 🐮천용성이 개신교와 천주교, 원불교가 혼합된 "타종교"를 숭배하고 있으며 교리적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던 BBS 불교방송이 용기 있게 부적격 판정을 내린 것은 아닐까?

천용성 2집 많이 신청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단편선 특파원


📺오소리뉴스📺

* COVID-19 확산 및 거리두기 단계 상향에 따라 모든 공연이 취소 및 연기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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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오일링Oiling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드는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Oiling 입니다. 프로듀서 단편선과 아티스트 천용성, 전복들, 전유동, 후하, 보일, 소음발광, 선과영이 함께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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