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ing#53 | 전복스런 코로나 생활

편집인의 말

🐮 씨리얼

살이 조금 쪘습니다. 3-4킬로그램 정도요. 지난주 내내 약을 먹어야 했는데 약이 꽤 독하니 꼭 밥을 먹고 먹으란 지시를 받았거든요. 위장약을 넣어 놓았지만 방심하면 안 된다면서요. 원래는 두 끼, 그러니까 일어나서 한 번, 그리고 여섯시간 뒤에 또 한 번 먹었는데. 지난 주 부터는 두 번째 끼니로부터 여섯 시간 뒤에 한 끼를 더 먹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엔 보통 씨리얼을 먹고 있습니다. 어떤 씨리얼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저는 켈로그에서 나온 '리얼 그래놀라 오리지널'을 제일 좋아합니다. 저는 보통 '검은 봉지'라고 부릅니다. '그래놀라'가 들어 있는 씨리얼이 워낙 많은데 검은 봉지는, 제가 알기론, 이것 하나 밖에 없거든요.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서 구입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마트에서는 행사를 잘 안하더라고요. 안에 든 마른 딸기를 특히 좋아합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네이버에서 제 이름을 치면 저의 몸무게가 나옵니다. 지금은 그것보다 좀 적게 나가지요. 딴 사람이 잘못 적거나 한 것은 아니고요. 몇 년 전 제가 직접 적은 것입니다. 네이버 인물란에 등재되고 싶어서 직접 요청을 했지요. "저, 천용성이라는 사람인데요" 하고. 몸무게 란이 있길래 적어야 하나보다 하고 적었는데, 몸무게를 쓴 사람은 저 밖에 없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저의 오랜 고민 중 하나는, 아침약을 정말 아침(절대적 아침)에 먹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어나서 얼마 안 된 때(상대적 아침)에 먹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것입니다. 저는 상대적 아침파였는데, 최근에 어떤 책에서 몸은 햇빛의 양을 통해 아침, 점심, 저녁을 (그리고 계절까지)귀신 같이 안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천용성

전복들이 키우는 이야기 『기타팝파』 #11

🌻 전복스런 코로나 생활

2022년 3월 3일 목요일

클럽 헤비 공연을 대비한 합주가 있는 날이었다. 원정이와 은아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다. 원정이는 리프 하나 칠 때마다 코를 풀고 재채기를 해댔다. 은아는, 신나는 일이나 맛있는 게 없으면 보통 가라앉아 있긴 하지만, 퀭한 눈으로 멍하게 앉아있었다. 마스크를 싸맸다. 

합주 전에는 함께 모여 믹스를 들었다. 연초에 경북음창소에서 녹음한 <봄나물>, <원정이는 깔끔해>, <다가당>의 최종 믹스였다. 장거리 녹음을 딱하게 여긴 단편선의 프로듀싱과 전복들 노래를 진심으로 많이 좋아해주는 <그들이 기획한> 기타 박장미의 세심한 믹싱이 더해져서 곡의 이미지가 매우 분명해졌다.

위 세 곡은 《우주가 전복해》(2018)에 수록되었던 노래들이다. 원정이가 탈퇴하고 새로 들어온 멤버들과 함께 완성했는데, 곡을 쓴 원정이 없이 작업했던 터라 아쉬움이 많이 남아 새로 녹음을 하게 되었다. (《우주가 전복해》(2018)는 5월 1일부로 스트리밍이 종료될 예정이다.) 경주와 대구를 오가며 녹음을 했고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믹스를 했다. 노래는 봄이 가기 전에 나온다. 봄의 주인은 봄나물이고 봄나물의 주인은 전복들이다.

믹스를 듣는데 은아가 춥다고 했다. 자켓을 덮어주었다. 콧물이 대폭발한 원정이는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은아도 갔다. 경래랑 남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음악이랑 별로 상관없는 얘기였다.

2022년 3월 4일 금요일 오후

은아가 확진 소식을 알렸다. 원정이가 아니라 은아가 먼저라서 의외였다. 은아를 덮어줬던 자켓은 세탁기와 건조기를 통과했다. "건조기가 코로나 다 태워죽였겠지. 괜찮겠지"하다가 아내에게 얘기했다. 아내가 갑자기 뽀뽀를 해준다. 내가 걸리면 이제 자기도 걸리는 거라고. "따로 아파봤자 무슨 의미고"라며 웃는다. 단톡에 경래랑 은아는 디아블로를 깔았다 했다.

2022년 3월 5일 토요일

SNS를 통해 헤비 공연 취소를 알렸다. 형제밴드 신도시, 작년 최애팀 중 하나였던 아톰뮤직하트와 함께하는 공연이었는데 아쉬웠다. 헤비 누나를 못 본 지 너무 오래 되었다. 헤비 누나는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사람이다. 예전엔 공연 없이도 헤비 잘 다녔는데. 내가 게을러서 글타. 장미는 멤버들의 피드백을 반영한 믹스를 또 한번 보내줬다. 박은아는 대구 시내 모처에 꽤 좋은 숙소를 빌려서 격리에 들어갔다.

2022년 3월 7일 월요일

자가 키트에 희미한 실선이 뜬다고 원정이가 연락이 왔다. 은아는 커피 냄새가 안 느껴진다 불평했고 나는 애플 뮤직 아티스트 앱을 켜서 한 달간 가장 많이 재생된 전복들 곡이 <We are Here and Everywhere>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퀴어 이슈가 있었던 걸까? 근데 뭐 신나고 좋은 곡은 맞자나. 원정이는 <봄나물>의 커버를 그려왔다. 아주 상큼하고 귀여웠다. 2016년에 만들었던 <봄나물> 뮤직비디오에 대한 오마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뮤비에선 원정이와 그의 아내 루이가 제주에서 비를 맞아가며 뛰어다녔다. 그리고 거기에는 소가 나왔다.

2022년 3월 8일 화요일

김경래 자가키트에 실선이 떴다. 둘째 담이가 열이 났다. 두렵기 시작했지만 별로 티를 내지는 않았다. 두 돌 되기 전쯤에 첫째 팡이도 열감기에 걸렸었으니까. 그래도 불안한 건 있었다.

2022년 3월 9일 수요일

박은아는 뜨개질 비슷한 걸로 컵받침을 만들고 있었다. 만들고 있다는 곡은 언제 나오냐고 물었다. 푸시하고 싶지는 않으나 푸시하고 싶어서 에둘러 졸랐다. 아직은 자신이 없나 보다. 나를 뺀 멤버 모두가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다행히 위중증 환자는 나오지 않았고 팡이네 가족도 모두 한고비 넘긴 것 같아 감사했다. 단편선은 고창일이 사이보그란 음모를 제기했다.

2022년 3월 12일 토요일

박은아가 격리를 마치고 출소를 했다. “와 나오니까 계절이 바꼈어. 모직코트 못입겠노 덜덜덜” 하고 톡을 남겼다. 전유동의 대구 공연이 있는 날이었고 파제 등과 함께 일 잔을 하기로 했으나 멤버들의 컨디션과 담이 열감기 때문에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2022년 3월 13일 일요일

원래대로라면 공연을 했을 날이다. 나는 여전히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멤버들은 리더 때문에 우리가 슈퍼밴드가 되지 못한다며 나를 공격했다. 언니와 애들이 아프지 않아 다행이라는 말을 붙여 그리 밉지는 않았다. 근데 첫째 팡이가 열이 난다. 유치원에 확진자가 있었다고 했다. 

2022년 3월 14일 월요일

팡이 확진. 열이 좀 나고 기침 좀 하는 감기증상이었다. 밀접접촉자라 나도 이날부터 회사를 나가지 않았다.

2022년 3월 15일 화요일

이원정, 김경래 출소

2022년 3월 16일 수요일

아내 확진. 팡이는 잘 때 엄마에게 꼭 붙어 잔다. 팡이가 걸리는 순간 이미 결정된 일. 환자가 둘로 늘어났다. 담이와 놀아주고, 택배를 받고, 밖에 나가 약을 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간호 보다는 끼니마다 밥 하고 집안일을 하는 게 더 빡시다.

2022년 3월 17일 목요일

둘째 담이도 확진. 나 빼고 모두 걸렸다. 3주 동안 여섯 명의 확진자와 밀접 접촉을 했지만 걸리지 않았다. 단편선은 고창일 자연항체설 슈퍼면역자설 뭐 이런 소리를 했다.

2022년 3월 18일 금요일

이원정이 짬뽕을 먹었는데 특정 음역이 안 들리는 노래처럼 특정 맛이 안 느껴져 이상하다고 말했다. 원정이는 이런 것을 세세하게 잘 얘기한다. 근데 나는 왜 안 걸리지

2022년 3월 19일 토요일

김경래는 퇴사 확정 소식을 알렸고 이원정이 단톡방에 복귀했다. 김경래가 가운데가 덜익은 돈까스 같은 사진을 올렸던 것 같다. 근데 나는 왜 아직 안 걸리지

2022년 3월 20일 일요일

아이 둘과 아내 모두 회복되었다. 

그리고 내가 걸렸다. 여섯 중에 내가 젤 아팠던 것 같다. 슈퍼 머시기는 무슨. 

🐚전복들 🌻고창일

* 코로나 시작할 때쯤 썼던 곡으로 기억한다. 급하게 만들었지만 귀여운 곡이라 생각한다. 코로나가 시작 된 이후 사람들의 눈을 많이 보게 되어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되도 안한 소리를 하는 노래다. 실로폰은 아내가 쳤다. 하기 싫은데 치라고 해서 엄청 씨게 치는 것 같다. 등짝 안 맞은 게 다행이다.

🐚전복들 🌻고창일

🔥단신🔥

🐮천용성 천하제일보리차대회 성료

🐮천용성의 제19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 부문 수상을 기념해 열린 《천하제일보리차대회》가 성료되었다. 3월 12일부터 3월 24일까지 참가작을 공모, 총 52명이 참가한 대회의 심사는 4월 1일, 머쉬룸레코딩스튜디오의 천학주, 시옷과 바람의 해파가 참석한 가운데 이루어졌으며 이를 통해 총 8명의 수상작을 결정했다. 위 비디오는 심사 중 하이라이트를 편집한 코멘터리 영상. 수상작 전체는 오소리웍스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하이라이트를 통해 체크할 수 있다.

한편 씬의 선배, 동료 뮤지션들의 서포트가 이어졌다는 훈훈한 미담도 들려온다. '응원을 보내주시는 것'이라는 심사위원들의 해석에 따라 수상권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참여해주신 선배, 동료에게도 특별한 감사를 전한다.

🍔단편선 특파원

🔥초단신🔥

선과영, 레코딩 전 마지막 합주 마쳐

! 올 여름 가을을 강타할 오소리웍스의 대형 신인 !

🍔단편선 특파원

📺오소리뉴스📺

🦨오소리웍스 @osoriworks

[공연] 4. 30(일), 클럽 빵, '클럽 빵 동행 프로젝트 5, 클럽 빵X오소리웍스'

🐤전유동 @jeonyoodong

[공연] 4. 22(토), 19:30, 프리즘홀, '티키타카 콘서트'

🦋보일 @boil____

[공연] 4. 16(토), 16:00, 공상온도, '나쁜 마음 쇼케이스' (게스트 : 🐮천용성)

🍔단편선 @danpyunsun

[공연] 4. 21(금)-22(토), 재미공작소, 회기동 단편선 《백년》 쇼케이스 10주년 기념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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