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ing#38 | 펑크락커는 쓰러지지 않는다

강동수의 음반 수집기 『나의 인디유산 답사기』 #1

2021.12.21 | 조회 8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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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링Oiling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드는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Oiling 입니다. 프로듀서 단편선과 아티스트 천용성, 전복들, 전유동, 후하, 보일, 소음발광, 선과영이 함께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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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말

🐮 용성이는 일어서지 않는다

세 번째 앨범을 만들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특별한 사건 사고나 심경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들 3집이 있는데 나만 없으면 조금 없어 보이지 않나 하는 시덥잖은 생각*, '3'을 만들어야만 할 것 같은 한국적이고 기독교적인 발상, 이제 와서 딴 일을 할 수 있겠나 하는 체념이 뒤엉킨 결과입니다. 

오늘은 가구 배치를 바꿨습니다. 제 방 크기는 대략 2.5x2.5 미터 정도입니다. 한 면엔 큰 창문이 있고, 한 면엔 베란다가 있고, 한 면엔 거실로 통하는 문이 있죠. 거기에 높은 책장이 하나 있고, 긴 책상이 하나 있습니다. 선택지가 많지는 않습니다. 해를 등지고 앉는 1안과 해를 마주하는 2안 정도가 있죠. 요 몇 년 동안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했습니다. 이번엔 도로 1안 입니다.

당장 뭐를 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 누워 있는 상태지요. 22년 하반기 쯤 대충 상체를 일으키고, 22년 이맘 때쯤엔 "아, 괜히 말했나"하며 후회를 하다가, 23년 상반기 정도에 선 것도 앉은 것도 아닌―기마 자세―정도까지는 올라오자는 장구한 계획입니다. 1년에 앨범을 한 장씩 내는 동수 씨의 기운을 빼앗아 오는 것도 방법일 텐데요. 일단 펑크를 좀 더 들어야 겠습니다.

*그 사이 다들 4집을 만들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하고 있습니다.

🐮천용성


강동수의 음반 수집기 『나의 인디유산 답사기』#1

⚡Life Goes On, 펑크락커는 쓰러지지 않는다

“펑크락커는 쓰러지지 않는다.” 매일 주문처럼 달고 사는 말이다. 언제부터 이 말을 달고 살았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왠지 이 말 한마디면 쓰러지지 않을 것 같아 계속 읊조리고 다닌다.

무엇이 펑크인지, 어떤 사람이 펑크락커인지는 알지 못한다. 모든 것은 펑크라는 낭만에 대한 막연한 동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펑크에 대한 동경은 버닝햅번의 두 번째 음반 《Life Goes On》을 들으며 시작되었다. 

“전자기타가 좋아, 🤐같은 우리가 좋아. 아무런 노력 없이 늘어가는 삶의 무게가 좋아. 머리, 어깨, 무릎,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도록 뛰어 놀 수 있는 여기 이 자리가 좋아.” 

No Punx No Life

“이제 여기서 다시 너와 함께 서서 서로를 잡아주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살아가는 거야. 쉽진 않다 해도 지진 않을 거야. 어디가 끝인지 모르지만 변치 않고 이 길을 지켜 나갈 꺼야.”

이제 여기서 다시

“뭔가 돌이킬 수 없는 기분이 계속 들었지만 이제 와서 애써 모든 걸 바꿀 수도 없는 걸 언제든 돌아가고 싶단 생각이야 해오며 살았지만 한번도 시간을 되돌릴 수 있었던 적은 없었잖아.”

어젯밤 이야기

집착에 가까운 동지애, 망가진 자신을 긍정하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다음 날 후회하지만 또 다시 친구들과 즐거운 밤을 보내는 것. 버닝햅번이 알려준 펑크란 그런 것이었다.

버닝햅번의 《Life Goes On》을 들으며 펑크락커의 꿈을 키웠다. 버닝햅번으로 시작해 클래시Clash,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 랜시드Rancid를 접했고 노브레인과 크라잉넛에 빠져들게 됐다. 방구석 오타쿠로 살던 17세 강동수는 펑크키즈로 다시 태어났다.

가끔 쓰러지고 싶을 때 이 음반을 튼다. 이렇게 터무니없는 젊음 예찬 노래를 듣다 보면 전자기타나 튕기며 별 볼일 없이 사는 🤐같은 내가 좋아진다.

⚡소음발광 강동수


[이주의 추천곡] 버닝 햅번 - No Punx No Life + Let's Shaking

🔥예고🔥

오소리웍스와 🍔나의 결산

2021년 한해가 지나갑니다. 구독자 님들이 어떤 한해를 보냈는지 묻고 싶음과는 별개로, 자신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어떤 한해를 보냈니. 조금은 행복하지 않다 생각되는 것이, 별로 할 얘기가 없는 것처럼 느껴져서입니다. (행복하지 않음이 곧 불행을 뜻하진 않기 때문에 우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사건이 없는 까닭은 아닐 것입니다. 저와 친구들, 동료들을 둘러싼 여러 사건들을 곱씹을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생계, 그리고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위한 직장과 프로덕션의 일을 병행하는 입장에서 온전한 제 시간을 챙길 수 없었습니다. 상당히 큰 규모의 프로젝트가 여럿, 연말까지 계속된 탓에 쉴 시간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용성은 자주 저를 "해병대 같은 사람"이라 표현합니다. 무엇이든 어떻게든 '되게' 만든다면서요. 그러나 저도 끽해봐야 인간인지라, 제게도 다음을 도모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겠죠. (정말 다행스러운 게, 저는 잠을 잘자는 사람입니다. 누우면 거의 바로 잠들고 때가 되면 잘 일어나요. 잠을 잘자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노동강도를 버틸 수 있었을까, 타고난 복이구나 생각합니다.)

며칠 전에는 🐮용성에게 "이제 연말인데…"라고 운을 띄웠어요. 그랬더니 다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안 그래도 특집하자고 할 거 같은데 왜 말 안 하나 했다!"는 답이 왔습니다. (우리는 오일링 발행 초기, 몇 번의 특집을 거친 후 너무 짧은 특집 간의 term이 모두들 피곤하게 한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특집을 하자는 이야기는 맞았어요. 하지만 전체가 참여하면 좋겠다는 것은 아니고, 🍔발행인이 한 호 정도 책임지고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던 것입니다. 올해 작업들을 리뷰하면서요. 두 가지 생각 때문에. 하나. 이렇게라도 연말, 자신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지 못하면 언젠가 제가 저한테 아쉬워질 것 같아서. 다른 하나. 1년 동안 아무런 보상도 없는 이 매거진에 글을 내느라 고생한 멤버들이 한 주 정도, 쉬는 term을 가질 수 있도록. (정리마저 일처럼 하는 내 자신이 약간 바보같이 느껴지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니겠어요.)

원고를 청탁받으면 죽 써내려 간 후, 앞단부터 쳐내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서두가 긴 스타일인 탓이죠. 하지만 이 지면은 언제나 우리 마음이니 서두를 칠 필요가 없죠. 할 이야기도 다했습니다. 이 다음 이야기는 다음주에 나온다는 것이에요.

참, 그래도 몇 가지 알릴 것은 있더라고요. 첫째로, 아시다시피 오소리웍스의 이어엔드파티를 진행합니다. 적당히 팔렸고, 적당히 남았어요. 12월 26일, 심심하신 분들은 놀러오셔도 좋을 것. 그리고 파티에 대한 아주 작은 기념품으로서, 메탈티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살다보면 메탈티를 만들기도 하는 거죠, 뭐. 이어엔드파티와 메탈티 판매, 둘 다 오소리웍스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체크해보시길. 그럼 저는, 다음주에 뵙기로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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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선 발행인


📺오소리뉴스📺

🦨오소리웍스 @osoriworks

[공연] 12. 26(일), 카페언플러그드, '오소리웍스 Year-End Party'

🐮천용성 @yongsung000

[공연] 12. 23(목), 20:00, 살롱 문보우, 'OH! 5! 五! - Moon Phase 6'

[공연] 1. 2(일), 18:00, 벨로주 홍대, '2022 새해의 포크'

🐚전복들 @cosmic_abalone

[음반] 12. 27(월), 싱글 《할머니 댄스》 발매

🐤전유동 @jeonyoodong

[공연] 12. 24(금), 20:20, 탄트라(인천), '사운드 바운드'

😙후하 @hoohaa.seoul

[공연] 12. 29(수), 스피크이지썸띵(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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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트로

    0
    almost 3 years 전

    버닝햅번 정말 많이 들었는데 반갑네요 ! ㅋㅋ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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