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말
🐮 후일담
시상식은 오후 6시에 시작했습니다. 저는 6시 45분까지 오라고 안내를 받았습니다. 수상 예정 시각인 7시 15분 보다 30분 일찍이요. 9호선을 타고 갔습니다. 노들역에 내려서 걸어가볼까도 했는데 날이 춥더라고요. 노량진에서 내려 버스를 탔습니다. (1년 전 축하공연을 할 때 입었던) 얇은 트렌치 코트를 입고 나온 걸 후회했어요. 또, 멋 부린다고 셔츠 안에는 아무것도 안 입었거든요. 원래 수트는 그렇게 입는 거란 얘기를 어디서 들어서... 그날 제가 한 타이는 어땠습니까?
시상식이 끝나곤 공덕으로 갔습니다. 공덕역 근처에 있는 정대포라는 곳에서 갈매기살과 소금구이 등을 먹었습니다. 단편선 씨와는 19년 쯤 같이 온 적이 있었는데 하나도 기억을 못하고 있더라고요. 그때 제게 했던 말을―"우리 이런 말 했었잖아요" 하며― 다시 들려주었습니다. 소음발광은, 드러머 보경 씨는 제주도에 가야 된다고 (고기를 안 먹고) 먼저 갔고, 기태 씨는 (갈매기살 까지만 먹고) 9시 반 부산행 기차를 타러 떠났고, 기영 씨와, 동수 씨, 저, 편선 씨는 영업제한시간 까지 고기를 먹었지요.
집에 돌아 오는 길에 케익을 샀습니다. 11시까지 영업하는 파리바게트에서요. 고기도 배불리 먹었지만 고기 배와 케익 배는 따로니까요. 근데 진열장을 들여다 보니 ①"듬뿍생딸기우유생크림케이크"가 있고 ②"우유가득생크림케이크"가 있고 ③"우유퐁당생크림케이크"가 있는 것 아니겠어요. ①번이 아무래도 진짜 생크림일 것 같아서 골랐습니다. 12cm는 누가 가져가고 없길래, 15cm를 골랐죠. 그리고 집에 왔는데, 거기 없던 12cm 케익이 집에 있는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이틀 동안 케익만 먹었습니다.
P.S 지난 호에 달아 주신 댓글 잘 보았습니다. 저도 다음 번에 연어덮밥을 먹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천용성
천용성이 음악으로 못 먹고 살며 화내는 이야기 『내역서』#2
🐮 대답 없는 사회
글을 잘 읽었단 얘기를 들었다.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다들 하는 생각이 왜 내 입에서 나와야 했을까. 선배가 있으면 좋을 텐데. 헛짓거릴 한 누군가가 "불만 없지?" 하며 주변을 훑을 때, 먼저 말을 꺼내는 사람. 내 순서가 오기 전 손을 들고 말하는 사람. "내가 말할게" 하며 나의 말을 가로 막는 사람. 단편선, 이랑, 하박국, 황푸하. 내가 선배라 여기는 사람은 그 정도 뿐이다.
뮤직카우의 광고를 봤다. 광고는 윤종신이 "좋니?"하고 묻고 선미가 "너무 좋아"하고 대답하는 것으로 끝난다. 토가 쏠렸다. 저작권 거래는 음악가들을 위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수익률을 쫓는 눈 먼 돈과 그 돈에서 수수료를 떼먹으려는 작자들을 위한 일이다. 사명―아마도 캐시카우에서 따왔을―은 노골적이다. 그래서 그 카우가 누군데? 가장 역겨운 것은 하나, 그것을 윤종신이―그러니까 다 알만한 사람이―떠벌리고 다닌다는 것이고 또 하나, 어떤 소도 어떤 붓잡이도 그 앞잡이를 붙들고 늘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남동에 그의 집이 네 채나 있는 것엔 아무런 불만이 없다. 문제는 집이 네 채고 음악을 수십 년한 그가, 네 평 집에서 음악을 갓 시작한 초심자 같은 곡을 냈다는 것이다. 그 '빠라밤' 하는 신스 브라스는 도대체 어떻게 구한 걸까. 무료 앱에서도 그것 보단 좋은 소리가 나고, 노래방에서도 그것 보다는 좋은 소리가 나는데. 그 값 싸고 노력 없는 소리는, 수백 수천 가지 샘플을 들으며 악기를 고르고, 피와 악기를 팔아 연주자를 섭외하는 수많은 음악가들에 대한 모독이다. 꼴보기 싫은 것은, 뱁새의 찢어진 다리가 아니라, 황새의 붙어버린 다리다. 촌철살인미수의 어설픈 가사와 "해석은 듣는 이의 몫"이라는 궁색한 변명은 제쳐두더라도.
〈가을편지〉를 들을 때 마다 생각했다. 가사가 이상한데.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라는 시작은 꽤나 좋지만 각 절의 마지막 문장은 영 별로다.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헤메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나는 그와 비슷한 수준의 이야기를 스무 살 때 들은 적이 있다. 이상형을 묻는 누군가의 질문에 나왔던 친구의 답 "자취하는 여자가 좋지." 나의 의문은 최영미 시인이 풀어줬다.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로 시작하는 시를 통해. 나는 'En'의 가사가 울려퍼질 때,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서, 《아침이슬 50년, 김민기에 헌정하다》에서, 누군가 김민기를 베스트로 꼽는 글을 볼 때, 해명도, 반성도, 비판도 없는 이 사회에 대해 생각한다.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의 '아침이슬 50주년, 김민기 트리뷰트' 무대와 《아침이슬 50년, 김민기에 헌정하다》 음반은 모두 경기문화재단의 후원으로 만들어졌다. 재단 대표이사는 한 때 음악평론을 했다고 알려진 강헌이다. 나는 그가 한 해에 천 억 가까운 돈을 운용하는 조직의 대표이사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스스로를 명리학자를 칭하는 그가, 인간은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그가, 트럼프는 사주부터 대통령 사주였다고 말하는 그가 대표이사라니. 재단의 사업을 고스톱으로 나누자 제안해봐야겠다. 운칠기삼은 사주에 비하면 납득할만한 분배니까.
🐮 천용성
🔥특보🔥
🪐선과영이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진격의 부부예술단 🪐선과영[(구)복태와한군]이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채널 이름은 '어쩌다셋.' 어쩌다보니 아이가 셋이 되었고 그리하여 5인 가구로 살아가게 된 🪐선과영의 일상을 담은 명품 휴먼 다큐멘터리 채널이다. (보다 정확히는 키우고 있는 푸들 🐕열음이를 포함한 6생명체 편성의 가구다.)
채널 전반에 걸쳐 포근한 위트가 넘실대는 가운데 《인간극장》, 《TV 동화 행복한 세상》의 이금희 아나운서와 닮은 🐡복태의 나레이션이 백미다. (TMI : 🐡복태와🧚♂️한군은 2012년 KBS 《인간극장》에서 무려 5부작으로 기획된 대하역사드라마 '복태와 한군, 그들이 사는 세상'편에 출연한 바 있다.)
한편 역사와 전통의 인디팝 레이블(2019~) 오소리웍스와 함께 새로운 음반을 준비중인 🪐선과영의 🧚♂️한군은 "드디어 겨울방학에 이어 봄방학도 끝났다. (애들 학교 보내고) 비로소 음반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소회를 전했다. 🐡복태는 "이번 음반 잘 나와야 다섯 식구 먹고 살 수 있다.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며 프로듀서를 압박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편선 특파원
📺오소리뉴스📺
🐮천용성 @000yongsung
[음반] 3. 10(목), 디지털 싱글 《보리차》 발매
🐤전유동 @jeonyoodong
[공연] 3. 12(토), 19:00, 클럽 헤비(대구), '이소와 숲으로 간 친구들'
[공연] 3. 16(수), 19:30, 스페이스 브릭, 'Another Brick In The Acoustic VOL.1'
[공연] 3. 27(일), 19:00, 클럽 온에어, 다시 듣는 인디음악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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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향
수상 축하드려요! 싱글 발매 D-2도 축하드려요! 녹색 셔츠에 왕큰 보석 타이가 마치 마법포크소녀 같고 멋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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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선
제가 천용성님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이번 뉴스레터를 통해 더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냥 아무렇지 않게 지나쳐갈 수 있는 것들을 용성님의 시각으로 보고 글로 노래로 풀어내시는게 저한테는 매번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혹은 이런 문제들이 있구나 하구요. 매번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내역서는 화내는 이야기이지만... 화내는 것이 즐겁다는 것은 아니고요.....) 그리고 진심을 다해 수상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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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누
보리차 올해의 포크송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시상식 착장은 어쩐지 매직키드마수리가 생각났어요. 용성님은 어떤 마법사가 되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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