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ing#3 | 제 꿈이 뭐냐고요? 5집 가수!

천용성의 심층 인터뷰 『겉핥기』#1

2021.04.13 | 조회 1.71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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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링Oiling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드는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Oiling 입니다. 프로듀서 단편선과 아티스트 천용성, 전복들, 전유동, 후하, 보일, 소음발광, 선과영이 함께 읽고 씁니다.

편집인의 말

🐮 월급 루팡이 되는 지름길

이주의 코너는 '천용성의 심층 인터뷰 『겉핥기』'입니다. 메일로 보내기엔 너무 긴 것 아니냐며 너도 나도 말렸지만 여러분의 월급-도둑질을 돕기 위해 편집장 직권을 사용했습니다. 루팡용 기사의 미덕이란 매우 충분히 길되 너무 대단치도 하찮치도 않은 데에 있죠. '차라리 일을 할까' 하는 생각도,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 그런 글 말이에요.

구독자님을 위해 준비했어요🎁

🐮천용성


🔥특보🔥

💥충격, 결국 브이로그 시작한 😙후하

후하로그 [Spring 작업기] 1화

2020년 가을, 싱글 [Fall]을 발매하며 단숨에 인디동네의 라이징스타로 떠오른(관용어구) 😙후하가 지난 주 오소리웍스의 고품격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을 통해 발표한 것과 같이 EP [Spring]을 발표하는 과정을 담은 브이로그를 발행하기 시작해 파문이 일고 있다. 말만 하고선 제대로 안 할 것이란 세간의 인식을 깨고 의외로 멀쩡하고 사랑스러운 브이로그를 발행해 충격을 주고 있는 것.

브이로그를 발행한 직후, 한 말씀만 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후하의 리더 🧑🏻성진영은 "봐라! 후하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밴드다! 시정잡배와는 다르다! 이번 주 시작되는 [Spring] 발표 자금을 모으기 위한 텀블벅도 국민들의 염원이 함께 하지 않는다면 실패가 불가피하다! 국민과 함께하는 후하, 우릴 믿고 지켜봐달라!"라는 멘트를 남기며 아직 마치지 못한 녹음을 마치기 위해 스튜디오로 향했다.

참고자료 [‘충격’, ‘경악’…남발한 언론사들 결국 “퇴출”]

🍔단편선 특파원


천용성의 심층 인터뷰 『겉핥기』

🐮 #1 해파, "흥미로운 인간들 냅두고 왜 저를"

🌊해파는 2018년 제29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혼잣말로 🥉동상을 수상하며 활동을 시작한 음악가다. 2019년, 동갑내기 친구이자 “유재하 동문”인 허정혁과 저자극 포크 듀오 ‘시옷과 바람’을 결성하였고 이듬해 EP 《샘》, 싱글 〈생각 생각 생각〉을 발매하였다. 근작으론 《우리들의 유재하 Vol. 4 - 유동방송》에 수록된 싱글 〈당신께〉가 있다. 

《샘》을 들으며 인터뷰를 읽어요

좋은 인터뷰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너무 가까우면 물어볼 것이 없고 너무 멀면 물어볼 수가 없다. 적당한 거리의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시옷과 바람이 떠올랐다. 🌊해파에게 먼저 연락했다. “흥미로운 인간들을 냅두고 왜 저를 하시려는 건가요.” 두 번째 이유를 말했다. 집이 가까우니까. 🌊해파도 납득했다. 첫 번째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2021.4.1.(목) 14:00. 강서구 某 카페

플레인 요거트 스무디와 패션후르츠 히비스커스 티를 주문했다. 패션후르츠를 보니 🐸개구리알이 떠올랐다. 자연 숙제로 개구리알을 구했던 이야기를 했다. 병에 담아 교실 한쪽에 두고 개구리로 변하는 모습을 매일 관찰했다. 이야기는 이상하게 흘러갔다. 중학교 과학 실습 시간에 무엇을 해부했는지. 예상외의 대답에 매우 놀랐다😲 그는 담담하게, 그런 학교가 주변에 꽤 있었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또 이상하게 흘렀다.

🐮용성   👀눈 좋아요? 
🌊해파   ⛄눈을 좋아하냐고요?
🐮용성   시력 좋아요?
🌊해파   아, 저 라섹 수술했어요.
🐮용성   언제 했어요?
🌊해파   스물한 살 때인가? 
🐮용성   오래됐네요. 
🌊해파   10년 됐네.
🐮용성   저도 라식 한 거예요.
🌊해파   아, 언제 했어요? 

이야기가 산으로 갔다. 그가 의문을 표했다. “근데 뭐를 쓰실 거예요?” 쓸데없는 이야기, 라고 답했다. 좋고 멋진 말들을 할 기회는 이래저래 종종 주어지곤 하니까. 굳이 나까지 물어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작은 소망은, 아직 🌊해파를 모르는 사람들이 🌊해파에게 관심 가지는 계기를 만드는 것, 볕 좋은 봄날의 몇 시간이 보람 있게 하는 것.

《샘》 커버 촬영 때
《샘》 커버 촬영 때

🐮용성   인터뷰비 드릴까요?
🌊해파   어디서 나오는 건데요?
🐮용성   제 주머니에서 나오는 거예요.
🌊해파   그럼 안 받죠.
🐮용성   세션비를 조금 올려줄까. (*시옷과 바람은 천용성 2집에 피처링 및 코러스로 참여할 예정이다)
🌊해파   저희 언제 부를 거예요?
🐮용성   몰라요, 아직.
🌊해파   보컬 녹음 얼마나 했어요?
🐮용성   하나도 안 했어요. 다음 주 화요일에 클라리넷 녹음하고 이제 그다음부터 슬슬 노래. 기타도 녹음 아직 안 끝났고. 이번 주에. 아, 오늘이네요? 오늘, 내일은 이틀 동안 후하 것 녹음한다 그러고 다음 주부터 제 꺼 재개하는데, 근데 어차피 그사이에 계속 식도염 때문에 목 상태가 안 좋았어서.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노래를 하면은 막상 노래가 잘 나와도 왠지 기분이. 
🌊해파   “이거는 최상의 내가 아니야.” “이걸 평생 남길 순 없어.”  
🐮용성   맞아, 그런 기분이 들잖아요. 그래서 뭔가, 변명할 수 없을 컨디션일 때 해버려야 “그래 내가 이거밖에 안 되지” 하고 그냥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질병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나의 식도염 자랑(?)이 끝나자 해파는 질 수 없다는 듯 최근의 걱정을 이야기했다. 요즘 사레가 자주 들리는데 잦은 사레들림이 치매의 전조일 수 있다는 글을 어디선가 봤다며. 👂귓볼에 주름은 없는지 물었다. “경희의료원과 삼성의료원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귓볼에 주름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두 배 정도 높다.” 안타깝게도, 그의 귓볼 한쪽에 희미한 선이 보였다.

🐮용성   가족력, 그런 거 있습니까?
🌊해파   가족력? 암.
🐮용성   암? 누가.
🌊해파   외가에, 엄마 가족들이 다 한 번씩 암에 걸렸어요. 
🐮용성   저는, 친가 쪽이, 빨리 죽어요.
🌊해파   얼마나 빨리?
🐮용성   오십? 대부분 환갑 되기 전쯤.
🌊해파   무슨 병이 있는 건 아니고요?
🐮용성   다들 혈압이 높아요. 제일 오래 산 사람이 친할아버지인데, 몇 년생인지는 모르겠는데, 중풍이 있었어요. 근데 우리 아빠도 혈압이 높고, 엄마도 혈압이 높고, 형도 혈압이 높고. 저는 병원에서는 높게 나오는데 혈압계 사서 집에서 재니까 높지가 않더라고요. 친가에서 우리 아빠가 제일 오래 살고 있어요. 5남1녀 중에 5남인데 위에 4남이 다. 그래서, 단명의 유전자가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요. 근데 50이면 얼마 안 남았어요. 15년밖에 안 남았어. 따져보면, 이제 스무 살보다 쉰 살에 더 가까워요.
🌊해파   15년 남았다고 생각이 들면 ‘이렇게 살아야겠다’ 하는 경각심이 든다거나 ‘죽기 전에 이거는 하고 죽어야 된다’거나 이런 것 있어요?
🐮용성  아니, 그런 건 없죠. 그런 건 없는데. 그냥 15년 뒤에 뭐 할까 그런 생각은 하죠. 어제 픽업 바꾸러 낙원상가 갔는데 낙원상가 앞에 할아버지들 진짜 많단 말이에요. 다 장기 두고 있구. 장기 두는 할아버지는 양반들이야. 어떤 할아버지는 거기 이부자리를 펴놓고 누워 자더라고요. 인도인데, 인도가 좀 넓더라구요, 탑골공원 옆에. 집에서 쓰는 그런 이불을 깔고 자고 있고. 길 복판에 양반다리 하고 앉아서 밥을 먹고 있고.
🌊해파   날씨가 너무 좋으니까, 요즘에.
🐮용성   아, 나도 저렇게 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은 하죠. 그 아저씨들도 20년 전에 인디음악가였을 수 있으니까. 근데, 어떤 할아버지는 입에서 뭘 뱉어서 자꾸 옆에 사람한테 던지고 있는 거야. 흰색의 불투명한 뭔가였는데. 아무튼, 그런 생각은 하죠. 뭘 해야 한다 이런 것보다는 어떻게 늙을까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죠. 곱게 늙고 싶어요.
🌊해파   저는 얼마 전에 제 생에 첫 흰머리를 뽑았어요. 제가 진짜 흰머리 안 나는 머리거든요. 초등학생 때부터 흰머리 나는 애들도 있잖아요? 저는 그런 게 없었는데. 근데 이렇게 보는데, 흰색 머리카락이 한 가닥 있는 거예요. 약간 충격이었어요.
🐮용성   저는 원래 흰머리 많았어요. 그래서 중학교 때 시험 끝나고 방학 하기 전에 애들이 제 흰머리 뽑으면서 수다 떨고 그랬어요. 저희 집은 다 흰머리가 있어서. 근데 이 얘기를 왜 하고 있지. 흰머리, 뽑으면 되지 뭐.

🌊해파, 그리고 시옷과 바람의 첫 📰지면 ― 물론 종이로는 나오지 않지만 ― 인터뷰다 첫 인터뷰의 미덕 중 하나는 사소하고 단순한 정보들을 적확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나무위키, 위키피디아,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그들이기에 더욱 절실하다. 그 흔한 작업기도 하나 안 남겨놓은 불성실 듀오.

🐮용성   그거 봤어요? 제 나무위키에 천용성이 시옷과 바람 좋아한다고 누가 써놓았어요. 
🌊해파   봤어요. 약간 틀렸던데? 같이 공연도 많이 했다고 쓰여 있잖아요. 많이 하지도 않았는데. 약간 아는 척했어. (*얼마 전 다시 들어갔더니 정확하게 수정이 되어있더군요. 감사합니다.)
🐮용성  맞아, 약간 틀렸어. 나무위키는 믿으면 안 된다는 게 다시 한번. 제가 시옷과 바람 나무위키랑 위키피디아 만들 거예요. 만들면 좋은 게, 한국이.
🌊해파   타고 타고 가게 되니까?
🐮용성   그것도 그런데, 한국이 망할라 그러는지 한국의 대표 위키가 위키피디아가 아니라 나무위키가 되어버렸잖아요. 그래서 검색했을 때 나무위키에 있는 항목이면 나무위키가 맨 위에 뜨더라고요. 그래서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시옷과 바람이 누구지?” 궁금해서 쳤을 때 딱 나오면. 아무튼 그래서, 1991년 12월 2일, 서울 출생?
🌊해파   (웃음) 서울 출생. 이걸 누가 궁금해해요.
🐮용성   다들 읽을 거예요. 이미 알고 있는 것들도 또 물어볼 텐데 이해해줘요. 우리끼리 아는 얘기만 하면 안 되니까. 그래서, 이것도 너무 많이 말해서 힘들 텐데, 그래도 또 얘기해줘야 해. 시옷과 바람은 왜 시옷과 바람이냐.
🌊해파   정혁이랑 처음에 듀오를 만들자고 했을 때, 뭐뭐와 뭐뭐 이런 식으로 이름을 정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시인과 촌장’ 느낌으로. 그러면 뭔가 멋있어 보이지 않을까? 그래서 단어를 하나씩 던지면서 조합을 하다가 제가 “뭐뭐와 바람 어때? 괜찮지 않아?” 그랬어요. 근데 『시옷의 세계』라는 책을 읽고  감명을 받은 정혁이가 “시옷은 어때?” 해 가지고. 시옷과 바람. 뭔가 어감이 괜찮은 것 같다.
🐮용성   ㅇㅇㅇ이랑 중학교 동창?
🌊해파   그건 넣지 마세요. 구차하잖아요.
🐮용성   그럼 넣지 말라고 했다는 것만 넣을게요.

해파(좌), 허정혁(우)
해파(좌), 허정혁(우)

서울에서 태어났다. 광명에서 잠깐 살았다. 양천구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녔다. 가족은 아빠, 엄마, 본인. 혈액형은 O형. Rh+

🌊해파   이러다 🦶발 사이즈까지 물어보겠어요.
🐮용성   발 사이즈는?
🌊해파   235에서 240.

반스와 마틴은 230을 신는다. 반스는 편해서 좋다. 마틴을 여덟 개에서 열 개 정도 갖고 있다. 불편해서 자주 신지는 않는다. 무릎 밑까지 오는 긴 부츠도 있는데 어느 순간 종아리가 쨍긴다.

🐮용성   제 혈액형 아십니까
🌊해파   AB형?
🐮용성   헐, 저 그게 무슨 뜻인지 알거든요.
🌊해파   천재?

종교는 없다. 어릴 때 친구를 따라 교회에 몇 번 가봤다. 겨울성경학교로 눈썰매장을 갔는데 시도 때도 없이 기도를 해서 질려버렸다.

🐮용성   푸하 씨 교회도(*싱어송라이터 황푸하는 목회자다) 겨울에 눈썰매 타러 가려나. 푸하 씨 만난 적 있어요?
🌊해파   아뇨. 같이 공연을 할 기회가 없었어요.
🐮용성   둘이 같이할 법도 한데. 아직 시옷과 바람 위상이 조금.
🌊해파   위상이 없고.
🐮용성   위상이, 그건 좀 이따 얘기합시다. 왜 황푸하와 같이 서지 못하는 건지.
🌊해파   👶아가 뮤지션이잖아요. 아직 한 살도 안 됐는데.
🐮용성   단편선 씨한테 비건 중국요리 얻어먹기로 했잖아요. 그때 푸하 씨도 만나서 같이 보면 좋지 않을까요?
🌊해파   정혁이랑?
🐮용성   네. 공연하다 만나는, 자만추 말고 약속 잡아서 보는 것도 좋죠?
🌊해파   약만추? 좋아요.

본명은 문근영. 어린 시절 별명은 🐙문어. 문근영이 초등학교 3학년 때 문근영이 데뷔했다. 문근영이 별명 같아서 딱히 별명은 없었다. 이름 앞 두 글자만 부르는 것이 유행이던 시절에도 “뭉근”하고 불리진 않았다. 잠시 “근성”이라 불린 적은 있다. 이유는 모른다. 예명 해파는 어느 날 갑자기 떠올랐다. 어감이 좋아 선택했다. 해파리를 생각했었던 것도 같다. 겉은 부드럽고 안엔 독이 있는 것이 좋았다. Sea-Wave란 뜻은 나중에 붙인 것에 가깝다. 사람들이 자꾸 물어보니 해줄 말이 필요했다.

🐮용성   뜻은 나중에 갖다 붙인 거고?
🌊해파   갖다 붙였죠. 그냥 갖다 붙인 거니까 “왜 해파예요?” 하고 안 물어봤으면 좋겠다🤫
🐮용성   ‘안 물어봤으면 좋겠다’ 에 제가 밑줄을 해놓을게요. 근데, 사람들은 생각보다 게을러. 성실하지 않고 관심이 없어. 그래서 또 물어볼 거야. 이걸 읽은 사람조차도 얼마 뒤에 까먹고 물어볼 거야. 사람들은 대부분 관심이 없지.

2018년부터 해파란 이름을 썼다. 유재하가요제에도 해파로 지원했다. 하지만 주최 측의 결정에 따라 본명인 문근영으로 수상했다. 기념 음반에도 본명이 올라갔다. 문근영이란 이름을 걸고 활동을 한 적은 없다. 음악가로선, 언제나 해파였다.

🐮용성   좋아하는 음식은?
😺해파   김치찌개. 요즘은 비빔국수.
🐮용성   그럼, 돼지고기 안 넣고 참치 넣어서?
😺해파   네.
🐮용성   좋아하는 영화는?
😺해파   예전에는 헤드윅이라고 말했는데 지금은 딱히.
🐮용성   저도 그럴 때 많아요. 예전에 좋아했던 게 이제는.
😺해파   근데 그런 거를 이렇게 하나씩 생각을 해놓고 살아야 되나? 대답용으로?
🐮용성   저는 그렇게 정해놓고 살지 않는 편인데 대답용으로 만들어둘까 생각은 해요. 좋아하는 색 같은 거 자주 물어보잖아요. 근데 색이란 게 굉장히 애매한 게 우리가 대충 노랗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노란색도 엄청 다양하잖아요. 어떤 노랑은 좋고 어떤 노랑은 싫을 수 있잖아요. 근데 ‘좋아하는 뭐뭐’류의 질문은 그런 차이를 너무 뭉뚱그려 버리니까. 근데 또 누가 저한테 그런 질문 했을 때, 그렇게 따지고 들면 속으로 “엄청 까다롭네”하고 생각할 것 아니에요. 그러니까, 뭔가를 정해두는 편이 서로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해요. 저도 그냥 물어보는 거예요. 왜냐면 어제, 무슨 질문을 할까 고민하다가, 백문백답을 봤거든요. “그래 이거다” 했죠.
😺해파   어휴, 정혁이한테 물어봐도 대답이 안 나올 것 같아요.
🐮용성   그건 그거대로 좋지 않을까요.

문근영 〈혼잣말〉

좋아하는 책은 없다. 활동하기 좋은 날씨를 좋아한다. 🌞화창한 가을 같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좋아하는 색은 딱히 없다.

🐮용성   근데 공연할 때 보면, 파란 옷도 입고, 초록 옷도 입고.
😺해파   (크게 웃으며) 그게 뭐요.
🐮용성   공연할 때 색깔이랑 평소 다닐 때 색깔이랑 많이 다른 것 같아요.
😺해파   맞아요. 이쁘다고 생각하는 옷을 아껴 놓았다가 공연 때.
🐮용성   다닐 때는 좀, 소매치기처럼 하고 다니잖아요.
😺해파   (웃음) 다닐 때는 편하게.

좋아하는 방송은 백종원의 골목식당. 유튜브에서 즐겨본다. 백종원이 음식을 맛보고 여러 정보를 추리해내는 것에서 쾌감을 느낀다.

🐮용성   좋아하는 노래는? 본인 노래 빼고
😺해파   제 노래 안 좋아합니다.
🐮용성   그래요? 그럼 제 노래는 좋아해요?
😺해파   네, 좋아해요.
🐮용성   (웃음) 그럼 바꿀래요? 저도 시옷과 바람이 더 좋을 때가 많거든요.
😺해파   (웃음)

보사노바와 재즈 스탠다드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음반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Wave》. 옛날 노래에 정이 간다. 게임은 하지 않는다. 게임 방송은 한때 즐겨봤다. 언더테일이라는 이름의 게임. 존경하는 사람은 없다. 중학생 때 장래 희망은 매점 주인과 록스타. 속으로는 짧고 굵은 삶을 동경했지만 겉으로는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척을 했다. 학교 앞 엄청 좋은 🏡단독주택이 매점 주인의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살짝 설렌 적이 있다. 

🐮용성   지금 희망은요?
😺해파   5집 가수?
🐮용성   대단하다.
😺해파   구체적인 그런 게 있는 건 아니고. 힘들지 않을까.
🐮용성   그래도, 포부가 대단하다.

Antonio Carlos Jobim 《Wave》
시옷과 바람 〈Desafinado〉(Cover)

나쁜 녀석과 교제한 적이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

😺해파   첫 연애의 날카로운 추억
🐮용성   날카롭다기보다는 좀
😺해파   강렬한, 강렬했어요. “아, 나한테 이런, 내가 이런 인간을 만났네. 나 참 기구하다.”
🐮용성   지금 생각하면 어떤 것 같아요? 기구했던 것 같아요? 아니면 살아보니, 그 정도 나쁜 놈은 쌔고 쌘 것 같아요?
😺해파   기구했어요.
🐮용성   유난히 나쁜 놈이었어요?
😺해파   그런 것 같아요. 그냥 학교에서 만날걸. 그냥 씨씨할걸.
🐮용성   그 이후에 안 했어요?
😺해파   안 했어요. 저는 씨씨를 안 했어요.
🐮용성   네, 알겠습니다. 이런 얘기 나올 줄은 몰랐는데.
😺해파   그러니까요. 저는 연애에 관한 좋고 아름다운 추억이 없어요. 좋은 때는, 좋은 순간은 있었겠죠? 근데 뭉둥그려서 그 사람을 추억했을 때 좋게 끝나는 추억이 없어요. 안타깝죠.
🐮용성   그럼, 이제, 어쩌다 음악을 하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해파   잠깐 쉬고 해도 될까요?
🐮용성   네, 잠깐 쉬어요.
😺해파   아휴, 이런 건 준비해오라고 하셨어야죠. 대서사시인데.
🐮용성   그럼 한 회 더 할까요?
😺해파   (웃으며) 아뇨.

(휴식)

🐮용성   대서사시 이야기해주십시오.
😺해파   어렸을 때부터 약간, 음악과 가까이 자란 것 같아요.
🐮용성   (웃음)
😺해파   (웃음) 진짜 저렇게 웃는 거 처음 봐.
🐮용성   아, 좋아요. 좋아요.
😺해파   그렇게 비웃어 놓고?
🐮용성   아니, 비웃은 거 아니에요. 좋아요, 좋아.
😺해파   저 용성님 그렇게 웃는 거 처음 봤는데요.
🐮용성   아이, 참. 얘기해요, 계속.
😺해파   초등학교 때 (웃음) 이렇게 노래를 부르다가, TV에 동요 대회에 나오는 애들 있잖아요, 그런 애들을 제가 성대모사 해서 노래를 불렀거든요. (과장 된 발성) “나비야, 나비야” 막 이런 식으로. 그렇게 노래를 부르니까 “어머, 얘 노래에 재능이 있나 봐” 하면서 노래를 가르쳐 줬어요. 성악 레슨 같은 걸 받았어요. 동요대회에도, 예선탈락이지만 한 두 번 나갔었던 것 같고. 학교에서 상 타고, 상 받고. 그래서 ‘나는 노래를 잘하는 사람인가 봐’ 약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리고 중학교 때는 밴드, 락음악, 이런 거에 빠져서 밴드음악을 했었고요. 고등학교 때도 밴드부 하고. 그리고, 중학교 때부터 약간 은밀하게 “나는 락스타가 되고 싶어” 하지만 겉으로는 “나는 매점주인이 될 거야” 이렇게 얘기하며 살았던 것 같고. 대학교 때는 전혀 음악적인 활동을 안 했는데. 졸업할 무렵이 되니까. "나는 뭐 하고 살지"하고 방황을 너무 많이 했어요. 친구들이 다, 시험 준비하거나 대학원 가거나 취업 준비하는데 저도 막 자소서를 써보려니까. 나는 별로 여기에 도움 될 게 없는데. 나는 정말 실용적인 가치가 없다. 정말 생각 없이 자랐다, 그런 생각이 들고.
🐮용성   다들 그렇지 않나.
😺해파   다들 그런데 저는 정말 죽기보다 못 하겠는 거예요. “경영학과에 갈걸” 막 이러면서. 남들 다 한다 그러는데 저는 못 하겠는 거예요. 그래서 그러다가, 🎧엔지니어를 하겠다고, 저도 용성님처럼 이렇게. 프로툴(*녹음용 소프트웨어) 자격증 학원도 다녀보고. 근데 프로툴 하나도 기억 안 나요.
🐮용성   그럼 학주 씨(*음향 엔지니어, 머쉬룸 레코딩 스튜디오의 대표. 시옷과 바람의 〈생각 생각 생각〉, 해파의 〈당신께〉 등에 참여했다)가 맨날 알바 쓰고 싶다고 그러는데 자격증이 있으시니까.
😺해파   스페이스바만 누를 수 있어. 근데 그것도 그냥, 시험공부 하듯이 공부하면 딸 수 있거든요? 책 정독하고. 영어로 되어 있어서 좀 고역이긴 한데 그냥 대학생 정도면 다 읽고 딸 수 있거든요. 아무튼, 뭐. 하등 쓸모없는, 컴활 정도의 권위도 없는, 녹음실에 그걸 디밀어도 하등 도움이 안 되는 그런 거를 했었죠. 그리고, 녹음, 무슨 엔지니어로 지원했다가 떨어진 적도 있었고요. 영어, 동요 그런 거 하는 녹음실이었는데. 그리고, 그냥, 막 사무실 아르바이트 하다가, "난 사실 음악이 하고 싶은데 계속 이리저리 주변만 건드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해 가지고. "그래, 난 음악이 하고 싶었던 것 같아" 이러면서 곡을 만들었죠. 그때부터, "난 노래를 만들어야겠어"하고 만들고. 더 열심히. 
🐮용성   그게 몇 살 때예요?
😺해파   스물다섯, 스물여섯? 졸업을 스물여섯에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살다가 유재하 거기 공고를 보고서. 그때부터 대학생 아니어도 된다길래 "나도 해봐야겠다". 그래서 지원하셨던 것 아니에요? 저랑 같은 해에 지원하셨잖아요. 
🐮용성   저는 대학교 다닐 때도 지원한 적 있어요. 2008년? 그때도 떨어졌죠.
😺해파   몇 학년이었는데요?
🐮용성   대학교 3학년.
😺해파   저는 제한이 풀려서 지원해봤는데 됐다 그래 가지고. 그거하고서 뭔가, 약간, 남의 공인 받은 느낌이. 남이 뭘 해도 된다고 해줘야 할 수 있는 그런 나약한 자아를 가진 사람이어 가지고. 
🐮용성   다들 그렇지 뭐.
😺해파   그래서 그때부터 ‘나는 음악인이야’ 그렇게 했던 것 같네요. 그렇게 있다가, 유재하 하고서 그다음 해에 정혁이 만나서 시옷과 바람을 결성했죠.
🐮용성   근데, 음악 속에서 자랐다고 한 거에 비해서, 좀.
😺해파   (웃음) 발단이 좋았는데.
🐮용성   그러니까. 뒤에가 좀 살짝 약한.
😺해파   맞아. 그러니까 음악을.
🐮용성   집에 음악이 매일 흘렀습니까?
😺해파   📻라디오가 흘렀어요.
🐮용성   부모님이 헤비리스너라든가 음악 감상이 취미라든가.
😺해파   아뇨, 그냥. 라디오 틀어 놓고 살기를 좋아하는.
🐮용성   두 분 다?
😺해파   엄마가. 근데 되게 고상한 취향이 있는 건 아니고. 빅뱅 좋아했었어요. 어릴 때는 이문세 그런 거 
🐮용성   우리 집은 노래가 없는 집이었어요, 유난히. 아빠는 음악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집에서 틀어 놓고 이런 건 아니었고. 들어도 뽕짝만 듣고.
😺해파   음악은 몇 살부터 좋아하셨어요?
🐮용성   좋아한 적이 없어요, 별로. 그렇게 ‘음악이 좋다’ 생각한 적이. 지금도 음악보단 문학이 더 좋아요. 
😺해파   중고등학교 때 뭐 듣고 그런.
🐮용성   펑크록. 저희 형이 음악을 좋아해요. 형 따라 펑크록 들었고. 근데 또 그게 집안에 흐를만한 음악은 아니고. 형이 음악을 좋아했어요. 어릴 때는 룰라랑 이런 거 좋아했고, 돈 생기면 테이프를 사고. 집안 분위기라는 게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 아니겠지만, 예를 들면 단편선 씨는 어릴 때 집에서 정태춘도 듣고 프렌치팝도 들었다고 하거든요. 근데 프렌치팝은 모르겠는데 정태춘이라는 건, 약간 계급적인 취향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해파   저도 정태춘 몰랐어요. 이효리랑 같이 나오기 전까지.
🐮용성   저희 집은 아무튼. 엄마는 올드팝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찾아 듣고 이런 건 아니고. 지금도 여전히 올드팝을 좋아해요. 캘리포니아 드리밍 이런 거. 아빠는 여전히 뽕짝 듣고. 아빠 차 타면 그래서 좀 고충이 있어요.
😺해파   우리 엄마는 항상 음악을 들으면서 살아요. 멜론 항상 스트리밍하고 있어, 블루투스 스피커로. 요즘에는 팬텀싱어? 또 하나 봐요. 그거를, 쩌렁쩌렁하게 부르잖아요, 되게 꽉꽉 들어찬 거를 하루종일 들으면서 사는 거예요.  
🐮용성   (웃음) 딸 노래가 시원치 않았나 보다. 딸은 쩌렁쩌렁이 없잖아.
😺해파   (웃음) 뱃심이 없어. 가창력이 없어서.
🐮용성   (웃음) 딸도 쩌렁쩌렁 시킬라고 성악 가르쳤는데, 온 힘을 빼고 죽을 것처럼 노래를 하니까.
😺해파   아우, 그거 너무 시끄러워. 듣기 싫어. 쩌렁쩌렁. 그거를 항상 듣고 있으니까.
🐮용성   그래서 결론은, 라디오가 흐르는 집에서 자랐다. 보충설명은 더 없으십니까.
😺해파   요들송도 배웠었고. 그것도 라디오에서 광고 듣고 배우러 간 거였어요. 라디오에 무슨 요들송 합창단이 출연했나 봐요. 그래서 엄마가 라디오 PD한테 전화해 가지고 그거 누구냐고 물어봐서 저를 거기에 데려갔어요.
🐮용성   노래 잘하는 연기로 모두를 속이고 있을 그때쯤?
😺해파   네, 맞아요. 노래 모사를 잘한다고 알려졌을 때. 그전에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발레를 배웠었는데 그거를 그만두고 이제 요들송을 배우게 됐어요.
🐮용성   엄마는 그럼, 예체능인으로 키우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던 거예요?
😺해파   저를 약간, 자기 딴에는, 박정현처럼 키우고 싶었대요. 박정현이 콜롬비아대, 명문대도 나오고 가수도 하고. 막 그런, 명망 있고 예술 감각 있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랬던 것 같아요.

포스트 박정현을 꿈꾸던 시절
포스트 박정현을 꿈꾸던 시절

대학에선 심리학을 전공했다. 가기 싫은 과를 지우다 보니 심리학과만 남아있었다. 재미있었다. 열심히 공부하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사람은 많은 것들을 타고 난다고 생각한다. 행복감의 베이스 라인, 개인의 기본 감정 같은 것들. 진화심리학에 잠시 흥미를 가졌다. 지금은 좋아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번식으로 환원하는 경향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심리학이 본인의 음악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용성   🧔정혁 씨 머리 기르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해파   기를 거면 좀 쭉쭉 길렀으면 좋겠다. 자꾸 짤라요. 그래서 계속 그 길이인 거야. 자기도. “아, 내가 이때 이걸” “야, 이때 내 머리가 이렇게 길었네. 이때 안 잘랐으면 지금쯤 이랬겠다” 자꾸 후회를 해요.
🐮용성   저는 머리 길이 총량 같은 게 있나 해서. 한 명이 짧아졌으니까 한 명이 기르는 것 아닌가 하는 가설을. “🧔정혁이 이번엔 너가 머리를 길러서 ‘시옷’을 맡아라” 이런 거 하는 줄 알고. 
😺해파   (웃음) 그거는 아니에요. 근데 기를 거면은 쭉쭉.
🐮용성   🧔정혁 씨 어떻게 만났는지 얘기. 많이 해서 지겹죠, 이것도?
😺해파   아뇨. 얘기할까요?
🐮용성   네.
😺해파   언플러그드 공연에서 처음 만나고. 그다음에 유재하 동문 일로 그 뒤에 몇 번 마주친. 제가 했을 때는 수요일에 싱어송라이터 데이라고 해서. 언플러그드에서 오픈마이크 하고 나서 PD님께 DM을 드렸죠. “혹시 공연 있으면 저도 고려를 해주세요” 이렇게.
🐮용성   진취적이었다.
😺해파   🍞빵 오디션 보기 싫었어서.
🐮용성   🍩빵 오디션 왜 싫어요?
😺해파   그냥 오디션 보기가 싫었어요.
🐮용성   오픈마이크는 오디션 안 봐요? 신청하면 아무나 할 수 있는?
😺해파   음원이나 영상으로.
🐮용성   그렇구나. 같이 🥨빵 오디션 보러 갈래요? 저는 🍰빵 한번 가보고 싶어서요.

허정혁(좌)&해파(우) ⓒ밤과꿈
허정혁(좌)&해파(우) ⓒ밤과꿈

열두 시경 일어나 첫 끼를 먹는다. 대여섯 시쯤 두번째 끼니를 먹는다. 매주 월요일 저녁엔 랏밴뮤에서 방송을 한다. 〈반짝 탐험대〉라는 이름의 방송이다. 영어 과외를 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 회 당 세 시간 정도. 한 학생을 5년째 가르치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이다. 올해 11월이면 과외는 자연스럽게 종료될 예정. 새로운 과외를 구하고 싶지는 않다.

🐮용성   작년에는 벌이가 엄청 나쁘지는 않았잖아요. 물론 직장생활을 하는 비슷한 또래들의 수입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청춘마이크도 하고. 저랑 같이 일한 것도 있고. 예술인 복지재단에서 지원도 받고. 대부분은 공공기관의 재원이라 그것을 수입, 혹은 음악가로서 수입이라고 봐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근데 올해는 벌이가 거기에 못 미칠 것 같잖아요. 어떡합니까, 우리.
😺해파   그러니까요.
🐮용성   근데 과외는 연말이면 끝나고. 집에서는 어때요.
😺해파   저는, 아직도 엄마-아빠가 (웃음) 가부장적인 면이 있어요. (웃음) 결혼하면 된다고, 유복한 곳에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자기들 딴에는 속이 끓을 것 같기는 해요.
🐮용성   결혼해서 나갈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해파   그거를 간절히 바라고 있죠. 저를, 그런 데 가입시킨 적도 있어요.
🐮용성   듀오 같은?
😺해파   네.
🐮용성   그래서 만나 봤어요?
😺해파   진짜, 막, 울고불고 소리 지르고 난리치다가. “그러면, 여기 한번 나가면, 💰오십만 원 줄게”해서 나간 적 있어요. 
🐮용성   (웃음) 좋다, 한 번에 오십만 원이면. 근데 그게 어차피 집 돈이잖아요.
😺해파   그러니까. 근데 저는 집 돈인데 거기다가 삼사백을 쓰는 게 너무 열이 받는 게💸
🐮용성   거기다가 삼사백 쓰고 또 이제 딸한테 오십씩 주는 거잖아.
😺해파   (웃음) 또 오십 주는 거잖아.
🐮용성   삼사백이, 횟수가 있지 않아요?
😺해파   열 번인가. 저는 한 번 밖에 안 갔어요. 어떻게 됐는지는 몰라요. 처음에는 저를 속이고 “고모가 제발 이 사람 만나 달라 했다.” “고모 체면을 봐서 해줘라.”
🐮용성   그래서 나갔는데 어땠어요. 호텔 커피숍 이런 데서 만나요?
😺해파   아뇨. 여의도 ☕테라로사.
🐮용성   그게 강릉에 있는 그 테라로사에요?
😺해파    네. 그 분점이 꽤 많아요.
🐮용성   상대방은 어떤 사람이었어요?
😺해파   외적으로 마음에 안 드는 사람.
🐮용성   내적으로는?
😺해파   내적으로도 안 맞는 사람이에요. 너무 액티비티를 좋아했어. 막 등산도 좋아하고 무슨 수상스키를 타네, 암벽등반을 하네. 
🐮용성   활동적인 사람? 레저인?
😺해파   응. 레저, 레저. (웃음) 
🐮용성   레크리에이션과 레저를 즐기는. 본인도 그린피스 배 타고 다니고, 진취적이었던 얘기를 했으면 좋아했을 텐데. 그런 스포츠 종류를 즐겼던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해파   네.
🐮용성   🩰발레가 마지막 스포츠. 그거는 예술인가.
😺해파   예술적인 레벨로 가지를 못 했죠. 몸 쓰는 걸 즐겼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용성   안 맞아요?
😺해파   그냥 한번 하면 재미있는데 그 이후에 또 하고 싶은 마음은 안 들어요.
🐮용성   차만 먹고 헤어졌어요?
😺해파   그 사람도 제가 마음에 안 들었겠죠. 그 사람은 무슨, 🩺군의관이었는데 제가 대책 없이 사는 게 탄로 나니까. “그럼 일어날까요” 해서. “이런 거 자주 하세요?” “아, 네. 부모님이, 아무래도” 그런 얘기했던 것 같아요.
🐮용성   그게 언제쯤이었어요? 시옷과 바람 전? 유재하 전?
😺해파   전이었던 것 같아요. 어, 되게 오래됐구나. 오래됐네. 언제였지.
🐮용성   그 이후에 부모님의 푸시가 없는 것은 슬슬 포기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해파   모르겠어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자기들끼리는 속을 끓이고 있겠죠. 그래서 제 장래를 항상, 둘이 고민하는 게 가끔 보여요. 얘를 공부를 더 시켜서 어디 교수라도. 자기들이 시키면 할 수 있는 줄 알아. 🎼실용음악 교수라도.
🐮용성   실용음악 교수?
😺해파   응. 음악을 하고 싶으면 교수같이 안정적인 것을 해야된다, 그런 거죠. 그래서 “너 대학원을”, ”학원을 더”, ”공부를 더” 그런 식이에요. 공부하는 걸 되게 좋아해요, 아빠가. 공부가 모든 것을 해결할 거라고 생각해.
🐮용성   저는 집에서 포기했어요. 결혼 얘기도 안 하고. 2집이 좀 잘 돼서, 대학원 다닌다는 뻥을 끝냈으면 좋겠다.
😺해파   🎓뻥졸업 언제예요?
🐮용성   이제는 물어보지도 않아요. 놓았나 봐. 물어보면 졸업했다고 할라고. 그게, 살짝. 석사를 7년째 하고 있다고 하는 것도 좀 자존심 상하는 그런 게 있고. 아빠가 아무리 대학원을 모른다고 그렇게 오래 다닌다고 하면 이상할 것 아니에요. 뻥 끝내야지. 지금은 공부한다고 하니까 용돈 받잖아요. 2집 잘 돼서, 집에서 돈을 쫌만 받아야지 이제. 
😺해파   그래도 쫌 받아야 돼.
🐮용성   쫌 받으면 편하니까.
😺해파   근데 그렇게, 금전적으로, 비지니스 적으로 롤모델 삼을만한 인디 뮤지션이 없는 것 같아요.

인디 음악가들의 수입에 관해 이야기했다. 유명한 음악가들의 수입을 추정해보며. 문제는 아티스트의 위상과 통장에 들어오는 돈이 항상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 🐮용성과 😺해파는 모르지만 많은 이의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가 있는 사람도 있고, 🐮용성과 😺해파가 아주 잘 알지만 몇 사람의 플레이리스트에만 있는 사람도 있고. 나의 결론은 언제나 같이, 시장의 크기가 작다는 것. 최저임금만큼의 벌이도 꿈 같다.

🐮용성   시옷과 바람은 전망이 어떻게 됩니까.
😺해파   전망이 없죠. 개인 💿앨범 내자고 얘기만 해놓은 상태예요, 아직도. 
🐮용성   낼 거예요, 올해?
😺해파   (콧소리를 내며)올해 내려면 언제 시작해야 돼요? 
🐮용성   봐봐요. 벌써, 오늘 4월 1일이잖아요. 그러니까 4월에 시작할 순 없어. 4월에 시작하는 건 약속을 당일에 잡는 것 같이 급한 기분이니까. 그럼 벌써 네 달이 지났죠. 근데 12월은 안 돼. 11월까지 내야 한대음 후보에 올라가니까.
😺해파   2월에 내야겠다.
🐮용성   내년 2월? 그럼 너무 멀지. 잊혀져. 안 돼, 안 돼. 지금 벌써 잊혀지고 있어.
😺해파   어우.
🐮용성   시옷과 바람 첫 달에는 얼마 들어왔었어요? 그때는 좀, 자랑까지는 아닌데, 10만원 정도 들어왔다 그랬던 것 같은데. 맨 처음 갓 냈을 때.
😺해파   어, 맞아요. 십 얼마.
🐮용성   📉하락세가 너무 가파르다.
😺해파   맞아. 지금은 만원이에요.
🐮용성   10분의 1 토막이 났으니까.
😺해파   11월에 내야 된다고요?
🐮용성   11월까지는 내야 된다는 거지 그걸 또 그렇게 최대한 뒤로 미루지 말아요.
😺해파   (웃음) 아니 그래도 정규인데.
🐮용성   근데 11월에는 또 많이 나온단 말이에요.
😺해파   상 받아야 되니까?
🐮용성   그러니까 10월, 9월에는 내면 좋죠.
😺해파   🧔정혁이가 🍂가을에 내고 싶다 그랬어요.
🐮용성   오륙칠팔구 해서 내면 되겠다. 둘이 비슷한 시즌에 내면 더 좋지 않을까요? 공연도 같이 다니고.
😺해파   😓엄두가 안 나요.
🐮용성   엄두라는 건, 내면 나는 거 아니겠어요.
😺해파   저는 사람이 가장 힘들어요. 그, 네트워크가 없는 것에서 오는 박탈감이 되게 크거든요. 근데, 그러면은 제가, 하나하나 파 가지고, 막 새로운 사람에게 연락해서 조율하고 그런 것도 엄두가 안 나고. 음악에 대해서. 나도 프로듀서가 있었으면 좋겠어.
🐮용성   구해요, 구해.
😺해파   어떻게 구해요?
🐮용성   전에도 말했지만 유재하. 맞다, 근데 그런 생각 안 해요? 본인의 노래가 유재하 다른 친구들과 다르다는 생각?
😺해파   다르죠. 많이 다르죠.
🐮용성   본인만 유독 달라요. 🧔정혁 씨도 다르긴 한데 그래도 납득할만한 정도인데.
😺해파   약간 저만 이쪽 가장자리에 있는 그런 느낌이죠.
🐮용성   그래서 컴필레이션 음반 들을 때도 그 노래만 너무 달라.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도 느끼는지 궁금했어요.
😺해파   응.
🐮용성   그래서 참 이상하다.

해파 〈당신께〉

프로듀서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걱정이 많다. 서로의 음악을 좋아해야 한다. 편히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적당한 보상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모르겠다. 프로듀서에게 무엇을 요구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ㅇ’가 좋을 것도 같다. ‘ㅅ’이 좋을 것도 같다. ‘ㅅ’을 닮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될까.

🐮용성   근데, ‘ㅅ’이 맡으면 혼자 하는 것보다 더 나을까?
😺해파   그냥, 누가 옆에서, 제3의 누가 말해주면 좋겠어요.
🐮용성   🧔정혁 씨가 하면 되잖아요.
😺해파   걔는 그냥 좋다 그럴 것 같아요.
🐮용성   그럴 것 같긴 하다. 곡은 써 놓았어요? 사운드클라우드에 있는 것 말고.
😺해파   모으면은 나오기는 하죠.
🐮용성   컴퓨터 안에?
😺해파   컴퓨터 안에 있지는 않아요.
🐮용성   마음속에?
😺해파   머리에 있어요.
🐮용성   어떻게 하지.
😺해파   뭐라도 할 수 있는 거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발매일을 잡아버릴까요?

네 대의 기타를 가지고 있다🎸 스무 살 때 산 그레치 일렉트릭 기타.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 들고 나갔다. 야마하 NTX500 블랙. 14프렛에서 넥과 바디가 만나는 약간은 특이한 형태의 클래식 기타. 에피폰 쉐라톤 세미 할로우 바디 기타. 일본에서 제작 된 연식 있는 모델. 깁슨 쳇 앳킨스 일렉트릭 나일론 기타. 쳇 앳킨스의 음악은 들어본 적 없다. 💻맥북프로에 로직을 사용해서 음악을 만든다. 맥북은 2013 LATE 모델. 《샘》은 🎤젠하이저 MK4 마이크와 오디언트의 ID14 오디오 인터페이스로 만들었다. 

깁슨(좌)&에피폰(우)
깁슨(좌)&에피폰(우)

🐮용성   작년 한 해 시옷과 바람의 활동을 평가한다면?
😺해파   대견하다.
🐮용성   기대보다 좋았다?
😺해파   그게, 저는 음악가로서 첫 활동이나 다름없으니까. 생각보다, 잘했다.
🐮용성   아쉬웠던 점은? 음반에 대한 것도 좋고.
😺해파   이후에 힘이 너무 풀렸다.
🐮용성   음반 내고? 음반 내고 힘이 좀 있었다면 어떤 게 달라졌을까요.
😺해파   그러면 노래를 좀 더 써뒀을 것 같아요. 근데 시옷과 바람 노래가 굉장히 진이 빠지는 프로세스로 나와서. 🧔정혁이랑 저랑 하나하나 줄다리기를 해가면서 만들어요. 진행 하나를 가져오면 "이거를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그러면 "이 뒤에는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이 뒤에는 어떻게 할까." "올릴까 내릴까." 그런 거를 너무, 한 땀 한 땀. 혼자 쓰면은 그게 머릿속에서, 입 밖으로 안 내고 '후루룩' 하면 될 일인데. 둘이서 머리를 밖으로 꺼내어 가지고 왔다 갔다 하는 게 꽤나 진이 빠지는.
🐮용성   그렇게 한 보람이 있는 음반인 것 같아요.
😺해파   근데 또 할 엄두가 안 나니까 그렇죠.
🐮용성   〈생각 생각 생각〉 다음에 내려고 했던 건 어떤 거예요?
😺해파   〈쉿〉. 있던 노래예요. 근데 편곡하다가 어그러졌죠.
🐮용성   진이 빠져서?
😺해파   그랬던 것 같아요.
🐮용성   EP랑 싱글은 어떻게 만들었어요? 곡 하나하나 설명해줘요.

〈살아있는 것들〉. 😺해파가 코드 두 개를 만들어 던졌다. 가사도 멜로디도 없이. 생명에 관해 쓰자는 것만 정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만들었다. 같이 있을 때만 작업을 했다. 어떤 동물들을 넣을지 서로 이야기하며. 〈숨길 수 없는〉. 🧔허정혁이 모티프를 가져왔다. 처음부터 반복 되는 “띠리디리리 띠리디리리” 하는 기타 연주. 😺해파가 첼로 멜로디를 만들고 그 이후엔 줄다리기. 〈새하얀〉. 🧔허정혁이 “띵그동동독”으로 시작하는 네 마디 진행을 만들어왔다. “제목으론 새하얀이 어떨까?” 제목을 정하고 같이 만들었다. 〈새벽이 오면〉. 던지는 것 없이 처음부터 같이 지었다. 제일 처음에 같이 만든 곡. 🧔허정혁이 이런 저런 코드를 눌러보면 😺해파가 코드를 골랐다. “엇, 그거 좋다” 하고. 가사도 한 땀 한 땀.  〈소풍〉. 🧔허정혁이 가사를 썼다. “우리 소풍이란 노래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허정혁이 쓴 가사에 각자 멜로디를 붙였다. 😺해파의 멜로디가 〈소풍〉이 되었고 🧔허정혁의 멜로디가 〈선잠〉이 되었다. 〈생각 생각 생각〉. 😺해파가 첫 구절의 가사를 던졌다. “사랑 사랑 사랑이란 무얼까 잘 모르겠지만 사랑스러운 것은 많다네”

🐮용성   슬픔은 어디에서 오는 것 같아요? (*〈생각 생각 생각〉의 가사 일부)
😺해파   (웃음) 당신으로부터?
🐮용성   최근에 기뻤던 일, 슬펐던 일.
😺해파   어렵다. 기뻤던 일? 왜 이렇게 생각이 안 나지. 📺 넷플릭스에서 정말로 제가 볼 거를 다 봐서, 저의 재미 기준에 미달하는 것만 억지로 보고 있었는데 뭔가를 딱 우연히 클릭했는데 재미있었던 것.
🐮용성   제목 이야기해줘요. 우리 오일링 독자들이 보게. 독자가 200명이 넘었어요.
😺해파   최근에 나와서 아마 인기가 많은 것 같은데. 넷플릭스는 본 거 아카이빙이 잘 안 되어 가지고. 영화인데. 
🐮용성   영화보다 시트콤 좋아하잖아요.
😺해파   맞아요. 근데 이제 시트콤은 정말 없어요. 새로운 시즌이 나오지 않는 이상. 이거다. 완전 코미디인데 〈배드트립〉이라고 되게 최근에 나왔거든요. 근데, 이 두 명이 뉴욕으로 간다는 얼개만 있고 모든 씬을 몰래카메라로 찍었어요. 근데 몰래카메라는 말 요즘에는 쓰면 안 되는데.
🐮용성   그럼 영어로
😺해파   프랭크Prank, 프랭크. 장난. 근데 여기 설명에 몰래카메라 라고 쓰여 있어서.
🐮용성   깜짝카메라.
😺해파   깜짝카메라. 처음부터 끝까지 프랭크 비디오로 찍었다. 슬픈 거는.

(중략)

🐮용성   최근에 꽂혀 있는 것, 많이 생각하는 것. 🧔정혁 씨는 맨날 이펙터 이야기하잖아요. 
😺해파   ‘나의 타고난 성정으로는 바람직한 생활이 안 되는구나’ 이런 거. 
🐮용성   예를 들면 어떤 거예요. 바람직한 생활이.
😺해파   요즘엔 해야되는 일이 별로 없으니까 거의 다 자유시간이거든요. 근데 그런 와중에도 저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운동도 하고 밥도 잘 차려 먹고 산책도 하고 그러고 싶은데 그렇게 마음먹은 한 이틀만 하고서 다 어그러지더라고요.
🐮용성   그게 뭐, 그렇게 안 좋은 것도 아니고.
😺해파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그건 좀 다른가. 용성님 방송할 때 🍅대저토마토를 이렇게 국물 흘리면서 먹었어요. 그리고 다 못 듣고 잠들었거든요? 💊약 기운에 뭐를 먹은 것 같아요.
🐮용성   약 먹으면 식욕이 돌아요?
😺해파   식욕이 돈다기보다는 억제하고 있던 거에 대한 🔓빗장이 느슨해져요. 언제는 🧔정혁이랑 통화를 했는데 제가 😭엉엉 울었다는 거예요. 근데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 거예요. 다음 날 “괜찮아?” 이러는데. 
🐮용성   귓볼을 잘 지켜보세요.
😺해파   ✍손글씨쓰기 해야겠다.
🐮용성   🎴화투가 좋대요.
😺해파   칠 줄 아세요?
🐮용성   저 대학교 때 화투 많이 쳤어요. 과방에서. 근데 어느 날, 우리 선배 중에 한 명이 부모님이랑 싸우고 집에 며칠을 안 들어간 거예요. 그래서 부모님이 학교에 찾아왔어. 와서 과방 문을 "딱" 열었는데 애들이 다 화투를 치고 있는 거야. 그 부모님이 “학생, 이래도 되는 거예요?” 이러고.
😺해파   (웃음) 안 될 건 뭐야.
🐮용성   근데 바른생활도 🧬디엔에이 아닌가. 어떤 사람들은 가만히 냅둬도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잔 대요. 일 안 하고 출근 안 해도. 근데 저는 가만히 냅두면 자연스럽게 새벽에 자고 늦게 일어나거든요.  
😺해파   저도요. 저는 요즘, 약간 그런 것도 있어요. 백수니까, 뭔가 회사원이랑 라이프 사이클이 다르잖아요. 그거에 약간, 이상한 죄책감이 든다고 그래야 되나 주눅이 든다 그래야 되나. 얼마 전에 인스타 라이브 하는데 제가 “세 시에 잤는데 🐈고양이(*고양이 이름은 몽구)가 새벽에, 일곱 시에 깨워서 짜증이 났다”이랬는데 거기 있는 사람들이 “일곱 시가 새벽이에요?” 그러니까 되게 무안한 거예요. 막 “충격” 이러면서. 그래서 내가 말실수 한 줄 알고. 
🐮용성   저는 아침에 📞전화 오면은 안 잔 척 하려고. 목소리를 한두 번 가다듬고 받고 그래요. "음, 음"
😺해파   맞아.
🐮용성   특히, 모르는 사람은 상관없는데 가족한테 전화 왔을 때. 일부러 안 받을 때도 있어요. 조카한테 전화 오는데, 내가 그 시간까지 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좋은 예가 아닌 것 같아서. 그래서 그냥 일부러 안 받아 버릴 때도 있어요. 일부러 안 받고 한두 시간 이따가 전화 걸어서 그때 뭐 하고 있었다고 거짓말 할 때도 있고.
😺해파   (웃음) “수면 하고 있었어”😴
🐮용성   예전에 형네 집에 갔어요. 주말에 갔는데. 이제 월요일이 되고 애들은 학교를 가야 되는 거야. 근데 큰 애가 학교 안 가겠다고 땡깡을 피우고 우는 거예요. 삼촌은 학교 안 가는데 왜 자기는 가야 하냐고. 그래서, 살짝 무안한 적 있는데. 
😺해파   (웃음) "삼촌은 그거 다 했어. 다 끝내서 그런 거야."
🐮용성   근데 이런 저런 필요 때문에라도 바른생활을 할까도 생각하고 있어요. 공연은 보통 저녁에 잡히지만, 낮에 촬영이나 행사 같은 게 있을 때가 있잖아요. 근데 그럴 때마다 너무 적게 자고 피곤한 상태에서 가니까. 결과가 조금 아쉬운 것 같아서.

🍷컵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 이삼년 전부터 모았다. 오륙십개 정도 갖고 있다. 당근마켓에서 레트로 컵을 사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오래된 것을 좋아한다. 컵도, 기타도, 옷도. 옷은 무조건 빈티지 옷만 산다. 집 근처 빈티지 샵도 가고 시장 골목 골목에 있는 구제집도 많이 간다. 발견하는 과정 자체를 즐거워한다. 

TO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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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성   시간이 많이 됐다. 물어볼 건 많지만 여기까지만. 성대모사는 어릴 때부터 잘했어요? 그때 제가 요청한 성대모사는 연습했습니까.
😺해파   (웃음) 그렇게 리퀘스트를 하면 힘든데. 어렸을 때부터 따라 하는 거 좋아했어요. 선생님 따라 해서 애들한테 자랑하고.
🐮용성   노래 만들 때 신경 쓰는 것들이 있어요?
😺해파   뻔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걸 너무 신경 쓰다 보니까 사람들 기억에 안 남는 것 같아요. 전형성이 약간 있어야지 좋다는 느낌도 갖게 되고 뭔가 기억에도 남고 하는데, 그런 것 같아요. 
🐮용성   에이, 아니에요. 좋아요. 저는 안 써본 단어 쓰는 걸 좋아해요. 애초에 안 쓰는 단어를 쓰겠다는 목적으로 만들겠다고 하고.
😺해파   음률? (용성 싱글 〈중학생〉의 가사)
🐮용성   음률도 그런 거고.
😺해파   〈○○○〉?
🐮용성   〈○○○〉도 좀 그런 건데. 왜 우리나라에는 정치인 노래가 없나. 그런 생각이 든 거예요. 그래서 내가 만들어 봐야겠다 그럼. 근데 그렇게 시작한 노래가 항상 괜찮은 건 아니야. 끝날 때 되니까 질문할 게 막 생각난다. 누구처럼 되고 싶다, 생각하는 가수.
😺해파   음. 그런 거는 진짜 만들어 놓아야 하는데.
🐮용성   저는 어떤날이랑 윤영배. 들을 때마다 좋고, 좌절하고.

(중략)

😺해파   흰머리 나면 다 하얗게 나오는 그런 할머니 되고 싶은데.
🐮용성   붓털처럼 희게?
😺해파   맞아요, 맞아요.
🐮용성   그래서, 영향 받은 가수.
😺해파   생각해볼게요. 들을 때마다 감탄하는 건 천용성 앨범인데
🐮용성   뭐야.
😺해파   천용성 앨범은 진짜, 처음엔 별로 감흥이 없었는데 들을수록 되게 좋아진 케이스예요.
🐮용성   욕 해도 돼요? 꺼져요…...😀
😺해파   아, 영향 받은 거? 요새는 음악을 머리로 듣게 되어서.
🐮용성   저는, 시옷과 바람 이후에는. 시옷과 바람이 기준이 되어 가지고. 누구를 들어도 “시옷과 바람보다 별로인데” 그런 생각을. 여기까지 합시다. 더 궁금한 거 있으면 연락할게요.
😺해파   네.

마감이 이른 카페였다. 자리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섰다. 아직 밝았다. 유세차량을 둘러싼 사람들. 크게 울리는 목소리.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 미처 묻지 못한 것들이 남아 있었지만 더 이어나가지는 않았다. 충분히 오래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하지 못한 말들은 하지 못한채로 남겨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끝.

* 2화에서는 시옷과 바람의 "정혁이"를 만납니다.

* 4월 30일(금) 제비다방에서 시옷과 바람 공연이 예정 되어 있습니다.

[시옷과 바람] 인스타그램, 유튜브
[해파] 인스타그램, 사운드클라우드
[허정혁] 인스타그램, 사운드클라우드


📺오소리뉴스📺

🐮천용성 @yongsung000

[공연] 4/17(토) 카페언플러그드 (with 복다진) (예매 링크)

* 4/30(금) 예정이던 아이다호 공연은 5/21(금)으로 연기되었습니다.

🐚전복들 @cosmic_abalone

[음반] 5/2(일) EP 《전복코믹스》 발매

[공연] 5/8(토) 카페언플러그드 전유동 X 전복들 발매 기념 쇼케이스 《전전쇼》

[공연] 5/15(토) 클럽 헤비 전복들 X 전유동 발매 기념 쇼케이스 《전전쇼》

🐤전유동 @jeonyoodong

[음원] 4/14(수) 디지털 싱글 〈디플로도쿠스〉 발매 

[공연] 4/18(일) 카페언플러그드 (with 예람) (매진)

[공연] 4/24(토) 대구 대화의 장 <봄나들이> 전유동 X 복다진

[공연] 5/8(토) 카페언플러그드 전유동 X 전복들 발매 기념 쇼케이스 《전전쇼》

[공연] 5/15(토) 클럽 헤비 전복들 X 전유동 발매 기념 쇼케이스 《전전쇼》

😙후하 @hoohaa.seoul

[음반] 4/15(목) ~ 4/28(수) EP 《Spring》 발매 후원 텀블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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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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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일드 스와니

    1
    about 3 years 전

    제가 노안이라 ㅋㅋㅋ 이렇게 긴 글을 폰으로 읽으려니 ..눈물이 나요 ㅎㅎ... 시나리오 대본같은 ㅎ 주옥같은 글들을 꼼꼼히,,모조리 줄 쳐가면서 읽고싶은뎋 ㅎ 소책자로 출간은 안하시나요?? 시간날때마다...종이로 읽고싶어요 ^^ 그런데요,,,,해파님 이름이 너무 신비로운 느낌이네요 못 다 읽은 글은 퇴근하고 집가서..돋보기 쓰고 읽을께요 감사감사감사♥

    ㄴ 답글 (2)
  • 냉이

    1
    about 3 years 전

    두분 대화가 너무 재밌어요!! 해파님 넘 매력적이시네요♡♡♡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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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드는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Oiling 입니다. 프로듀서 단편선과 아티스트 천용성, 전복들, 전유동, 후하, 보일, 소음발광, 선과영이 함께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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