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ing#34 | 마음의 거리두기

전복들이 키우는 이야기 『기타팝파』#8

2021.11.23 | 조회 8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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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링Oiling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드는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Oiling 입니다. 프로듀서 단편선과 아티스트 천용성, 전복들, 전유동, 후하, 보일, 소음발광, 선과영이 함께 읽고 씁니다.

편집인의 말

🐮 내 마음의 골짜기

많은 것들을 썼다 지웠습니다. 《수몰》 바이닐 제작에 대한 이야기, 새로 녹음한 노래 〈결〉에 대한 이야기, 이파리가 떨어진 고무나무에 대한 이야기. 쓸 이야기는 많은데 잘 쓸 수가 없네요. 가끔 이런 날도 있는 거겠죠. 때 마침 발행인도 특보를 생략하겠다고 하니, 별 부담이 없고 좋습니다. 이럴 땐 또 죽이 잘 맞지요.

이번주 코너는 (뉴)『기타팝파』, 지난 주 『전유동만새』에 이어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앞으론 리더 창일 씨의 육아일기 뿐만 아니라, 전복들 멤버 각자가 키우는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 할 예정입니다. 좋은 이야기도 같이 키웠으면 하는 편집장적인 바람이 있는데, 과연 바람대로 될지. 관심 갖고 지켜봐주세요.

🐮천용성


전복들이 키우는 이야기 『기타팝파』#8

🐈 마음의 거리두기

"어떻게 해야 그들과 나의 생활이 과하게 얽히지 않을 수 있을까?"

아이들의 안식처가 되고 싶었다. 다정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가볍고 달달한 믹스커피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아이들은 열정 가득한 병아리 교사를 좋아했다. ‘신발 신고 교실에서 좀 뛰어다니는 게 뭐?’ ‘쓰레기? 좀 버릴 수도 있지.’ ‘담배는 기호식품 아닌가?’ ‘화장 좀 하면 어떤데?’ 그 나이 때 머드게임에 빠져 몇 십만 원씩 전화비를 물던 내게 학교의 규칙들은 한없이 갑갑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그때의 난 인간적인 교류에 급급해 옳고 그름의 기준이나, 아이들이 사회에서 마주칠 약속과 규칙에 대해서는 잘 짚어주지 못했다. 

졸리(공주님)를 데려왔다. 세면대에서 물장난을 몇 번 한 이후로 졸리는 흐르는 수돗물만 마셨다. 처음엔 물을 잘 먹는다는 게 그저 기특했다. 물을 틀어달라 울면 시간이 몇 시든 상황이 어떻든 물을 틀어주었다. 하지만 졸리의 땡깡은 밤낮을 가리지 않았고 나는 점차 버거워졌다. 지옥 같은 새벽, 참지 못해 나온 짜증 섞인 고함에도 졸리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세면대에 올라 허겁지겁 물을 먹는 졸리를 보며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이엔 적당한 거리와 규칙이 필요하다. 거리와 규칙이 없으면 서로의 바닥을 보게 된다.

훈육은 여전히 쉽지 않다. 졸리는 여전히 세면대에서 물을 먹고, 충분한 눈길과 예쁨을 받아야 만족한다. 내 두피를 발 받침으로 이용하는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유리그릇에서도, 빨간 바가지에서도 물을 먹는다. 열한 시 반이 되면 “끙”하는 소리를 내며 침대로 올라와 ‘철푸덕’ 누워서(정말 철푸덕 소리가 난다) 함께 잠에 들고, 다섯 시에 일어나 새벽밥을 먹고 다시 잔다. 교육은 위대하다. 고막이 깎이는 긴 시간이 필요할 뿐. 학교에서도 노력 중이다. 필요에 따라 조금은 엄하고 무섭기도 한 선생님이 되어 보려 한다. 물론 사람은 고양이보다 좀 더 어렵지만. 아, 졸리가 운다. 자야 할 시간인가 보다. 

그럼 이만 굿나잇!

🐚전복들 🐈박은아


🌻 구강기

담이가 태어날 때쯤 시작한 육아일기를 첫 돌 때까지 쓰고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 이만큼 쓸 수 있던 건 모두 구독자 님 덕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드립니다.

담이는 돌잡이 때 판사봉을 들었습니다. 아빠(기타)나 엄마(돈), 장모님(청진기)의 기대는 사뿐히 즈려밟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판사봉을 집어 들어 어사 마패를 "땅" "땅" 두 번 내려치고는 판사봉 머리를 제 입으로 가져갔어요. 네, 구강기예요.

처음엔 그저 뽀뽀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어요. 몸을 제대로 못 가눌 때부터 누나의 손가락이나 얼굴에 덥석 벌린 입으로 뽀뽀를 하곤 했으니까요. 최근엔 제 엄마의 발가락이나 아빠의 턱수염까지 맛을 보고 있는데, 세상엔 입으로 말고도 맛(?)볼 수 있는 맛(?)있는 것들이 참 많다는 걸 계속 알려줘야겠어요.

드러머 경래를 제외하곤 전복들 멤버들 모두 반려인,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건 꽤 많은 감정과 경험을 가져다줍니다. 삶의 의미나 서로의 거리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기도 하구요. 다음 연재 때는 기타치는 원정이의 얘기를 들어보려 해요. 다음 음반에 실릴 노래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기대해주세요.

🐚전복들 🌻고창일


[이주의 추천곡] 이범학 - 마음의 거리

📺오소리뉴스📺

🦨오소리웍스 @osoriworks

[공연] 12. 26(일), 카페언플러그드, '오소리웍스 Year-End Party'

🐚전복들 @cosmic_abalone

[음반] 12. 3(금), 싱글 《할머니쇼파》 발매

[공연] 12. 4(토) 14:00, 오방가르드/바이닐 언더그라운드(부산), '소음페스티벌' 

🐤전유동 @jeonyoodong

[공연] 12. 1(수), 13:30, 홍천해밀학교, 'Spot to Life'

[공연] 12. 5(일), 18:00, 네스트나다, '라이브 클럽 데이 : Live is Here'

😙후하 @hoohaa.seoul

[공연] 12. 3(금), 21:00, 아이다호(망원)

[공연] 12. 11(토), 19:00, 엔젤리즘(은평)

[공연] 12. 29(수), 스피크이지썸띵(용산)

소음발광 @soumbalgwang_official

[공연] 11. 27(토), 19:00, 채널 1969, ‘《기쁨, 꽃》 발매 기념 쇼케이스’

[공연] 12. 18(토), 20:00, 꼬뮨(대구)

[공연] 12. 4(토), 14:00, 오방가르드/바이닐 언더그라운드(부산), '소음페스티벌'

🍔단편선 @danpyunsun

[공연]11. 26(금), 20:00, 육일봉(을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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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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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봄🌿

    2
    over 2 years 전

    반가운 오일링^-^ 마음의 거리두기라 매우 탁월한 주제네요 반려식물이든 반려인이든 반려동물이든 서로의 거리를 인정해주고 받아들이고 지켜주기가 참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지켜주고 이해해주고 바라봐주고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는 것이 반려인 것 같다는 생각을 오일링의 글들을보며 깨닫게 되네요 날이 많이 추워졌어요! 연말이라 공연들이 많으시네요:) 모두 건강 잘 챙기시며 따듯한 연말 보내시길 진심으로 마음 가득담아 바라봅니다.

    ㄴ 답글 (1)
  • 한소년

    2
    over 2 years 전

    구강기 글 앞부분 저한테 감사한다는 말이 있어서...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담이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어떤 좋은 일을 했었는가에 대해 잠시 아주 진지하게 기억을 더듬어 보았어요. 춥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ㄴ 답글 (1)
  • 냉이

    1
    over 2 years 전

    이모티콘은 어떻게 정하는 거에요? 1. 직관적으로 본인을 나타낼 수 있는 것 2.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 3. 그림이 예뻐서 4. 누군가의 독단적인 결정 🦨🐚🐤😙⚡는 너무 잘 알겠고 🐈는 집사임을 나타내신것 같은데 🍔🦋🌻🐮...는 모르겠어요 기회되면 정리해서 올려주세요~ 특히 🍔가 궁금합니다

    ㄴ 답글 (1)

© 2024 오일링Oi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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