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ing#35 | 통영에 가면 한산섬식당에서 삼뱅이 매운탕을 드세요 Part.2

천용성의 『걸어서 세계 속으로』 통영편

2021.11.30 | 조회 8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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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링Oiling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드는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Oiling 입니다. 프로듀서 단편선과 아티스트 천용성, 전복들, 전유동, 후하, 보일, 소음발광, 선과영이 함께 읽고 씁니다.

편집인의 말

🐮 이 또한 지나가리라

누구나 마음 속에 격언 한두 개 정도는 품고 삽니다. 제가 가장 자주 쓰는 말 두개는 '말 타면 종 부리고 싶다'와 '방구가 잦으면 똥이 나온다'입니다. 리스트를 좀 더 내리다 보면 이런 것도 있지요. '소나기는 피해가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애써 고난을 마주할 필요는 없고, 지금의 고난은 결국 끝날 거란 뜻이죠. 윤상―혹은 S.E.S의―의 〈달리기〉가 생각나네요.

딱히 고난 속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행기 써야지 👉 근데 기억이 안 나네? 👉벌써 한 달 넘게 지났구나 👉 '이 또한 지나가리라'란 말을 배웠었는데, 하는 지고式 사고 전개인 것이죠. 저는 저 말을 한 여름 땡볕 아래서 소리내가며 배웠거든요. 누군가 기나긴 설교 끝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외쳤고, 저를 비롯한 수십 명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하고 따라 외쳤습니다. 아무튼, 그렇습니다.

🐮천용성


천용성의 『걸어서 세계 속으로』 통영 편

🐮 통영에 가면 한산섬식당에서 삼뱅이 매운탕을 드세요 Part.2

통영에서 별다른 관광을 하지는 못했다. 공연이 끝나고는 뭔가를 먹었고, 공연 전에는 연습을 했다. 공연이 끝난 다음날 바로 서울에 올라왔다. 터미널과 삼문당, 삼문당과 숙소만을 오갔다. 별다른 일정이 없었음에도 하루쯤 더 머물지 않은 것은 숙소 떄문이기도 하다. 한달이 넘게 지난 지금, 통영을 떠올렸을 떄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은 벙커 냄새가 나는 게스트 하우스 '다락방'이다. 폐병에 걸리지 않아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우정모텔도, 김대중의 수상한 이불도 위협적인 그곳에선 쓰이지 못했을 것이다. "얼른 이곳에서 탈출해야 한다" 열쇠를 받아 문을 연 순간부터 공작원스러운 생각만 했다. 숙소를 바꾸는 것도 방법이었겠지만, 퀴퀴한 냄새는 그런 고상한 생각을 가로 막았다.

두 번쨰로 인상적이었던 곳은 강구안이었다.*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꿀빵. 하우 매니 꿀빵집 아 데어? 느슨하게 연결 된 질문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일, 관광지는 왜 항상 언제나 흉물스러워지는 것일까. 이, 간판제작자들은 어째서 자신들이 망쳐 놓은 도시 미관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을까. 삼, 기능과 미학은 완벽하게 분리될 수 있을까, 사, 개인의 이기심이 '과연' 좋은 사회를 만들까. 오래전 통영을 찾아 왔을 때 보였던 거북선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간 것인지는 모르겠다. 이렇든 저렇든, 넘치는 쌍자음을 보지 않는 쪽이 거북이의 정신 건강에는 좋을 것이다. *강구안은 "개울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입구라는 뜻"으로, 중앙동, 항남동 등의 일부해안을 가리키는 말이다.

마지막 날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 한산섬식당에 갔다. 가는 길에 "The 묵다"란 모텔을 보았다. '묵다'도 이상한데, 그 앞에 'The'를 붙여 버리니 더욱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여담이지만 관사계(?)의 최근 대세는 프랑스인듯 하다. "르 웨스트"라든지, "르 아브르"라든지. 'de'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내가 사는 구에는 '동익 de Mirabell'이라는 큰 건물도 있고 '드, 디어' 라는 이름의 카페도 있다. '드, 디어'의 포인트는 '드'와 '디어' 사이의 콤마에 있다. 기능 없는 콤마를 넣는 유행과 관사르 붙이는 유행의 끔찍한 혼종. 통영엔 아직 'Le' 유행이 닿지 않은 듯 했지만 그곳엔 전통의―어쩐지 부곡 하와이 같은 느낌의― '하와이 호텔'도 있었고, '캘리포니아 호텔'도, '나폴리 호텔'도 있었고, 그 밖에 '동경관광호텔', '카리브콘도호텔'도 있었다.

The 묵다
The 묵다

아직 열두 시가 안 된 때였다. 전날 술자리에선, 랄장님도, 삼사장님도 한산섬식당에서 해장을 할 것처럼 말했었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혼자면 혼자인대로 좋았으므로 딱히 연락은 하지 않았다. 입구 앞 식탁에 앉으며 말했다. "삼뱅이 하나 주세요." "쏨뱅이"라고 하면 뭘 모르는 애처럼 보일 것 같았고 "삼배이"라고 하면 어설픈 흉내내기처럼 보일 것 같았다. "삼뱅이"는 타협의 결과물이다. 식당엔 사람이 많았다. 주방도 홀도 분주했다. 주방장으로 보이는 누군가는 호방하게 갈색 가루를 털어 넣었다. 뚜껑이 파랗고 기둥은 반투명한―식당에서 흔히 물통으로 쓰곤 하는― 플라스틱 통에서 가루가 쏟아져 나왔다. 역시나, 고향의 맛일까. 전날 술을 마시며 '게미'에 대해 잔뜩 이야기 한 게 생각났다. 한산섬식당엔 게미가 있다고 했는데.

비가 왔다. 혹시 몰라 챙겨간 우산을 꺼냈다. 옷은 한 벌도 안 챙겼는데 우산은 챙겼다. "이상한 종류의 준비성이다." 우산을 꺼내며 생각했다. 남주사장님(남)에게 티셔츠―지난 해 T-festa 셔츠―받았으나 사이즈가 작아 입지는 못했다. 스탠다드한 체격으로 살았던 것은 일평생 삼사 년이 전부였던 것 같다. 터미널 옆 맥도날드에서 시간을 보냈다. 버스는 만석이었다. 가는 내내 엉덩이가 아팠다. 다음 번엔 방석을 챙겨와야겠다.

The End

🐮천용성


[이주의 추천곡]Luciano Pavarotti - Torna A Surriento (돌아오라 소렌토로)

🔥특보🔥

소음발광, 쇼케이스 도중 실제로 지구 멸망해

지난 11월 27일 일요일 채널1969에서 진행된 ⚡소음발광 《기쁨, 꽃》 발매기념 쇼케이스 중 실제로 지구가 멸망했던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지구멸망과 동시에 전인류도 함께 멸망한 탓에 아무도 인지하지 못했지만 공연장 채널1969가 아카이빙을 위해 촬영한 비디오를 통해 그 전말이 밝혀졌다.

문제의 비디오다. 무대의 측면에서 ⚡소음발광의 공연을 찍은 매우 평범한 비디오처럼 보이지만 26분 03초가 되었을 때 돌연 화면이 멈추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소음발광이 첫 앨범 《도화선》에 수록된 〈폭죽〉의 연주를 마무리할 때쯤이다. 화면이 멈추는 현상은 39분 48초까지, 13분 45초 간 이어진다. 아무도 카메라를 만진 사람이 없는 탓에, 그리고 정직과 봉사, 신뢰의 기업인 KT의 인터넷 회선에 문제가 있을리가 만무한 탓에 지구멸망이 아니라면 이 현상을 해석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공연 시작 전부터 이미 예견된 사건이었다는 평도 많다. ⚡소음발광의 새 앨범을 함께 제작한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는 이미 쇼케이스 며칠 전부터 멸망을 예고하는 포스팅을 수차례 올린 바 있으며 입장권에 "다 죽여버려"라는 선동적인 문구를 포함한 죄로 국가보안법에 의거, 대표 단편선이 구속된 상태로 알려져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13분 45초 이후 다시 비디오가 원상복구 되며 지구와 인류가 모두 부활했다는 점이다. 멸망한 지구와 인류가 어떻게 다시 부활했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려져있지 않으며 과학자들 사이에선 "⚡소음발광이 13분 45초 동안 타노스를 물리친 게 아니겠나…"라는 설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단편선 특파원 (재림함)


🔥특보🔥

🐚전복들, 미스터리한 프로필

오는 12월 1일 발표할 싱글 〈할머니쇼파〉에 앞서 🐚전복들이 공개된 프로필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다. 언뜻 평범해보이는 사진이지만 자세히 보면 기타리스트 이원정이 의문의 인물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 의문의 인물이 하얗게 질려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잔혹한 설정에도 리더인 고창일과 베이시스트 박은아가 그저 웃고 있는 모습이 한층 더 충격적이다. 따듯한 감성 팝 발라드로 알려져있는 〈할머니쇼파〉가 실은 스릴러물이 아닌가 하는 리스너들의 예상이 이어지고 있다.

주목해야할 인물은 드러머 김경래. 평소 소탈한 성격으로 형들을 잘 모시는 동생 포지션의 인물이지만 이번 프로필 촬영에선 마치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표정의 소시민처럼 연출되고 있다. 평소 한국 추리물의 한 획을 그은 대작 《살인의 추억》의 주연 송강호 배우와 흡사한 외모를 지니고 있다는 평을 듣는 김경래는 어쩌면 이번 프로필 촬영에서 발생한 사건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은 아닐까. 

무대에선 늘 웃는 모습의 동네 아저씨지만 사실 냉혹한 리더로서 🐚전복들의 흑막으로 활동하고 있는 고창일도 단체 사진과는 대조적인 킬러의 이미지스러운 프로필을 남겼다. 두 얼굴의 고창일, 과연 진실은…

자세히 보면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무표정한 베이시스트 박은아의 프로필. 박은아는 〈할머니쇼파〉에서 도대체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일까. 박은아의 눈에 비친 광경은 도대체 무엇일까.

가장 미스터리한 인물은 역시 오랜만에 🐚전복들로 돌아온 기타리스트 이원정이다. 단체 사진에선 의문의 인물을 린치하고 있는 이원정은 개인 프로필에선 나뭇가지를 안경에 꽂은 주술적이고 기이한 모습을 선보였다. 단순한 청부업자인지, 아니면 이 모든 것을 뒤에서 조정하고 있는 흑막인지는 곧 이어 나올 싱글 〈할머니쇼파〉를 통해 알 수 있다.

🍔단편선 특파원


📺오소리뉴스📺

🦨오소리웍스 @osoriworks

[공연] 12. 26(일), 카페언플러그드, '오소리웍스 Year-End Party'

🐚전복들 @cosmic_abalone

[음반] 12. 3(금), 싱글 《할머니쇼파》 발매

[공연] 12. 4(토) 14:00, 오방가르드/바이닐 언더그라운드(부산), '소음페스티벌' 

🐤전유동 @jeonyoodong

[공연] 11. 30(화), 19:30, 경북음악창작소 개소 기념 온라인 라이브 'STAY.G LIVE'

[공연] 12. 1(수), 13:30, 홍천해밀학교, 'Spot to Life'

[공연] 12. 5(일), 18:00, 네스트나다, '라이브 클럽 데이 : Live is Here'

😙후하 @hoohaa.seoul

[공연] 12. 3(금), 21:00, 아이다호(망원)

[공연] 12. 11(토), 19:00, 엔젤리즘(은평)

[공연] 12. 29(수), 스피크이지썸띵(용산)

소음발광 @soumbalgwang_official

[공연] 12. 4(토), 14:00, 오방가르드/바이닐 언더그라운드(부산), '소음페스티벌'

[공연] 12. 18(토), 20:00, 꼬뮨(대구)

🍔단편선 @danpyunsun

[공연] 12. 4(토), 14:00, 오방가르드/바이닐 언더그라운드(부산), '소음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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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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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향

    1
    over 2 years 전

    🦡오일링 이번호도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만... 🦨스컹크웍스 이모지가 2주째 상당히 신경쓰입니다!!

    ㄴ 답글

© 2024 오일링Oiling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드는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Oiling 입니다. 프로듀서 단편선과 아티스트 천용성, 전복들, 전유동, 후하, 보일, 소음발광, 선과영이 함께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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