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ing#21 | "뭔가를 만드는 보일입니다."

천용성의 심층 인터뷰 『겉핥기』 #5

2021.08.17 | 조회 1.11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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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링Oiling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드는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Oiling 입니다. 프로듀서 단편선과 아티스트 천용성, 전복들, 전유동, 후하, 보일, 소음발광, 선과영이 함께 읽고 씁니다.

편집인의 말

🐮 너만의 공간을 빼앗지 않겠다는 다짐

둘째 조카 윤서는 열 살입니다. 유튜브를 열심히 보는 아이에요. 엄마 아빠가 밤 늦게까지 유튜브를 보지 말라고 혼냈더니, 아침 여섯 시 반에 일어나서 유튜브를 볼 정도로 열정적입니다. 오늘은 갑자기 제게 달고나 커피를 만들어주겠다고 하더군요. 뒤늦은 알고리즘이 윤서를 달고나 커피로 이끌었나 봐요. 카페인에 취약한 저는 거절했어요. "윤서야, 삼촌 커피 안 먹을래." 하지만 윤서는 제 말을 무시했습니다. "응. 그래도 드세요." 제 핑계를 대고 설탕을 받아 오더니, 거품기를 휘젓기 시작했어요. 제 귀 옆에 그릇을 대고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알아요. 저는 명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윤서는 유튜브를 따라하고 싶었고. 커피는 어른들의 음료니까 제 핑계를 댄 것이지요. 윤서는 그렇게 저를 위한다며, 제가 원하지 않는 일을 시작했어요. 비슷한 일은 아침에도 있었습니다. 엄마―그러니까 윤서의 할머니―는 아침 여덟 시에 제가 자는 방에 들어오더니, 선풍기를 직접 쐬고 자면 안 좋다며 방향을 바꿔 놓고 갔고, 아침 열 시에는, 그래도 아침에 아침을 먹어야 한다며 저를 깨웠어요. 나는 너무 덥고 졸렸는데.

별 말은 못했습니다. 저를 위해서라는데 뭐라 하겠어요. 조용히 이어폰을 꽂고 황푸하를 들었습니다. "사랑을 한다는 건 그대를 내 길에 데려오지 않아도 괜찮은 거야. / 사랑을 한다는 건 너만의 공간을 빼앗지 않겠다는 다짐인 거야." 그나저나 황家에 훌륭한 음악가가 많은 것 같군요.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도 마침.

🐮천용성


천용성의 심층 인터뷰 『겉핥기』 #5

🐮 보일, "뭔가를 만드는 보일입니다."

🦋보일. 2020년 5월 《777》, 같은 해 11월 《Yuri》를 발표하였다. 2021년 1분기 오소리웍스에 합류하였고 현재는 프로듀서 단편선과 함께 정규음반을 준비 중이다. 내년 2월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보일과의 인터뷰는 2021년 8월 11일 수요일, 마포구에 위치한 🦋보일의 작업실에서 진행되었다.

인스타그램사운드 클라우드

Boil
Boil
Boil - 777
Boil - Yuri

🐮용성   그럼, 녹음을 시작하겠습니다.
🦋보일   식사하셨어요?
🐮용성   네, 연희동에서 냉면 먹고 버스 타고 왔어요. 
🦋보일   아, 연희동에서. 냉면 맛있었겠다.
🐮용성   (웃음) 맛있었어요. 여기 동네가 좋네요.
🦋보일   여기 좋아요. 최근에 이사 왔는데 좋더라고요. 근데 대접할 게 없어서 어떡하죠. 제가 집에 잘 안 있다 보니까 있는 게 별로 없어요.
🐮용성   (웃음) 대접 안 하셔도 돼요. 그러면 평소에는 어디서 계세요?
🦋보일   주로 회사에 있어요.
🐮용성   어떤 회사 다니시는 거예요? 예전에 단편선 씨한테 들었는데 까먹었어요.
🦋보일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기획 쪽 일을 하고 있어요. (웃음) 인터뷰가 시작된 건가요?
🐮용성   (웃음) 네, 하는 둥 마는 둥 시작 된 거예요.
🦋보일   (웃음) 좋네요. 사실 뭘 사놓기는 했는데. 맥주도 있고 커피도 있는데, 술 안 드시죠? 
🐮용성   아뇨, 술 마셔요. 맥주 마실게요.

보일은 이미 맥주를 반쯤 비운 상태였다. 빨간색의 필굿세븐 맥주. 7도짜리 맥주를 원해서 즐겨 마신다고 했다. 서로 처음 만났던 때를 이야기했다. 우리는 올해 3월에 있던 ‘O:CON’ 때 처음 만났고, 《수몰》 쇼케이스 때 두 번째로 만났다. 두 번 다 짧은 인사뿐이었다. 이어서 서로의 건강 상태를 체크했다.

🦋보일   살이 많이 빠지신 것 같아요.
🐮용성   원래 세 끼 먹던 것을 두 끼로 줄였어요. 식도염 걸리면 맘껏 눕지를 못하는데, 하루에 세끼를 먹어버리면 잠잘 때 빼고는 못 누우니까. 그래서 하루에 두 끼만 먹어요. 일찍 눕고 싶어서.
🦋보일   저는 먹고 바로 눕거든요.
🐮용성   (웃음) 얼마 안 남으셨어요.
🦋보일   (웃음) 저주를. 저도 요새 몸이 안 좋아서 피도 뽑았어요. 간 수치를 봐야 한다고 해서. 건강을 챙겨야 할 나이가 됐어요.
🐮용성   술을 얼마나 자주 드세요?
🦋보일   (웃음)주 7회? 근데 최근에는 위염이랑 장염 때문에 몸이 좀 아파가지고, 주4회.
🐮용성   (웃음)아픈데 4일 씩이나 먹으면 어떡해요. 
🦋보일   근데 많이 안 먹었어요. 와인 조금?
🐮용성   그렇게 변명하듯이 말 안 해도 돼요. 저는 술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데. 
🦋보일   나이 때문일까요? 나도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용성   (웃음)나이 때문도 있고. 알콜 분해 훈련을 잘 안 하다 보니까. 
🦋보일   논이, 왜 갑자기 기분이 좋아?

논

1. 기초정보

🐮용성   혈액형이 뭐예요?
🦋보일   맞춰보세요.
🐮용성   아휴, 왜 다들 혈액형을 맞춰보라는 거야.
🦋보일   저는 혈액형을 조금 믿거든요? 근데 혈액형 안 믿는 사람 있잖아요.
🐮용성   그럼, MBTI는? 그것도 맞춰보라고 할 거예요?
🦋보일   아뇨, 그거는 말씀드릴 수 있어요. 인프제. INFJ. 
🐮용성   J가 뭐예요?
🦋보일   저도 잘 몰라요. 이거는 항상 봐도 모르겠더라고요.
🐮용성   이따 찾아봐야지. 제가 어떻게 부르는 게 좋으세요? “원영 씨”도 있고, “🦋보일 씨”도 있고 “🦋보일”도 있고.
🦋보일   “🦋보일”이라고 불러주세요. 이름을 부르면 너무 회사 같잖아요.
🐮용성   근데 우리 여태껏 길게 얘기를 한 적이 없잖아요. 맨날 화상회의로 보거나 짧게 마주치거나 했고. 혈액형을 유추할 단서가 너무 없는 것 같아요.
🦋보일   근데 대충 보면 딱 나오는데. 제가 맞춰 볼까요?
🐮용성   (웃음) 맞춰 보세요.
🦋보일   B형
🐮용성   (웃음) 아니야.
🦋보일   (웃음)
🐮용성   대충 보면 딱 나온다고 자신 있게 말하더니 
🦋보일   뭐예요? A형?
🐮용성   두 번이나 틀렸네. 저 O형이에요.
🦋보일   저 사실 잘 몰라요.
🐮용성   이제와서 발뺌을.
🦋보일   근데 이게 감이 오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용성   자, 그럼 🦋보일은.
🦋보일   아주 의외입니다.
🐮용성   그건 못 들은 말로 할게요. 더 헷갈리잖아요. 제 생각엔 A형입니다.
🦋보일   아씨, 맞아요. 왜지?
🐮용성   (웃음)
🦋보일   아, 다들 저 O형이라고 그러는데.
🐮용성   혈액형 믿는 본인은 제 것을 못 맞추고, 안 믿는 저는 맞추고. INFJ가 가장 적은 유형이래요.
🦋보일   아, 진짜요?
🐮용성   “통찰력 있는 선지자, 예언자형. 인내심이 많고 통찰력과 직관력이 뛰어나며 화합을 추구한다. 창의력이 좋으며, 성숙한 경우엔 강한 직관력으로 타인에게 말없이 영향력을 끼친다.”
🦋보일   저네요.  
🐮용성   “독창성과 내적 독립심이 강하며, 확고한 신념과 열정으로 자신의 영감을 구현시켜 나가는 정신적 지도자들이 많다.” 
🦋보일   이거 그대로 써주시면 될 것 같아요. 제가 딱 표본이에요.
🐮용성   “나무보다 숲을 본다.” 
🦋보일   그렇지.
🐮용성   “한곳에 몰두하는 경향으로 목적 달성에 필요한 주변적인 조건들을 경시하기 쉽고.”
🦋보일   아, 그건 아닌데.
🐮용성   이거는 맞을 것 같은데. “자기 내부의 갈등이 많고 복잡하다. 이들은 풍부하고 감성적인 내적인 생활을 소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인구의 1.5%로 MBTI 모든 유형 중 가장 희귀한 유형이다.”
🦋보일   아이고, 특별하구나. 어머, 어머. 좋네요. 이거 많이 써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용성   INFJ에 A형.
🦋보일   A형은 안 써주셔도 돼요.
🐮용성   (웃음) 왜요. 너무 평범해서 그렇죠? 
🦋보일   A형은 조금 소심한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용성   그러면 어떤 형이고 싶어요?
🦋보일   AB형?
🐮용성   그럼, AB형이고 싶지만 O형으로 오해 받는 A형.
🦋보일   그렇죠.
🐮용성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정리를. 백신 맞았어요?
🦋보일   아뇨. 맞으셨겠네요. 나이가 나이시니까요.
🐮용성   (웃음) 저 맞았어요. 
🦋보일   (웃음) 진짜 맞았을 줄 몰랐어. 뭐 맞으셨어요?
🐮용성   얀센. 근데 요새 얀센 돌파감염되고 있다고 해서 좀 불안해요.

추가적으로 얻은 기본 정보는 다음과 같다. 창원 황씨. 종교는 없다. 취미는 음주와 만화책 읽기. 애니메이션보다는 만화책을 좋아한다. 본 것을 여러 번 다시 보는 스타일. 최근에 즐겨 읽은 것은 『도로헤도로』. 가장 좋아하는 만화는 『충사』. 술은 소주를 좋아한다. 뜨개질을 잘한다. 상당히 섬세하다. 꽃을 좋아한다. 오늘도 사두려 했는데 잔액이 없어서 구입을 못했다. 백합을 좋아하는데 최근엔 고양이 때문에 구입을 자제하고 있다. 별명은 보일이, 보일러, 데이비드 보일.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타입.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 이상형은 ○○○. 좋아하는 고백멘트는 “우리 만나볼래?” 선택권을 나에게 넘겨주는 것이 좋다. 오일링 구독자들과 동물의 숲 포켓캠프를 함께하고 싶다. 아이디는 …. 최근 갖고 싶은 것은 닌텐도. 좋아하는 음식은 토마토 스튜와 파스타. 새우나 베이컨을 넣는다. 해산물을 싫어하는 편이지만 쭈꾸미와 낙지 볶음과 소주 마시는 것을 즐긴다. 비 오는 날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색은 검정.

Boil
Boil

2. 자기소개

🐮용성   (웃음) 자기소개는 보통 어떻게 하세요?
🦋보일   자기소개? 자기소개 할 일이 있으세요?
🐮용성   저는 많죠. 예를 들면, 제 쇼케이스 때 봤잖아요. “안녕하세요, 천용성입니다” 이럴 때도 있고. 아니면 뭔가를 붙여서 “안녕하세요, 싱어송라이터 천용성입니다” 이럴 때도 있고. 공연 때 말고 음악과 관계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얘기를 해야하는데 또 거짓말은 하면 안 되는 그런 자리일 때  “안녕하세요, 노래 만들고 노래 하는 천용성입니다” 이렇게 말할 때도 있고. 🦋보일은 직장 생활 하니까 “회사 다녀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게 유일한 업이니까. 🦋보일 1집 나오고 지면 인터뷰를 하게 됐다고 생각해 봐요.  “독자분들께 자기소개해 주세요” 그러면 어떻게 말할 거예요?
🦋보일   안녕하세요, 곡 쓰는 🦋보일입니다? “노래하는”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고. 제가 노래를 못 하니까. 뭔가를 만드는 🦋보일입니다?
🐮용성   뭔가를 만드는 🦋보일입니다.
🦋보일   저는 그게 좋아요. 뭔가 한정 짓고 싶지 않아요. 제가 재미있으면 곡이 됐든 사진이 됐든. 그림도 가끔 그리고, 시도 쓰고, 글도 쓰고. 다 잘하진 못해도 재미있게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를 하고 싶어요.
🐮용성   누가 무슨 음악 하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말해요?
🦋보일   “전자음악 비스무리한 것 해요.”
🐮용성   그럼 정체성은 일렉트로니카 뮤지션이에요?
🦋보일   정의할 수가 없어요, 저도.
🐮용성   🦋보일은 언제부터 🦋보일이었어요?
🦋보일   스물 네 살 때부터? 한 오 년 된 것 같아요.
🐮용성   되게 오래 됐네요. 왜 🦋보일이었어요?
🦋보일   보일러에서 가져온 거고 큰 의미는 없어요.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클에 가끔 음악을 올리는데 본명으로 올리기는 싫고 그래서. 지금은 보일이라고 너무 오래 불려서 되게 자연스러워요.
🐮용성   이메일 계정은 뭐에요? * 겉핥기#4의 해파로부터 질문을 빌려왔습니다.
🦋보일   ‘원영hhhh’ (웃음)
🐮용성   뭔가 허술한 느낌이 있네요. (웃음)
🦋보일   그러니까, 그것도 바꿔야 하는데. 귀찮아요.
🐮용성   공식 이메일 만들 거예요?
🦋보일   ‘official.boil’ 이런 거요?
🐮용성   네
🦋보일   아니 절대 안 만들 거예요. 본명이 멋있지 않아요?
🐮용성   아까는 본명으로 불리기 싫다고 해놓구선. 원영까지만 하면 괜찮은데 h가 조금 깜찍하다. 뒤에는 뭐예요?
🦋보일   지메일! 지메일이 좀 멋있죠?
🐮용성   핫메일, 엠파스 이런 것 보다는 멋지다. 영화 버닝 얘기는 많이 안 들어요? 거기에서 전종서 씨가 키우는 고양이 이름이 🦋보일이더라고요. 보일러실에서 데려온 고양이였나. 제가 그때 어디서 🦋보일 이야기 하니까, 누가 버닝 얘기를 하더라고요.
🦋보일   의외로 안 해요. 버닝 본 사람이 별로 없나 봐요. 본 사람이 없거나 관심이 없거나.
🐮용성   근데 혹시, 신비주의를 추구하십니까.
🦋보일   아니에요. 전혀 그런 것 아닌데 왜 그런 느낌이 되어버렸는지 모르겠어요. 이미 너덜너덜한데 무슨 신비주의예요. (웃음)

3. 직장생활, 원영과 🦋보일 사이.

🐮용성   회사를 다닌 지는 얼마나 된 거예요?
🦋보일   엔터에서 일을 한 거는 사오 년 된 것 같고, 지금 회사는 삼 년 정도 됐어요. 사회 생활을 일찍 시작했어요. 첫 직장은 인디에 있는 엔터 회사였고. 
🐮용성   (웃음) 인디 엔터? 어딘지 말해주세요.
🦋보일   (웃음) 안 좋은 기억이 많아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망했어요.
🐮용성   왜 엔터 쪽으로 취직을 하셨던 거예요? 전공을 살려서?
🦋보일   실용음악을 전공했어요. 처음에는 전공을 살려서 음악을 하려고 했어요. 근데 음악으로 먹고살기 어렵다는 걸, 저나 제 음악이 돈이 안 된다는 걸 깨달은 거죠. 졸업하고 서울로 와서 자취를 시작하고, 알바하면서 번 돈으로 싱글을 냈는데 완전히 망했고. 그래서 취직을 결정했어요.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는 대학을 졸업하면 저한테 막 제의가 올 줄 알았어요. 내가 어디에 지원을 하거나 데모를 돌리지 않아도 먼저. 내가 짱이라 생각했어요. 근데 졸업을 했는데 아무한테도 연락이 안 와요. 학교 다닐 때 교수님들도 저를 탐냈거든요? “너 졸업하면 내 작업실로 와라”하는 식으로. 근데 막상 졸업하니까 아무 연락도 없고. 
🐮용성   첫 싱글은 언제 냈어요? 작년에 냈던 《777》이랑 《Yuri》가 처음이에요?
🦋보일   저 사실 예전에 다른 이름으로 낸 게 있어요.
🐮용성   (웃음) 엇, 이름이 뭐예요? 알려주세요.
🦋보일   (웃음) 말씀드릴 수 없어요. 이거 정말 세상에 안 알려지고 싶어요, 정말로.
🐮용성   (웃음) 연도랑 계절만 말해줘요.
🦋보일   13년 2월. 
🐮용성   예전에도 지금과 비슷한 음악을 했어요? 지금 음악과 연관이 있는?
🦋보일   연관이 있어요. 제 파트에서는 제가 그대로 있어요. 지금은 조금 더 재지하고 전자적인 느낌으로 바뀐 것 같기는 하지만. 어릴 때는 조금 더 어쿠스틱 했어요.
🐮용성   아무튼 그렇게 싱글을 냈는데 망했다.
🦋보일   망했다.
🐮용성   근데, 잘 될 줄 알았어요?
🦋보일   (웃음) 너무 하신 것 아니에요? 그땐 되게 꿈에 부풀었었어요.
🐮용성   (웃음) 근데 원래 노래만 띡 낸다고 되는 것 아니잖아요.
🦋보일   그때는 그럴 줄 알았어. 띡 내서 1위, 멜론 탑텐에 들 줄 알았지.
🐮용성   그럼,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노래는 좋았다?
🦋보일   노래가 안 좋았죠. (웃음) 노래가 좀, 허접이었고. 물론, 지금도 잘하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정체성이 좀 뚜렷하지 못했죠. 아무래도 여기저기서 개입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까 주변에서 하는 이런저런 얘기들에 흔들리고. 결론은, 음악은 혼자 해야 한다.
🐮용성   그래요? 근데 지금 또 프로듀서를 만났잖아요.
🦋보일   (웃음) 아이, 그런 개입 말고. 곡을 쓸 때 혼자 써야 한다! 편선 님 너무 좋으시죠. 너무 잘해주시고. 뭔가 제 인생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네요. 그치 논이야? 아무튼 그렇게 포기를 살짝, 나름 했던 것 같아요. 그때는 포기라고 생각을 안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사실은 포기죠. 그렇게 “음악 전공 살려서 회사를 가자”하고 처음 간 게 엔터 A&R이었고 지금은 기획 쪽으로 넘어 와서 3년 정도 다니고 있죠. 그러면서 그 와중에 다시 제 것을 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서 앨범을 두 개를 냈고.
🐮용성   근데 그런 기획사에 직원이 아니라 가수로 들어가는 선택도 있었잖아요. 오디션을 보거나 데모를 돌리거나. 아니면 홍대에서 공연을 하기 시작한다든지.
🦋보일   가수로는 어떤 식으로도 돈을 벌기 힘드니까 취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용성   같이 대학 나온 친구들 중에 지금 활동하고 있는 사람 있어요?
🦋보일   아무도 없어요. 한 명 있나? 거의 다 그만뒀어요.
🐮용성   수민 씨랑 인집 씨 얘기 들어봐도 같이 전공한 동기들 중에 아직까지 음악 하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하더라고요.
🦋보일   다 뜬금없는 회사 다니고 있고.
🐮용성   회사 사람들은 원영이 🦋보일인 것을 알아요?
🦋보일   제 직속 상사만 알아요. 회사에는 친구가 없고, 투명인간 같이 다니고 있어서.
🐮용성   좋은 태도인 것 같아요.
🦋보일   사실은 이직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용성   다른 엔터로?
🦋보일   아뇨. 이제는 엔터를 안 다니고 싶어요. 가수로서 저와 스탭으로서 제가 충돌할 때가 있더라고요. 그런 경우도 있었어요. 저희 회사의 어떤 아티스트가 제가 음악하는 것을 알게 된 다음에 약간 기분 나빠 하더라고요. “어? 얘, 나만 서포트해 주는 줄 알았는데 지도 음악하네?” 그런 식으로.
🐮용성   그런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런 걸까?
🦋보일   저도 이해 못 하겠어요. 제가 음악으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본인한테 모든 관심을 주지 않아서 서운해 하는 것 같은데. 나도 살아야 할 것 아니야!
🐮용성   진짜 이상한 사람이다. 그러면 전혀 관련 없는 쪽으로 이직을 생각 중인 거예요?
🦋보일   네.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거는 사진이나 그런 쪽?

Boil
Boil

4. 《777》과 《Yuri》

🐮용성   작년에 음반을 두 개 냈잖아요. 《Yuri》랑, 《777》. “칠칠칠”이라고 읽으면 돼요?
🦋보일   맞아요. “칠칠칠”이라고 읽어요.
🐮용성   왠지 “칠칠칠”이라고 읽으면 안 될 것 같아요. 멍청이 취급 받을 것 같아.
🦋보일   (웃음) 그럼 뭐라고 읽어요.
🐮용성   (웃음) 그건 모르겠지만. ‘666’은 “육육육”이라고 읽어도 될 것 같은데 ‘777’은 “칠칠칠”하면 안 될 것 같아요. 《Yuri》 크레딧을 보면 🦋보일이 직접 사진을 찍었다고 되어 있잖아요. 조금 전에 사진 쪽으로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고도 했고. 그럼 지금 포토그래퍼로 활동을 하시는 거예요? 옛 회사에서 제작한 영상들 보면 Creative Director 등으로 참여하기도 했었고.
🦋보일   여태까지는 회사일로만 사진을 찍었어요. 뮤직비디오 촬영장에 가서 비하인드 컷을 찍는다거나, 싸인회 같은 데서 사진을 찍는다거나. 근데 조만간 회사 일과 무관하게, 다른 분 작업을 맡아 가지고 하게 될 것 같아요. 저는 사실 다방면으로, 재미있으면 하는 스타일이라, 재미있을 것 같으면 무조건 돈 안 받아도 하거든요.
🐮용성   아이, 참. 그래도 돈 받고 하셔야죠.
🦋보일   그러면 좋죠. 근데 사진가도 아닌데 누가 저한테 돈을 줘요.(웃음)
🐮용성   그래도 처음부터 안 줄 마음으로 오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 싸게라도 주려고 해야지. 그 마음이 중요하지.
🦋보일   맞아, 돈 줘야지.
🐮용성   일단 적게 나마, 터무니없어도, 그냥 자기 가진 선에서, “이 정도밖에 없는데 괜찮을까요?” 조금 쭈글쭈글하게 말하면 “아이, 그냥 넣어두세요” 이러고 하는 거지.
🦋보일   하긴, 그래야 체면이 서죠.
🐮용성   아무렴, 그래야지. 대뜸.
🦋보일   “돈은 못 드립니다.” 
🐮용성   아니면 말도 안 해. 말도 안 하면 진짜 좀.
🦋보일   “같이 즐겁게 해봐요.” 
🐮용성   안 주면 안 주겠다고 말하는 게 차라리 낫지, 아무 말도 안 하는 사람이 제일 나쁜 사람이야.
🦋보일   근데 돈을 안 받는 것도 멋있더라고요. 그래서 얼마 전에 저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나도 저렇게 돼야지! 내 재능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용성   (웃음)아니, 🦋보일은 그래도 받아요. 《Yuri》 녹음은 즐거웠어요? 
🦋보일   아, 술 먹고 했는데 당연히 즐거웠죠.
🐮용성   연주자도 술 먹고?
🦋보일   네, 이미 둘이 아구찜에 소주를 몇 병 먹고. 연희동에 아구찜 맛있는 데가 있다고 해서.
🐮용성   알려줘요, 저.
🦋보일   맛집 좋아하시는군요.
🐮용성   원래는 그런 타입 아닌데, 요새 열심히 기록을 하고 있습니다.
🦋보일   근데, 막상 그렇게 맛있지는 않더라고요.
🐮용성   아이, 그럼 거기 말고 다른 데 알려주세요. 🦋보일이 뽑은 서울 맛집 탑쓰리!
🦋보일   탑쓰리는, 일단 연남동 ‘요코초’. 제가 여기 오픈 첫 손님이었어요. 연남동에서도 조금 변두리이긴 한데 바로 앞에 살았어서. 이자카야인데, 여기서 츠쿠네를 꼭 드셔보세요. 츠쿠네가 뭐냐면, 계란 노른자가 같이 나오는 고기경단인데.
🐮용성   (웃음) 두 개 더!
🦋보일   청담동에 진성칼국수. 저 혼자 자주 가는 곳이에요.
🐮용성   그럼, 마지막?
🦋보일   이건 제가 나중에 찾아서 보내드릴게요. 저 이렇게 즉흥적인 것 잘 못 해 가지고...
🐮용성   네, 좋아요. 커피도 혹시 열심히 마셔요?
🦋보일   커피 완전히 좋아하죠.
🐮용성   그럼 카페 추천도 해주세요.
🦋보일   커피는 뭐, 서울에서는 역시 앤트러사이트지 않을까. 근데 제일 좋은 거는 합정 앤트러사이트가 제일 좋고, 그 옆에 있는 합정 무대륙도 분위기는 좋고.
🐮용성   분위기 말고 커피 맛은요?
🦋보일   맛있어야 돼요? 그럼 스타벅스 가셔야죠.
🐮용성   뭐예요.
🦋보일   (웃음)저는 스타벅스랑 회사 커피가 제일 맛있더라고요.
🐮용성   아이, 추천 안 받을게요. 스타벅스가 제일 맛있다는 사람한테 무슨 카페 추천을 받아요.
🦋보일   근데, 커피 진짜 맛있는 것 드시고 싶으시면 저한테 연락하세요. 제가 회사로 초대해드릴게요. 저희 회사 커피 진짜 맛있어요.
🐮용성   회사에 바리스타가 있어요?
🦋보일   (웃음)아뇨. 그냥 머신으로 알아서 촤라락 내려먹는.
🐮용성   아이, 카페 추천은 하지 마세요.
🦋보일   으응, 자존심 상한다, 논이야. 음식점은 제가 진짜 추천 해드릴게요. 
🐮용성   네, 알려주세요. 서울 맛집 아니라 전국 맛집 알려주세요.
🦋보일   제가 요즘 장염이 끝나서 투어를 좀 다니고 있거든요. 저 음식 먹는 거 진짜 좋아해요. 좋은 데 있을 때마다 추천드릴게요.
🐮용성   저 한 캔 더 주세요.
🦋보일   네. 논이 왜? 츄르? 근데 인터뷰 이렇게 해도 되는 거예요?
🐮용성   네, 다 이렇게 하는 거죠, 뭐. 근데 《777》이랑 《Yuri》는 둘 다 작년에, 길지 않은 텀을 두고 나왔잖아요? 둘을 묶고, 한두 곡 추가한 다음에 정규로 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보일   제가 《Yuri》를 내게 될 줄 몰랐어요. 원래는 《777》 내고 조금 쉴 생각이었어요. 회사 일도 바쁘고 하니까. 근데 내고 나니까 너무 심심하고 허무한 거예요. 그래서, 내도 안 될 거라는 걸 알기는 했지만, 《Yuri》를 만든 거예요.
🐮용성   근데 예전에 어릴 때랑은 다르게 🦋보일도 회사에서 많은 경험을 했으니까 본인 음반이 더 주목받게 하는 방법들에 대해서 알잖아요. 왜 내도 안 될거라 생각한 거예요?
🦋보일   저도 제 앨범 잘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근데 제 거에 대해서는 객관화가 안 되더라고요.
🐮용성   두 번 다 뮤직비디오를 안 찍었죠?
🦋보일   자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뮤비를 찍고 뭘 할만한. 에너지도 없었고.
🐮용성   《777》은 총 제작비가 얼마정도 들었어요?
🦋보일   굉장히 적었어요. 기억도 안 나는데. 삼백 정도 됐던 것 같아요. 《Yuri》는 더 적었고.
🐮용성   이번에는 예산 얼마 정도 잡아두고 있어요?
🦋보일   최근에 단편선 님이랑 얘기했을 때는 천오백 안으로. 근데 이런 금액 같은 것들을 보통 인터뷰 때 말 하나요? (웃음)
🐮용성   저는 오소리웍스 이사니까. (웃음)
🦋보일   (웃음) 이사님이시죠.
🐮용성   총액 이런 것은 인터뷰 때 실어도 될 것 같고.
🦋보일   응, 상관없어요.
🐮용성   개인들 사례비는 공개하지 않는 쪽으로. 개인 작업비를 공개하면 누군가가 그 사람한테 가서 “너 천용성 거는 공짜로 해줬으면서 왜 내 꺼는 비싸게 받냐” 그런 식으로 이야기 할 수도 있어서요. 저는 근데 개인들 사례비 말고 다른 금액들은 많이 공개하면 공개할수록 이 세계를 투명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저도 제 제작비 최대한 자세히 말하려고 하고 그래요. 《777》이랑 《Yuri》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보일   허접하다. 내가 이 정도까지밖에 안 되는구나. 제 역량, 한계를 알게 됐어요.
🐮용성   많이 아쉬웠어요? 좋은데 왜.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그랬어요?
🦋보일   《777》과 《Yuri》 둘 다 사운드가 아쉬웠죠. 작업할 때 강력하게 내 의견을 밀어 붙여야 될 때가 있는데 제가 그런 걸 잘 하지 못해서. 근데 이번에는 편선 님도 계시고 하니까. 근데 제가 완벽하게 만족할 수 있는 앨범은 평생 안 나오지 않을까요. 제가 만족하는 거는 거의 마이클잭슨이거든요. (웃음)
🐮용성   에이. 마이클 잭슨 노래가 🦋보일 노래라고 해도 만족 못 할 거예요. 사람이 원래 그래. 똑같은 노래인데 마이클 잭슨 이름 달고 나온 거 들으면 “아, 개쩐다”이러는데 🦋보일 이름 달고 나왔으면 “아, 씨,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이랬을 거야.
🦋보일   맞아요. 내거는 뭐든 만족 못 해. 《Yuri》는 그래서, 《777》 낸 후에, 어쨌든 만족 못 할 테니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내가 원하고 같이 하고 싶었던 사람들하고 내보기라도 하자 하는 마음으로 했던 거예요. 사실 이번 정규도 다 좋아하는 사람들로 꾸민 앨범이에요. 용성 님, 시옷과 바람, 태훈 님. 사실 피처링을 더 많이 쓰고 싶었는데 편선 님이 커트 했죠. 완전 커트했죠.
🐮용성   또 누구 있었어요, 후보?
🦋보일   저는 ○○○을 너무 좋아해서 ○○○님도 하고 싶었고. 말하자면 끝도 없어요. 
🐮용성   열심히 할게요. 처음으로 피처링하는 거라서.
🦋보일   타이틀이에요.
🐮용성   나 잘할 수 있어.
🦋보일   맨날 편선님이 하시는 말씀 있어. “용성이 노래 졸라 못하는데”
🐮용성   〈나쁜 마음〉은 잘 읊조리면 되는 거니까.
🦋보일   맞아요. 저는 사실, 이번 앨범 나오면 예전 음악들 다 내리고 싶어요.
🐮용성   아, 왜 그래요. 사운드 때문에? 충분히 좋아. 혹시 지고 1집 들으면서 사운드가 아쉬웠던 적 있어요.
🦋보일   없어요.
🐮용성   근데 지고는 그거 되게 아쉬워한다?
🦋보일   그래요?
🐮용성   네. 지고는 거기에 대해서 불만이 있고, 단편선도 그게 되게 아쉽대. 근데 저는 들으면서 딱히 모르겠거든요.
🦋보일   저도 모르겠긴한데. 근데 본인이 그렇게 느끼셨다면은. 
🐮용성   우리는 딱히 그거 신경 안 쓰잖아요. 그러니까 마찬가지로 《777》이랑 《Yuri》도 나나 다른 사람들이 듣기에는 괜찮을 수 있는 거예요.
🦋보일   곡도 아쉽죠.
🐮용성   에이, 뭘, 아쉬워요. 내리지 말아요. 내릴 거면, 옛날에 낸 거 내려요.
🦋보일   그건, 진작에 내렸어요.
🐮용성   내리지 마요. 그거 내리면 피처링 안 해요. 약속?
🦋보일   약속.
🐮용성   술먹고 약속해서 까먹었다 그러면 안 돼요.
🦋보일   내일 되면 잊어버리지 않을까.
🐮용성   안 돼.

Boil - Yuri
Boil - Yuri

5. 술과 고양이 논

🐮용성   안녕?
🦋보일   이쁘죠? 야, 너 아무한테나 막 가서 그래?
🐮용성   저 아무나 아니에요. 저 이사예요.
🦋보일   이사님께 그러면 안 돼. 이사님께 조금 격식 있게 해야지. 진짜 웃긴다 너. 
🐮용성   근데 저는 고양이랑도 좀 낯을 가려서. 괜히 먼저 다가갔다가 미움 사고 싶지 않아. 
🦋보일   (웃음) 근데 지금 거의 무장해제됐는데.
🐮용성   (웃음) 고양이는 이름은 왜 논이에요?
🦋보일   처음에 얘를 길에서 데려왔거든요. 근데 저도 그때 힘들었던 시기였고. 일단은 제가 다리가 부러진 상태였어요.
🐮용성   어쩌다가!
🦋보일   술 먹고 집에 가다 넘어져서. (웃음) 어느날 창밖을 보는데 얘가 밖에서 혼자 떨고 있는 거예요, 몇 시간 동안. 엄마는 있나, 주인은 있나 계속 보는데 하루종일 아무도 안 오길래. 거의 죽을 정도이길래. 제가 밖에 나가서, 기어가서 쟤를 입에 물고 데려왔어요. 다리가 안 좋으니까. 근데 데려오고 나니 둘 다 되게 없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아, 되게 우리 뭣도 없다” 이런 느낌에서 non으로 지었죠.
🐮용성   몇 살이나 됐어요?
🦋보일   11개월? 더 크려나?
🐮용성   더 클 것도 같아요. 뭔가 얼굴이 작아.
🦋보일   얼굴이 작죠? 근데 몸은 크죠?
🐮용성   응. 좀 더 클 것도 같아요. 다리는 다 나았어요?
🦋보일   아, 그럼요. 멀쩡합니다. 
🐮용성   다리 부러졌을 때도 술 먹었어요?
🦋보일   네.
🐮용성   그때도 주 7?
🦋보일   그때는 뭐, 거의 주 8 정도.
🐮용성   이번에 피 뽑기전에도 술 먹었어요?
🦋보일   먹었죠.
🐮용성   아이고, 🦋보일.
🦋보일   저도 다음날 피를 뽑게 될 줄 몰랐어요.
🐮용성   (웃음) 언제부터 그렇게 마셨어요?
🦋보일   음. 저는 한 1년 새에 술을 좀 많이 마시게 된 것 같아요. 전에는 거의 한 달에 한번 마실까 말까, 이런 정도였는데.
🐮용성   술맛을 깨달았어요? 아니면 시름을 잊기 위해?
🦋보일   풍파를 겪었어요.
🐮용성   1년 전이면 그렇게 오래 안 됐네요. 괴로움은 여전해요?
🦋보일   아뇨 많이 없어졌어요.
🐮용성   그래서 주7에서 주4로 줄고.
🦋보일   네. 극복.
🐮용성   다행이다. 소주를 온더록으로 먹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보일   완전 좋은데요?
🐮용성   그쵸?
🦋보일   누가 안 좋대요? 
🐮용성   좀 별로라고 한 사람이 있어서 제가 상처를 받았거든요.
🦋보일   소주나 위스키나.
🐮용성   그러니까, 술을 모르는 친구야.
🦋보일   요즘에 온더록용 얼음 파는 것 아세요?
🐮용성   그 동그란 것?
🦋보일   네. 저도 온더록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용성   저 소주 온더록으로 먹는다니까 극혐을 해서. 논이랑 관계가 어떻게 돼요? 엄마랑 딸?
🦋보일   네, 엄마라고 하죠.
🐮용성   사람들마다 고양이나 강아지랑 관계가 조금씩 다르더라고요. 어떤 사람은 엄마, 아빠고 어떤 사람은 형이나 누나, 언니 이런 거고. 그냥 ‘야너임마’하는 사람도 있고. 
🦋보일   논이야, 추르먹을까?
🐮용성   딸 도망간다. (맥주를 가리키며) 이거 언제 깠어요. 이거 왜 거기 가 있는거예요.
🦋보일   쏘맥으로 먹어라, 이런 신의 계시가 아닐까.
🐮용성   다 내 맥주인 것처럼 말하더니.
🦋보일   아이구 논이야 시원하다.
🐮용성   논은 무슨 음식을 좋아해요? 논을 소개해보세요.
🦋보일   그래도 돼요?
🐮용성   네.
🦋보일   혹시 논 사진 실어도 돼요?
🐮용성   네, 좋죠.
🦋보일   논이는 섬세하고요. 그리고 논이는 좋아하는 음식이, 다 좋아하기 때문에. 가리는 게 없어요. 쟤는 길에서 온 고양이라 다 좋아하고. 근데 그냥, 저를 좋아해요.
🐮용성   딱히 그래보이지는 않는데.
🦋보일   논이? 근데 제가 훈련 시키고 이런 걸 안 좋아해서.
🐮용성   논이와의 관계는 일방적인 것으로.
🦋보일   아, 같이 좋아한다고 써 주시면 안될까요.
🐮용성   논이는, 주인을, 가린다.

보일&논
보일&논
논
논

6. 나쁜 마음

🐮용성   새 음반 이름 정했어요?
🦋보일   아직 안 정했어요. 나쁜 마음?
🐮용성   괜찮다. 왜냐? 내가 부르니까.
🦋보일   논이야. 저 아저씨 좀, 자기 위주인 것 같다.
🐮용성   이번에 수민 씨도 참여하죠? 
🦋보일   네, 한 곡 참여하세요. 제가 수민 님 베이스를 너무 좋아해서
🐮용성   수민 씨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에요? 제가 전에 수민 씨한테 🦋보일 오소리웍스에 들어왔다고 하니까. “오! 🦋보일이”이러면서 엄청 친한것 처럼 말하길래. “아, 친하구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다들 그렇게 엄청 친한 듯이 부르더라고요. 단편선 씨는 “뽀일이”이렇게 말하고 (웃음)
🦋보일   《777》이랑 《Yuri》를 청홍스튜디오에서 작업했어요. 김오키 씨 음반 작업한 곳인데 제가 김오키 씨를 너무 좋아해서. 청홍 선생님 소개로 여러 음악가 분을 알게 됐고요. 수민 씨도 그 중 한 분이에요. 저 녹음하는 날에 김오키 씨랑 수민 씨가 보러 오셔서, 끝나고 호프에 가서 같이 술을 먹었어요. 근데 저는 녹음 전부터 술을 먹고 있던 상태라 많이 취해서, 수민 씨한테 크게 실수를 (웃음) 
🐮용성    어떤 실수를 했어요?
🦋보일    수민 씨 어깨에 기대서 잤어요. 이거는 쓰지 말아 주세요. (웃음)
🐮용성    아니, 이 정도는 쓰게 해줘요. 취했는데 어깨에 기대서 잘 수도 있지 뭐. 너무 시시하다. 좀 더 큰 실수를 이야기 해줘요.
🦋보일    저 사실 말하면 진짜 많은데, 실릴까 봐 말을 못 하겠네요. 그때 용성 님 쇼케이스에도 수민 님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완전 피해서 나왔어요.
🐮용성   그래서 그날 뭔가 쭈구리 같았구나? 몸을 막 움츠리고. 저랑 인사하는데 자꾸 제 뒤를 막 쳐다보더라고요.
🦋보일   네, 혹시 수민님 나올까봐. 아, 이제 같이 작업도 해야 하는데
🐮용성   음반 총길이는 어느 정도 돼요? 사십 분 정도?
🦋보일   마지막 곡이 십 몇 분 돼가지고.
🐮용성   예술을 했구나!
🦋보일   네, 예술을 해가지고, 얼추 사십 분 되지 않을까요.
🐮용성   우리 보컬을 녹음은 여기서 하기로 했잖아요. 그러면 🦋보일이 직접 받아요?
🦋보일   그러겠죠? (웃음)
🐮용성   그럼, 노래 한번 불러주면 안 돼요? “너는 나를 사랑하면 돼” 거기. 🦋보일은 나중에 저 녹음할 때 제 거 들을 거잖아요. 근데 🦋보일은 본인 거 다 녹음 해놓고 저 부르니까 나는 🦋보일 실제로 노래 부르는 거 못 듣잖아요. 불공평하다. 근데 지금의 창법이 언제 완성 된 거예요?
🦋보일   저 스무 살 때는 더 심했어요. 더 이상했어요. 
🐮용성   안 이상해요, 지금도.
🦋보일   저는 지금 되게 대중적으로 됐다고 생각하는데 스무 살 때는 정말 기괴했어요.
🐮용성   그럼, 스무살 때 불렀던 것처럼 한번 불러주면 안 돼요?
🦋보일   못 해요. 그걸 어떻게 해요.
🐮용성   그러면 어릴 때 냈던 싱글 제목이라도 알려줘요.
🦋보일   돈 주시나요?
🐮용성   저 피처링비 얼마 주려고 했어요?
🦋보일   오백 원?
🐮용성   (웃음) 거기서 조금 까면 됩니다. 최근에 라이브를 한 적이 있어요?
🦋보일   어렸을 때 이후에는 없어요. 스물, 스물한 살 때는 카페에서 주구장창했죠. 그때 전주 한옥마을 쪽에 라이브 카페가 많았거든요. 지금은 다 망했는데. 거기서 섭외가 되게 많이 왔었어요.
🐮용성   어떤 노래들을 했어요? 
🦋보일   제 노래도 하고 커버도 하고,  이적 노래를 많이했어요. 〈사랑은 어디로〉, 이런 거랑 〈무대〉. 제가 자우림을 너무 좋아해서 〈파애〉랑 〈미안해 널 미워해〉 이런 것도 하고.
🐮용성   술먹고 하하하쏭 부르는 거 좋아하시잖아요. (웃음) 이번에 새 음반 내면 쇼케이스 할 거예요?
🦋보일   안 하려고요. 저는 제 메리트를 잘 모르겠어요. 제가 노래하면 다 자지 않을까요. 엄청 노잼일 것 같아요. 재밌는 성격도 아니고 말주변이 좋지도 않고.
🐮용성   충분히 잘할 것 같은데. 오히려 걱정해야 할 건 그런 것 아닐까요? 반주를 틀고 할지  실연을 할지. 본인 음악은 샘플이나 가상악기를 많이 쓴 음악이라 실연을 하려면 새로 편곡도 해야하고 복잡하잖아요.
🦋보일   그것도 여러모로 귀찮은 것 같아요. 사람도 많이 만나야 하고. 근데 저는 제 음악을 이어폰으로 들었으면 좋겠어요. 애초에 제가 공연장 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
🐮용성   저도 그래요.
🦋보일   그래요?
🐮용성   네. 그래서 저는 사실, 사람들이 제 공연을 왜 보러 오는지 잘 모르겠어요.
🦋보일   “왜 오지?” “왜 굳이 돈 내고 왔지?”
🐮용성   맞아요. 저보다 잘하는 사람들 것 보라고 추천해주고 싶기도 하고.
🦋보일   “야, 누구 내한한대, 거기 가!” 
🐮용성   그런 말이 저를 찾아주신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 말은 안 하지만 속마음은 그래요. 풀리지 않는 의문 같은 게 있어. “너네 여기 왜 오니? 참 이상한 애들이다.” 근데 그럼에도, 보러오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보일   나는 용성님 꺼 엄청 기대하고 갔어요. 재미있었어요.
🐮용성   그러니까 마찬가지로. 🦋보일은 그렇게 염려하지만, 사람들은 🦋보일한테 그런 기대를 갖고 있을 거예요. 근데 🦋보일이 쇼케이스를 안 한다? 공연을 안 한다? 그러면 아쉬울 것 같아. 쇼케이스 안한다니까 단편선 씨가 오케이했어요?
🦋보일   오케이 하던데요?
🐮용성   아마 그런 것도 있지 않을까요. 작은데서 반주 틀어놓고 하자니 멋이 없고, 큰데서 실연으로 하자니 손이 많이 가니까. 채우기도 어렵고.
🦋보일   저는 일단 앨범 내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그 이후 것은 뭐 어때, 내가 그것까지 책임져야 하나. 
🐮용성   라이브를 싫어하는 건 아니죠? 울렁증이 있다거나.
🦋보일   그런 것도 좀 있어요.
🐮용성   (웃음) 그런 건 나두 있어요. 있기는 다 있지.
🦋보일   왜냐면 노래를 못하잖아요. 용성님은 노래 잘하시던데요, 그때 보니까.
🐮용성   단편선 씨한테 물어봐요. 지금 휴가 가서 술먹고 있을 텐데.
🦋보일   아, 휴가갔어요?
🐮용성   부여로 휴가 갔어요.
🦋보일   부여(웃음). 사실 말하긴 했어요. 용성이 노래 못 하는데 왜 용성이한테 타이틀을 시키냐
🐮용성   저한테도 그런 얘기 많이 해요. 그래서 제가, “그럼 내가 오소리웍스에서 제일 못하냐” 물어보면 저보다 창일이 형이 더 못한다고 말해줘요. 그래서 괜찮아.
🦋보일   저는 선생님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용성   🦋보일도 잘 해요. 제가 인정할 게요. (웃음)
🦋보일   감사합니다. 선생님만 인정해 주시네요.(웃음)
🐮용성   누가 🦋보일 노래 못한다고 한 적 있어요?
🦋보일   그건 없죠.
🐮용성   그건 없으면서 왜 그래. 나는 못 한다는 얘기 정말 많이 들었는데. 그럼 단편선이 🦋보일한테 노래 못한다고 얘기해요?
🦋보일   그건 아닌데, 편선은 사실 저한테 좋은 얘기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한데 저는 여러모로 여러가지로, 음악 개구리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가지고.
🐮용성   누가? 누가?
🦋보일   그냥 여러분들이.
🐮용성   누가? 누가 그런 말을 해.
🦋보일   그냥
🐮용성   그런 애들말 듣지 마요. 음악이 구리다도 아니고 개구리대?
🦋보일   개구리대. 개구리처럼 개구리대.
🐮용성   아니 그거를 근데, 은근슬쩍 “좀 아쉽네” 이것도 아니고. 
🦋보일   “야, 너는 이걸 좀 고쳐봐” 이것도 아니고. “야, 너는 개구리다, 진짜.””너 이거 낼 거야?””너 얼굴 까고 낼 꺼야?” 그래서 “어, 나는 내고 싶어…” 
🐮용성   주변에 안 좋은 친구들이 많다. 싹 갈아야겠다.
🦋보일   많이 갈았죠.
🐮용성   더 갈아야 해. 확신을 갖고 하세요.
🦋보일   감사합니다, 이사님.
🐮용성   아니 내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보일   아니, 모든 아티스트한테 이렇게 관여를 하시나요.
🐮용성   그게 딱히 아니니까 더 믿어야 한다. 그러니까 단편선이 의아해하는 거예요. 제가 그런 말 맨날 하고 다니면 “아휴, 또 시작했네” 그럴 텐데. 
🦋보일   제가 이사님 버프를 받아가지고. 이사님 버프 받으면 돈 좀 법니까.
🐮용성   돈은 나도 못 버는데.
🦋보일   용성님은 직업이 뭐예요.
🐮용성   저 전업뮤지션입니다. (웃음) 집에서 용돈 받으면서 비굴한 인생 살고 있어요. 저 어제 생일이었는데도 집에서 알바 하고 있었어요. 이제는 아빠가 저 음악하는 거 아는데, 왜 트로트 안 하냐고 그래. 차라리 모르던 시절이 나았다.
🦋보일   (고양이 사료를 가져와서 꺼낸다) 생일 축하합니다.
🐮용성   먹을 뻔 했어. 진짜 저 주는 거예요?
🦋보일   논이 줄라고요.

자우림 - 파애

7. 오소리웍스

🦋보일   근데 오늘 인터뷰에 쓸 거리가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용성   나중에 한번 더 하면 돼죠. 인터뷰 이제 두 화로 나눠 낼까 생각 중이에요.
🦋보일   진짜요? 길어서 재밌던데. 회사에서 읽기 진짜 짱. 
🐮용성   한번에 하는 게 쓰는 제 입장에서 좋고, 읽는 입장에서도 좋을 것 같은데. 순서가 너무 빨리 돌아오니까 인터뷰이를 구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제가 아는 사람이 많이 없다 보니까. 물론 다음 번 인터뷰이는 대충 마음 속에 정해놓긴 했는데.
🦋보일   아니면 저희 식구들을 전부 다 해도.
🐮용성   오소리웍스 가수 중에 처음으로 🦋보일을 선택했다는 데 의미가 있죠. 근데 사람들이 제가 🦋보일 노래 좋아한다 그러면 다들 의아해하더라고요. 
🦋보일   왜요?
🐮용성   (웃음) 몰라요, 저도 물어보지는 않아서. 근데 단편선 씨도 의아해했고.
🦋보일   어, 되게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어. “근데 이상하게 용성이 🦋보일 노래 좋아하더라?”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용성   다들 그렇게 의아아해요. 근데 그게 제가 보기에는 일단, 제가 뭐 좋다는 말을 잘 안해요. 예전에 단편선 씨가 화낸 적 있는데, 난 너가 뭘 좋아하는 지를 모르겠어서 너무 힘들대. 근데 그런 나만 보다가 내가 뭐가 좋다고 하니까 그런 것 아닐까.  
🦋보일   아, 술 더 마시고 싶네요.
🐮용성   몇 명 한테 더 말했는데 그렇게 의아하다는 듯이.
🦋보일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저의 모든 신경은 용성님의 비밀에.
🐮용성   그거는 쉿. 🦋보일이 오소리웍스의 미래먹거리다. 
🦋보일   내가 봤을 때는 후하인 것 같은데. 후하 너무 귀엽지 않아요?
🐮용성   귀여워. 근데, 후하는 너무 영감님들이시니까.
🦋보일   그렇긴한데. 그게 또 그런 매력이 있잖아요.
🐮용성   그거는 너무 우리만 아는 매력이니까. 자라나는 청소년들과 20대 청년들은 모르는. 아무튼 🦋보일이 가장 잘 될 뭔가가 있다. 잘 되면 저 잊지 마세요.
🦋보일   아무도 안 될 거예요, 우리.
🐮용성   후하는 힙이 있는데 기력이 없고. 힙과 기력을 모두 가진 것은 🦋보일이다.
🦋보일   아니에요. 다 젊어. 다 젊어. 용성님도 젊고 다 젊어.
🐮용성   오소리웍스 사옥 건설의 꿈은 🦋보일에게 넘깁니다.
🦋보일   제가 그럼 사옥을 세우겠습니다.
🐮용성   오일링 언제부터 쓸 거예요?
🦋보일   그런 말이 없네요, 저한테?
🐮용성   그러면 써요, 이제부터.
🦋보일   아뇨, 아뇨. 지금 잘 굴러가는데.
🐮용성   (웃음)아니 근데, 요즘 뭔가 순서가 빨리 돌아오는 기분이 있어서. 
🦋보일   (웃음)다들 되게 초조해하시더라고요.
🐮용성   한 명이 더 늘어야 될 것 같아.
🦋보일   용성님 연락 오면 다들 뜨끔한다고.
🐮용성   제가 단톡방에 원고 달라고 쓰면 다 자기 차례냐고. 저는 단편선 씨가 일부러 🦋보일을 좀 비밀주의로 하려는 건가 해서, 투입을 요구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는데 말해보니까 그건 아니더라고요. 
🦋보일   근데 제 글 되게 노잼일 텐데. 혼자 우울할까 봐. 다들 재미있게 쓰는데.
🐮용성   저는 특집 때, 🦋보일의 가능성을 느꼈습니다. 그럼 이제, 천용성, 후하 하고 다음 차례로. 
🦋보일   오늘 오셔서 많은 것을 던져주고 가시네요. 그러면 좀 멋없지 않을까요? 겉핥기에 나왔는데 갑자기 “🦋보일 연재” 이러면서 🦋보일 또 나와.
🐮용성   (웃음) 아뇨. 다들 아무 관심 없어요. 누가 보는지도 잘 모르겠어. 
🦋보일   (웃음) 그런가? 보긴 보죠?
🐮용성   그럼, 9월 28일 🦋보일 발행. 적어 둘게요. 추석 때까지 원고 주면 되겠다.
🦋보일   네, 좋습니다. 저 어디 안 가기 때문에.

지고 - 한참을 보았지


🐮용성   오소리웍스 왜 들어온 거예요? 저는 그게 처음에 의아했어요. 단편선 씨가 처음에 음악을 들려줬을 때 제 의견은, “좋은데, 영기획 안 가고 왜 여기지?” 
🦋보일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영기획에 낼 생각은 못했다. 저는 사실 지고의 팬이었어서 지고가 막 혼자 공연할 때 유일한 팬이었어요. 빵에서 공연할 때 혼자 막 가고 그랬어요. 그래서, 너무 재미있어서, 지고가 있는 곳이라서 알게 되었고.
🐮용성   지고 좋아하는 사람이 은근히 많아요.
🦋보일   저 지고 싸인 씨디도 있어요. 지고 매니악한 팬이 많아요. 저도 그 중 하나고. 사실 지고가 레이블이 생겼다고 해서 한번 찾아 봤는데 “여기 같이 하면 재미있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예전에 지고 씨도 제 음악 듣고 피드백을 많이 해주셨어요. 제 노래 커버도 많이 해주시고. 
🐮용성   아, 이미 연락이 닿던 사이였어요?
🦋보일   네. 인스타로. DM으로 연락하던 사이였어서. 지고랑은 인연이 되게 깊어요.
🐮용성   지고 씨가 🦋보일 어떤 노래를 커버 했었어요?
🦋보일   〈Pool〉을 커버를 했었어요. 아무튼 그래서 지고 씨가 있는 데가 어딘지 알아보다가 용성님 노래 들었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용성   아, 그럼 그때 저를 처음 안 거예요? 후하가 오소리웍스 들어 온 이후에?
🦋보일   네, 저 사실 몰랐어요. 왜냐면 제가 막 상 같은 걸 찾아보는 스타일도 아니고.
🐮용성   맞아요. 모를 법하다. 그리고 다르잖아요. 장르나, 분류되는 게. 어울리는 사람도 달르고. 나도 나랑 같이 공연에서 만나는 사람 중에 🦋보일 같은 사람이 없고, 🦋보일도 공연은 안 하지만, 만약에 공연을 한다고 쳐도 저 같은 사람하고 같이 공연을 하지는 않잖아요. 그러니까 못 들을만 하지.
🦋보일   근데 들어보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저는 사실, 편선 님한테 이 얘기 했었는데, 편선 님이 이야기 해줬어요?
🐮용성   아뇨.
🦋보일   저는 〈울면서 빌었지〉 있잖아요. 저는 그거 커버도 했었어요. 근데 구려가지고 어디 올리지는 않고. (웃음)
🐮용성   (웃음) 들려줘요.
🦋보일   아뇨, 나중에 잘 해서 들려드릴게요. 저 그거도 혼자 커버해보고 완전 빠진 거예요 용성님 노래에. 〈순한글〉도 너무 좋아하고. 왜 여기까지 왔죠, 이야기가?
🐮용성   그래서 오소리웍스에 왜 들어오게 됐냐.
🦋보일   지고의 영향이 크다. 지고 때문에 알아보게 되었다가, 천용성 듣고 결정. (바닥을 가리키며) 아니 근데 제 명함이 왜 저기. (웃음)
🐮용성   (웃음)새 명함 갖고 싶어서

지고 - 보고싶어요

*인터뷰는 이렇게 끝입니다. 매우 경쾌한 분량입니다. 실제 인터뷰는 네 시간 사십 분 가량 진행했습니다. 역대 겉핥기 중 가장 긴 인터뷰였죠. 하지만 술과 함께한 터라 기록으로 남길 수 없는 비밀도 술술 새어 나와서요. 어쩔 수 없이 과감한 결단을 해야 했습니다.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보일과 두번째 인터뷰를 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겉핥기 5화를 마무리합니다.

🐮천용성


🔥브리핑🔥

근황들

활동이라 부를 만한 어떤 행위를 하기 힘든 지금, 매우 개인적인 스트레스는 오소리웍스 SNS에 올릴 게 없다는 것. 대단찮은 프로덕션이나마 멤버들의 근황을 주기적으로 공유하고 프로덕션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들의 소식도 업로드하고 싶지만 뭔가 '포스팅' 할 만한 거리가 없달까. 그래서 포스팅으로 묶기는 애매하지만 요새 진행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짧게 써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천용성과는 음악에 관해 이야기 한지 오래 되었습니다. 🐮용성이 쉬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했거든요. 《수몰》은 너무 큰 규모의 작업이었습니다. 지칠만도 하죠. 가끔 메시지나 전화로 연락을 주고 받습니다. 그래, 좀 쉬었음? 하고 물어보니 발매 이후로도 이것저것 할 일들이 있어서 그리 푹 쉬지는 못했다고. 🐮용성이 다 쉬고 올 때까지 기다리는 중.

🐤전유동은 EP를 준비중입니다. 이미 알 사람은 다 알지만 11월 초 공개될 예정이에요. 레코딩 들어가기 직전, 마지막 작전회의와 리허설들을 진행중입니다. 오소리웍스 동료들 중 가장 많은 공연을 소화하고 있는 만큼, 가장 많은 연기와 취소에 시달리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동은 마음을 다잡는데 선수니까.

😙후하는 한 곡의 demo를 레코딩 했습니다. 곧 들려드릴 기회가 있을 것으로. 개인적으로는 새 demo가 참 좋은데 아직 새 곡이 많지 않아요. 계획대로라면 겨울에 《Winter》를 발매할 예정이었지만 그때까지는 만족스러울 만큼 곡이 나오질 않을 것 같아 패스, 대신 보다 큰 규모의 작업으로 다시 만나고자 준비중입니다. 지금은 큰 작업에 앞서 휴식 시간. 휴식이 짧을지 길어질지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건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이니까요.

🐚전복들은 가을 겨울에 공개할 계획으로 새로운 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소품이에요. 야심차지 않은 대신 지금의 가장 솔직한 🐚전복들을 담으려 준비중입니다. 제이슨이 🐚전복들로서의 활동을 종료한 후 〈원정이는 깔끔해〉의 원정이가 복귀, 덕분에 작업방식도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기존 고창일이 스케치를 모두 만드는 방식에서 보다 협업을 지향하는 쪽이랄까. 아직 시행착오가 많지만, 곧 정리정돈 되겠지요.

이번 호 인터뷰의 주인공 🦋보일은 매우 차근차근 앨범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돌아오는 겨울 선보이고자 하는데 아직 일정들이 픽스되진 않았어요. 이번 작업에선 한 분의 프로듀서를 더 모셨습니다. 한 분의 프로듀서가 강원도 원주에 사는 바람에 얼마 전에는 원주 출장도 다녀왔지요. 원주를 오가니 뭐랄까, 전국구가 된 느낌이랄까.

마지막 소식은 ⚡소음발광입니다. 오소리웍스의 🍔단편선이 아닌 세이수미의 병규 씨가 프로듀서로, 오소리웍스는 제작과 홍보, 컨셉, 발매 등등 음악 외적인 부분에 대해 진행하고 있어요. 얼마 전 레코딩이 모두 종료되었습니다. 그간 오소리웍스가 발매한 작업 중 가장 시끄러운 음반이 될 전망. 한편 🍔단편선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것이 아닌 다른 앨범의 경우, 오일링의 필진으로 들일 것인지, 오소리웍스의 레귤러 멤버로 들어올지 등에 대해 우리도 정한 바가 없어 혼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이런 브리핑이라도 괜찮을까? 어떻게된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단편선 발행인


📺오소리뉴스📺

🐮천용성 @yongsung000

*8월 22일 예정되어 있던 '삼문당음악제 with 여기저기 룰루랄라'는 COVID-19 확산세에 따라 연기되었습니다.

🐤전유동 @jeonyoodong

[공연] 8. 31(화), 2021 서교레코즈 온라인 버스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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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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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안나

    0
    over 3 years 전

    용성님 인터뷰는 재밌게 수다떠는(?)게 생생하게 느껴져서 너무 재밌어요🤩 보일님 앨범 기대되네요!

    ㄴ 답글
  • 달연두

    0
    over 3 years 전

    누가 보는지 모르게따니. 제가 보고 있다고 말씀드리려 왔어요. 오늘도 알차코 재미진 오소리 오일링. 오소오소오소리! 오야오야오야르!

    ㄴ 답글
© 2024 오일링Oiling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드는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Oiling 입니다. 프로듀서 단편선과 아티스트 천용성, 전복들, 전유동, 후하, 보일, 소음발광, 선과영이 함께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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