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말
🐮대통합
오소리웍스와 함께하는 팀도 늘고 오일링의 필진도 늘었습니다. 이제 슬슬 빠져도 되지 않겠나 싶어서 앞으론 편집만 하겠다고 발행인에게 말했더니 생각을 해보겠다며 어물쩡 넘어가더군요. 그러다 제 차례는 와 버렸고 '그럼, 원래 쓰는 거나 쓰자'하는 마음으로 『내역서』를 썼습니다. 『내역서』를 쓸 때 저는 언제나 화가 나 있고 날이 서 있어서, 그것은 오일링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아서 지면을 분리해두었던 것인데요. 이번엔 "에라, 모르겠다"하고 실어봅니다.
🐮천용성
천용성이 음악으로 못 먹고 살며 화내는 이야기 『내역서』#1
🐮누가 말할 수 있는가
평가를 박하게 하는 편이지만 평가에 박하지는 않다. 평가들을 보며 자랐고 그것을 따라 음악을 찾아 들었다. 평론이 되지 못한 평가들도 즐겨 본다. 오늘 시켜 먹은 점심에 대해 달다-짜다 말하듯 오늘 들은 음악에 대해 나쁘다-좋다 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단편선은 오래전 평론가로 활동했다. 스스로에게 붙인 직함은 '자유기고가'였다. 지금은 없어진 여러 웹진과 여전히 남아있는 자신의 블로그에 주기적으로 비평을 올렸다. 평론을 멈춘 것은 '선원들'을 시작할 때쯤이었던 것 같다. 관둔 이유를 묻는 나의 질문에 그는, 음악과 글쓰기를 동시에 하는 것은 반칙 같기 때문―정확한 워딩은 아니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음악에 대한 글을 꾸준히 쓰지만―동료 음악가의 라이너 노트, '프로듀서의 일'과 같은 작업기, '인디팝 88선'과 같은 큐레이션―평론을 하지는 않는다. 그에게는 도가 있고, 나는 도를 따르는 그를 좋아한다.
〈중학생〉 엽서를 팔고 있었다. 옆에 있는 단편선은 오래된 CD를 팔았다. 그 안엔 시장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희귀반들이―컬렉터들이 꽤 값을 치를만한―적잖이 있었다. 그는 어떤 음반도 구매가보다 비싸게 팔지 않았고, 대개는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팔았다. 남의 물건으로 돈을 벌 수는 없다는 이유였다. 정도가 심하고 일관되지 않아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있지만―맥도날드를 가지 않는다거나, 특급호텔에서 묵었다며 한탄한다거나, 배가 고프다길래 리치몬드에서 사온 사천 원짜리 빵을 주었더니 짬뽕 한 그릇 값이라며 먹는 것을 거부한다거나―도를 따르는 그가 좋다.
키가 크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처음 만나는 사이에선 거의 절반의 확률로 듣고, 이미 여러 번 만난 사이에서도 새삼스레 듣는다. "원래 이렇게 컸어요?"하고. 키가 더 컸냐고 묻는 사람도 꽤 많다. 조금 어이없지만 일일이 아니라고 답해준다. "굽이 있어서 그런가 봐요"하고 신발을 가리키기도 한다.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거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지하철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소리치길래 이어폰을 뽑고 되물었더니, "키가 한 이 미터 돼?" 하고 묻고 있었다. 밥집 같은 곳에서도 듣는다. 물과 컵을 갖다 주면서 묻기도 하고 카드를 건네 받으며 묻기도 한다. 다른 때와는 기분이 조금 다르다. 내 돈 내고 밥 먹으며 이런 얘기를 굳이 들어야 하나.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글은 어디론가 흘러갔고 꽤 많은 '좋아요'가 눌렸다. 팔로우도 사십 명 쯤 늘었다. DM도 받았다. 흉측한 댓글도 몇 개 달렸다. 나와 작성자만 볼 수 있게 감추려다 실수로 지워버렸다. 지운 것은 어쩔 수 없고, 한 명 것만 지울 수는 없으니 모두 지워버렸다. 사라진 댓글의 내용은 대충 이런 것들이었다. "유통사는 자선사업하나요ㅋㅋㅋ", "다음에는 이분 뽑아주세요. 그때는 별 말씀 안 하실 겁니다". 가장 웃긴 것은 무어라 자기 할 말을 하곤 "그냥 지나가던 사람입니다"하고 마무리 지은 댓글이었다. 쭉 지나갔으면 좋았을 텐데. 이들은 모두 오래 살 것이다.
평가는 유통사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그들은 자신들의 카탈로그에 넣을 음악과 음악가를 신중히 고른다. 문제는 잣대를 들이대는 시점이다. 이미 선택한 음반을 다시 평가해 순위를 매기고―'베스트~'라는 것은 1위만 공개하는 상대평가다―공개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고,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득은 불확실―경영적으로든 비평적으로든―하고 실은 확실하다. 자신에게 유통을 의뢰하고 그 댓가로 수수료를 지불하는 이들의 불만을 자극하는 것이다. 고객을 평가한 결과를 소셜 미디어에 홍보하는 기업은 본 일이 없다. 가장 납득 가능한 설명은, 그들이 음악가들을 딱히 고객으로 여기지 않는다 가정할 때만 가능하다.
《수몰》이란 프로젝트에는 수십 명의 연주자와 스태프들이 참여했다. 이천이십일 년 한 해 수많은 음반에 참여했을 그들 중 누구도 '올해 참여한 음반 BEST' 같은 것을 올리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누구의 음반에 참여한 누구도 그런 것을 올리지 않는다. 좋은 음악과 그렇지 못한 음악을 구분하는 식견을 갖추었음에 그들이 아무 말하지 않는 것은, 그들 모두가 음반에 대한 책임을 조금씩 나눠 가졌기 떄문이다. 음원사이트에서 《수몰》을 누르면 기획사 '오소리웍스'보다 유통사 이름이 윗줄에 있다. '내가 유통한 음반 BEST'. 자신은 아무 상관 없는 듯 한 발자국 물러서서 좋다-나쁘다 말하는 것은 초자연적 현상이다.
누가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와, 실제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별 관련이 없다. 노동인권을 탄압하는 저명한 진보 지식인을 본 일이 있다. 그는 자신의 조직 운영에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 활동가를 해고하고 그에 반발해 연대한 동료 활동가들을 못살게 굴었다. 결과는 집단 사직. 그가 가장 분개한 지점은, 활동가들이 자신을 악덕 자본가처럼 몰아간 것이었다고 한다. 해고를 하고, 임금을 체불한 그는 여전히 진보 지식인인양 역사와 평화를 말한다.
🐮천용성
🔥특보🔥
🍔이번 특보는 매우 자잘해요
매주 특보를 쓴다는 건 사실 말도 안 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사람 사는 인생 다 거기서 거긴데 특별히 보도할 일이 뭐가 그렇게 많겠어요. 그래서 허풍을 섞을 수밖에 없습니다. (혹은 허풍 그 자체일 수밖에 없습니다.) 허풍 따위나 쓸 바에는 아무 것도 안 쓰는 게 낫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관성이란 건 중요하죠. 아무 것도 안 해도 되니까 실제로 아무 것도 안 하면 결국은 뭔가 할 수 있을 때도 하지 않게 되니까. 그런 마음으로 매주 특보를 쓰고 있는데요.
그런 마음으로도 안 되는 때가 존재하는 법이고.
뭘 부풀려 쓰려고 해도 소스가 있어야 하는데 별다른 소스가 없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서설이 길었는데 이주의 특보는 매우 소박한 우리들의 일상을 담아보려는 마음으로.
🐮천용성과 뭔가를 내자고 했는데 내자고 한 사실을 까먹어서 진행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을 이 특보를 쓰며 방금 깨달았습니다.
🦋보일의 모든 레코딩이 끝났습니다. 이번 주말, 우리는 원주에 사는 룸306의 허민과 함께 마지막 믹싱을 하러 가요. 텀블벅은 그럭저럭 적당히 되고 있어요. 우리는 원주에서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음악을 만들어 올 수 있을까요. 일단 저는 보일에게 음반 발매 기념 라이브라도 해보자고 꼬셔보고 있는데.
🪐복태와 한군은 부부입니다. 아이를 키우고 있지요. 도심이긴 하지만, (아주 작은 산의) 산골짜기 입구에 살고 있습니다. 아이를 학교 등에 보내놓고선, 낮부터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제가 가기 전날에는 지고가 놀러왔다고 하더라고요. 복태가 그러더군요. “우리 이제 반년 동안 돈 안 벌거야. 단편선 열심히 해야해.” 그러게요, 정말 열심히 해야하는데 말이죠. 그리고 복태와 한군은 이름을 곧 바꾸기로 했고 이름도 확정이 되었는데 이름을 공개했는지 안 공개했는지 몰라서 일단 복태와 한군이라고 쓴 거예요.
🐤전유동 본 지 하도 오래되서 이상한 기분. 그런데 오늘은 파제와 이권형에게 연락이 왔어요. 매우 쾌활한 목소리더군요. 알고보니 낮술을 먹었다는 거예요. 그떄가 오후 2~3시쯤이었던 거 같은데. 그래서 “젊은 놈들이 아침부터 술이나 처먹고 다닌다”고 핀잔을 주니 “이런 꼰대 새끼가 어디서”라는 답이 돌아오더군요. 한 살이라도 많은 내가 참아야죠, 뭐 어쩌겠어요. 파제는 언제나 무언가를 먹기 위해 연락합니다. 맛있는 가리비집이 있다는 거예요. 유동이도 불러야 겠어요.
🐚전복들 지난 주에 같이 경주가서 녹음한 소스가 왔는데 아직 안 열어봤어요. 보일 작업이 급해서.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여름되기 전에는 내고 싶어요. 전복들에게는 아직 얘기 안 했어요. 이 특보를 보고 제게 연락오겠죠. 그럴 거라 생각해요.
😙후하는 신년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본인들이 급할 일 없으니까 아무 연락 없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이렇게 아무 연락 없어도 아무 걱정 안 되는 사람들이 있어요. 후하는 그런 사람들이고요. 그런데 후하는 알고 있을까요. 제가 후하의 공연을 하나 만들어볼까 하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니 ⚡소음발광이 가장 최근에 본 오소리웍스와 함께 하는 밴드네요. 공연을 하러 서울에 왔어요. 헤비메탈을 주로 연주하는 곳에서 연주했더니 사운드가 포스트 펑크가 아니라 헤비메탈처럼 나와서(육중하다는 뜻) 조금 신기했어요. 그런데 여러분들 소음발광의 인터뷰가 하나 또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이 특보에는 안 쓸 거예요. 따로 포스팅하려고요. 콘텐츠가 별로 없을 때는 이런 거 하나하나 잘 아껴놓아야 해요.
👴그들이 기획한은 해체중이에요.
🍔저는 통영에 갔다 왔어요. 공연을 하러 간 것입니다. 요새 너무 공연을 많이 해서 별로예요. 공연을 당분간 줄여야 할 것 같아요. 같이 간 예람이 너무 좋은 공연을 해서 저는 공연을 하기가 더 싫어졌어요. 2박 3일 동안 뒷풀이를 했어요. 배가 고픔을 느끼지 못했어요. 통영의 음식들은 입에 맞는 듯 안 맞는 듯 이상했지만 좋았어요. 언제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한 몇 주 있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언제나 이렇게 글을 써도 될까. 그런 생각을 해요. 하지만 이렇게 쓸때도 있는 거죠. 관성이란 참 이상하단 말이죠.
🍔단편선 특파원
📺오소리뉴스📺
🐤전유동 @jeonyoodong
[공연] 1. 22(토), 19:00, 다아리엘(고양), '전유동 감사제'
[공연] 1. 29(토), 19:00, 재미공작소(문래)
🦋보일 @boil____
[음반] 1.11.(화) ~ 1.31. 첫 정규 앨범 《나쁜 마음》 발매 후원 텀블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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