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ing#56 | 요요몰

복태가 순간 깨달은 이야기 『문득』#2, 보일의 하루 『보글보글』#6

2022.05.03 | 조회 1.18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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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링Oiling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드는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Oiling 입니다. 프로듀서 단편선과 아티스트 천용성, 전복들, 전유동, 후하, 보일, 소음발광, 선과영이 함께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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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말

🐮 휴재 공지

이번 주 '편집인의 말'은 편집인 사정으로 한 주 쉬어 갑니다. 기다려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곧 빅재미 가득 담은 '편집인의 말'로 찾아뵙겠습니다. 🐶성진영 작가의 손하트 짤을 보고 노여움을 풀어주세여. 모쪼록 건강 잘 챙기시고 다음 화에 만나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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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용성


선과영의 복태가 순간 깨달은 이야기 『문득』#2

🪐 단편선

단편선을 처음 만나게 된 건 2009년 겨울이었다. 그 당시 나는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단편선이 글을 하나 남겨놓았던 것이다. 자신도 음악을 하는 사람인데 지금은 군인이고 곧 제대를 하는데 제대기념으로 공연을 할 예정인데 게스트로 서 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그때의 나는 복태 라는 이름으로 홀로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내 음악을 듣고 좋아서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때의 나는 실로 무명과도 같은 상태였기에 흔쾌히 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하필 날짜가 다니던 직장의  워크숍 마지막날과 겹친 것이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머리를 굴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날이 되었는데, 어차피 서울로 향하는 길 나를 데려다줄 겸 전직원이 함께 움직이게 되었고(그래봤자 열명 남짓한 규모였다) 얼떨결에 전직원이 그 자리에 가게 되었다. 그러나 그곳은 정식 공연장이 아닌 홍대에 위치한 한 치킨집이었고 나는 직장동료들에게 내 공연을 보여주게 된 자리가 치킨집이라는 것이 영 어색하기도 하고 조금은 창피한 기분도 들었다. 그렇게 단편선과 나는 치킨집 공연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때의 단편선은 수수한 청년이었다. 소년까지는 아니었지만 수더분한 것이 수수한 청년에는 가까웠다. 그렇게 맺어진 인연은 두리반으로까지 이어졌고, 우리는 종종 마주치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다 그를 자주 보지 못하게 된 지 5-6년의 시간이 흘렀을까, 단편선과 나의 교집합 지점에 있는 유모라 덕분에 나는 단편선을 아주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몇 년째 음반작업을 생각만 하고 실천해내지 못하는 우리에게 종종 만나던 유모라는 어느 날 만나게 된 자리에서 프로듀서를 영입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요즘 단편선이 프로듀서로서 꽤 잘해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단편선이라, 오래 생각해 볼 것도 없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우리에겐 프로듀서가 절실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바로 단편선에게 마치 어제 통화를 했던 사이마냥 전화를 걸어 대수롭지 않게 안부를 물었다. 단편선 역시 오랜만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게 전화를 받았고, 우리는 얼떨결에 그럼 한 번 보자 라고 얼버무리며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우리는 데모를 주고 받았고, 잠시 만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셨으며 뭐, 같이 해보면 좋겠다는 말로 어버버 어쩌다 그렇게 뮤지션과 프로듀서의 관계를 맺게 되었다. 뭔가 본격적이지는 않은 것 같은데, 아닌 건 또 아닌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달까. 그리고 우리는 월요일마다 만나 음반작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뭐랄까. 하고 있는 건 맞는데, 이 상태로 과연 음반이 나올 수 있는 게 맞는건가 의구심이 드는 나날들이었다. 그러면서 어는 순간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 단편선을 만나지 않으면 그리워지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매주 만나 음악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노는 것이 좋았다. 이제야 비로서 제대로 음악을 하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나비효과마냥 단편선효과 역시 대단했다.

그리고 오월의 첫 날, 우리는 첫 녹음에 들어갔다.

맨날 입으로 뚜루루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가사도 다 틀리고 기타도 그냥 막 후려 갈기는데, 뭔가가 되었다. 참 이상한 사람이었다. 보면 볼수록 더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런 이상함이 명확한 그림을 그려나갔다. 우리는 그가 이상해서 좋았다. 같이 이상해지면 질수록 더욱 더 또렷하게 그림이 그려졌다. 그렇게 프로듀서로서 단편선은 우리를 즐겁게 녹음의 문턱까지 데리고 와 주었다.

13년을 기다려 온 순간이었다. 대단할 것도 없지만 우리에겐 무척 대단한 일이었고, 역사적인 날이었다. 설레면서 떨리고 좋으면서 두려웠다. 그렇게 우리는 첫 녹음을 시작했다. 드럼으로 시작하는 첫 녹음이었다. 우리의 드러머 양재혁과 우리의 프로듀서 단편선, 우리의 엔지니어 천학주 그리고 선과영의 한군. 이 네 남자의 뒷모습을 열시간은 바라본 것 같다. 이렇게들 열심히 해주고 있구나, 이제 뭐가 되기는 되는 거구나 꿈속에 있는 것도 같았다.

첫 녹음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한군과 나는 이야기했다. 우리 오래오래 오소리에 붙어있자, 단편선 같은 이상한 사람을 다시는 못 만날거야. 아니면 자회사라도 만들거야, 너구리웍스로.

🪐 복태


보일의 하루 『보글보글』#6

🦋 요요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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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몰

보일입니다. 오일링에서의 여섯 번째 글이네요. 저는 새로운? 결코 새롭지 않지만 그래도 새롭다고 하고 싶은, 취미가 생겼습니다. 제가 이직을 했는데요. 예전 직장과는 다르게 집에서 10분 거리에 회사가 있어서, 퇴근하고 항상 걸어오거든요.터덜터덜 걷다 보면 큰 마트가 하나 있습니다. 거기서 한 번 두 번 장을 보기 시작하다가 어느새 뚝배기도 사고 식기도 더 늘이고.. 그렇게 요리인간이 된 것이죠.

그렇습니다. 새 취미는 요리입니다. 엉망이 된 육체와 시끄러운 마음을 보호하기에 아주 좋은 취미인 것 같아요. 지난주에는 크림스프를 주구장창 끓였고 주말 동안에는 채수를 또 잔뜩 끓여서 만두와 국수를 넣어 먹었어요. 채수는 정말이지 활용도가 높고, 저와 같은 요요몰(요리의 요자도 몰라)도 쉽게 만들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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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의 깜짝 요리 교실

'채수 만들기' 1) 표고버섯 한 줌, 대파 약간, 양파 반 개, 기호에 따라 알배추나 청양고추 등 넣고 싶은 채소들을 손질하고 2) 물에 국간장 세 스푼 풀고 연두 잔뜩 때려 넣고 채소 우르르 넣고 3) 팔팔 끓이면 완성

Tip. 표고버섯은 건표고버섯으로 대체할 수 있어요. / 칼칼함을 위해 저는 늘 청양고추를 넣어줍니다. 많이. / 연두 대신 다양한 다시 팩도 좋고, 육수 한 알도 좋고. 없으면 없는 대로 국간장만으로 간해도 담백합니다. / 소면을 넣으면 잔치국수, 만두를 넣으면 만두국.. 활용도가 높기 때문에 큰 솥에 넉넉히 끓여 두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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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마음 쇼케이스

5월 7일 공상온도. 보일의 생에 첫 쇼케이스. 귀여운 포스터는 제가 만들었습니다. 놀러 오시면 우리 모두 행복해..

🦋 보일


[이주의 추천곡]Muse - Time is Running Out

🔥사담🔥

🍔오늘은 특보 대신

특보를 쓰는 시점은 통상 마감이 끝난 다음이다. 대략 주말쯤 마감이 되는 탓에 나도 주말쯤이면 한 주의 이슈를 체크하며 특보거리를 찾아보곤 한다. 지난 주는 여러모로 바쁜 한 주였다. 누군가를 만나 비즈니스에 관련된 미팅을 하기도 하고, 회의를 하기도 했고, 공연을 하기도 했고, 작업을 하기도 했다. 바쁘다고 해서 꼭 특보거리가 생겨나는것은 아니다. 아직 외부로 공개할 때가 아닌 일들 또한 많은 까닭에서다. 바삐 돌아갔지만 밖에서 보면 조용한 한 주다. 오늘은 특보 대신 일하는 사이사이 짬날 때마다 들었던 이것저것을 구독자, 너와 같이 듣고 싶어졌다.

일하며 누릴 수 있는 작은 호사 중 하나, 기다려온 음악을 가끔씩은 다른 이들보다 조금 빨리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 세이수미의 곧 나올(5월 13일 발매) 세번째 정규앨범 [The Last Thing Left]를 들어볼 수 있었다. 영어로 쓰인 가사를 더듬더듬 읽어 내려가다 왈칵, 눈물을 쏟을 뻔했다. 딜레이 걸린, 청명한 기타 사운드 사이로 일상을 살아내는 작은 사람들의 슬픔과 기쁨이 빼곡이 담겨있다. 세이수미의 노래들은 대개 영어로 쓰여있지만 발매에 앞서 공개된 이 트랙은 한글 가사다. 한국말이라 그런 걸까, 왠지 이 곡에서의 수미 씨 목소리는 조금 더 청승맞게 느껴진다.

트램폴린, 파라솔, 줄리아 하트 등 다양한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한 김나은의 두번째 정규앨범이다. 심플한 비트와 어레인지 사이로 맑은 쓸쓸함이 베어나오는 음반. 침착한 무드가 아름답다. 밴드로서 활동할 때, 김나은의 장기는 색채감을 만들어내는 기타였다. (상기한 밴드들의 '사운드'가 기억난다면, 그 공의 적지않은 부분은 김나은의 몫이었을 것이다.) 가끔씩 들려오는, 과시적이지 않은 기타가 곡들의 품위를 더해준다.

주로 라이브클럽 빵에 기반해 오랫동안 활동해온 싱어송라이터 남재섭의 2021년 앨범. 아주 오랜 시간 공들여 작업한 음반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담긴 소리들은, 잘 정리되었다기 보다는 러프하다. 작업의 목표가 아주 잘 정리해 정갈하게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노래의 감정을 잘 표현해내는데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은 아닐까, 미루어 짐작해본다. 음반의 첫 곡인 '혼자서 보낸 하루'는 인디포크의 어떤 퓨어한 전형을 보여준다. (퓨어함이 어떤 기준치를 훨씬 넘어있는 까닭에, 조금은 이상하게 들리기도 한다. 이런 이상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디'에만 있는 것이다.)

오랜 동료인 곽푸른하늘의 신보가 나왔다. 음반의 전반적인 인상은, 햇살이 얇게 비치는 그림자드리운 침대에, 홀로 누워 차분한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달까. 전체적으로 고요한 인디포크를 연주하는 가운데, 두번째 트랙인 '도시 + 하니랜드'는 유독 인디록 스타일. 쇼케이스날, 레코딩 때문에 못 갔는데 나중에 사진 보고선 푸른하늘이 입은 원피스가 탐이 나 빌려달라 말하고 싶어졌다. 

새 노래들에 쓰다가 뜬금없이 오래된 일본의 인디록. 사이키델릭 록의 한 지평을 연 언더그라운드 밴드 중 하나인 Angel'in Heavy Syrup이다. 지난 주에는 친구들과 신중현 사이키델릭, 그리고 그 외의 여러 옛 가요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사이키델릭과 팝의 결합의 예시들을 따라가다, 간만에 함께 들었던. 발매를 기준으로 하면 20년도 넘은 트랙이지만 지금 들어도 빛이 난다.

어제는 동료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다.

나는 정말 목인형이 가사 가장 잘 쓰는 거 같아. 이거 들어봄? ('새로운 언어'를 들려준다.) 와, 어떻게 첫 구절이 "비교 없이 말하는 법을 배울 수는 없을까 그냥 그대로 새로운 것을 말할 수는 없을까"냐. 완전 사기다 사기.

끝.

오랜만에 아무렇게나 음악글 쓰니 재미지다.

🍔단편선 발행인


📺오소리뉴스📺

🐚전복들 @cosmic_abalone

[음반] 5. 8(일), 12:00, 《봄나물》 발매

[공연] 5. 14(토), 16:00, 전복연구소, 《봄나물》 발매 기념 쇼케이스 '봄나물 파티'

[공연] 5. 21(토), 18:00, 클럽 헤비, '빅데이 사우스'

🐤전유동 @jeonyoodong

[공연] 5. 18(수), 19:30, 블루스퀘어, 'KAOS CONCERT 식물행성 : 비정상회담'

[공연] 5. 28(토), 14:00, 태안 석갱이 오토 캠핑장, '와이아웃 캠핑음악회'

🦋보일 @boil____

[공연] 5. 7(토), 16:00, 공상온도, '나쁜 마음 쇼케이스'

소음발광 @soumbalgwang_official

[공연] 5. 14(토), 사상인디스테이션

[공연] 5. 27(금), 오방가르드

🍔단편선 @danpyunsun

[공연] 5. 5(목)-5. 6(금), 19:30, 재미공작소, 회기동 단편선 《백년》 쇼케이스 10주년 기념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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