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말
🐮 고쳐입기
수선을 몇 건 했습니다. 하나는 데일리*로 신는 닥터마틴입니다. 가죽과 밑창 사이가 벌어져 역 주변 구두방에 맡겼습니다. 저녁에 찾으러 갔더니 아저씨는 이렇게 수선 할 수 있는 사람은 본인 밖에 없다며 자랑을 하셨습니다. "허허" 웃고 가려하는데 신발을 한 쪽을 잡고 놓아 주질 않더군요. 내가 40년 동안 구두를 했는데 이 기술은 딱 한 사람에게만 전수했다며 무어라 무어라. 수선비는 2만원이었습니다. 신발은 3년 전쯤 닥터마틴 공홈에서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을 받아 8만원 정도 주고 샀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 수선이고요. 배보다 배꼽이 큰 것 같지만, 버리기도 조금 그래서 고쳤습니다.
하나는 거의 맨날 입는 청바지 입니다. 《수몰》을 사면 들어 있는 포스터에서 입고 있는 그 바지요. 자주 입다 보니 밑단이 찢어졌습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명품수선"**가게에 맡겼는데요. 가게에는 희고 작은 개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바지를 본 아저씨가 "요새는 일부러 이렇게도 입는데"라고 하시길래 제 취향은 아니다 설명을 드리고, 터진 곳을 자르자 하시길래 "짧아지면 안 돼요"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밑단을 풀러 터진 곳을 누비고 다시 박는 것으로 합의를 봤지요. 이 바지는 2년 전쯤 꽤 비싼 돈을 주고 산 것인데요. 가격을 들은 친구가 뭔 고무줄 바지가 그렇게 비싸냐고 묻더군요. 고무줄 바지가 비싸지 말란 법은 없지 않습니까.
저희 아버지는 근검절약을 본인의 가치 피라미드의 꽤 높은 곳에 올려두었습니다. "아껴야 잘산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지요. 그래서 그렇게 아낀 아빠가 잘 살고 있느냐 되물었더니, 잠시 생각하다 잘 살지 않아도 아끼는 것은 중요하다 말하더군요. 일리가 있는 것도 같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는 의심이 조금 듭니다. 아무튼 저는, 아까워서 고쳐 쓰는 타입은 아닙니다. 가끔 물건에 정을 들이고, 고치면 더 쓸 수 있는데 부품이 없다거나, 새로 사는 게 더 싸다는 이유로 정든 물건을 버려야 하는 걸 부당하게 여기는 타입입니다.
참으로 뜬금 없는 고백이군요.
*D'a'ily인데 '대'로 쓰면 어색하단 말이죠.
**요새는 명품수선이 아닌 곳이 없어서 변별력이 없어 보입니다.
🐮천용성
전유동이 만난 새들, 『전유동만새』 #5
🐤 람사르 습지
철새 서식지에 관한 영상들을 보며 람사르습지를 알게 되었다. 람사르습지는 람사르 협회에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물새 서식지나 희귀동식물 서식지 보호를 위해 지정한다. 우리나라의 람사르습지는 24곳이 있다고 네이버에서 알려줬다. 창녕의 우포늪도 그 중 하나다. 새며들다 프로젝트의 영상을 두 곳에서 촬영했다. 첫 번째 장소는 송도달빛축제공원이었다. 인천펜타포트 무대를 지나쳤다. 무대가 크고 멋있었다. 나도 언젠가는……. 촬영이 끝나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연수문화재단 팀장님께서 첫 번째 촬영 장소에서 보이던 갈매기들이 멸종위기종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저렇게 흔하게 보이는데 인천 습지에 많이 살고 있단다. 이름은 검은머리갈매기이다. 여름깃은 이름에 걸맞게 머리에 검은색 두건을 쓴 모습인데 겨울깃은 눈 옆에 검은 점이 있다. 우리나라가 이 친구들에게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번식지이자 월동지이다. 인천의 습지들이 개발로 인해 작아지고 있다고 하니 이 친구들의 운명이 긍정적이진 않다. 비단 검은머리갈매기뿐만 아니라 많은 수의 생명들이 이곳에 의지하고 있다.
다음 장소는 인천의 람사르습지였다. 말로만 듣던 람사르습지라니 어떤 모습일지 기대 됐다. 도착하니 의외의 장소에 있었다. 인천신항으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너 커다란 물류트럭들이 오가는 도로 옆에 있었다. 이곳에 세계적으로 중요한 생태 서식지가 있다니 상상할 수 없었다. 도로 중간에 있는 안전지대에 주차하고 펜스를 타넘어 들어갈 수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고 습지는 빛나고 있었다. 하늘을 보다가 호버링(제자리 비행)을 하는 친구들 발견했다. 사냥감을 발견하고 공중에서 타이밍을 노리고 있던 황조롱이였다. 너무 신난 나는 영상도 찍고 이곳저곳 사진을 찍었다. EAAFP 재단 코디네이터분이 나를 보고 말씀하셨다. “진짜로 좋아하시네요. 엄청 지쳐 보이셨는데 지금 표정이 살았어요.”
촬영을 위해 습지 가까이 갔다. 저 멀리 저어새와 도요새들을 볼 수 있었다. 부리를 보니 마도요 같아 보였고 그 아래에 작은 물떼새들이 모여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도요도 물떼새도 저어새도 이름은 자세하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친구들의 행동과 실루엣을 보고도 마도요니 물떼새의 한 종류니 저어새니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정말 새들을 깊게 좋아하는구나 생각했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도요새와 물떼새들이 점점 가까이 왔다.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촬영을 끝내고 다시 올라오니 다른 세상이었다. 차들은 도로를 쌩쌩 달리고 있었다. 저 멀리 빌딩들이 보였다. 해가 떨어지고 있었고 새들은 잠을 자기 위해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외로운 습지와 무심한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 전유동
소음발광 강동수의 음반 수집기 『나의 인디유산 답사기』 #4
⚡ 풋풋하고 솔직한
오늘따라 정신이 나갈 것 같이 우울하다. 그래서 이 정신 나간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 타겟은 대구의 미미, 브이, 땡땡으로 구성된 3인조 팜므파탈 로큰롤 밴드 씨티백이다.
이전에 소개한 칩 앤 스위트의 기명이 형이 “그래도 나는 락스타가 되고 싶다.”의 마인드로 청춘만화 소년같은 사람이라면 씨티백의 브이 형은 “우리가 해서 뭐 되겠노.. 미안하다.. 맨날 이런 이야기만 해서..”라며 술을 퍼마시는 주말 드라마에 등장하는 우리네 삼촌 같은 사람이다.
이런 말을 지속해서 듣다보면 지겨울만도 한데, 이제는 재밌다. 어느 타이밍에 또 이런 말을 할지 예측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정신나간 사람들은 술과 음악에 미쳐있다. 술 취하면 진상도 이런 진상들이 없는데,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사랑스럽다. 자신의 오래된 자작곡에 대한 이야기, 사람들은 더 정신나가야한다는 이야기, 재밌는 것들을 하고 싶은 열망이 섞인 말들. “우리가 해서 뭐 되겠노..”라는 말을 매일 같이 하면서 음악을할때와 음악과 관련된 진지한 이야기를 항때면 눈이 반짝인다. 술에 취해 벌개진 눈 사이로 소년의 모습이 보인다.
이들을 처음 만났을때 정신나갈 것 같은 텐션에 지쳐버렸었다. 쉼 없이 소리지르고 춤을 추며 거친 말들을 하는 모습이 힘겨웠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또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매달 대구로 놀러갔다. 또 지치기를 반복하지만 어쩐지 웃게 되었다. 씨티백의 음악도 그렇다. 어딘가 삐걱거리고 풋내가 잔뜩나는 기타 팝 사운드에 지칠 법도 한데 중단하고 싶지 않다. 러닝타임이 끝나면 또 듣고 싶다.
오랜만에 브이 형이랑 전원돈까스나 먹으러 가고 싶다.
⚡ 소음발광 강동수
🔥단신🔥
🐚전복들, 오리진 오브 전복들 트릴로지 시리즈 공개 시작
대구의 기타팝 요정 전복들이 싱글 '봄나물' 발표를 통해 오리진 오브 전복들 트릴로지 시리즈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오리진 오브 전복들 트릴로지 시리즈는 전복들이 2018년 발표한 [우주를 전복해] 싱글에 담긴 세 곡을 지금의 멤버들과 함께 다시 연주하는 프로젝트. [우주를 전복해]에 담긴 노래들을 원작자인 이원정이 전복들로 복귀한 이후, '노래의 제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시작되었다. 프로듀서인 단편선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전복들의 핵심적인 매력인 '허술함'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자평을 남겼다.
2022년 초, 경북음악창작소에서의 라이브 레코딩에 기반해 제작된 이 싱글 시리즈는 2022년 계절마다 리스너들을 찾을 예정이다. '봄나물' 발매를 기념하는 파티는 오는 5월 14일 사차원음연구소에서 열린다.
🍔단편선 특파원
📺오소리뉴스📺
🐚전복들 @cosmic_abalone
[공연] 5. 14(토), 16:00, 사차원음연구소, 《봄나물》 발매 기념 쇼케이스 '봄나물 파티'
[공연] 5. 21(토), 18:00, 클럽 헤비, '빅데이 사우스'
🐤전유동 @jeonyoodong
[공연] 5. 18(수), 19:30, 블루스퀘어, 'KAOS CONCERT 식물행성 : 비정상회담'
[공연] 5. 28(토), 14:00, 태안 석갱이 오토 캠핑장, '와이아웃 캠핑음악회'
😙후하 @hoohaa.seoul
[공연] 5. 14(토), 19:30, 재미공작소, '오라, 여름'
⚡소음발광 @soumbalgwang_official
[공연] 5. 14(토), 19:30, 사상인디스테이션, '인디 블루밍'
[공연] 5. 27(금), 20:00, 오방가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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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꿈
저도 성남 살 때 수선집 한 곳을 자주 다녔는데요. 거긴 상가 건물 지하였어요. 특이한 게 지하엔 탁구장이 있었는데 탁구장 입구와 계단 사이의 공간에 작게 차려진 공간이었어요. 커튼 하나만 쳐져 있고 조명은 달랑 전구 하나 뿐이었죠. 이 분이 출퇴근도 마음대로 하시는 편이라 언제 휴일인지도 몰라서 헛걸음 한 적도 더러 있었어요. 근데 수선 만큼은 어떤 토를 달지도 않고 요구한 대로 완벽하게 해주셨어요. 가격도 바가지가 아니었죠. 이젠 집과 너무 멀기도 하고 아직 계신지도 모르겠지만 이만한 수선집을 찾긴 힘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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