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말
🐮 내복 벗기
내복을 벗었습니다. "2월이니까 벗어도 되겠지"하고 벗었다 후회를 하고, "3월이니까 벗어도 되겠지"하고 벗었다 후회를 하고, "오늘은 덥대"하고 벗었다 후회를 하는 과정을 몇 번 거쳤습니다. 글을 쓰는 오늘도 내복을 입을까 잠깐 고민하다 너무한 것 아닌가 싶어 관두었습니다. 이제 옷장으로 갈 때죠.
전기장판은 아직도 켜고 잡니다. 단수는 낮습니다. 저희 집 전기장판은 취침-저온-1-2-3(...) 식으로 단이 올라갑니다. 보통은 저온-취침 사이에 두고 자죠. 한겨울에도 1단을 넘지는 않았습니다. 한겨울에는 난방+전기장판이고, 지금은 전기장판 Only인 것이 차이랄까요.
제가 하고픈 말은 그러니까, 봄이 왔다는 것이지요. 편지는 으레 날씨 이야기로 시작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집 가는 길 옆에 핀 개나리 사진을 몇 장 찍는 것으로 봄을 기념했습니다. 예전 같이 만끽하긴 어렵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봄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그럼, 전기장판을 끄는 날 다시 또 보고를 하겠습니다.
🐮천용성
전유동이 만난 새들, 『전유동만새』 #4
🐤 새며들다 : 작업
('Oiling#46 | 새며들다 : 만남'에 이어)
연수문화재단에서는 Bowerbird Collective의 곡 <Gotwit and Curlew>를 함께 부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Gotwit and Curlew>는 도요새들의 긴 여정을 성스럽고 장엄하게 그려낸 곡이었다. 짧은 대화가 메일로 오고 갔다. 앤서니는 내가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고 본인들이 현악 편곡을 새롭게 하는 것은 어떤지 물어봤다. 기존 노래에 기타 연주도 추가하기로 했다. 한국어 가사를 쓰는 일이 쉽지 않았다. 시간이 지체 되고 있었다. 재단 담당자님이 경과를 조심스럽게 여쭤보셨다. 초조함이 느껴졌다. 시몬과 앤서니는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잘 되고 있는지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참 고마웠다.
EAAFP 직원분이 번역을 도와주셨고 한국어 작사는 아래와 같이 완성했다.
작사를 마치니 일은 속전속결이었다. 바로 녹음을 진행하였다. 유유히 흐르는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프리템포로 녹음을 했다. 부분 수정이 힘들어서 원테이크로 녹음을 했다. 영상 촬영 시 문제가 없도록 기타는 한 트랙만 녹음하였다. 기타 한 대만으론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없어 아쉬웠다. 녹음 된 음원을 보냈다. Bowerbird Collective에서 메일이 왔다. “미스터 전, 쏘리. 여성 보컬 곡인데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나는 다행히 큰 어려움이 없었다. 프로젝트에 나의 흔적을 넣고 싶어 연주곡을 하나 썼다. 점차 좁아지는 도래지에서 철새들이 느낄 쓸쓸함을 옮기고 싶었다. Bowerbird Collective는 나의 연주곡에도 현악을 추가하겠다고 했다.
2주 정도 지나고 현악이 추가된 음원을 공유 받았다. 감격했다. 빠듯한 일정 탓에 많은 것을 요청할 수 없었고 언어의 한계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거의 서로의 음악으로만 대화한 셈인데 표현이 부족한 곳에서 정확하게 바이올린과 첼로가 나왔다. 황홀하고 멋지게. 오일링을 못 보겠지만 시몬과 앤서니에게 다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행복하고 벅찬 시간이었다. 오늘의 추천곡은 함께 완성한 연주곡 <Arrive>와 <Godwit and Curlew>의 영상으로 대신한다.
🐤 전유동
강동수의 음반 수집기 『나의 인디유산 답사기』 #3
⚡ 코코어, 가장 멋진 것
인디 1세대 밴드들이 활동하던 그 시절을 상상해본다. 입소문을 듣고 구한 몇 장의 몇 장의 플라스틱에서 영감을 얻는다. 뿌연 지하실에서 실험과 창작의 불꽃을 피운다. 거칠고 엉성한, 계산되지 않은 굉음과 멜로디가 난장을 만든다. 온통 가죽자켓을 입고 담배를 뻑뻑피는 불머리들 또는 체크셔츠를 걸친 슬픈 눈의 청춘들이 땀과 습기로 뒤엉킨 거리를 활보한다.
오늘은 1세대 밴드 중 코코어를 이야기 하려고 한다. 정규 1집 《odor》에서 밴드는 한국말로 너바나를 풀어낸 개척자였다. 그 후 1.5집 《고엽제》로 시작하여 마지막 음반 《Relax》까지 코코어는 개척자에 그치지 않고 지속해서 변화를 도모했다. 밴드가 해체할 때까지 실험의 불꽃을 피워 코코어만의 얼터너티브를 만들었다. 코코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하나의 문법에 머물지 않는 모습이 나에게 충격과 자극으로 다가왔다. 심지어 음악도 정말 멋있으니, 이 사람들의 스펙트럼과 재능에 한계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만약 지금도 활동을 했다면 어땠을까. 여전히 아름다운 실험의 결과물을 내놓으며 지하실에서 땀흘리며 소리 지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을 것 같다.
“코코어 같은 밴드가 되고 싶다.”
타 1세대 밴드만큼의 유명세를 떨치지는 못했지만 내 마음 속에 코코어는 ‘언더그라운드의 제왕’, ‘한국에서 가장 멋있는 밴드’로 자리 잡아있다. 요즘 소음발광 인터뷰를 할 때나 누군가에게 어디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지 물어보면 항상 한국 1세대 인디밴드들을 이야기 한다. 그 중 롤모델이 있냐 물어보면 코코어를 말한다. 조금 다른 건 우리는 코코어보다 훨씬 유명해지고 싶다.
소음발광은 더블 싱글과 정규 3집을 준비 중에 있다. 더블 싱글은 올해 가을 안에 낼 예정이고, 정규 3집은 내년 겨울에서 내후년 봄에 낼 계획 중에 있다. 앨범을 낼때마다 계속해서 변화하고 싶다. 진화하고 싶다. 코코어처럼 안주하지 않고 실험의 불씨를 계속 지피며 훨씬 좋은 것들을 만들고 싶다. 언더그라운드의 제왕, 한국에서 가장 멋진 밴드가 되기 위해서.
⚡ 소음발광 강동수
🔥알림🔥
🧨고품격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 1주년 기념 : 축사를 보내주세요🧨
오일링oiling은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드는 인디팝 문예지입니다. 프로듀서 단편선이 발행인으로, 아티스트 천용성이 필진이자 편집인으로, 전복들, 전유동, 후하, 보일, 소음발광, 선과영이 함께 읽고 쓰고 있습니다.
오일링이 다음호인 52호에, 1주년을 맞습니다. (1년이 52주니까 1주년 기념호는 53호가 되어야하는 것 아닌가? 싶으시겠지만 원고수급이 늦어져 한 회차 발행이 연기된 바 있답니다.) 좋게 말해도 잡담이나 수다 같은 이 메일링 서비스가 1년이나 유지되었다는 점에 조금의 뿌듯함을 느껴보기도 합니다.
1주년을 기념해 독자 참여 코너를 만들어보았습니다. 고품격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의 1주년을 기념해, 축사를 보내주세요. form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름 : ○○○
내용 : ○○○
텍스트로만 form을 드리지만 사진 등을 첨부해주셔도 괜찮습니다. 다만 비디오는 자제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편집툴의 한계로)
오소리웍스의 인스타그램 계정(@osoriworks)이나 오일링 메일리 포스트의 댓글(비밀이건 뭐건 관계 없어요.)로, 혹은 이메일 등 오소리웍스가 인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아무 곳으로나 보내주시면 됩니다. 단, 마감을 해야하는 탓에 기한은 4월 3일 일요일까지.
보내주신 축사는 1주년 기념호를 통해 공개됩니다. (아주 약간의 교정, 교열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특별히 보답이나 선물은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받고만 싶기도 한 법이잖아요. 이만하면 받을 자격있잖아요, 안 그래요?
🍔단편선 발행인
📺오소리뉴스📺
🐮천용성 @000yongsung
[이벤트] 4. 8(금), 천하제일보리차대회 결과 발표
🐤전유동 @jeonyoodong
[공연] 4. 9(토), 14:00, 공상온도, '인천상륙작전'
⚡소음발광 @soumbalgwang_official
[이벤트] 4. 1(금), 〈시적허용 : Poectic License〉 Episode. 2 공개
🦋보일 @boil____
[공연] 4. 16(토), 16:00, 공상온도 '나쁜 마음 쇼케이스'
🍔단편선 @danpyunsun
[음반] 4. 2(토), 회기동 단편선 《백년》(2012), 《처녀》(2013) 음원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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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향
유동님, 멀리 있는 아티스트와 음악으로 말을 대신했다는 것이 너무 아름답고 마치 새들의 대화처럼 느껴집니다..💖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오소리뉴스 란이 풍성해서 행복하네요,,
개개비오촌당숙
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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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꿈
이름: 밤꿈 오소리웍스 1주년을 축하합니다!😇 벌써 1년이라니 실감이 안 나네요. 너무 뻔한 멘트인가요..? 무엇보다도 꾸준히 이어나간다는 것 자체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오로지 직진하는 힘을 가진 벌꿀오소리 같아 멋집니다. 오일링이 51회까지 오는 동안 저는 시를 10편 남짓 밖에 못 쓴 것 같습니다. 저도 제게 메일링 하듯 과제를 남겨야 할까봐요.ㅎㅎㅎ 뮤지션 분들의 소소하고 수더분한, 때론 날카로운 고민을 보는 것이 퍽 즐겁고 덩달아 따수워지곤 합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만나요. 음악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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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누
이름: 블루누 내용: 오: 오일링 일주년..! 축하합니다.🎊 소: 소올직히 몰랐습니다. 리: 이렇게 꾸준히 연재해주실 줄이야.. 웍: 웍깃만 스: 스쳐도 인연이죠. 매주 선물같은 시간 고맙습니다. 2주년엔 좀더 말이 되는 오행시 보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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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호로새
와! 오일링 1주년! 오소리웍스라는 이름을 처음 듣고 오소리 보호단체로 오해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오일링이 1주년이군요! 매주 올라오는 아티스트 분들의 일상이나 음악이야기는 코로나 19로 주춤했던 공연들의 빈자리를 대신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매주 오일링이 오는 날은 공연보는 날 처럼 기대되고 설렜어요. 벌써 일상의 조그마한 부분을 차지한 오일링 그냥 소박하게 150주년까지만 하기로 약속해요. 우리 다음 축사는 150주년에 하기로 약속!
오일링Oiling
선생님 그건 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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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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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닐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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