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말
🐮발톱깎기
요즘 말발굽 다듬는 영상을 봅니다. 편자를 떼고 발굽을 깎고 갈아 다시 편자를 박는 일련의 과정들입니다. 발굽이 전혀 관리 되지 않은 말도 가끔 등장합니다. 제멋대로 자란 발굽을 썰고 깎아 발굽 다운 발굽을 만들 때 속이 시원합니다. 쇠를 두드려 편자를 제작할 때는 묘하게 대장간 영상이 되어버리는데 그건 그것대로 좋습니다. 예전에 피지 짜는 영상을 즐겨 본다는 진영 씨의 얘기를 듣고 "그런 걸 뭐하러 보나" 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제 얘기를 듣고 비슷한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번 봐보십시오. 저는 'Idaho Horseshoeing School' 채널을 구독했습니다. 발톱이 맘에 안 드는 말이 발로 차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조마조마함도 있고 좋습니다.
한 때는 복원영상들도 많이 찾아봤습니다. 오래 된 공구, 기계, 녹슬고 작동하지 않는 것들을 찾아서 때 빼고 광 내는 그런 영상들입니다. 말발굽과 기계는 전혀 다르지만 무엇인가를 유지 보수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듯 합니다. 최근엔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습니다. 진짜 낡고 오래 된 것이 아니라 컨텐츠를 위해 일부러 고장 낸 듯한 물건을 봤을 때, 특별한 감정도 없고 고쳐도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들을 그저 고치기만 했을 때, 원래의 부품이 너무 많이 교체 되어 전과 후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나 의문이 들 때, 실망을 했습니다. 수리를 위한 수리랄까요.
원래는 오늘 오래 된 마우스를 하나 수리하려고 했는데, 글을 쓰다보니 만사가 귀찮아집니다. 소위 '드래그 풀림'이라는 증상이 발생하는 마우스입니다. 이 폴더에서 저 폴더로 파일을 옮겨야 하는데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제 멋대로 파일이 떨어집니다. 저는 분명 버튼을 누른 상태였는데요. 공식 보증기간은 끝났고 사설 수리점에 맡기려니 2만원 쯤 들더군요. 직접 고칠 방법이 없나 찾아봤더니 접점을 좀 긁어내면 될 거란 얘기를 들었습니다. 근데 왠지 화학적인 방법으로 해야 멋있는 것 같아 아마존에서 deoxit이라는 약품을 주문했죠. 이제 뜯고 바르기만 하면 되는데.
🐮천용성
전복들이 키우는 이야기 『기타팝파』 #12
🌻펑크
저는 자동차 부품 회사의 기업부설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13년 차 직장인 입니다. 한 번 그만뒀었던 음악을 다시 시작한 건 이제 6년 정도 된 것 같고요. 즉 음악을 만들고 해온 시간은 돈을 주로 버는 본업과 늘 같이 공존시켜야 하는 삶이었어요. 직장에서 주로 하는 일은 프로젝트 매니저(PMO)라고 부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에서 제품이 만들어질때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합니다. 설계를 하는 사람, 고객에게 파는 사람, 자재를 구매하는 사람,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사람, 시험하고, 시뮬레이션을 하고, 분석을 하고, 라인에 붙어서 직접 제품을 만드는 사람까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있고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정말 죽일듯이 싸워가며 일을 하는 게 일상입니다. 제가 좀 따지길 좋아하는 사람의 이미지가 되어버린 것도 사실은 직업병에 가까운 책임소재 파악하고 머리박게 하기가 일상화 되어서가 아닐까 하는데 요즘은 그래도 좀 친절하고 따뜻하게 말해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제품을 만드는 과정과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참 닮은듯 다른 것 같습니다. 프로듀서와 PM의 역할도 여러모로 참 많이 닮았어요.
편선을 만나기전까지 전복들의 프로듀서는 저였습니다. 음악력이 높아서라기 보다는 제가 리더기도 하고, 재미없고 귀찮은건 결국 저한테 돌아오는거고, 게다가 곡을 주로 쓰고 있으니 어쩜 당연한 순리 같지만 저는 태생적으로 리더십이 없는 사람입니다. 하면 할수록 부족함을 많이 느꼈고 편선과 함께하며 그나마 좀 살것 같더라고요. 그가 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는것만으로도 어마한 공부가 됩니다. 그러다 보니 속답답은 일이 있거나 방향을 설정해야 할때는 멤버들의 의견을 듣기 전에 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편선에게 전화를 하기도 합니다. 혹은 그럴 때마다 어떻게 알고 편선이 전화를 해오기도 합니다. 이 날은 제가 답답한 마음에 연구소 옥상엘 올라갔고 때마침 편선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세요?
🍔단편선(이하 편선) : 파티 예매는 잘 되가고 있습니까?
🌻고창일(이하 창일) : 열 명 좀 안되는것 같습니다. 망한것 같아요.
🍔편선 : 원래 열명 정도 모시고 하려던 공연 아니었습니까.
🌻창일 : 맞지요.
🍔편선 : 그럼 뭐… 아! 저 봄나물파티 못갑니다. 광주에 갈 일이 있어서…
🌻창일 : 아… 글쿤요. (빌드업 무엇?) 돈 버는 일이라면 그쪽이 우선인 것 같습니다.
🍔편선 : (재빨리 화제를 돌린다) 팀 컨디션은 좀 어떤가요?
🌻창일 : (이)원정이가 음악 내적 외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는데 봄나물파티 공연도 준비하고 데모CD도 만들면서 개인 활동과 팀 활동 사이에서 방향을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심리적으로도 좀 안정이 된 것 같고요. 되려 제가 좀 번아웃이 오고 있는데 은아랑 경래가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운영 전반에 있어 역할을 좀 나눠보려고 하고 있어요.
🍔편선 : 팀 내부에서 R&R 나눠보는 건 좋은 시도인 것 같아요. 밴드니까.
🌻창일 : 굿즈를 은아랑 경래가 만들면서 예전에도 느꼈지만 저보다 멤버들이 더 잘할 수 있는건 믿고 맡기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편선 : 저도 좀 그런게 오소리웍스 SNS도 제가 올리는것도 있지만 (같이 일하고 있는) 한마음 씨가 저보다 훨씬 잘하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제가 할건 하고 마음 씨 하고 싶은 건 또 마음 씨가 하고. 그렇게 좀 헐렁하게 하는게 좋은것 같아요. 서로 간에 그리 강하게 통제 안해도 큰 방향이 맞으면 신뢰로 가는 거니까. 뭐 그렇습니다. 아무튼 올해 전복들 싱글은 나올게 정해져있고, 트릴로지 다 나오고 나면 그 다음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EP일 것 같습니까, 아니면 정규입니까?
🌻창일 : 요즘 그와 관련해 고민이 좀 있는데… 정규를 내려면 스무 곡 정도는 써놓고 시작해야 하는데, 멤버들이 쓴 곡까지 포함해서 작업해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근데 그게 참 어려운것 같아요. 제가 편곡의 방향성을 잡아주고 리딩을 해버리면 그 과정에서 원곡자가 의도한 방향과 달라지거나 만들고 나서도, 심지어는 결과물이 괜찮더라도 자기곡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편선 : 원래 밴드 음악이란 게 그런 거 아녜요? 같이 하는 음악이니까 그건 누구 음악이라고 보긴 어렵고, 저는 원래 음악이란 게 공연하거나 발표publishing하는 순간 창작자의 것이 아니게 된다는 주의기도 해서.
🌻창일 : 맞지요. 편선은 그들이 기획한 같은 밴드도 하고 있고, 오소리웍스에선 프로듀싱을 하고 있기도 한데, 다른 아티스트와 작업할때도 저와 비슷한 고민이 있지는 않았나요?
🍔편선 : 경우에 따라 다른데, 프로듀서로 일할 때라면 일단 저는 멤버가 아니라 프로듀서잖아요. 프로듀서는 곡이나 앨범의 종합적인 방향성에 대해 제안을 하고 때로는 이끌고 나갈 권한을 가지고 있는 위치인데, 밴드의 멤버인 것과는 다른 것 같아요. 아티스트가 곡을 가지고 오면 그 곡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무엇인지 잘 파악해내야 하고, 편곡을 하거나 좋은 제안을 주어서 이를 극대화시키는 게 제 역할인 것이고요. 밴드가 곡을 만드는 과정은 멤버 사이의 관계성도 중요하고, 속도도 중요하죠. 좋은 과정을 함께 경험할 수 있어야 신뢰와 역량이 쌓이면서 밴드도 성장해나간다고 봐요.
🌻창일 : 그 과정이 참 쉽지가 않네요.
🍔편선 : 이를테면 창일이 쓰는 곡이나 원정님이 쓰는 곡 등, 들어보면 사실 처음 시작부터 밴드 음악인 건 아니잖아요. 원래의 음악이 있으면 거기서 특정한 요소, 멜로디, 리듬, 화성 같은 매력적인 요소를 추출해오고, 나머지는 다 날린 상태에서 원점에서 밴드와 고민을 시작하는 게 맞죠. 그런데 다 날리면 아까우니까, 그런 과정을 잘 거치기 위해선 멤버들과의 음악적 신뢰가 중요하다고 봐요.
🌻창일 : (화제급전환) 편선 개인작업은 잘 되어 가나요?
🍔편선 : 곡은 많은데요. 다만 저는 급할 게 없잖아요?
🌻창일 : 팬분들이 급하겠죠. 저를 포함.
🍔편선 : 저는 천천히 곡 쌓아놓고 정리정돈이 충분히 되면 매우 짧고 굵게 바짝 끝내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 슬슬 시작할까 하는데 막상 뭘 만드려니 그 지난한 걸 또 해야하나? 싶어서 천천히 매만져보고 있는 중이에요.
🌻창일 : 적절한 속도라는 게 참 어렵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고.
🍔편선 : 다른 얘기지만 유동도 새로 낼 것들을 계속 작업하고 있는데, 왠지 서두르는 마음이 있는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전복들도 서두르고, 사실 다들 서두르고 있긴 하죠. 그런데 유동이야 전업이니 사정이 다르겠고, 저나 전복들은 그렇게 서두를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창일 : 그렇네요. 하다보면 되겠거니 해야겠다.
🍔편선 : 그런데 이번 주 오일링 원고 전복들 차례인 거 알죠? 얼마 전에 천용성 편집인 만났는데 오일링 마감 다들 못 지키는 것에 대해 굉장히 마음 속 분노가 있더라고요. 본인이 편집인으로서 잘 해보고 싶어도 너무 늦게 주면 시간이 없어서 불가능하다고.
🌻창일 : 네, 당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은아랑 경래가 굿즈랑 뮤직비디오 제작기에 대해 글을 쓰고 있어요.
이 대화가 끝난 직후 창일은 은아와 경래의 원고가 펑크 났다는 사실을 확인, 이 대화를 재구성해 원고로 쓰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래서 선곡과 글 제목이?
🐚전복들 🌻고창일
📺오소리뉴스📺
🦨오소리웍스 @osoriworks
[공연] 5. 20(금), 20:00, 을지OB베어 앞, '오소리웍스와 친구들 : 을지OB베어를 되찾기 위한 현장문화제'
🐚전복들 @cosmic_abalone
[공연] 5. 21(토), 18:00, 클럽 헤비, '빅데이 사우스'
🐤전유동 @jeonyoodong
[공연] 5. 18(수), 19:30, 블루스퀘어, 'KAOS CONCERT 식물행성 : 비정상회담'
[공연] 5. 28(토), 14:00, 태안 석갱이 오토 캠핑장, '와이아웃 캠핑음악회'
⚡소음발광 @soumbalgwang_official
[공연] 5. 27(금), 20:00, 오방가르드, '쾅프로그램 투어'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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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누
마우스는 얼마나 오래 쓰셨나요? 다음주에는 마우스가 수리됐다는 소식을 전해주실지도 궁금하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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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꿈
저도 지금 사용 중인 마우스의 드래그 풀림 현상이 심각해요. 검지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누르곤 하는데, 가끔은 그냥 손에 쥐고 퍽퍽 치면 몇 시간은 괜찮더라고요. 새로 사면 되는데, 또 그러기엔 아예 고장 난 것이 아니라서 버리기는 좀 뭐한 거죠. 아무튼 그런 수리 도구도 있었다니 관심이 없었던 것 때문에 전혀 몰랐네요. 하지만 저는 레고 말고는 분해 조립을 정말 못하기 때문에 더 고장 낼 확률이 높을 것 같아서 그냥 끝까지 써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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