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ing#62 | 의암호에서 만난 새들

전유동이 만난 새들, 『전유동만새』 #6, 강동수의 음반 수집기 『나의 인디유산 답사기』 #5

2022.06.14 | 조회 1.26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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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링Oiling의 프로필 이미지

오일링Oiling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드는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Oiling 입니다. 프로듀서 단편선과 아티스트 천용성, 전복들, 전유동, 후하, 보일, 소음발광, 선과영이 함께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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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말

🐮이중국적

틈이 나면 중고나라를 뒤적거립니다. 이러다 국적이 중고나라로 바뀌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요새는 번개장터라든지 당근마켓에도 조금 익숙해졌습니다. 세 앱을 번갈아가면서 검색을 하고 찜을 하고 다음날 "내가 왜 이걸 찜했지?" 하고 찜을 뺀 다음 또 다른 물건을 찜하고. 그것을 유한히(?) 반복합니다.

가장 최근에 산 물건은 시계입니다. 그동안은 기타 치기 불편해서 시계를 차지 않았는데요. 얼마 전부터 기타리스트와 동행하게 되면서 손목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여름이 되어 팔이 드러나게 되니 뭐라도 채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하여 구입한 것은, 오래 된 오토매틱 세이코 시계인데요. 무척 마음에 듭니다. 

중고나라에도 여권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다시 만들 수 있다면 이름을 좀 바꾸고 싶습니다. 'Chun' 대신 'Chon'으로요. 아무래도 춘용성 보다는 촌용성이 낫다는 판단 때문이지요. 여권을 처음 만들 때 동작구청 직원 분께서 한번 만들면 고치기 어렵다고 했었는데, 그 말을 좀 더 새겨들을 걸 그랬어요. 

🐮천용성


전유동이 만난 새들, 『전유동만새』 #6

🐤의암호에서 만난 새들

올해 2월 춘천에서 한 달 동안 지내며 곡을 썼다. 정확하고 모호하게 말하면 곡을 쓰는 목적을 지우면서 곡을 써야 했다. 써내야 한다는 조건이 있으니 외롭고 팍팍했다. 다행히 걸어서 35분 정도 거리에 북한강과 만나는 의암호가 있었다. 처음에는 강으로 들어가는 길을 못 찾아서 정말 많이 걸었다. 기진맥진했지만 돌아가지 않았다. 강으로 가면 무조건 새들을 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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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이 지나서야 북한강이라고 적힌 팻말을 발견했다. 유속이 느린 곳은 얼어있었고 얼음의 경계에 새들이 앉아있었다. 첫 번째 만난 새는 비오리였다. 정말 추운 날씨였는데 비오리를 실제로 처음 본 나는 기분이 좋아서인지 손이 얼어붙고 있는 것도 망각한 채 가만히 서서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잠수하여 먹이를 사냥하는 비오리가 어디서 튀어나올지 예상하며 찍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만난 새는 비오리와 함께 있던 흰뺨검둥오리이다. 우리나라 전역 물가에서 흔하게 보이는 새이다. 얼음 위에 모여서 노을을 받아내며 잠을 청하는 오리들의 모습이 따뜻하고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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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부터 8일 뒤에 만난 세 번째 새는 물닭이었다. 물닭도 종추였다. 산책로와 가까이 있었고 서식 개체가 생각보다 많았다. 산책로를 걷다가 부스럭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면 물닭이 있었다. 뭍으로 나와 쉬기도 하고 땅을 쪼며 먹이를 먹기도 했다. 그리고 왜 닭일까 궁금했는데 헤엄치는 모습이 마치 닭 같았다. 다른 수생 조류들은 다리를 움직여 물에서 이동하는데 이 친구는 닭처럼 목을 앞뒤로 열심히 움직이며 이동했다. 다른 친구들보다 더 열심히 사는 것 같았다. 검은 몸에 흰 부리, 붉은 눈으로 쉽게 눈에 띄는 예쁜 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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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날따라 새들이 북한강 상공을 엄청나게 날아다녔는데 대부분 오리류─말로 설명할 수 없는데 보면 직감적으로 알 수 있는 새들의 실루엣이 있다─였다. 그곳에서 나는 쇠오리를 볼 수 있었다. 쌍안경으로 멀리 모여있는 새 무리를 보고 순간 가창오리로 착각했지만, 몸 옆에 나있는 흰색의 가로줄과 노란색 꼬리는 도감에서 보던 쇠오리였다. 아름다운 색 배합과 매끈한 깃털을 가까이서 볼 수 없었지만 멀리서도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나는 우리 사이의 거리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에서 쇠오리를 검색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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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무엇일까 생각하며 혼자 떠난 여행이다. 홀로 거대한 감정을 대면해야만 했고 예상보다 힘든 싸움이었다. 하지만 5분만 몸을 일으켜 세우면 나는 씻고 옷을 입고 30분을 걸어 의암호로 가서 2시간 동안 자연을 관찰하고 돌아왔다. 다음 화에도 의암호에서 거리를 유지하며 만난 나머지 친구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유동의 추천곡] Kotringo - こんにちは またあした

🐤전유동


소음발광 강동수의 음반 수집기 『나의 인디유산 답사기』 #5

처음 만난 인디

나는 해운대를 좋아하지 않는다. 까대기 치는* 남자들과 해변 특설무대에서 펼쳐지는 기성 무대들, 욕망에 절어 끝 모르게 높이 올라간 건물들. 왜 나는 뜬금없이 해운대를 디스하고 앉아있을까. 약속 차 해운대에 들렸다가 스트레스를 잔뜩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미어 터지는 썩을 해운대. 물가만 더럽게 비싼 해운대. 망해라. 망해버려라. *"까대기 치다"는 구애 행위를 가리키는 영남 지역 사투리이다.

좋았던 바다를 떠올려 본다. 친구네 이사를 도와주고 누군가 직접 만든 케이크를 먹으며 파도를 탔던 광안리.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엄마가 입혀준 셔츠를 입고 간 부산 국제 락 페스티벌. 지금은 삼락 강변공원에서 개최되고 있지만 예전에는 해수욕장에서 진행되었다. 2002년까지는 광안리에서, 2011년까지는 다대포에서. 아, 생각해보니 첫 밴드 공연 관람이 '부락'이다.

2010년 부산 국제 락 페스티벌은 무서웠다. 짠내와 땀내와 술냄새. 심장과 고막을 터뜨리는 베이스-드럼 소리. 별천지에 온 기분이었다. 내가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화면과 이어폰으로 즐겼던 것들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슬램하느라 온 몸이 멍 투성이가 되어도 기뻤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3일차 첫 무대를 장식한 부산 밴드 언체인드의 무대다. 모두가 땡볕 아래에서 숨을 죽이며 노래를 기다리는데 느닷없이 사이렌 소리가 났다. 그리고 이어지는 묵직한 기타소리. 보컬 김광일 님이 소리를 지르자 세상을 부셔버릴 듯한 베이스와 드럼이 울려퍼졌다. 그러자 시작되는 객석의 슬램파티. 그 광경을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당시 드러머 함진우 형이 객석으로 던진 드럼 스틱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언체인드 네 명의 멤버가 수 백의 관객을 압도하는 장면을 목도한 이후로 내 꿈은 밴드가 되었다. 밴드가 세상에서 제일 멋지다고 생각했다. 밴드가 아니면 이런 일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 밴드를 하고 있다. 내가 고등학생때 겪었던 두근거림을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언체인드가 내 작은 세상을 요동치게 만든 것처럼. 소음발광도 언젠가 그럴 수 있으리라 믿으며 또다시 꿈을 꾸러 간다.

[동수의 추천곡] 언체인드 - Siren

⚡강동수


🔥특보🔥

🪐복태는 몹시 유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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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영의 복태가 몹시 유연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위 사진은 지난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드디어 첫 보컬 녹음에 들어간 날 찍힌 사진으로서, 녹음 직전 으레 그렇듯 몸을 풀어야 한다며 스트레칭을 요청하자 돌연 취한 괴-포즈.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아 정량적 평가를 위해 메이트인 한군에게도 똑같은 포즈를 시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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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결과 한군은 유연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보를 써야하니 더 해보라는 특파원의 요청에 복태는 자신의 유연함을 한껏 과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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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인디 아사다 마오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메이트인 한군과 함께 괴-포즈를 취하며 주술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도 관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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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포즈에 대한 해명을 요청하자 복태는 "실은 국제요가연맹에서 발급하는 요가지도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앉아서 할 수 있는 동작은 더 많다. 공공장소라 더 많은 민망포즈를 보여줄 수 없어 애석하다."며 돌아오는 7월 말 ○○공작소에서 진행될 ○소리웍스 ○업 ○○어(스포일러)에서 보다 자세한 내막을 공개하겠다는 요지로 답변했다.

한편 선과영의 첫 정규앨범 작업은 아마 잘 되고 있을 것 같다.

🍔단편선 특파원


📺오소리뉴스📺

🐮천용성 @000yongsung

[공연] 6. 18(토), 16:00, 소양3교 수변공원, '2022 춘천놀이'

🐚전복들 @cosmic_abalone

[공연] 6. 25(토), 20:00, 꼬뮨(대구)

🐤전유동 @jeonyoodong

[공연] 6. 17(금), 19:30, 낮과밤(제주)

[공연] 6. 18(토), 18:00, 카페 온결(제주)

[공연] 6. 19(일), 16:00, 소양3교 수변공원, '2022 춘천놀이'

😙후하 @hoohaa.seoul

[공연] 6. 25(토), 20:00, 꼬뮨(대구)

소음발광 @soumbalgwang_official

[공연] 6. 17(금), 20:00, 채널 1969, '쾅프로그램X소음발광'

[공연] 6. 18(토), 20:00, ACS(서울 중구), '우주환락'

🪐선과영 @boktea @haha_hangun

[공연] 6. 18(토), 14:00, 소양3교 수변공원, '2022 춘천놀이'

[공연] 6. 19(일), 14:00, 소양3교 수변공원, '2022 춘천놀이'

🍔단편선 @danpyunsun

[공연] 6. 17(금), 19:30, 낮과밤(제주)

* 지난 호에서 단편선의 6.18. 공연이 착오 공지되었음을 정정합니다. 단편선은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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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일링Oiling

    2
    over 2 years 전

    스케쥴러에서 가장 마지막의 잘린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 호에서 단편선의 6.18. 공연이 착오 공지되었음을 정정합니다. 단편선은 6.18.에 공연하지 않습니다." 자동저장기능으로 인해 잘리게 되었는데요, 정정공지가 잘리니 너무 화가 납니다. 너무 화가 납니다. - 단편선 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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