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말
🐮춘천행
🐤유동과 🍔편선과 🐷경래는 이번 주에 제주를 가는군요. 저는 내일 춘천을 갑니다. 베이스를 치는 정수민 @sumin_jsm 씨가 저를 합정역에서 픽업 해 가기로 했어요. 합정 출발은 열두 시이고 리허설 시작은 세 시입니다.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요? 어젯밤에 길찾기를 했을 땐 1시간 40분이 나왔는데 오늘 낮에 길찾기를 했을 땐 2시간 40분이 나오더라구요. 막히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서울 강서구에 살고 있습니다. 주변에 지하철역도 없고 랜드마크 삼을 만한 것도 딱히 없어서 누가 물어보면 그냥 김포공항 쪽이라고 말을 합니다. 근데 버스 타고 10분, 대여섯 정거장 정도 가면 정말 김포공항이 나오니까 또 완전 거짓말은 아니고요. 아무튼 저는, 서울 동쪽 끄트머리―이를테면 잠실―에서 약속이 잡힐 때마다, "거기 갈 시간이면 제주도를 갔다 오겠는데" 생각합니다.
이번 달 초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포공항이 화두에 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非소신발언을 하자면 저는, 김포공항이 당분간 그 자리에 있으면 좋겠습니다. 합당한 이유는 아니고요. 어디 사냐 물어봤을 때 할 말이 딱히 없어서 그렇습니다. 옷 사기도 여러모로 편합니다. 자라도 있고 유니클로도 있고 무인양품도 있고 에이치앤엠도 있고, 스파오도 있고. (에잇세컨즈가 없는 것은 좀 아쉽습니다만) 미로 같은 쇼핑몰 길을 이제야 좀 알 것 같은데!
🐮천용성
전복들이 키우는 이야기 『기타팝파』 #13
🐶죽은 새
“아빠 재미있는 것 보여줄게.”
집 앞 헬스장 앞에는 광장 혹은 만남의 장소가 될법한 은밀하고 작은 공간이 있다. 그곳을 지나던 아들 재원(만 4세)이가 뭔가 떠올랐는지 나를 반대편으로 끌고 갔다. 따라가 보니 작은 나무와 풀 뒤편에 까치 같은 새가 죽어있었다.
“아, 새가 죽었구나”
간략하고 깔끔한 반응이었다. 죽음의 고귀함과 불가항력에 관해 얘기해볼까 고민했지만 나도 잘 모르는 건 매한가지라 길게 할 말은 없었다. 묻어주고 오는 건 어땠을까. 아마 내일이면 개미들이 작은 산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저 생각만 했다.
세차장의 높고 투명한 벽에 머리를 부딪히고 추락한 까치를 본 적이 있다. 날다가 벽에 부딪힌 건지, 비행 중 생이 다 하여 떨어진 건지는 아무도 모른다. 새가 남긴 짧고 강한 진동은 다른 어떤 소리와도 달랐다. 그건 둔탁한 죽음의 소리였다. 내가 새라면, 죽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을 텐데.
다음날 아내에게 물어봤다. 재원이는 다음날에도 그 새를 보러 갔지만 새는 없었다고 한다. 나보다 상냥했던 이가 땅에 묻어주었을까. 청소하시는 분이 치웠을지도 모르겠다. 재원이는 새가 있던 빈자리를 보며 “아이 재미없다” 말했다.
엄마와 아버지는 고속도로에 보이는 들꽃과 아카시아꽃에 열광하신다. 내 눈앞을 지나가는 저 새 또한 다시는 볼 수 없다. 내가 세상에 없어도 그렇게 아름다울 것이다. 그렇게 프로그램되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세상이 된다.
🐚전복들 🐶이원정
🐷제주행
3년 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가 되었습니다. 그만두기 전에는 하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그만둔 후에는 그냥 멍하니 지냈습니다. 그러다 친구의 연락을 받았어요. 직장을 제주도로 구했으니 놀러 오라는. 비행기를 예약했습니다. 무슨 요일이건 언제든 갔다 올 수 있는 이 여유. 마침 (전)유동이형과 (단)편선이형 공연도 있다고 하니 인사라도 하고 올까 합니다. (어쩌면 공연을 보러 갈지도?)
갑작스럽게 여행 일정이 잡히고 나니 처음으로 비행기를 탔던 일이 생각납니다. 군대 가기 한 달 전쯤 갑자기 번뜩 일본을 가보고 싶어서 급하게 비행기 표를 끊었어요. 갈 때는 좋았는데 올 때가 문제였어요. 기상 악화로 결항이 되었는데 항공사는 문을 닫고, 와이파이는 안 잡히고. 어쩔 수 없이 공항에서 죽치고 대기를 해야 했었죠.
공항 화장실 옆 콘센트에 휴대폰을 꽂아 놓고 쪼그려 앉아 쪽잠을 잤습니다. 9시간 정도 지났을까요? 항공사 문이 열리고, 30분 정도 줄을 선 끝에, 애기거지경래에게 다음 비행기를 예약할 차례가 왔습니다. 직원 분께 사정을 설명하고 다음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겠냐 했더니 만석이라고 하더라구요. 대기자 명단에 넣어 달라 부탁했고 다행히 딱 한 명이 오지 않아서 10시간 만에 극적으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직원 분도 기뻐하셨구요.
어려울 때 마음을 써주는 사람은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항공사 직원분이 “원하시던 창가 자리가 아닌데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물으셨습니다. 집에 가야 하는데. 다음 주에는 군대도 가야 하는데 창가 자리가 아닌 게 무슨 대수겠어요? 매뉴얼에 적혀있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때 그 말이 저에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감사한 마음에 이름이라도 기억해두려 명찰을 봤는데 일본어가 적혀있었습니다. 방금까지 한국어로 대화했는데. 지금은 잊어버렸지만 그래도 3년 정도는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어요.
오랜만에 비행기를 탈 생각을 하니 옛 일이 떠오릅니다. 일과 스트레스로 딱딱해진 머리와 마음에 스르르 설렘 한 스푼이 들어와 벌써 조금은 말랑해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일본에서보다 더 좋은 인연을, 더 착하고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 행복한 얘깃거리를 잔뜩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가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말도 타보려 합니다. 저는 고기를 좋아하니까 고기만 먹을 거예요. 고기부터 고기까지. 기회가 된다면 다음번 오일링에서 제주여행기를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안녕!
*일본 여행 당시 찍은 사진을 찾을 수 없어 언젠가 방문했던 제주에서 찍은 사진들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마저도 제대로 된 사진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혹시 구독자분들만 알고 계신 제주도의 맛집이나 가봐야 할 곳, 해봐야 할 것들이 있다면 댓글로 꼭 알려주세요! (오일링이 포스팅되는 화요일에는 이미 대구로 돌아왔겠지만 다음 제주행 때 잊지 않고 꼭 찾아가겠습니다!)
🐚전복들 🐷김경래
🔥플레이리스트🔥
🐈⬛고양이를 테마로 한 노래들
몇년 만에 제주에 갔다. 실은 여름휴가를 간 것도 몇년 만이다. 이전에 제주에 갔을 때는 주로 서귀포에 머물렀다. 친구들이 서귀포 쪽에 많이 살아서. 이번에는 일정상 서귀포엔 들리지 못했다. 제주까지 가는데 친구들 만나지 못하는 게 미안해서 연락도 못했다. 아직은 살아갈 날이 많으니까 언젠가는 또 보겠지, 라는 마음으로.
주로 제주시에 있는 일정 중 하루는 성산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고양이를 많이(다섯 마리쯤) 키우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일정이라서, 괜히, 시인과촌장의 '고양이'를 듣다가, 문득 참 고양이 같은 곡이구만, 그런 생각을 했다. 연달아 고양이를 테마로 한 몇 곡을 들었다. 그때 들었던 노래들, 그리고 또 고양이가 주인공인 노래들을 몇 곡 공유하고 싶어졌다.
개가 주인공인 곡하면 왠지 따스한 톤의 곡들이 떠오른다. 이를테면 김민기의 '백구' 같은 곡들. 그런데 고양이를 주제로 한 곡들은 왠지 쿨하다. 단조인 경우도 있고, 장조인 경우라도 멜랑콜리한 질감이 많다. 개와 고양이는 반려동물로 분류되곤 하지만 서로 참 다른 것 같다. 시인과촌장의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은 조금 다른 이유에서인데 악기들의 연주가 고양이의 몸짓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후반의 퍼커시브한 연주에선 색색의 고양이가 원을 그리며 춤을 추는 듯한 광경이 떠오른다. 천경자 선생님이 그린 것 같은 고양이들이.
언젠가 고양이와 같이 살던 때가 있었다. 나는 고양이를 좋아했지만 고양이는 나를 별로 좋아하질 않았고, 결정적으로 내게는 알러지가 있었다. 언젠가 무언가를 키우는 날이 올까, 그렇다면 개나 고양이 중 어떤 동물을 키우게 될까, 모르겠다. 무언가를 잘 키울 수 있는 사람이 아닌 탓에.
생각나는 몇 곡을 두서없이 기록했다.
그러고보니 우리도 고양이에 대한 노래를 한 곡 작업한 적이 있다.
🍔단편선 특파원
📺오소리뉴스📺
🐚전복들 @cosmicabalone
[공연] 6. 25(토), 20:00, 꼬뮨(대구)
[공연] 7. 6(수), 18:00, 엑스코, '국제음악학술대회'
🐤전유동 @jeonyoodong
[공연] 6. 24(금), 20:00, 구름속에커피집
[공연] 7. 2(토), 18:00, 커피한잔
😙후하 @hoohaa.seoul
[공연] 6. 25(토), 20:00, 꼬뮨(대구)
⚡소음발광 @soumbalgwang_official
[공연] 7. 9(토), 20:00, 공상온도, 'Youth from Firework'
[공연] 7. 16(토), 20:00, 광안HQ, 'Busan Weekender'
[공연] 7. 17(일), 17:00, 오방가르드, 'Youth from Firework'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