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레시피

"생활밀착형 에세이 매거진" 쭘마인밀란 네 번째 이야기

2021.11.25 | 조회 5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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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umma in Milan

밀라노에 입성한 한국 아줌마의 유쾌한 생활밀착형 밀라노 이야기

 

zzumma in milan 04 |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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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발장에 묵혀둔 운동화를 꺼냅니다. 묶은 냄새가 나진 않나요? 그렇다고 코를 박고 일부러 냄새를 맞아 볼 필요는 없어요. 요리하기 하루 전에 꺼내 두면 됩니다.

2. 필요한 양념을 준비해주세요.

  • 아킬레스 건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양말
  • 딱 한번 접어 올리면 복숭아 뼈가 보이는 넉넉한 배기 팬츠
  • 볼록 나온 배를 넉넉하게 가려주는 맨투맨 티셔츠
  • 엉덩이 아래로 내려오는 니트
  • 와인색 계통의 체크 무늬 머플러

3. 준비된 양념을 모두 한 번에 넣고 잘 저어주세요.

4. 처음엔 느리고 약한 걸음으로 모든 재료들을 익혀주세요. 그렇게 하다 보면 조금씩 열기가 올라와 모든 재료에 골고루 열기가 전해집니다. 그때 옆에 보이는 잘 익은 나뭇잎을 한 웅큼 집어주세요.

5. 보글보글 끓고 있는 가을 조림에 나뭇잎을 힘껏 던져 넣어주세요. 내려오는 나뭇잎을 향해 인증샷은 필수겠죠?

zzumma in milan 04 |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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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umma in milan 04 |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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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 나라, 인도에서 살다 온 쭘마 가족들에게는 겨울 옷이 많지 않다. 밀라노에 오기 전 한국에서 겨울 옷을 몇 벌 사오긴 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가을과 겨울이 가벼운 입맛춤을 하고 돌아서는 계절, 겨울 옷을 사러 여기 저기 쇼핑몰을 돌아다녔다. 남편과 아이들의 잠바와 니트, 겨울 바지와 티셔츠를 샀지만, 내 건 하나도 사지 못했다. 밀라노에 어울리는 옷을 사야 하는데....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양한 색깔의 패딩, 발목까지 올라오는 앵글 부츠, 따뜻해 보이는 니트. 하지만 그런 옷차림보다도 눈에 들어오는 건, 당당한 발걸음이었다. 한 손에 반려견 목줄을 잡고, 다른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거리를 걷는 그녀들.  나도 이런 걸 입고 당당하게 걸어야지!!!

zzumma in milan 04 | 04
zzumma in milan 04 | 04

홍군에게 사진을 보냈다.

"자기야 어때? 시장에서 싸게 샀어."

"응.... 시장 표 티가 나네, 아줌마 같아...."

ㅜㅜ;;;

'뭐 어때, 시장에서 샀어도, 메이드 인 이태리인 걸!!

명품 가방이나 옷은 하나도 없지만, 마음 만은 명품인 걸!! '

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생활비 모아서 명품 가방 하나 사겠다는 다짐도 함께!!)

zzumma in milan 04 | 05
zzumma in milan 04 | 05

한번쯤 격게 되는 "자기 앓이", 바로 진정한 나를 찾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다. 나는 그때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서 진정한 나를 만났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라"는 매우 단순한 줄거리지만, 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 울림을 준다. 특히 쭘마가 살았던 인도와 쭘마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가 영화의 배경이 되어서 더 반가웠다. 

이탈리아어를 더 열심히 배우고 싶다는 마음도 더욱 강열해졌다.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귤을 까 먹으며 넷플릭스 영화 한편 어떠세요?

자기를 찾아가는 여행에 동행하다 보면, 당신의 가을이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zzumma in milan 04 | 06
zzumma in milan 04 | 06

평일 저녁 6시, 저녁 준비를 너무 하기 싫어 집 앞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피자나 파스타를 먹으면서 여유롭게 저녁을 보낼 생각이었죠. 어, 그런데 문을 안 열였네요? 

  • 이탈리아 레스토랑은 오픈 시간을 철저히 지킵니다. 저녁 식사 시간이 7시부터라서 그 전엔 절대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없어요. 식당 오픈 시간을 꼭 확인하세요. 

저녁 6시만 되면 배가 고프다고 난리인 아이들을 위해 다시 집으로 돌아와 급하게 밥을 했습니다. ㅜㅜ;; 

 

밀라노에 온지 한 달이 되던 날, 일요일이기도 해서 오전에 예배를 드린 후 점심은 외식을 하기로 했습니다. 얼큰한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서 한인 식당에 가기로 했지요. 밀라노의 중심가 두오모 성당 근처에 있는 한인 식당으로 허기진 배를 안고 갔는데, 문이 닫혀있는 것이었어요. 오후 2시면 점심시간일텐대....  

  • 한인 식당이나 일식 식당 중엔 일요일에 문을 닫는 식당이 많습니다. 휴일을 꼭 확인하세요. 

결국, 집으로 돌아와 급하게 밥을 했습니다. 

 

zzumma in milan 04 |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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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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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rasong

    0
    over 2 years 전

    가을 레시피, 미소짓게 만드는 글이네요~!!! 🙂🙃 // 유럽에는 영업시간이 좀 애매한 식당이 많던데요. 좀 빨리 문을 열면, 휴일에도 문을 열면 돈을 더 벌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자본주의 마인드;;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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