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안내] 안녕하세요. 올록볼록클럽입니다.

이면지_2026

26년 2월호

말장난이 도래했다. 고난의 서막이 열렸다. 이제 잉크들 차례다.

2026.02.28 | 조회 33 |
0
|
올록볼록클럽의 이면지의 프로필 이미지

올록볼록클럽의 이면지

잉크에서 활자가 되기로 마음 먹은 이들이 이면으로 가 우리의 이야기를 써내려 갑니다.

말실수와 말장난은 한 끗 차이 같아 보입니다. 활자들끼리 이번 호 주제를 고민하다가 나온 아이디어 하나.

‘2월(양력의 두 번째 달)에 이월(옮기어 넘김)하기’.

 

분명 주제를 정할 때만 해도 ‘말장난 재밌다~’ 하며 깔깔거렸는데 말이죠.

...그땐 몰랐습니다. 2월을 맞아 이월을 주제로 하겠다고 장난처럼 외쳤던 이번 월간지가, 우리 활자들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할 말실수가 될 줄은 정녕 몰랐거든요…

아, 이제는 이번 월간지를 쓰는 것조차 이월하고 싶은 기분입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우리는 활자가 되어 하고 싶은 말들을 꿈틀꿈틀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잉크들이 보게 될 2월호는 장난에서 시작된 활자들의 실수입니다.

 

어떤 이면지가 그려졌을지 기대해 주세요.

 


 

1

목격하기를 경험하기

 

겨울의 끝자락입니다. 두 자릿수의 영하를 기록하던 날씨는 썩 따뜻해졌습니다. 계절은 눈에 띄지 않게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는 글이 떠오릅니다. 진정 눈에 띄지 않았을까요. 계절이 다음을 준비하며 내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요. 계절의 고군분투를 알아줘야 할 것만 같습니다.

 

2월은 새해를 맞이하는 달이지만 제게는 마무리하는 달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무언가 떠나가고, 정리하고, 새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달 말입니다. 반복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 남습니다. 그리하여 가장 이월하고 싶은 달이랄까요. 명확히 이월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 고민하는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월하고 싶었던 것은 이별이라는 단순한 사실보다는 이별 후의 남겨진 것들을 목격하는 것, 그로 인한 감정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잘 정리된 문장으로는 여전히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고민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건지 그저 시간이 지나야 하는 건지는 지나봐야 선명해지겠지요. 감정을 온전히 마주하려는 시도는 조금은 아프면서도 정리가 무엇인지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정리라는 것은 그러한 감정들을 없애버리는 것이 아닌 그러한 감정들과 ‘같이’ 살아가 보는 것이었습니다. 이별과 그로 인한 변화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저는 차곡차곡 쌓아왔던 시간들을 같이 잘 보내주는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며 얕은 파도처럼 요동치는 감정을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잉크분들이 감정을 마주하는 순간은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여전히 밤에는 춥습니다. 손에 후후 입김을 불기도 하고요. 건강을 더 챙겨야 하는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 변화들을 포착해 보는 봄의 시작이 되시길 바라요. 이월하고 싶은 마음과도 같이 2월을 잘 보내줍시다.


 

2

이월하기? 그건 어쨌든 아껴 주는 마음인 거지?

 

‘이월’이란 말은 낯섭니다. 무언가를 아끼다 못해 마주하는 설렘을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이라뇨. 순간을 즐기며 살아가는 저에게는 어색하기만 한 감정입니다. 그치만 아껴 주는 마음은 퍽 귀여우니까 이번 기회에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글을 쓰고 나면 내가 적은 말을 행동으로 옮기고 싶은 ‘지켜 주고 싶어 나의 말!’ 모먼트가 발동되곤 하더라구요.

.

..

큰일 났습니다. 머리를 굴려봤는데 떠오르지를 않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언제나 유한하기 때문에 순간순간이 소중하다는 걸 요새 느끼고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그러면 그 소중한 시간을 이월하면 되지 않나 싶으실 텐데, 신기하게도 그 생각은 떠오르자마자 튕겨 나갑니다. 척력이 작용하나 봐요.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선 안 된다는 듯이 퉁~! 밀어내거든요. ‘왜 미뤄! 그 시간을 즐겨! 그때의 감정, 생각, 색감, 분위기를 음미해!’라는 생각이 마구 밀려드는 걸 보면 ‘이월’하고 싶은 걸 떠올리기는 글렀습니다.

 

그렇다면 최근에 소중함을 알게 되어 ‘이 시간을 즐기고 싶어’라고 생각했던 순간을 말해보겠습니다. 이건 순식간에 글을 쓸 수 있겠습니다 크하하!

~~

요즘 자주 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바람이 살랑대며 불어오는 것이 봄이 오나 봐!’ 근 1주일간 서너 번은 사용한 것 같습니다. 바람이 살랑댄다는 표현이 참 귀엽더라구요. 저에게 봄은 그런 이미지인가 봅니다. 따스한 것이 귀여운 계절. 애정 섞인 말을 입 밖으로, 손끝으로 내뱉다 보니 올봄이 더 기다려지더군요. 길었던 겨울을 뒤로 하고 봄이 다가오고 있음이 느껴지는 요즘, 이때만의 감정을 아껴 주고 있습니다.

 

저의 겨울을 보내주고 다가오는 봄을 아껴 주는 방법! 부끄럽긴 하지만 살짝 엿볼 수 있게 해드리죠 홍홍

이번 겨울의 마지막 붕어빵 먹기,

집 근처 가고 싶었던 카페 2년 만에(드디어) 가기,

해 드는 오후 3시 즈음 침대에 누워 햇살을 느끼며 여유를 즐기기,

올봄에 하고 싶은 것들 생각하기

요 정도~?

이런 행동들은 자각 없이 하던 때보다 ‘다가오는 봄을 아껴 주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고 나서 더 소중해지더라구요. 몽글한 감정을 앞으로 조금 더 채워 나갈 예정입니다. 잉크들의 봄맞이 행동은 무엇인가요?


 

3

옷 위에 묻은 향기를 내가 갖고 싶어서.

 

확신도 착각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서 희미한 확실함으로 반짝이는 감정. 아슬아슬하게 반짝이는 그 빛이 불안해서 나는 마음을 토해내었다. 속에서 우글거리며 빛나던 감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니 그제야 살 것 같았다.

그런데 입 밖으로 튀어나온 감정은 밖에서도 그 빛이 꺼지지 않았다. 보란 듯이 빛나는 게, 나한테서 나온 것인데도 미워서 던져버리고 싶다. 그렇지만 이것까지도 사랑해야 하는 것임을 나는 알고 있다. 사랑하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나는 욕심이 많아서 그걸 포기할 수가 없다.

네가 내게 빌려준 옷에서는 네 향수와 체취가 섞인, 포근하고 텁텁한 향이 났다. 너에게서 빼앗듯이 빌려온 상의였다. 이렇게 마음에 들 줄은 몰랐고 네가 빌려줄 줄도 몰랐었는데, 진짜로 잠시 네 옷을 갖게 되니 계속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향기는 점점 사라진다.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향의 입자들을 묶어놓고 가지 말라고 울고도 싶다.

옷을 돌려줘 버리면 향기도 직물도 무엇도 남지 않게 되는 것 같아서 돌려주기 싫다가, 옷을 돌려주기 위해서 너를 또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몸을 웅크리고 머리를 감싸안으며 떨리는 감정의 입자들을 진정시키려 한다. 또다시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입자들을 누르느라 온몸이 얼얼하다.

나는 너에 대한 그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다. 자명한 사실임을 안다. 네가 내게 빌려준 옷도 그 위에 남겨진 향기도 모두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그래도 나는 또다시 네가 내게 시간을 빌려주고 나와 놀아주기를 바란다. 자각하지도 못했던 사랑은 이렇게 무섭다.

나는 나를 괴롭히는 모든 감각이 아쉬워서 잠시 동안만 이것들이 영원하기를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건 없다. 다시, 이 자명한 사실은 내게 사랑을 직시시킨다. 그것은 고통도, 씁쓸함도, 아쉬움도 아니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난 이 감정의 테두리에서 단맛을 느낀다.

그래서 다행이고, 밉고, 이월하고 싶은 사랑이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올록볼록클럽의 이면지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6 올록볼록클럽의 이면지

잉크에서 활자가 되기로 마음 먹은 이들이 이면으로 가 우리의 이야기를 써내려 갑니다.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