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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안녕하세요. 올록볼록클럽입니다.

이면지_2026

26년 1월호

2026년을 맞이하며 잉크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2026.01.31 | 조회 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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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록볼록클럽의 이면지

잉크에서 활자가 되기로 마음 먹은 이들이 이면으로 가 우리의 이야기를 써내려 갑니다.

안녕하세요. 올록볼록클럽입니다.

 

잉크로 가득 덮여 있는 종잇세상 속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마음 먹고 이면지로 건너온 활자들이라고 여겨주시면 되겠습니다.

월간지를 쓰는 이는 '활자', 느끼는 이는 '잉크'라 칭할 것이니 유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올록볼록클럽이 발행하는 월간지 <이면지>에서는 활자들의 이면(다른 면)에 있는 모습을 마음껏 적어 내려갈 예정입니다. 이면지에 적혀 있는 이야기가 잉크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인쇄되어 보이는 글씨뿐만 아니라 입체감 있는 점자, 데코펜으로 적은 글자, 소리처럼 보고 만지고 들으며 느끼실 수 있길 바랍니다. '올록볼록'이란 표현도 여기에서 착안한 것이기도 합니다.

 

활자들로 빼곡한 이면지를 마음껏 느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6년도 한 달이 지나갔네요. 이제는 새해라는 말보다 올해라는 표현이 더 익숙해져가는 요즘인 것 같습니다. 잉크분들은 올해를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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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가장자리에서 일렁이기

 

생명을 지닌 많은 것들이 몸을 움츠리는 계절에 소식을 보냅니다. 잉크분들의 겨울은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나요? 한때 저는 생명의 온기가 얕은 계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름을 좋아하는 것도 겨울과 달리 생동감이 넘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외에도 많은 이유가 있긴 합니다만.) 이제는 추위 앞에 더 강렬히 몸부림치는, 여느 때보다 뜨거운 계절이라는 것을 압니다. 추위에 약한 저는 겨울에만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입김으로 인해 내뱉는 말이 시각화되는 것만 같고, 추위에 언 몸을 가까이하며 온기를 나누고, 보슬보슬한 옷을 껴입어 괜히 마음도 부드러워지고요. 눈이 내리면 들뜬 마음으로 흰 세상을 누비는 사람들을 구경도 합니다. 빨리 이 추운 시기가 지나갔으면 하다가도 겨울에만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더 많이 관찰하고, 오래 누리고 싶기도 합니다. 처음으로 미워하지 않은 겨울이거든요.

"겨울에는 나와 렌트가 있잖아."

자주 편지를 주고받던 때에, 한 편지의 말미에 적혀있던 말입니다. 이 모든 시작이 된 말이기도 하고요. 시간이 흐르고서야 말의 힘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겨울나기를 유독 힘들어하는 저에게 겨울에 건네줄 수 있는 가장 큰 애정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서라도 미워하는 감정을 지울 수 있어 다행입니다.

 

1월에는시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월은 무엇이든 새로시작하기 좋은 달입니다. 해가 바뀌는 것에 큰 감흥이 없는 저조차도 새로 시작해 보고자 하는 것들이 생기니까요. 연말이 되면 주위에서 하나둘 이번에는 작심삼일이 아니길 바라며 여러 다짐을 하곤 합니다. 해가 바뀌는 것에 큰 감흥이 없다 보니 그동안 그들을 바라만 보며, 목표나 한 해 동안 이루고 싶은 것을 구체적으로 정리하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흘러가는 대로 살았던 것 같아요. 후회는 없지만 그동안과 조금은 다른 발걸음을 내디뎌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한 작년이었습니다.(그 안에서는 여전히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습니다.) 지난 12, 2025년을 회고할 수 있는 물음 몇 개를 마주했습니다. 2026년 이루고 싶은 일이 있냐는 물음 앞에서 브레이크가 걸린 듯 턱 멈춰 섰습니다.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장기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들은 있어도 꼭 2026년에 이루어야만 하는 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필요하면 생기겠거니 그 물음에 대한 답은 비워두고, 목표라도 정리해 보자는 마음으로 2025년을 다시 돌아보았습니다.

 

2026년에는 8개의 목표와 1년 간의 항해를 시작합니다.

(언제든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 바랍니다.)

  1. 주에 한 권은 시 or 소설 or 희곡 읽기
  2. 1~2주에 한 번은 관극하기
  3. 관극과 독서 기록 잘 남기기
  4. 틈틈이 어딘가로 떠나기
  5. 몸을 꾸준히 움직이기(건강한 몸과 마음!)
  6. 라디오 구매 및 꾸준히 듣기
  7. 뽈레뽈레(*활동 중인 브라질리언 퍼커션팀)에서 새로운 악기 배우기
  8. 하루 동안 주제를 정해 필름 카메라로 사진 찍고 현상하면 사진마다 코멘트 달기(주기는 고민해 보겠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루고 싶은 걸 고르려다 다 골라버렸습니다. 부지런히 움직여야겠습니다. 흑백의 질감 또한 좋아하지만, 삶의 곳곳에 색이 입혀지기를 기대합니다.

 

또 새로운 한 해, 다정한 마음을 많이 나누고 산다면 좋겠습니다. 벌써 1월의 마지막 날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는군요. 여러 굳은 결심들과 함께 뚜벅뚜벅 2월도 잘 나아가시길 바라요.

 


 

2

시작과 끝을 아껴 주다 보면 그리움이 옅어지려나요

 

매년 새해가 시작될 때마다 으레 한 해의 시작을 계획하고 작년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에 휩싸이곤 합니다. 근데 저는 어렸을 적부터 시작과 마무리라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뭔가를시작한다는 것과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은 채로 살아왔달까요?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교 입학도, 동아리 가입과 졸업도 저에겐 별다른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그 시간을 지나가는 중이라는 생각이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그러던 와중 5년 동안 몸담던 동아리를 졸업하면서 내 삶이었던 부분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는 걸 실감하면서부터 끝이란 게 이런 거겠구나 싶더군요. 물론 그때의 기억은 추억의 틈에 남아있고 함께했던 사람들의 흔적은 저의 행동과 말투에 녹아 있으니 과거에 두고 온 건 아니겠죠. 과거의 일들이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 시절의 저, 함께했던 친구들을 앞으로의 현실에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과거의 순간들을 그리워하는 것, 그것이 사람들이 말하곤 하던이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곤 깨달았죠. 나는 그 동아리를, 함께했던 사람들을, 달이 떠 있던 칠흑 같던 밤이 동이 터 밝아지던 순간까지 이야기와 웃음을 꽃피우던 모든 순간을 사랑해 왔다는 걸. 지나간 시간을 붙잡으며 사랑을 깨닫다니 이런 바보가 또 있을까요. 생각해 보면 음악 취향이란 게 생겨나던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저에게 사랑은그리움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는 보지 못하는 대상을, 함께하던 추억을 그리워하는 노래를 줄곧 좋아했거든요.

 

, 그래서 저는 늘 사랑은 영원할 수 없는, 그저 놓쳐버린 걸 그리워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사실은 눈앞에 있는 이 순간을, 상대를 더없이 붙잡고 싶었던 건데요. 이걸 깨닫고 나니 사랑을 자각하지 못해 손을 놓아버린 관계가 여럿 떠오릅니다. 퍽 서글픕니다. 가슴이 미어지고 초점이 사라지는 이 슬픔을 덜 느끼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나의 삶에 들어온시작과 나의 곁을 떠나가는을 아껴줄 겁니다. 모른 채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하기보단 눈앞의 사랑에 빠져 살렵니다. 그러다 보면 그리움이 넘실거리는 날들이 조금은 줄어들겠죠.

 

저는 사랑을 다짐하며 올해를 시작하려 합니다. 잉크들은 올해 무엇으로 시작하시나요?

 


 

3

신년맞이 커밍아웃 쇼 : 우리는 다 역할놀이를 해요.

 

태어나고자 하는 사람은 세상을 깨뜨려야 하는 걸까요?

 

1월을 맞아, 우연이 맞아 떨어져서, 각자의 자리가 안정되어서, 무슨 이유든간에. 아주 오랜 친구들을 정말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어렸을 적 모습 그대로 몸만 커진 우리들을 보니 이상하고도 신기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물었지만 저는 제 이야기를 제 언어로서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벽장 밖이라는 세상에서 튀지 않는 사람의 모습으로 보이려면 제 이야기의 많은 부분을 도려내야 했기 때문이죠. 그 작업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지만 내가 나를 유실시키는 감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작업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팠습니다.

하루 종일 이 친구들과 함께하는 저는 진짜 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나로 발화하지 못하게 하는 바깥세상에 화도 많이 났던 것 같습니다. 나만 이 대화에서 외지인으로, 타자로,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동떨어진 감각은 사실 끔찍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나의 일반인 친구들에게 새해를 맞이하여 퀴어 친구가 되어주고자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말하고 나니 후련했습니다. 짐을 내려둔 기분이었습니다. 내가 이 대화에서 나라는 사람 그대로 읽어지는 것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중요한 가치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뒤, 이틀 정도 준비되지 않은 커밍아웃에 심한 공황 상태에 빠져버리긴 했습니다. 그래도 점점 나아지겠지요.

 

사회가 하나의 거대한 역할놀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역할은 받아들여지고 누군가의 역할은 소외된다는 것이, 저는 그런 세상에 살고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아마 저는 제가 하는 활동들을 이어나가게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저로 존재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싶기 때문에 2026년에도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나로서 존재하고자 하는 사람은 야속하게도 세상을 바꿔야합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은 생각보다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와 같은 역할을 부여받은 친구들은 소수일지라도 확실하게 제 옆에서 숨쉬고 있으니까요.

 

나는 차가운 공기 위로 흩뿌려지는 우리의 숨을 봅니다. 겨울을 넘어가려면 아직은 기다려야 합니다. 그 기다림이 외로움으로 남지 않도록 같이 입김을 뿜으며 겨울을 견딜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혼자여도 외롭지 않습니다.

 

잉크분들은 이 세상에, 2026년에도 당신으로 존재할 예정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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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의 프로필 이미지

    마음

    0
    about 21 hours 전

    여러분의 글을 읽으니 이 겨울이 좀 더 따뜻하게 느껴져요 :) 다음 이야기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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